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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09화 (10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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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해군이 출발할 준비를 마친 모양이다. 수많은 함선들이 메이너스 군항에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녀석들은 바다의 담요에 도착할 것이다. 바다의 담요에 있는 공터. 평상시에는 해적들을 대상으로 몸을 파는 여자들과, 술과 음식을 파는 노점상 같은 것들이 가득 차 있던 이 공간에 수많은 해적들이 모여있었다. 약간 높게 만들어진 넓은 단상 위에는 꽤나 이름 날리는 해적선장들이 모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가 한 손에 졸리 로저를 걸은 깃발을 손에 쥐고 단상 위로 올라가 그 깃발을 단상 위에 꽂아넣었다. 모두가 바라보는 가운데에, 침묵과 함께 사람들의 입에서 올라오는 하얀 입김이 눈에 들어온다. 마리아가 씨익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치?"

마리아는 말을 하고 나서 입에 시가를 물고 불을 붙였다. 잠깐 시가의 꽁무니에 붉은 불꽃이 일어나다가 이내 사그라든다.

"이전에 말하지 않았었냐, 함께 해서 좆같았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근데 씨발 일년도 채 안 지나서 또 이 좆같은 것들이랑 같이 일하려니 내 가슴이 기쁨에 벅차올라 터지려고 한다."

히죽히죽 웃는 해적들, 그리고 마리아도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로 입을 열었다.

"물개들이 또 온단다. 지겨운 새끼들. 보부상이랑 눈 맞아서 도망친 마누라 찾는 남편같단 말이지. 그렇게 쳐맞고도 또 기어들어와요."

그렇게 쳐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지. 마리아는 거대한 단상 위에서 무슨 스탠드 코미디 하듯이 한탄을 하다가, 머리카락을 위로 슥 쓸어올리면서 주변을 바라봤다.

"우리가 존나 우스운 모양이야."

마리아는 자신의 옆에 박혀서 졸리 로저를 흩날리고 있는 깃대를 손등으로 툭툭 건드렸다.

"바다의 담요는 해적 러셀이 발견한 이후로 계속해서 로른 해 해적들의 근거지였다."

다시 마리아가 입으로 시가를 가져가고, 빨갛게 불이 일어난다.

"이곳은 우리들에게 중요한 곳이다. 여기에서 함께 술을 퍼먹던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동료고, 어떤 누군가의 친구일 것이다. 수많은 해적들이 이곳에서 쉬고, 바다에 나가서 해적질을 하다가 죽는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마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다른 새끼들의 배를 약탈하고 사람을 죽이는 존나 나쁜 새끼들이야! 근데 우리가 더 최악인 점이 뭔지 아냐?!"

그 말에 모두가 마리아를 바라보고, 그녀가 히죽 웃으면서 피스톨을 꺼내 자신의 선장모를 살짝 고쳐쓴다.

"우리가 하는 건 괜찮은데. 우리가 당하는 건 못 참거든. 우린 진짜, 존나 나쁜 새끼들이니까."

저렇게 당당하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기적인 말을 외치다니.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하면서도 마리아는 당당하다.

"녀석들이 우리를 뚫고 바다의 담요로 들어오면, 당연하지만 건물이 불타고, 배가 부서지고, 건물들이 작살나겠지. 우리가 남들한테 해왔던 것처럼! 어떻게 보면 그 동안 좆같이 산 우리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천벌일지도 몰라, 안그러냐?"

마리아의 말에 모두가 잠깐 입을 헤 벌린다. 그러니까, 지금 저거 우리 사기 높이려고 하는 말 맞지? 그리고 마리아가 허공에다가 대고 피스톨을 당겨 큰 소음을 낸 다음 아래 사람들을 바라봤다.

"천벌 좆까. 난 남들 죽이고 물건 약탈하면서 더 오래오래 살거야. 바다의 담요로 오고 있는 해군들이 천벌의 대행자이고, 우리 엉덩이를 때리러 오는 엄마일 수도 있지!"

마리아가 다시 말했다. 좆까! 그 강렬한 쌍욕의 울림이 단상에서 터져나와 공터에서 마리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귓가를 두들긴다.

"근데, 우리가 그걸 그냥 아, 우리가 잘못했어요! 라고 반성하면서 당하면 그게 무슨 해적이야?! 신과 운명에게 모든 걸 맡기는 건 수도사의 몫이지! 우린 해적이니까! 사람 죽이고 돈 뜯어내고 무고한 새끼들 죽이는 원래 뼈속 부터 썩어 빠진 새끼들이니까! 다 좆까라 그래. 설령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저 해군들이 바다의 여신이 보낸 대리자라고, 여기에서 우리가 부서지는게 운명으로 정해져있다고 해도!"

