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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25화 (12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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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down

마리아와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뭐지뭐지 했는데. 마침내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미나 웨스트우드. 우리가 바다의 날개를 이용해서 로제를 메이너스 항구 근처에 내려버리면 미나는 수상하게 여길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마 나중에 만나게 될 에밀에게 전해지겠지.

그러면 말짱 황이다. 까놓고 말해서, 녀석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도 있어.

"그래서 말입니다..."

마리아도 내 말에 동의했고, 나는 곧바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누군가는 미나를 데리고 바다의 담요를 한 번 구경시켜줘야 하지 않습니까. 그걸 선장님이 맡아주시면... 그 동안에 제가 바다의 날개를 끌고 로제를 최대한 메이너스 항구와 가까운 곳에 데려다주겠습니다."

내 말에, 마리아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하루 정도는 괜찮아. 하루 종일 뺑뺑이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밤 되어서 술 잔뜩 먹이고 재우면 되니까."

하루면... 나는 바다의 담요와 메이너스 군항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나서 로제를 바라봤다.

"하루 안에 바다의 날개가 갈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어. 최대한 메이너스 군항과 가까운 항구에 내려주려고 하겠지만. 적어도 열흘 이상은 걸릴 거야."

나의 말에, 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코트를 챙겨 입었다. 나도 로제도 식사는 마쳤으니까.

"우리가 출발하면, 선장님이 적당하게 핑계대면서 둘러대주세요."

그 정도야.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는 히죽 웃었다.

"둘이 대낮부터 사랑의 춤을 추고 있다고 하면 되겠지."

이런 씨바. 그런 거지같은 핑계 대지 말고. 내가 무슨 벌새냐? 사랑의 춤은 갑자기 뭔 개소리야.

말은 저렇게 해도 괜찮은 핑계거리를 대줄 거라고 믿고 나는 로제와 함께 바로 여관을 떳다. 배 안에 남은 건 별로 없지만, 두 사람이 하루 정도 왔다갔다 하는데 필요한 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로제도 곧바로 옷을 입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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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먼드와 로제는 어디에 갔습니까?"

잠시 뒤에, 내려온 미나의 말에 마리아가 아... 하면서 약간 말을 끌다가 대답했다.

"지금 둘이 방 안에서 사랑의 춤을 추고 있어."

그 말에 미나의 표정이 해괴하게 바뀌었고. 마리아가 쯧,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말했다.

"로제는 갑판장과 함께 사실 상 선원들의 상태를 관리하는 아이야. 레이먼드랑 함께 선원들 한 바퀴 돌아보면서 별 일 없나 체크하러 갔다."

작은 일들 몇 가지로도 배 안에서는 큰 일이 일어날 수 있잖아. 라는 마리아의 말에 일단 미나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술집에서 예전에 닭다리 하나 더 집어먹은 거 가지고 배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니까.

"좋아, 바다의 담요에 온 것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어디 가본 곳 있냐."

그 말에 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해적들의 소굴이라는 선입견 자체가 미나가 어디를 돌아다니고 싶어하지 않게 했으니까.

"그럼, 잠시 어울려 주겠어?"

마리아의 말에, 미나가 껄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선장님. 밖을 돌아다니는 건 제 성격에..."

그 말에, 마리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미나를 바라봤다.

"미나, 니가 해적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을 고정 관념을 모르는게 아니야.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것들 중에 일부는 분명히 맞아."

마리아는 다리를 꼬면서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너도 이제 해적이 되었어. 그것도 그냥 선원도 아니고. 레이먼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배의 운용을 대부분 맡게 될 정도로 막중한 일을 하지."

네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걸 싫어하는 지는 나도 충분히 존중해 줄 수 있지만.

"너, 일주일 동안 밖에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 그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야."

네가 해적들과 섞이기 싫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리안는 그렇게 단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걸터 앉았다.

"마찬가지로, 이것도 니가 그냥 선원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어."

하지만, 미나는 해군이었던 해적이고. 배의 이등 항해사이다.

"같이 배를 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항해사를 믿을 선원은 없어."

마리아의 말에 미나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마리아가 그 모습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좋은 생각이야."

마리아의 말에, 미나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가실 곳은 정하셨습니까?"

당연히 정했지. 마리아는 말하고 나서 그녀를 봤다.

