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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93화 (9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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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 크러쉬

"다음에 도착하실 곳은 게렛 어촌, 게렛 어촌입니다. 파도는 3m 정도로 높게 일고 있으며, 바람은 흔들바람(풍속 8~10m/s) 수준으로 불고 있게 되겠습니다."

조타륜을 살짝 조종하면서 나는 러셀의 검을 돌려 속도를 줄였다.

"좋아. 여기서 배 멈추고."

마리아는 파도 때문에 흔들거리는 배에 서서 단검 한 자루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들고는 말했다.

"갑판장은 남고..."

마리아는 햇볕에 단검을 이리저리 비춰보면서 입을 열어 사람 몇 명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요 근래에 보기 드물게 날카로웠다.

"... 그리고, 레이먼드까지. 이상은 배에서 내리지."

그래, 내가 가는게 당연하다. 어찌 되었던 간에 러셀의 검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으니까. 선원들이 미쳐서 배 들고 튀는 일은 내가 없으면 절대로 못한다. 마리아는 단검을 다시 집어넣고는 말했다.

"목적은 간단해. 이 어촌에 살고 있는 어떤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을 찾아내면 되는거야."

힘이 들어가있는 마리아의 눈이 선원들을 슥 둘러봤다.

"쓸데없이 시선 집중시킬만한 일 벌리면 내 손에 다 뒤진다. 무기도, 눈에 띄는 거추장스러운 것들 끼지마."

마리아의 허리 춤에 항상 메어져 있던 푸른 커틀러스는 오늘 풀려있었다.

이상, 이라고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돛단배에 올라탔고, 뽑힌 서너명의 사람들과 함께 나도 거기에 올라서 뭍에 상륙했다. 내리자마자, 마리아는 이끼가 이리저리 끼어있는 바위 위를 능숙하게 걸어가면서 말했다.

"후딱 끝내고 돌아가자고. ... 넌 뭐하고 있냐?"

마리아가 걷는 것 처럼 암초 위를 걸어가려고 하다가 미끄러질 뻔했다! 휘청거리는 나를 보면서 마리아가 픽 웃고는 휙휙 바위 위를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좋겠다. 나는 몸이 내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라 말이야. 천천히 바위를 오르던 나는 뒤편에서 들리는 고통에 찬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한 명이 실수를 한 모양이다.

마리아가 그대로 그 이끼로 미끌거리는 바위를 평지 달리듯이 달려서 그쪽으로 다가간다.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혹시 마리아는 외계인이 아닐까? 아니면 신발에 문어 빨판이라도 깔아놨나?

여튼, 빠른 속도로 선원 앞에 다가간 마리아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야, 뭐야."

그 말에 선원이 크으으,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숙인다. 쪽팔린 모양이다. 마리아가 그 꼴을 보다가 남자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한대 쥐어박고는 말했다.

"씨발, 조심 좀 하면서 다녀라. 눈깔 왜 달고 다니냐. 신발 벗어봐."

부츠를 벗은 선원의 다리는 눈에 띄게 부어오르고 있었고. 나는 그 다리를 바라보며 한 숨을 쉬었다.

"심한데. 뼈 상했네."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일단, 로제 다쳣을 때에도 급한대로 치료는 해주었지만. 그때는 어떻게 치료할 만한 것들이 있었던 것 뿐이고. 어차피 지금 배 안을 뒤져봐도 쓸 만한 건 없을 텐데. 나는 그 상처를 보다가 머리를 긁었다. 지금 당장 다쳤다고 배로 돌려보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안에 치료할 물건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에는 혼자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뼈가 상했으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이 친구는 한달은 일을 못할텐데.

"... 차라리 어촌에 뭐라도 있기를 바라던지 하는게 좋겠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빠르게 그에게로 다가가서 상의를 약간 찢었다.

"가만히 있어라."

그걸 붕대 삼아서 일단 빠르게 발을 고정시킨 나는 다른 녀석들을 보면서 말했다.

"부축해."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어촌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촌 안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이나 상당히 규모가 작았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 아닌지,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시설들도 전혀 없을 정도다.

"수월하겠네."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거리를 한 번 훑어보다가. 노인 한 명을 발견하고 다가가서 말했다.

"잠시, 실례 좀 해도 괜찮을까요?"

라고 말하면서 부드러운 웃음을 짓는 마리아를 보고 나는 등골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남자 목에 단검 들이밀고 살벌한 표정 짓는 경우가 가장 많던 여자가 갑자기 굉장히 온순하고 청순한 아가씨 같은 표정을 짓다니.

마리아의 어울리지 않게 상냥한 목소리에 노인이 슬쩍 올려다보고는 말했다.

"이런 벽촌에 뭐 볼게 있다고 왔나?"

그 말에 마리아가 머리를 긁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지금 동료 한 명이 다쳐서요. 혹시 방법이 없을까 하고..."

그 말에, 노인의 눈썹이 살짝 들어올려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노인의 눈은 선원들에게 부축을 받고 있는 선원에게 향했다.

"흠, 다리를 다친 건가? 마을 공터에 가면 될 걸세."

그 말에, 잠깐 침묵하고 있던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아에게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마리아가 감사합니다. 라고 양 손을 앞으로 모아 공손하게 인사하는 걸 보니 이제는 머리가 어지럽다. 그리고 다시 뒤를 돌아서 이쪽으로 다가온 마리아가 픽 웃었다.

"일단, 방법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다행이네."

그 말에 선원이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선원의 이마를 손등으로 툭 때렸다.

