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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 크러쉬 - 쥐와 고양이
에밀은 자신의 앞에서 태연하게 눈을 감은채로 차를 마시고 있는 어린아이를 바라봤다.
"여기에는 어떻게 들어왔니, 아이야?"
에밀의 따뜻한 목소리에 소년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가면은 그만 벗고 이야기 하죠. 에밀 메이너스 제독.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어떤 사람인지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소년이 눈을 뜨자, 에밀은 아이의 눈을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봤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눈은 아니다.
"요즘 애들 사이에는 그런게 유행하나?"
아이의 눈에는, 흰자가 있어야 할 자리까지 온통 검은 색이었다. 에밀의 말을 듣고 아이가 히죽 웃었다.
"제가 특이한거죠."
아이는 잔에 담긴 찻물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레인 시트러스라고 합니다."
레인 시트러스... 레인 시트러스라. 에밀이 흠, 하는 소리와 함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긴 한데."
에밀의 말에 레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뭐, 기억하실 필요는 없어요."
토톡, 하고 레인이 손톱으로 테이블을 건들자, 찻잔에 담겨있던 찻물이 밖으로 빨려나와서 레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검은자와 흰자의 구분이 없는 새카만 눈과, 레인의 주변을 둥실거리며 떠다니는 찻물을 보면서 에밀이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목소리는 이미 아까의 위장을 벗어던진 서늘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뭐하러 여기는 온 거지? 검은 눈 꼬맹이?"
에밀의 말에 레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레인의 말에 에밀이 턱을 괸 채로 무심하게 대답했다.
"눈 앞에서 물방울 몇 개 띄우는 걸로 놀랄 나이는 지났지."
에밀은 말을 마치고 레인을 바라보았고, 그 눈은 닥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고 말하고 있었다. 레인이 입을 살짝 벌리자 다시 찻물이 약간 레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해적들의 근거지 중에서, 바다의 담요라고 하는 곳이 있다지요. 아직 해군들이 찾아내지 못한 장소."
에밀이 레인을 바라봤다.
"그래, 그런데?"
에밀이 깍지를 깐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레인을 바라봤다.
"저는 위치를 알고 있는데, 알려드릴까요? 선량한 시민의 제보라고 하는건데."
에밀이 픽 웃었다. 꼬맹이 주제에 어른인 척 하려는 건지 단어 선택이 제법 신중한데.
"선량한 시민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궁금해지는군."
에밀의 말에 레인이 대답했다.
"아, 거기에 지금 머무르고 있는 녀석들 중 숨쉬고 있는게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몇 명 있거든요."
에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가에 기대서 레인을 바라봤다.
"그래. 기억이 났어. 카렌 시트러스라는 희생자에게 아들 하나가 있었지."
최초에 마리아 해적단에게 죽은 여자라서 이름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었다. 에밀은 스물스물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스토리는 그려진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원하나?"
고전적인 갈등관계군. 에밀은 속으로 그렇게 평가하면서 소년을 바라봤다.
이거 또 재미있는 물건이 하나 나타났구만. 에밀은 흥미를 느끼면서 눈 앞의 고아를 바라봤다.
"찻물을 공중에 띄우는 능력이라, 그걸로 복수를 하기에는 조금 빈약하지 않나?"
레인이 에밀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 대답했다.
"한 방울의 물도, 집채만한 파도도. 결국은 하나에요. 바다도 찻물과 다를 건 없습니다."
말하면서, 레인은 에밀이 기대어 있는 창가로 다가갔고. 에밀의 시선이 레인을 따라 움직였다. 레인의 손가락이 빙빙 돌기 시작하자, 창가에 비치는 저 먼 바다의 물이 빙글빙글 돌면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래, 그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이야기를 진행할 마음이 생기지."
큭큭거리면서 에밀은 빙빙 도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레인에게로 돌렸다.
"그런 힘을 가지고, 굳이 나에게 바다의 담요 위치를 알려주려는 이유는?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에밀의 말에 레인이 아하하, 하고 건조하게 웃으면서 의자로 다시 돌아가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었다.
"바다의 담요는, 인어들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어졌거든요. 지금은 다가기 힘들어요. 바다의 악마라고 알고 있나요? 이 힘은 그들에게 영혼을 팔고 얻은 힘이라서."
에밀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럼 꼬맹아. 잘 알고 있지. 그런 어중이떠중이들한테 누가 넘어갈까 했더니만. 역시나 덜 자란 꼬맹이정도가 최선이었던 모양이군.