"주사위 놀이 해 봤냐?"

마리아의 말에 미나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했다.

"... 들어는 봤습니다."

그래?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는 미나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말했다.

"룰은?"

... 미나가 고개를 흔들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원래 루키랑 함께 가면 일이 잘 풀리는 법이니까."

가자고. 라고 말한 다음에 마리아는 자신의 옷을 챙겨 입고 건물을 나섰고, 뒤를 따라가면서 미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침 먹자마자 주사위 놀이라니. 얼마나 불건전한 정신상태인지.

걸어가는 와중에 미나의 눈에는 여러가지 풍경들이 들어왔다.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가판대에서 간단한 요기거리를 파는 장소들. 노상에 깔려 있는 나무 탁상들과 차가운 날씨를 조금 누그러지게 하려고 피워놓은 불들.

걸어가는 와중에 보이는 몸을 파는 사창가와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싸움소리들까지. 신경 날카로워지기 딱 좋은 공간이지만. 마리아의 입에서는 웃음기가 끊이지 않았다.

"다 왔다."

마리아는 눈 앞에 보이는 허름한 건물을 가르켰고. 거기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트위스티드 페이트' 라고 적혀 있엇다. 그리고 그 아래에 걸려있는 현수막.

[바다의 담요에서는 행운의 여신이 당신에게 미소를 짓는게 아니라, 당신이 미소에게 행운의 여신합니다.]

... 뭐라는 거야. 마리아는 낡아서 높은 비명을 지르는 문을 발로 밀고는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따라서 미나도 들어갔다. 열고 들어가자 마자 들리는 웃음소리와 으아아아 하는 비명소리. 눈 앞을 가릴 정도로 짙은 담배 연기와 짠, 하면서 부딪치는 술잔들까지. 영락없는 도박장.

"오오, 선장님!"

거기에는 몇 명의 바다의 날개 선원들이 이미 앉아있었고. 마리아는 씨익 웃으면서 한 마디 했다.

"상것들, 아침 댓바람부터 주사위나 던지고 있냐. 뭐, 좀 땃어?"

그 말에 선원들이 모두 얼굴을 구기고, 그 중에 한 명이 옆의 사람에게 짜증을 낸다.

"그러니까, 시발 차라리 사창가를 가자니까! 부드러운 살결이 주는 쾌락을 버리고 와서 얻은게 뭐야! 텅 빈 주머니?"

선원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껄껄거리다가, 마리아의 뒤편에 망부석처럼 서 있는 미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웨스트우드 항해사님도 오셨습니까?"

엉, 내가 끌고 왔다. 마리안느 그렇게 말하고는 테이블 앞에 턱 앉아서 자기 옆에 있는 의자를 두들겼다.

"서서 뭐해? 앉아. 여기 맥주 두 잔!"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마리아와 미나 앞에 맥주 두 잔이 놓아진다. 마리아는 미나를 보면서 간단하게 룰을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들은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 맞추는 거군요."

대충 이해를 하면 그런거지.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웃었다.

"일단은, 몇 판 하는 걸 구경하라고."

말을 하고 나서, 마리아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선원들을 보고 말했다.

"자, 친애하는 도박 중독자 여러분. 시작합시다."

그리고, 미나는 마리아가 도박하는 장면을 삼십분 정도 보고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마리아는 도박을 못한다. 그러니까... 어차피 운으로 돌아가는 게임에서 못하고 잘하고 구분이 있겠냐만. 마리아는 도대체가 도박에 재능이 없었다. 지금까지 돌아간 판이 10판이 넘어가는데. 돈을 딴 적이 두 번이고. 나머지는 다 잃었다.

"..."

마리아는 침묵한 상태에서 한 숨을 쉬었다.

"젠장맞을, 역시 나는 여기에 오면 돈을 잃는다니까."

키들거리면서 웃던 마리아가. 옆의 미나를 보고 말했다.

"어때, 너도 이제 한 번 해보지."

마리아의 권유에,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사이에도 딜러 한 명이 컵 안에 주사위를 넣고서는 테이블 위에 엎어놓고 흔들고 있었다.

"그럼... 도미노에다가 쿼터(사 분의 일 달란트) 넣겠습니다."

뭐, 노말하구만.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딜러를 바라봤고. 딜러가 미나가 건넨 동전을 Domino 라고 써져있는 칸 위에 올려놓았다. 컵을 흔들기를 멈춘 딜러가 컵을 들어올리고.