마리아가 서늘한 눈으로 모여있는 해적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딴거 몰라, 우린 나쁜 새끼들이고 우리가 남의 것 뺏는 건 괜찮은데. 남이 우리꺼 빼앗는 건 못 본다. 우리는 그래서 해군이랑 싸우는거야. 이겨서 살아남고, 남의 물건 더 많이 뺏으려고."

존나 나쁜 새끼들! 이라면서 마리아가 킬킬킬 웃고, 그걸 보던 사람들의 입가에도 히죽거리는 음침한 웃음이 번진다.

"저것들이 이기면 우리 다 교수형이고, 앞으로 한 동안 상선들은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겠지?! 그런 꼴 내가 볼 것 같냐! 이런 씨팔, 내 30% 내놓고 가란 말이야."

그 외침에 해적들이 일제히 그래! 라고 외치면서 낄낄거리고. 마리아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준비해라, 폭풍이 불어온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면."

마리아가 자신의 선장모를 벗어서 고개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고 말했다.

"또다시 함께 하게 되어서 굉장히 좆같습니다, 바다의 신사 여러분. 또 한 번 진탕 놀아봅시다."

우리도 좆같다! 라는 외침과 함께 모인 사람들이 모두 킬킬거리고, 마리아는 단상에서 뒤로 빠지고. 그 다음으로는 내가 올라왔다. 나는 굉장히 귀찮은 표정으로 두루마리 하나를 손에 들고 흔들어 보였다.

"이게 내가 생각하고 있던 계획이었는데 말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두루마리를 탁 풀었고, 거의 내 키까지 내려오는 두루마리의 길이를 보고 해적들의 얼굴이 굳는다. 나는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말했다.

"... 그냥 쉽게 갑시다. 안개 끼면 있는 대포 다 쏟아부으시면 됩니다. 다 끝나고 나면, 바다의 날개에서 깃발 올릴테니까. 안개 속으로 달려들고, 안개 거두어지면 그대로 건너가서 칼춤 추세요. 뭘 씨발 어렵게 이런 거 생각하고 있었는지."

내가 가끔 이상해지는게, 어차피 상대들이 알아들을 수도 없을 텐데 쓸데없이 세세하게 뭔가를 만들어 놓는다는 말이지. 일대 일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협상은 내가 마리아보다 잘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역시 마리아가 더 나은 모양이다.

이게 카리스마인가. 해적들 사이에서도 해군과 싸우는게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을 가지는 녀석들이 꽤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마리아가 이야기를 한 다음에는 제법 사기가 충전되어있다.

여기에서 내가 괜히 복잡한 계획 들이밀면서 사람들 골통 싸메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혼자 속으로 탄식했다. 내가 이 종이 쪼가리에 들인 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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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거대한 연병장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에밀이 거대한 단상 위에 올라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명의 시민들이 이번 출정에 대해 말합니다. 카멜롯 왕국이 해군력을 키우고 있는 이 마당에 해적들과 싸워서 좋을게 뭐가 있냐고. 좋든 싫든 피해를 입을 텐데, 그러면 카멜롯 왕국 좋은 일 시켜주는게 아니냐고."

에밀의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린다. 그 말은 사실이다. 아이리 해군이 해적들과 싸우면 이기던 지던 일정량의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연병장에 모여있는 자들은 해군의 선장과 항해사 뿐이 아니라, 아이리 공화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 인물들을 비롯해서 통칭 국민을 대변한다는 사람들과, 구경을 나온 시민들도 잔뜩 있었다. 그리고, 오늘 에밀은 이 자리에서 저 사람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이 말을 먼저 꺼냈다.

에밀이 지금 바다의 담요를 공격하는 이유는 마리아 해적단이다. 그 해적단 안에 있는 로제를 취하고, 마리아와 레이먼드의 면상을 본 다음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괴롭히고 죽이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가 이 모든 일의 시발점. 녀석들은 에밀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해적들을 공격하면 바다의 날개는 반드시 참가해야 할 테니까.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수천의 목숨을 사지에 밀어넣는 사악한 행위이다. 더 나아가서는 아이리 해군의 힘을 약화시켜서 카멜롯 왕국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다.

반대의 목소리가 없을리가 없지. 그런 목소리가 없으면 이 나라는 병신들만 모여 사는 병신들의 나라다.

에밀 스스로는 사람들의 감정을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동요되는 자들을 경멸한다. 하지만, 상대의 감정을 활용하는 능력은 높게 평가한다. 카지노에서 한탕을 노리며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패를 보는 도박꾼은 병신이지만. 그 사람 앞에서 카드를 돌리는 딜러들은 병신이 아닌 법이니까.