"당연히 죄송한 일이지. 선원이 다치면 누가 일해. 또 얼뜨기처럼 다치면 그때는 그 쓸모없는 다리 확 잘라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다친 선원은 이끌고 어촌의 공터로 향했다. 사람이 쉴 만한 곳도 없는 이 시골 벽촌의 공터에 뭐가 있다고 가보라 한 건지 솔직히 잘 몰랐었지만. 가 보니까 왜 여기로 오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거기에는 밤색 단발머리를 하고 남자의 팔을 살펴보고 있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남자 한 명의 붕대를 풀고, 약을 바른 다음에 새 붕대를 감아주는 솜씨는 확실히 프로다. 저 정도면 충분히 신뢰를 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그 남자가 치료를 받고 나서 한 말에서 급부상했다.

"카렌 시트러스양, 항상 감사합니다. 여기 약소하지만."

이라고 말하면 남자가 내미는 돈을 보면서 카렌 시트러스라고 불리는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바뻐서 돈 받을 시간이 없어요. 죄송해요!"

그리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달려가서 독한 술로 메스를 닦아내고 그걸로 종기를 째기 시작하는 밤색머리의 여자. 그녀의 눈이 이쪽을 슬쩍 보더니 곧바로 뒤편에서 부축을 받고 있는 선원에게 향한다.

"다리 삐신거에요? 잠시만요..."

그리고, 선원의 다리를 살펴보던 카렌이 작게 감탄했다.

"우와, 붕대 잘 하셨네요. 그래도, 옷감으로 한 거라서... 다시 해야겠어요."

그리고는 순식간에 붕대를 풀러낸 그녀가 살짝 부어오른 곳을 눌러보았고. 선원이 신음하자 엄청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팠어요? 죄송해요. 심하네요. 뼈가 약간 상한 것 같은데."

다시 텐트 쪽으로 달려간 그녀가 빠른 속도로 뭔가를 만들더니 다시 이쪽으로 다가와서 부운 곳 위에 그 고약을 조심스럽게 바르기 시작했다. 발목에 약을 바르면서 카렌이 고개를 위로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선원을 바라본다.

"뼈 상한게 나으려면 시간이 걸릴 거에요. 그 동안에는 조심하시고요. 마음 조급하게 두지 마시고요. 알겠죠?"

그 말에 선원이 예...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슬쩍 돌렸다. 카렌이 좋아요. 라고 말한 다음 다시 깨끗한 붕대로 다리를 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카렌이 선원의 양 어깨에 손을 올리고 눈을 마주 본 채로 말했다.

"매일 한 번 찾아오셔서, 바른 약이랑 붕대를 갈아야 해요. 꼭 다시 오세요!"

카렌이 말을 마치고 나자 마리아가 바로 입을 열었다.

"치료비가?"

그 말에 카렌이 음, 하는 소리와 함께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한 4일 정도는 치료를 받아야 하니까... 반 달란트만 주세요."

마리아는 선선히 돈을 건네주고 나서 카렌을 바라봤다.

"아까 남자는 안 받던데. 이유가?"

그 말에 카렌이 아하하 하고 난감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제이크요? 자기 고기배도 없이 남의 배 얹어타서 생활을 이어가는 걸요. 그 돈 받으면 제이크는 며칠 굶을텐데. 그러면 빨리 나을리가 없잖아요. 여러분은... 지갑사정이 꽤 좋아보여서요. 받아도 괜찮은 사람들에게는 받아야죠."

여기도 공짜로 운영할 수는 없으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카렌은 마리아가 건넨 돈을 받고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확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올린다. 마리아가 곧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어촌이 그렇게 크지는 않던데. 환자가 너무 많네."

그 말에 카렌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여기 말고도, 다른 곳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아무래도 제대로 된 치료는 가격이 쎈 편이라서요. 참, 돈은 유용하게 쓸게요."

그 말을 끝으로 카렌은 바람처럼 우리를 떠나 밤색 단발을 휘날리며 다른 쪽으로 달려갔다. 마리아가 길게 탄식을 했다.

"내가 왠만해서는 사람 죽이는데 양심의 가책을 안느끼는데. 오늘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진짜 저 여자 죽여야 합니까? 심지어 다리를 치료받은 선원은 약간 첫사랑에 빠진 소년같은 표정 짓고 있는데? 지금 저 자식 다리 하나 더 부러뜨릴 기세입니다만. 우리는 일단 여기에 멈춰 선 채로 카렌이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어디 한 군데가 부러진 사람, 끊임없이 기침하는 사람. 몸에 종기가 잔뜩 나고 피고름이 흘러나오는 사람. 거기에 동시에 공터의 텐트 안에서 짙게 흘러나오는 약냄새까지.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도 머리카락를 하얀 수건으로 덮어서 가리고 땀을 흘리면서 계속 여기저기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마리아가 그 광경을 보다가 허탈하게 말했다.

"하 시발..."

난이도가 너무 높다! 차라리 병사들이 드글드글 거리고, 경비가 삼엄한게 훨씬 쉬울 것 같은데. 활짝 웃으면서 끊임없이 붕대를 갈아주고, 고름을 짜내고 약을 달이고 있는 카렌을 지켜보던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가끔씩 약값이 없어서 어떻하죠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괜찮아요, 건강해 지셔서 다행이에요. 아프면 또 오세요! 라면서 밝게 웃는 걸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돌려서 마리아를 슬쩍 바라봤고. 그녀 자신도 지금 어마어마한 양심의 도전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지금... 이 어촌의 슈바이처 박사를 죽여야 하는 모양이다. 옆에서 붕대를 감은 채로 큐피드의 금화살을 한 사천방을 맞은 것 같은 선원이 말했다.

"그... 어떻게 예외는 안되겠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침묵하고 있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저 아가씨는 저렇게 바쁘게 살면서 어느 틈새에 현상금 수령소에 가서 정보를 제공한 거야?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ps. 그냥 숫자 놀이인데요. 1~6 사이에 숫자들 중에서 뭐가 좋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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