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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00화 (10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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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 크러쉬 - 쥐와 고양이

요 전에, 내가 매를 날려보내서 로제에게 보낸 쪽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1. 절대로, 절대로! 잡히면 안된다. 살펴보고 안될 것 같으면 미련없이 빼라.

2. 천천히 해도 상관없다.

3. 정보제공자들보다 해적 사냥을 하는 녀석들의 이름을 우선적으로 보내라.

가장 중요한 건, 절대로 잡히면 안된다는 것. 거기에는 특별히 내가 별도 다섯개 반짝반짝 그려줬다. 잡히지 말아라. 일단, 바다의 날개가 도망다니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바다 위에서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는 녀석들은 없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은 옛날에 심심하면 보곤 했던 어떤 만화와 굉장히 닮아있다. 회색 고양이 하나랑 갈색 쥐새끼 한 마리가 나오는 만화. 쥐새끼는 도망다니고 고양이는 쫒아다닌다. 다만, 지금까지는 쥐새끼가 두 마리 있는데.

한 마리를 잡는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고양이 쪽에서 알게 되면, 그나마 잡을 가능성이 있는 녀석 한 마리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할 것이다. 게다가, 로제가 잡혀버린다면 우리 쪽에서 구하러 가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러면 우리의 행동까지 제한된다.

... 라고 마리아에게 설명하니까 되게 사람 놀리는 표정으로 '우와, 같이 섹스까지 한 소녀 걱정하는데 그런 구차한 핑계가 필요해? 솔직하지 못하긴.' 하고 말해서 굉장히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지만 말이야.

공급되는 명단이 없으면 우리가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럼주병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면서 조타륜을 잡고 살짝 돌렸다.

보내주는 명단에 가짜가 섞여 있어도 문제가 될 건 없다. 어차피,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정보 제공자들은 공격할 생각이 없으니까. 첫 타석에 우리가 들어가서 안타를 때려준 이후로, 기타등등들도 나서서 정보제공자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굳이 우리가 거기에 한 손을 더 거들 필요는 없지.

우리는 해적 사냥꾼들만 이제 파고든다. 다른 해적들이 사냥꾼 하나를 잡으려면 서너척이 달라붙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그 반대여도 상관이 없으니.

그렇게 우리는 마음을 먹었고, 도망치는 쥐새끼의 역할을 맞고 있는 우리는 빠른게 최고로 중요한 미덕이었기에. 결정내린 사항의 이행이 굉장히 빨랐다.

그게 우리가 지금 굉장히 쎈 바람과 높이 이는 파도 가운데에서 괜히 불쌍한 범선 세 척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이유다.

빠른 속도로 주변에 물보라를 만들면서 바다의 날개가 미끄러지고, 그 뒤편으로 쏟아진 포탄들이 작은 물기둥들을 만들어낸다. 우와, 저 새끼들 봐라. 내 눈에 상대편들의 선체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이 보이고. 나는 재빠르게 조타륜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반동으로 조타륜이 휘리리리 풀리고. 양 옆으로 물대포들이 발사되면서 균형이 잡힌다.

"그 상태로, 속도 올린다!"

나의 외침과 함께, 물대포들이 방향을 바꾸어서 뒤쪽을 향해 물을 뿜어내고, 배가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배들 사이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바람이 쎄고, 파도가 높게 일고 있어서. 움직이고 있는 배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있지만 습도도 그렇고 구름 상태도 그렇고. 비가 올 정도는 아니다.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내릴 비.

나는 빠르게 바다를 한 번 훑어보고 그대로 바다의 날개를 상대 배들에게 접근시키기 시작했고, 마리아가 그걸 바라보고는 외쳤다.

"괜찮겠어?! 너무 붙은 거 같은데!"

괜찮으니까 붙은거야. 내가 미쳤다고 상대 칼 들고 이리와 하고 있는데 그 앞으로 걸어들어가겠냐.