"어차피 네가 가지고 있을 원한은 여해적 마리아 아닌가? 그녀가 언제까지고 그 담요 안에서 노닥거리고 있지는 않을텐데."
에밀의 물음에 레인이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 여자가 타고 다니는 바다의 날개는 나가의 유물이에요. 지금은 쳐다보는 것도 불가능하죠. 그 배에 접근하는 건 바다의 담요로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위험해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모를까... 그것보다, 이제 대답을 듣고 싶은데요. 라고 레인은 말하고 에밀을 바라봤다. 그리고, 에밀이 말했다.
"대가는?"
레인의 표정이 약간 무너졌다.
"바다의 담요 위치를 알려주는 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에밀이 팔을 꼰 채로 레인을 바라봤다.
"어차피 너는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 찌질한 친구들에게 영혼을 팔 정도면 마리아에게 어지간한 증오를 품고 있는게 아닐텐데 말이야."
그런 약점들은 숨기는게 좋단다 꼬맹아. 스스로 나는 이래서 불가능해요, 라고 말하면 그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쪽에서는 가지고 놀고 싶어지잖아. 에밀은 몸 속에서 약간 흥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것도 잠깐의 유흥거리는 될 것 같은데. 에밀의 입가가 거의 귀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레인의 귓가게 속삭였다.
"잠들어도 잠을 자지 못하고, 눈을 감으면 그때의 장면이 생생하지? 기분이 어떨까. 스스로의 무력함을 원망하나? 만약에,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지새고. 눈물로 적신 이불에서 일어나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죽은 사람을 그리나? 네 엄마는 죽을 때 널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의 영혼이 이 상황을 볼 수 있다면, 뭐라고 할까?"
에밀의 말에 레인의 표정에 금이 가고 레인의 주변을 돌던 찻물들이 에밀의 얼굴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한다.
"그만해, 제독. 자기 방 안에서 익사하는 수가 있어!"
레인의 말에 에밀이 자기 얼굴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찻물을 바라보며 웃는다.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해봐."
에밀은 그렇게 대답하고 천천히 레인에게로 다가간다.
"...?"
해보라고. 에밀의 입가에 웃음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한다.
"죽여보라고."
에밀은 자신의 코 언저리에서 둥실거리고 있는 찻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비웃음을 띄우고 말했다.
"아이리 공화국의 해군은 내가 지배하고 있지. 네가 바다의 담요라는 곳에 다가갈 수 없다면 말이지..."
에밀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천천히 레인에게 다가가고 그럴때 마다 레인은 에밀의 목을 겨누고 있는 날카로운 단검을 뒤로 뺀다. 에밀은 어느새 레인의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에밀이 처음으로 바라보면서 소름끼친다고 생각했던 악마의 얼굴보다, 수십배는 더 끔찍한 웃음을 지으면서 레인과 눈을 맞추었다.
"한 국가의 제독인 나 말고 누가 바다의 담요를 공격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 나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은 많겠지. 하지만 그들 중에서 누가 너의 모습을 보고 함께 일하려고 들까?"
에밀의 말에 레인이 침묵했다.
"그런 거란다, 아가야. 네가 나를 지금 죽일 수는 없어."
사실, 그런 사소한 이유 같은게 아니라도 에밀은 이 꼬맹이가 자신을 죽일 수 없다는 것에 꽤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에밀은 레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빠르게 레인의 본질을 꿰뚫었다. 이 녀석은 아직 사람 피 맛을 본 적도 없는 애송이다. 에밀 정도 되는 싸이코가 사람 죽여본 녀석과 안 죽여본 녀석을 판단하는 눈이 없을리 없지. 제 아무리 손짓 한 번에 수천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쥐고있다고 해도 그 전에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서야 아무런 쓸모가 없는 법이다. 역시, 가지고 놀면 아주 재미있겠어. 에밀은 결론을 짓고는 씨익 웃었다.
이 복수심에 불타는 순진한 꼬맹이의 머릿 속에는, 에밀을 죽이고 다른 녀석이 제독이 되게 한 다음에 협박한다는 선택지 같은 건는 애초에 떠오를 수도 없었던거다.
에밀은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나로 하여금 바다의 담요를 공격하게 하고 싶으면. 더 괜찮은 보수를 생각해보렴."
이거 또 재미있는 놀잇감이 생긴 것 같은데. 에밀은 머리를 굴리면서 눈 앞의 소년을 요리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 영혼을 판 아들이라. 너무 고전적이여서 지루할 지경이야. 내가 약간 향신료를 첨가해 줘도 좋겠지.
"어차피 당신이 공격해야 하는 곳이잖습니까!"