"스타트가 좋잖아."

마리아가 히죽 웃으면서 미나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고 맥주를 한 모금 했다.

4,5,6. 도미노에 걸린다. 도미노의 배당금은 2배. 딜러가 축하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미나에게 반 달란트의 배당금을 건네주었고. 마리아는 얼굴을 구겼다.

"이런 시파. 6이랑 15로 한 번 놓아 볼 걸."

마리아는 돈을 잃었다. 다시 주사위가 컵 안에서 흔들리고, 다음에 미나는 잠깐 그걸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반 달란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애니 트리플?"

24배의 배당금이지만, 걸리기 힘든 그 배당을 보면서 마리아가 미나를 슬쩍 봤다. 얼굴 표정을 보아하니 어차피 잃어도 문제 될 거 없다는 식이었다. 나온 숫자는 133. 마리아가 이번에는 히죽거리면서 웃었다.

"이번에는 먹혔네."

그렇게 3시간이 지나고. 마리아는 깨달았다. 마리아는 미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을 그녀의 어떤 커다란 재능 하나를 지금 각성시킨 모양이다.

운빨.

같은 테이블에서 굴러가는 주사위를 보고 있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주사위를 굴린 횟수는 총 50번. 그리고 그 중에서 미나가 이긴 판은 30판. 마리아는 20판 째에 시팔, 못해먹겠다아아아! 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그 자리에는 마리아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 들어가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잇는 마리아도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수하게 딴 돈이 80달란트를 넘어가고 있다. 딜러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한다.

"저건 타짜도 아니야."

타짜는 기교로 돈을 따는 거다. 처음 해본다는 말 그대로, 미나는 돈을 놓는 곳을 실수하기도 하고, 숫자가 틀리게 나왓을 때도 자기가 이긴 줄 알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니까... 저건 그냥 순수한 운빨이라는 거다.

아니, 애초에 이 주사위 굴리기에 무슨 기교가 필요해. 미나가 자신의 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봤다.

"조금 늦었습니다. 이번 까지만 하겠습니다."

어, 그래라. 라고 마리아는 말한 다음에 미나를 바라봤고. 그녀는 하프 달란트를 트리플에 올려놓았다.

"애니 트리플도 아니잖아."

숫자를 말하세요. 라고 딜러가 말했고. 미나는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3 트리플."

딜러는 긴장했다. 이 컵을 열었을 때, 주사위 3개가 모두 숫자 3이 나와있으면. 미나는 150배의 배당금을 가져간다. 다른 말로 하면 75 달란트, 다른 말로 하면 파산. 도박장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금액이 나가게 된다.

뚜껑을 열자, 나온 숫자에 딜러는 주저앉을 뻔했다.

"... 334. 아쉽군요."

하나도 안 아쉬워보이는 표정인데? 라고 뒤에서 마리아가 히죽거리고. 딜러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챙기려는 미나를 보고 마리아가 잠깐만! 이라고 외쳤다.

"쉽게 딴 돈은, 쉽게 사라지는 법이잖아. 배 타는 사람이 이런 데에 운을 다 쓰고 나가면 안되지."

미나는 마리아의 말에 물음표를 띄웠고. 그녀가 말했다.

"여기, 럼주 80달란트 어치."

그 말에, 점원이 예! 라고 말한 다음 잠시 뒤에 커다란 럼주 통 세 개를 굴려서 가져왔다. 미나가 잠시 그 술통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었다.

"그렇네요. 이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치?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는 히죽거리면서 주변에 도박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주목!"

그 말에 도박하고 있던 사람들의 눈이 잠깐 마리아 쪽으로 돌아가고, 이내 그 옆에 놓여있는 술통들에 향했다.

"오늘 우리 항해사 미나가 럭키 스트라이크를 맞았거든! 여기 있는 놈들에게 한 턱 뿌린다고 한다. 마실 놈들은 알아서 술통 따고 퍼가라."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이미 해가 반쯤 저물고 있었다.

"아, 배고프다. 뭐라도 먹자."

마리아의 말에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술집에 들어가서, 먹을 거리와 럼주를 앞에 놓은 마리아를 보고 미나가 인사를 했다.

"재미있었습니다."