나는 빠르게 곁눈질로 밀려오는 파도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바람도 변화 없고... 이대로라면 맞고 싶어도 맞을 수가 없다. 마음 속으로 숫자를 셋 까지 세었을 때, 파도가 높게 일어나고, 상대쪽에서 화약 연기와 함께 발사된 대포알들이 넘실거리는 파도의 벽에 막혀 우리 배로 도착하지 못한다.

파도가 지나간 다음에는, 급하게 포를 다시 장전하고 있는 상대가 눈에 들어왔다. 마리아가 곧바로 포격을 명령하고, 뿜어지는 물대포들이 두 척의 배를 후려치고 지나간다. 그 반동을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조타륜을 돌리자, 곧바로 발사되는 물대포의 힘으로 배가 크게 호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계속해서 상대는 포격을 시도하지만. 호선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는 바다의 날개를, 이렇게 파도가 높이 이는 가운데에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파도가 높으면, 배가 흔들리니까. 사실 상 서로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상태에서의 포격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상태.

크게 상대 배 주위에서 돌리고 있던 바다의 날개를 움직여 다시 상대의 뒤통수 근처를 슥 스치고 지나가자, 어김없이 발사되는 물대포가 상대의 뒤통수를 두들긴다.

그렇게, 녀석들 배 돌아가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바다의 날개가 휙휙 돌아다닌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가 상대해주던 세 척의 배가 모두 침수되어서 가라앉기 시작하고.

"고생해라, 요즘 날씨 춥던데!"

어차피 포가 다 물에 젖어버려서 공격당할 일도 없어진 상태에서, 마리아는 선장모를 손으로 한 번 들었다 놓으면서 상대를 향해 크게 외쳤다. 우리는 느긋하게 배가 가라앉는 광경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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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건 자유지만, 나갈 수 없다. 어떤 것도 탈옥을 막지 않아서 더 힘든 감옥. 미나에게는 자신이 타고 있는 이 방랑자라는 배가 그렇게 느껴졌다. 필요한 음식이 나오고, 물도 나온다. 배의 성능은 나무랄데 없이 완벽하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허깨비처럼 항상 침묵이 맴돌고 있었다. 아무도 없이, 누구도 배 안에 들이지 않고 혼자서 이어지는 방랑자 안에서의 생활들. 이따끔씩 출렁이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주변을 돌고 있는 액체들 말고는, 그녀가 이따끔씩 내는 소음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환경.

땅에 발을 올리지 못한게 벌써 한 달.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육안으로 마주 보지 못한게 벌써 한 달.

서로 대화는 가능하고, 상대의 얼굴을 보는 것도 방랑자를 배 위로 올리면 가능하지만.

마치 배 자체가 오랜 시간 하나의 선장을 섬기는 것을 거부하는 것 처럼. 이 배 안은 사람으로 하여금 오래 버틸 수 없게 하는 요소들이 치밀하게 배치되어있다. 여태동안 이 배에 있으면서 미나가 느낀 점이다.

해수면 위에 있을 때에는 조타실 주변이 투명하게 바뀌면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일단 방랑자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버리면 액체들로 보여지는 지도들을 제외하면 사방이 끔찍할 정도로 하얀 방 안에 갇힌다. 맡을 수 있는 냄새라고는 미나의 몸 상태를 점검해서 허기가 질 때 마다 자동으로 준비되는 식사 정도.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식사의 냄새를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없다. 온통 새하얀 방에 시각이 질려버리고, 냄새라고 할 것이 거의 없는 환경에 후각이 질린다. 소리라고는 없는 공간에 청각이 질린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온 몸이 지루함에 미칠 것 같다!

미나는 조타실 안에서 멍하니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너무 지겨워."

