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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17화 (11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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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구슬에 비늘을 붙이면 된다, 라고 말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붙이는 것이 아니었다. 온갖 색깔이 끊임없이 변하는 비늘을 구슬로 가져가니, 푸른 색으로 일렁거리고 있던 구슬이 물방울이라도 된 것 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비늘을 구슬 안으로 받아들였다.

"... 이걸로 끝난 걸까요?"

로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비늘을 붙여달라는 것 까지 끝냈으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 끝났고, 마침내 안개의 미아 수리도 끝나는 것이다. 우리는 제단에서 푸른색으로 빛나는 구슬을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바다의 날개로 향했다.

- 고생했다, 내가 말했지 않냐? 쉽다고!

바다의 날개 근처의 해안가 커다란 돌 위에 기대어 있는 백상아리 대가리를 보면서 나는 형언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쉽다고?!

"전혀 안 쉬웠거든?! 완전 거지같이 더러웠다고!"

마리아도 이마에 힘줄이 솟구친 채로 눈 앞의 백상아리를 바라봤다. 진짜, 할 수 있는 능력만 되면 오늘 점심 메뉴로 저 녀석을 샥스핀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어진다.

우리의 반응을 살펴보던 백상아리가 기대고 있던 몸을 약간 일으키며 우리를 바라봤다.

- 안 쉽다니? 뭔 소리여 그게?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일단 그 더러웠던 경험으로 시작하자고.

"도대체, 뭐냐 그 녹색의 콧물 덩어리는?"

백상아리가 우리의 장황한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신의 아가미 주변을 손으로 북북 긁었다.

- 뭐냐, 그 더러운 생물체는?

이런 시발, 우리가 질문을 했으면 너는 대답을 줘야 할 거 아니야. 니가 우리한테 다시 질문을 하면 어떡하냐. 일단, 말하는 꼴을 보니까 저 녀석도 전혀 모르고 있던 모양이다. 우리가, 서로를 마주 본 채로 잠깐 침묵하고 있는데,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머맨들이 알 도리는 없겠죠.

그 목소리에 우리가 바다를 바라보니, 거기에는 엘론델이 자리잡고 팔을 꼰 채로 백상아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바다 쪽을 슬쩍 바라본 백상아리의 눈이 시뻘겋게 물든채로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 다리없는 년. 간도 크군.

꼰 팔을 풀지 않은채로 백상아리를 마주보고 있던 엘론델이 입을 열었다.

- 당신들이 생각없이 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가관이네요.

이전의 신비스러운 목소리와 따스한 목소리 대신에, 뭔가 되게 싸가지 없는 귀족 아가씨 같은 어투와 목소리로 엘론델은 백상아리를 비난하고 있었다. 여전히 붉은 눈동자를 한 채로 백상아리가 한 손으로 그 거대한 창을 던질 준비를 하면서 엘론델을 바라봤다.

- ... 시비 터는거냐!?

엘론델이 그 말에 흥. 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보면서 말했다.

- 지금 공식적으로 휴전 중이 아니었으면 그쪽과는 이야기를 나눌 생각도 없었네요.

그리고 엘론델이 우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 여러분들에게는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릴게요. 정말로 큰 일을 해주셨어요.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들어서 머맨을 바라보았다.

- 거기, 말룸이 뭔지는 알아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에요?!

그리고 시작된 백상아리와 엘론델의 말싸움을 보면서 우리는 잠깐 멍해졌다. 그러니까, 사이가 안좋은 건 확실해 보이는데. 그게 서로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라는 느낌 보다는...

부부싸움 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마누라처럼 바가지를 긁어대는 엘론델과, 그때마다 울컥거리면서 화를 내는 백상아리. 아니지, 정확하게 말하면 서로 사이가 더럽에 안좋은 오누이 같은 느낌?

"사실, 저 분들은 사이가 좋은게 아닐까요?"

나만 그 생각을 하고 있던 건 아닌 모양인지. 옆에서 로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 말 조심하세요!

- 입 찢어버린다?!

둘 다 서로 싸우고 있던 도중에도 로제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크와아아아 하는 기세와 함께 시선이 우리 쪽에 모인 채로 고함을 쳤고. 그 목소리에 로제가 움찔했다. 로제의 한마디 덕분에 두 녀석들은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다.