마리아는 그 말에 의심스러운 표정을 했다.

"진짜로? 반응이 영 뜨듯미지근하던데 말이지."

그 말에 미나가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그건... 제가 조금 딱딱한 성격이라 그렇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는 앞에 놓인 맥주잔으로 미나를 가리키고 흔들었다.

"거, 도박 너무 빠지지 말고. 원래 운은 있다가 훅 사라지는 법이야."

그 말에 미나가 가볍게 웃었다.

"선장님이 끌고가지 않았으면 할 일도 없었을텐데요."

오, 이거 쏘아붙이기도 하네?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가 큭큭거리고. 저 편에서 사람 서너 명이 다가왔다.

"선장님, 식사 중입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았고. 거기에는 갑판장과 함께 술을 마시러 왔는지. 선원 세 명이 서 있었다.

마리아가 마시던 맥주잔을 내려놓고 입을 슥 훔치며 그들을 바라봤다.

"물어볼 시간 있으면 그냥 쓱 껴들어 새끼들아. 뭘 우리끼리 눈치를 보냐."

그렇게, 다섯 명이 자리에 앉았고, 마리아는 히죽거리면서 갑판장을 바라봤다.

"여, 새로 들어온 이 항해사는 좀 어때 보이냐?"

그 말에, 럼주를 마시고 있던 갑판장이 슥 미나를 바라보고 입가를 닦았다.

"웨스트우드 항해사 말하는 겁니까?"

그러고는 잠깐 침묵하기 시작했고, 마리아는 미나의 허리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웃었다. 역시, 그래도 다른 놈들 평가는 신경쓰이는 모양이지.

"좀 딱딱합니다. 뭐랄까..."

옆에 있던 선원이 손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막 벼려낸 커틀러스?"

딱 그런 느낌이지! 라고 말하면서 갑판장이 어깨를 으쓱 하고는 럼주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미나의 어깨가 약간 처진다.

"뭐 그래도, 여지껏 우리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너무 흐물거리지 않았습니까."

갑판장의 말에 선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먼드는... 입에 걸레를 물었지만, 건달같은 항해사고. 로제는 군기반장이라기 보다는 분위기 메이커고. 갑판장은 더럽게 무섭지만 그건 그 떡대로 한 대 쳐맞으면 입 안에 옥수수 페스티발이 열리니까 무서운거고.

"이전에는 뭔가 사람들을 꽉 붙들어 묶는 틀 같은게 없었는데..."

그러면서 갑판장이 손가락을 들어서 미나를 가르켰다.

"저 항해사 누님한테는, 그런걸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지요."

그 말에 미나의 어깨가 다시 약간 위로 올라가고. 옆의 선원이 킬킬거리며 농담을 한다.

"사실, 그 틀이 우리를 붙들지... 아니면 틀이 녹아서 우리랑 같이 흐물흐물 기강이 헤이해 질 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크하하학 하는 소리와 함께 잔들이 부딪친다. 그리고, 마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나가 보기에는 어떠냐?"

그 말에, 미나가 잠깐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 안으로 럼주를 털어넣고 나서 말했다.

"...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선원들이 일제히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 제가 말 실수라도?"

그 말에 갑판장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저런 면 말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레이먼드 항해사는 뭐라고 해야합니까...?"

존나 천재같은 느낌이죠. 라는 한 선원의 말에 갑판장이 손을 들어 그를 가르켰다.

"저런 이미지죠. 인생도 항해도 대충사는 것 같고, 대가리로 뭔 생각을 하는 지는 모르겠는데."

결과는 엄청나지. 마리아가 그 말을 받아치고. 갑판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로제나 선장님을 보면 사람이 아니라 머맨 같은 느낌이 있죠."

뭐 이새끼들아? 라는 말과 함께 마리아가 얼굴을 구기자. 갑판장이 양 손을 가슴 언저리까지 들면서 말했다.

"잠시만, 잠시만! 이 말 듣고 때리십쇼."

그러고는 갑판장이 말했다.

"아가들아, 선장님이랑 로제가 40명의 선원들이랑 시비가 붙으면, 어디가 걱정되냐?"

40명쪽이지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차라리 선장님이나 로제, 레이먼드보다는 저 딱딱한 항해사 아가씨 쪽이 저는 더 인간같은 느낌이란 말입니다. 뭘 하나 할 때 고민하는게 보이지요. 이번에 바다의 날개 끌고 바다의 담요로 올 때도 보십쇼."