다른 해군 선장에게, 이 배를 넘겨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지만. 미나가 방랑자가 그녀에게 주고 있는 이 소름끼칠 정도의 고독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아이리 공화국에서 정식으로 미나를 이 배의 선장으로 임명한 뒤였다. 다른 말로 하면, 이 배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때, 그 배가 아이리 공화국을 떠나버리면 그 모든 책임을 미나가 져야 하는 것이다.

한 번 임명한 선장이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6개월 정도는 미나는 이 안에 꼼짝없이 들어가 있게 되어버렸다.

그녀가 선장이니까. 선원도 없고 항해사도 없는. 그녀를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생물이 아무것도 없는 이 무기질의 공간에 미나는 가두어졌다.

아직까지 미나가 스스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굶주림과 갈증으로 반쯤 죽어가는 상태에서도 이 배를 찾아낼 정도로 강인한 정신력과 이따끔씩 물 위로 올라와서 다른 선장들에게 임무를 전달 받는 동안의 짧은 대화,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방랑자를 해수면 위로 올리고 잠깐 나가서 맡는 바다 냄새와 햇볕 같은 것들 덕분이겠지.

장담할 수 있다. 그녀가 아이리 공화국의 해군으로써 가지고 있는 책임감과 방랑자의 선장이라는 직위가 주는 무게가 아니었으면 이 빌어쳐먹을 놈의 배가 바다 아래로 다니는게 아니라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배라고 해도 2주 안에 싸그리 때려쳐버리고 그냥 뭍으로 올라갔을 거다.

바다 아래를 다니는 감옥. 미나는 방랑자를 그렇게 정의내리면서 쓰게 웃었다. 한 구석에는, 조금이라고 이 어마어마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부탁한 책들이 잔뜩 쌓여있지만. 사람이 책만 보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도,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미나는 한쪽에 쌓여있는 책들 중 하나를 꺼내서 읽으면서 한 손으로 배의 항로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에밀 제독으로부터 받은 명령은 일단 하나였다.

해적들의 배를 하나 찾아내서 뒤를 미행한 다음.

아직까지 제대로 위치가 밝혀지지 않고 있던 바다의 담요 또는 럼보틀 만을 찾아낼 것. 다른 범선들은 방랑자가 미행을 하기 시작해도 알아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방랑자를 사용하는 방법 자체는 꽤 세련되었다고 평가 할 수 있다만... 미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쉬운 일이 아니야. 방랑자도 문제점이 없는게 아니니까."

방랑자는 바람에서는 완전히 자유롭다. 바다 아래를 다니니까. 바람이 어떻게 불던 관계 없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바다 아래를 흐르는 해류들에는 엄청 민감하고, 해류와 방향이 맞지 않거나, 해류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속도가 느리다. 뭐, 공기를 가르는 것 보다 물을 가르고 돌아다니는게 훨씬 더 힘들다는 건 걸어다니는 것 보다 헤엄치는게 더 힘든 것과 비슷한 이치니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미나가 지금 명령받은 임무의 수행에서 이것만큼이나 치명적인 요소도 없다. 위에서 부는 바람과, 바다 아래를 흐르는 조류가 서로 다르면 쫒아가는게 불가능해지고. 열심히 쫒아가는 와중에도 해적선들이 휭 하고 가버려서 손가락만 빨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여섯 척의 해적선을 찾아냈지만, 녀석들을 끝까지 쫒아가는 걸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차라리 그냥 해적 배를 보면 바로바로 침몰시키라는 명령이었다면 어려울 것도 없었겠지. 그냥 끌고 바다 아래로 내려가버리면 되니까.

미나는 계속해서 혼자말을 중얼거리면서 배를 조작하다가 깊은 한숨을 쉬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 작품 후기 ============================

내일 뵙겠습니다.

ps. 100회가 되었네요(선작도 아직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일단 6000을 넘었었고, 조회수도 조만간 60만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제 이야기를 봐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외전 한 편(본편이랑 전~혀 상관이 없어요)을 올려볼까요, 아니면 그냥 쭉 달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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