그래서 에밀은 이런 연설을 통해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도 좋아한다. 에밀이 침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카렌 시트러스 양은, 게렛 어촌에서 무료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던 선량한 아이리의 시민이었습니다. 젊을 적에 남편을 여의고, 맹인 아들과 함께 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지요. 해적들에 대한 정보를 해군에게 건네주고 받은 수령금을 미련없이 병자들을 위한 약의 구입에 사용할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는 시민이었습니다."

에밀은 잠깐 말을 멈추고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 고귀한 여성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더 올바른 것을 위해서, 자신이 믿는 신념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괴로움을 달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사용한 이 여성이 어리석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어리석은 일이지만, 사람들을 이런 어리석은 행위를 아주 좋아한다.

"정의와 신념을 품고 있던 카렌 시트러스 양은, 해적들의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주었다는 이유로 죽었고, 그녀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맹인 아들은 현재 실종되었습니다."

그 실종 된 아이는 지금 에밀의 지하실에 가두어져있지만. 그걸 말해야 할 이유가 없지.

에밀은 잠깐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이내 눈에 눈물을 잔뜩 머금은채로 외쳤다.

"세레나 에버힐! 마리오 레드발렌! 데이비드 코트린! ...."

수많은 이름들이 에밀의 입 밖으로 터져나온다. 모두가 해적들의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죽은 사람들이다.

"모두가 아이리 공화국의 신념, 자유와 평등을 믿고 우리와 함께 살던 선량한 시민들입니다. 그런 그들의 무고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습니까?!"

에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꽉 쥔 에밀의 손이 부르르 떨린다.

"이들의 복수를 해주는 것은, 아이리 공화국에게 있어서는 카멜롯 왕국에 대해 스스로 취하고 있던 유리한 고지를 버리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카렌 시트러스 양은 당장의 손해보다 더 큰 신념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그녀는 위대한 영웅이 아닙니다. 계시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시민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럴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신념을 위해서 당장의 이득을 포기 할 수 있다고!"

에밀은 단상에 있는 연설대를 주먹으로 강하게 내려쳤다. 카렌 시트러스를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는 다 거기서 거기인 평범한 소시민 또는 오히려 별로 착하게 살지 않던 사람들도 있지만, 에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느사이엔가 카렌 시트러스 양에서 그들로 바뀌어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했던 것 처럼. 우리도 숭고한 희생을 할 때입니다. 아이리 공화국이 그들의 국민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해군 제독 에밀 메이너스는 기꺼히 우리가 카멜롯 왕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유리한 고지를 포기하겠습니다! 그들의 선량한 국민들이 죽는다면 어떠한 보복을 가하는 지를 보여주겠습니다! 하늘에서, 우리와 함께 했던 소중한 시민들이 오늘의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에밀은 연설대에서 옆으로 나와 앞으로 나아간 다음 앞에 앉아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아이리 공화국 시민 한 분의 목숨은! 천 명이 넘는 해적의 목 따위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목숨입니다!"

에밀은 잠깐,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숙여진 그의 얼굴 아래로 계속해서 눈물 방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자랑스런 아이리 공화국의 시민 여러분, 그들을 지키는 군인 여러분! 자유와 평등이라는 아이리의 신념을 믿는 모든 여러분! 우리는 우리의 무고한 시민들을 잔인하게 죽인 해적들에게 인벌의 가면을 쓴 천벌을 내리기 위해 출정합니다. 그로 인해서 다소의 희생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자유와 평등,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군대, 무고하게 죽은 시민들을 위해 출정하지 않는 군대는 아이리 공화국에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해적들의 근거지, 바다의 담요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결정이, 부디 죽어간 무고한 시민들에게 약간의 위로라도 되기를 바랍니다. 에밀은 연설을 마치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에밀의 연설을 구경하고 있던 시민들이 뒤편에서 환호하며 소리쳤다.

"천벌을! 징벌을! 해적들에게 복수를! 우리의 신념을 보여주자아아아아!"

뒤편의 목소리들에, 이번에는 앞의 자리에 앉아있던 의원들과 대통령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에밀은 뒤로 돌아 굳은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가면서 속으로 웃었다. 어차피 자유와 평등이라는 것은 이런 하찮은 물건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저 목소리를 거부할 수 있을까. 이걸로 에밀이 해적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목소리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집단의 광기 아래에, 소수의 지성은 더운 물에 들어간 각설탕처럼 녹아내리는 법이니.

거짓 눈물 약간에 정의니 자유니 신념이니 하는 그럴듯한 포장을 해서 던져주면, 우민들은 좋다고 받아먹는 법이지.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바다의 담요에서 결착을 짓는 일 뿐.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어제 못 올려서 죄송해요. 갑자기 글변비에 걸리는 바람에...

6시간 동안 1200자를 썼어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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