레인의 말은 사실이지만. 에밀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딱히 네 도움은 필요가 없지. 우리는 바다의 담요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거든."
럼보틀이라는 대안도 있으니까. 바다의 담요를 공격해달라고 애원을 하는 이유는 그 근처에 분명히 마리아의 해적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뭘 바라는거죠?"
에밀이 말했다.
"딱히 바라는 건 없는데.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 싶다. 여해적 마리아와 그 일당의 죽음을 대가로..."
넌 뭘 해줄 수 있지? 에밀의 입가가 다시 쭉 찢어진다.
"... 그걸 위해서 악마한테 영혼까지 팔았어요! 더 줄 수 있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에밀이 입을 열었다.
"그럼, 간단하구나."
에밀은 그러면서 살짝 들어올려서 뭔가를 쥐는 시늉을 했다.
"복수를 위해서 사후를 악마에게 넘겼다면."
오른손을 들어올려 비슷한 동작을 하면서, 에밀은 레인을 바라봤다.
"너의 삶은 복수를 위해 나에게 넘겨라. 여해적 마리아를 너한테 넘길때, 나는 너에게 약 하나를 먹일거야. 아주 독한 마약이지. 악마와 계약을 했던 뭘 했던, 육체가 사람인 이상에야 거역할 수는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순식간에 뇌를 녹이고, 그 약을 주는 사람에게 목숨바쳐 충성하는 백치가 되는 약이다."
레인의 눈이 에밀을 바라봤다. 떨리던 눈동자가, 천천히 잦아들고 마침내 레인의 입이 열렸다.
"하지만, 그 약이 저한테 통할 거라는 보장을 없을텐데요?"
그건 중요한게 아니야. 에밀이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었다.
"내 예상이 벗어나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내가 정리해야 할 일이지."
에밀의 말에 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레인의 말에 에밀이 큭큭큭거리다가, 이내 크하하하하핫! 하는 폭소를 내뿜고 레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레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을 어떻게 믿죠?"
혀로 딱, 하는 소리를 낸 에밀이 레인을 바라봤다.
"바로 그거야. 거기부터 시작을 했어야지. 내 정신 좀 보라지."
입술을 날름 핥은 에밀은 레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너를 어떻게 믿지? 내가 약을 준다면 네가 순순히 먹을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레인은 침묵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레인이 에밀을 믿을 수 없는 것 처럼 에밀로 레인을 믿을 수 없다.
"내가 너를 신뢰할 수 있게 하려면. 일단은 작은 호의를 들어주는 것 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
무료봉사 같은거지. 맛보기라고 할까. 시장 안 가봤나? 아, 장님이라 모르려나. 라면서 에밀이 혼잣말을 하다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과일을 살 때, 이게 맛이 어떤지 알아보려고 조금 잘라먹는 것 같은거야."
에밀이 흠흠흠흠 하는 웃음과 함께 레인을 보며 손가락 세 개를 올렸다.
"내 부탁 세 개를 들어준다면. 네가 계약을 이행하리라 믿고 바다의 담요를 공격하지. 담요의 위치는, 네가 내 부탁을 다 들어주고 난 다음에 듣는 걸로 하겠어."
마음에 드나? 에밀의 말에 레인이 대답했다.
"저는 당신을 어떻게 믿냐고 물었어요."
에밀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레인을 바라봤다.
"방금 전에 찻물로 만들어낸 단검들은 다 뭔데? 손가락으로 바다에 소용돌이를 만드는 그 힘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 내 목 따는건 힘든 일도 아니지 않나?"
이쪽이 계약 상 약자라고, 라면서 양손을 살짝 들어올리는 에밀.
"원래 상대적으로 약한 쪽에서 강한 쪽의 신뢰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법이야. 강한 쪽은 그냥 죽여버리면 되지만... 약한 쪽은 나중에 배신당하면 찍소리도 못하잖아."
싫으면, 그냥 없던 이야기로 하자고. 라는 에밀의 말에 레인이 그를 노려보다가 말했다.
"... 좋아요. 부탁 세 개. 나중에 약속을 어기면,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드리죠."
걱정 말라고. 에밀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테이블을 손등마디로 탕탕 치면서 말했다.
"협상 끝!"
아이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악의 씨앗이 되었고. 완전히 피어난 악이 그 씨앗을 키워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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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술 먹어서 죄송해요. 어제 글을 올리려고 컴퓨터를 킨 다음 기억이 없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ㅠㅜ
ps. 6연참... 시도했는데 한계에 막혔어요. 죄송해요. 전 패배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