엘론델이 한숨을 푹 쉬고 우리를 바라봤다.

- 여러분이 만난 건, 우리가 말룸이라고 부르는 자들 중 하나의 화신이었어요.

그리고, 백상아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이 엘론델을 보면서 말했다.

- 왜, 우리가 모르는 걸 네 년들이 알고 있는 거냐?

푸흐, 하고 코웃음을 한 번 친 엘론델이 입을 열었다.

- 당신네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부모님의 비블리오에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엘론델의 말에 백상아리의 눈동자 색깔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가 턱을 쓰다듬었다.

- 서재에 기록이 있을 정도의 녀석들이었다고? 그건... 예상보다 더 심각한데.

기록이 있는 정도가 아니에요. 라고 엘론델이 말하고 나서 다시 팔을 꼰 채로 백상아리를 바라봤다.

- 부모님이 몇백년을 싸우다가, 가까스로 봉인시킨 녀석들이에요. 봉인 방법에 대해서는 비브리오에도 행여나 풀릴 것을 걱정해서 기록해두지 않으신 모양이지만...

그 분신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녀석들을 누르고 있던 봉인이 풀리고 있다는 의미.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골치 아픈 일에 엮인 모양인데요."

그러게 말이다. 마리아는 내 말에 대답하고는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엘론들에 고개를 휘휘 저은 다음에 한 손으로 백상아리를 가르키면서 말했다.

- 그러니까, 당신이 저 분들에게 부탁한 일은 겨우 셀키랑 모먼트를 이리로 데려오는 걸로는 택도 없을 정도로 가치있는 일이란 말이지요. 아니, 그것보다는 생각이 있어요?! 부모님의 물건이 오염될 정도의 사태에 아무생각도 없이 다른 분들을 끌어들이다니! 저 분들이 죽을 수도 있었어요!

그 말에 백상아리가 아아악 하는 소리를 지르고는 엘론델을 바라봤다.

- 난들 알았겠냐?!

곧바로 이어지는 엘론델의 반격.

- 뭔 일인지 제대로 모르면 다른 종족을 끌어들이지 마세요!

백상아리가 자신의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다시 외쳤다.

- 그럼 뭐 좀 더 얹어주면 될 거 아니야!

그 말에 마리아와 나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오, 덤을 준다면 고맙게 받지. 엘론델이 친히 우리의 퀘스트 보상을 높여주기 위해서 여기까지 왕림했던 건가! 그거 정말로 고마운 일인데? 그리고, 백상아리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 줄 수 있는 건 있어요?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보면... 이라면서 말을 끄는 백상아리를 보면서 엘론델이 쯧, 하고 혀를 찼다.

- 당신들이 생각하는게 늘상 그 모양이죠. 됐어요.

엘론델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 고개를 저은 다음에 손을 물 속에 집어넣고 끌어올리자, 은백색의 손목 아대가 하나 튀어나왔다. 그리고, 엘론델이 들고 있던 아대를 놓자. 아대가 공중에 뜬 채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 받아주세요. 다시 한 번, 정말로 죄송해요.

마리아가 손을 뻗어서 그 아대를 한 번 살펴보고는 말했다.

"괜찮겠습니까? 우리는 머멘들의 의뢰를 받아서 해결했는데요."

마리아의 말에 엘론델이 고개를 저었다.

- 의뢰는 저 치들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저희 모두를 도와주신거에요.

마리아가 아대를 잠깐 손에 껴 보았다. 뭐 대단하게 놀라운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하는 순간, 아대의 손목 부분에서 퓨우욱.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발사되어서 바위 하나에 박혔다.

"... 이게 뭐야!?"

마리아의 외침에 엘론델이 대답했다.

- 부모님의 기술을 완전히 따라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이 방랑자라고 부르는 유물에서 추출한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에요. 그 상태에서...

바위에 박힌 무언가와, 마리아가 차고 있는 손목 아대는 서로 가느다란 실로 연결이 되어있었다. 마리아가 잠깐 그걸 바라보고 있다가 조작을 조금 하니. 마리아의 몸이 그 바위를 향해서 휙, 하고 날아갔다.

"으아아?!"

마리아는 그런 비명 같은 탄성을 지르면서 가까스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박혀있던 실의 끝이 빠지면서 마리아는 모래사장에 자빠져버렸다.