레이먼드가 배를 끌고 갔다고 하면, 이라고 말하고 갑판장이 잠깐 침묵한다.

"그냥, 휙 탁 퍽 하니까 짜잔, 바다의 담요! 같은 느낌이지 않습니까. 접근하기가 힘들단 말입니다. 그에 비해서 그 쪽은 노력하고 고민하는게 눈에 보여."

그 말에 미나가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건 제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겁니다, 갑판장."

아니아니, 그게 아니야. 라고 말하고는 갑판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미나를 바라봤다.

"항해는 잘 모르지만 레이먼드 항해사가 인정한 인재라고 하면 평균 이상이겠지. 그 남자가 자기가 항해사라는 거에 자존심이 얼마나 쎈데! 단순히 아는 사람이라서 끌어들일 리가 없단 말이야.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그럼그럼, 하면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여튼, 아가씨 쪽은 접근하기가 쉽다는 말이라네. 레이먼드 항해사가 '이렇게 가자!' 라고 말하면 우리도 거기에 궁금한게 있어도 물어 보기가 힘들어."

그 말에 미나가 살짝 웃었다. 술주머니가 어느 정도 찼는지, 미나의 얼굴도 제법 붉게 변해 있었다.

"저는 만만하다는 겁니까?"

그 말에 갑판장이 크하핫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아무래도 좀 만만하지! 그래서 이야기가 좀 통할 것 같단 말이야. 우리도 궁금하거나 이상한거 있으면 물어보고."

그건 배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거란 말이지. 라고 말하면서 갑판장이 럼주를 탁 털어 마시고 미나를 바라봤다.

"여튼, 선원들 모두 아가씨한테 기대하고 있어."

미나는 아무 말 없이 잔을 살짝 들어서 앞으로 내밀었고. 거기에 맞춰서 마리아와 선원들이 잔을 부딪쳤다. 술을 그대로 들이킨 다음 미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라고 말하면서 미나가 마리아를 바라봤다.

"진짜로, 로제와 레이먼드는 아직까지 방에서 사랑의 춤을 추고 있는 겁니까?"

미나의 무심한 한 마디에 선원들 전체가 침묵했다.

"... 그 항해사가 또?"

마리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아하하 거리면서 미나를 바라봤다.

"음, 까먹은 줄 알았는데."

그 말에 미나가 붉어진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대답했다.

"하도 충격이 커서 잊혀지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선원들 중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레이먼드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애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레이먼드 항해사가 드디어 일반적인 오입질로는 만족을 못해서 새로운 성벽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푸학, 하는 소리와 함께 맥주를 약간 흘리고 입을 닦았다.

"뭔 소리야 그건?"

그 말에 선원이 약간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뭐라고 해야 합니까?"

뒤쪽의... 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마리아가 그만! 이라고 말한 다음에 그 선원을 바라봤다.

"씨팔, 니들이 까먹은 것 같아서 말하는데. 나도 여자인데,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네!"

그 말에 선원들의 표정이 애매하게 바뀌었다.

"뭐냐, 그 눈깔들은? 다 뽑혀서 피눈물을 쏟고 싶은거냐?!"

마리아의 살벌한 말에 그러니까... 라면서 갑판장이 입을 열었다.

"선원들끼리는 나름 합의를 본 내용입니다만. 솔직히, 로제랑 선장님은 여자로 보이지를 않습니다."

살점이랑 내장 조각 같은거 뒤집어 쓰고 칼춤 추는 모습이 뇌리에 박혀버린지라... 라는 말에 마리아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오냐, 오늘 칼춤 한 번 추자 이 종간나 새끼들아!"

미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다른 선원에게 물어봤다.

"그 소문, 진짜인가?"

그 말에 선원 하나가 나름대로 믿을 만 한 정보라고 하면서 썰을 풀어놓고. 미나는 그 내용을 주의깊게 들으면서 입을 가리며 경악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세상에, 쓰다보니 짜르기 애매했어요. 너무 길어진 것 같네요.

ps. 코멘트들은 항상 살펴보고 있는데. 세상에, 내동 생고기가 나올 줄이야.

... 동네 사람들, 에밀은 멀리 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잔인한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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