- ... 사용하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했는데요. 그렇게 사용하는 게 맞아요.

엘론델의 목소리에 마리아가 아하하 하고 웃었다. 그걸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은 엘론델이 다시 날카로운 눈으로 백상아리를 보면서 말했다.

- 그쪽은, 애초에 약속했던 거나 확실하게 지켜요. 또 멍청한 일 벌이지 말고.

백상아리의 이가 으드득 거리면서 갈린다.

- 알았으니, 이제 좀 꺼져라!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엘론델의 몸이 바다 아래로 쑥 내려가 사라져버리고. 백상아리도 우리를 잠깐 바라보다가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다.

- 준비가 끝나면, 너희들이랑 그 놀라운 액체를 마신 곳으로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그 말을 끝으로 백상아리 머멘도 사라졌다. 우리는 다시 바다의 날개 위로 향했고. 거기에서 마리아가 자신의 손목에 끼워져 있는 아대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보자, 이건 내가 쓰기 힘들겠는데. 레이먼드, 한 번 써볼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딱 봐도 누구랑 싸울 때 쓸 만한 물건으로 보이는데. 그런걸 내가 들어봤자잖아. 그리고, 마리아의 눈이 그 아대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로제에게 향했다.

"가지고 싶냐?"

그 말에 로제가 아니요... 꼭 가지고 싶다는 건 아닌데요. 라고 중얼거렸지만. 그 눈이 아대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마리아가 그걸 보면서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교 부려봐. 그러면 줄게."

마리아의 말에, 로제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마리아와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아대를 로제의 눈이 빠르게 오간다. 그으윽.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로제가 마리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로제가 마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리아를 와락 끌어안은 로제가 마리아를 애처로운 눈으로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선장니이이임~ 그거, 그거! 로제 주세요! 네? 네?"

음흉하게 웃고 있던 마리아의 표정이 굳고. 바다의 날개 위는 충격적일 정도로 어색한 침묵에 휘감겼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풀썩 쓰러져서 어깨를 들썩이는 로제. 마리아가 그런 로제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눈을 몇 번 껌벅이고는 말했다.

"우와, 하란다고 진짜 하다니. 무서운 아이."

수치스러워...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인 채로 갑판을 주먹으로 쿵쿵 치는 로제. 그리고 마리아가 자신의 손에 달려있던 아대를 빼서 로제에게 건네주었다.

"니들은 이거 탐내지 말고 방금 전의 충격적인 눈호강으로 만족해라."

... 예. 그러겠습니다. 얼마나 저게 가지고 싶었으면. 로제는 자신의 손목에 그 아대를 끼고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 자존심과 바꿨으니까. 빼앗으려는 시도는 하지도 마세요."

말 그대로. 자존심과 아대를 바꾼 로제는 그 아대를 슥 쓰다듬고는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깐 아대를 살펴보던 로제가 그대로 바다로 뛰어내렸다.

"로제?! 수치심을 못 견디고 자살을 할 생각이야?!"

나의 외침이 들리고, 바다로 떨어지던 로제가 아대에서 피슉, 소리와 함께 난간에 실을 박아넣고, 그대로 자신의 몸을 당겨서 다시 갑판 안으로 착지했다. 굉장히 움직임이 능숙한게, 꼭 스x이더맨이나, 배x클로 쓰는 박쥐인간 같다. 양 손에 엄청 커다란 커터칼 들고 다니면서 거인 잘 썰겠는데?

"뭐, 아대가 좋은 주인을 찾은 모양이니까. 이걸로 만족스럽네. 그치?"

라고 말한 다음,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로제를 보며 성대모사를 시작했다.

"선장니이이임~ 그거, 그거! 로제 주세요! 네? 네? 막 이런다, 아하하하하하핫!"

로제는 자신의 평생 놀림거리를 마리아에게 넘겨주고 아대를 받았다.

뭐, 잠깐의 놀림이 지나가고 나서. 나는 러셀의 검을 다시 바다의 날개에 박아넣고 외쳤다.

"모두, 귀여운 로제와 함께 물대포를 잡아라!"

제발 그만하세요! 라는 로제의 절규와 함께 우리는 바다의 담요로 다시 출발했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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