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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92화 (9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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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 크러쉬

로제가 떠나고 나서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매가 돌아왔다. 매의 양쪽 다리에는 종이가 한 장씩 묶여있었다. 날아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텐데. 마리아가 그 종이들을 펼쳐서 읽다가 종이를 손등으로 탁 치면서 픽 웃었다.

"요 맹랑한 아가씨 봐라."

나는 무슨 소리이인지 잘 모르겟다는 표정을 하면서 마리아가 내민 종이를 받아서 읽엇다.

세레나 에버힐 - 다운 호른 항구

마리오 레드발렌 - 트럼펫 어촌

데이비드 코트린 - 메이너스 항구

카렌 시트러스 - 게렛 어촌

...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이름과 살고 있는 곳이 적혀 있는 쪽지가 하나 있었고. 나머지 하나에는 사략 선장들의 이름이 깨알같은 글씨로 써져 있었다. 그리고 종이 마지막에 덧붙여져 있는 추신 하나.

[별로 어렵지도 않네요. 바로 다음으로 진행할게요. 매 다시 보내주시면 목록 계속 보내드릴거에요.]

이 꼬맹이가...!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꼬맹이가 어쩌려고 이렇게 날뛰는거야.

"뭐 어때. 할 수 있으니까 할 뿐인데. 그것보다는."

마리아가 웃던 얼굴로 선장모를 슥 바로잡고는 말했다.

"로제가 일을 열심히 했으니. 우리도 로제의 기대에 부응해주는게 예의겠지."

그게 문제냐 지금?! 나는 고개를 돌려서 마리아를 봤다.

"로제가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어차피 사람이 움직이는 겁니다! 녀석들 털린거 알고나면 말 타고 움직일게 뻔한데. 그걸 어떻게 따라잡습니까? 앞으로는 현상금 수령소에 병력이 배치되고 순찰도 돌게 뻔한데."

나의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너는 다 못들었지? 로제 예전에 배에서 내리고 어떻게 지냈는지."

그 말에 나는 입을 닫고 그녀를 바라봤다. 마리아의 눈에는 상당한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같이 선장실 쓰는 사이라서 말이야. 가끔 이야기를 나누거든?"

믿어도 좋아. 라고 마리아는 말한 다음에 내 어깨에 손을 턱 올려놓고 말했다.

"걔가 무슨 니 딸도 아니고. 설사 딸이라고 해도 그 나이면 임마 슬슬 손을 놓아야 할 때다."

그러면서 킥킥거리던 마리아가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로제의 일은, 로제한테 넘겨두고. 빨리 배나 굴리자고 항해사. 어디로 향할까?"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한다면. 나는 선장실 안으로 들어가서 해도를 살펴보면서 로제의 메모에 적혀있는 장소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은 소박한 어촌 마을을 털어보도록하죠."

처음부터 너무 큰 거 먹으려고 하다가는 탈 날 수 있잖아.

나의 대사에 마리아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말했다.

"고작 어촌? 왜 갑자기 겁은 집어먹고 그래?"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거 참. 항해사가 가자 그러면 아~ 거기로 가는게 가장 효율적이어서 그렇겠구나 하고 넘어가면 안됩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풀지 않았고 내가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위에서 아래로 긁어내리는 해류가 쎄집니다. 그래서 여기랑 여기의 해류가 바뀌고, 요쪽에 있는게 쎄집니다."

손으로 내가 쭉 바다 위를 움직이면서 설명을 하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설명 해주면 좋잖아."

그것 참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해도를 바라보다가 마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어촌, 도착해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 잠깐 가만히 있다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 어떻게 할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침묵했다. 마리아가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방법은 두 개가 있지. 정보를 넘겨준 녀석만 죽이는 거랑 어촌 자체를 싹 밀어버리는 것."

어차피 큰 어촌은 아닐 것이다. 내 표정이 천천히 굳기 시작하자 마리아가 소리 높혀서 웃는다.

"뭐야, 바보냐? 우리가 그런 짓을 왜 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보복을 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겠냐만 말이야. 공평한 보복도 꽤나 중요하거든."

우리가 그 어촌을 밀어버리면, 우리는 메이너스 항구도 싹 박살내버려야 할 의무가 생기는거야.

"안 그러면 첫째, 얕잡아 보일 거고. 둘째, 찌질해 보일거고. 셋째, 내가 쪽팔려."

어촌은 밀어버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박살내버리고, 메이너스 항구는 군항이니까 정보 제공자의 목만 딴다니. 전형적으로 비겁한 새끼들이 하는 짓이잖아. 강한 새끼들 앞에서는 찌그러지고, 약한 새끼들 앞에서는 으르렁거리고. 엄청 부패한 나라 판사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존나 찌질해보이지. 메이너스 항구를 골랑 배 한 척과 거기에 탄 선원들로 밀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해."

그러니, 다른 곳들도 밀어버릴 수는 없지.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나를 바라봤다.

"정보 제공자 목만 따서 마을 한 가운데에 걸어놓을거야. 마빡에 이쁘게 메모장 한 장 단검으로 콱 박아넣어서."

... 그 말은 말이야. 나 지금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는데.

"그럼 메이너스 군항에서도...?"

그 말에 마리아가 히죽 웃었다.

"뭐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

군항 한 가운데에다가 사람 머리통을 현대 미술처럼 장식하려고 들었다가는 그대로 팔다리에 차꼬 차고 교수형대로 끌려갈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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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은 보고를 받고 잇었고. 보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엄청 밝아져 있었다. 에밀의 표정은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미나 웨스트우드 항해사가 방랑자를 획득하게 된 것은 굉장한 희소식입니다. 그로 인해서..."

보고를 하고 있던 남자의 말을 듣던 에밀이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해보게"

방랑자가 아이리 공화국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걸로 아이리 공화국의 해군력은 한 층 더 강화될 것이다. 대충 그런 요지의 보고였고. 보고를 하고 있는 사람은 갑자기 에밀 메이너스가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시 말해보라고."

에밀의 딱딱하게 굳은 표정에 보고를 하던 사람이 약간 몸을 움찔 하고는 입을 열었다.

"미나 웨스트 우드 항해사가 방랑자를 획득했습니다. 이는 우리 해군의 전력 증강에..."

그거 말고. 에밀 메이너스는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소식이라고 했나?"

에밀의 얼굴은 눈썹 한 쪽이 약간 위로 들린 것 빼고는 고요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목소리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게 왜 희소식이지?"

에밀 메이너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랑자가 아이리 해군의 손에 들어온 것은 확실히 해군 전력의 증강에 도움이 되지."

에밀은 그렇게 말하면서 앞에 앉아있는 자들을 바라봤다.

"여기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방랑자가 아이리 공화국에 속하게 될 것을 예측한 사람 있나? 아니면 관련된 보고서라도 한 장 이쪽으로 내놓은 사람?"

에밀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에밀은 그 침묵을 한 동안 두고 보다가 말했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들이지?"

그의 말이 끝나고 다시 침묵이 찾아오자 에밀이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기 시작했다.

"나만 입이 있나? 왜 말들이 없어? 니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그 말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아이리 공화국 해군을 통제하는 참모들입니다."

그리고 나는 제독이지. 에밀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 창피해 죽겠다. 해군을 통제하는 제일 높은 위치의 참모들이, 예상치도 못한 운이 터졌다고 실실 쪼개고 있어?"

니들이 하늘에서 돈벼락 맞은 거지 새끼들이냐.

"미나 웨스트우드 항해사의 임관일이 언제인지 아는 사람 있나?"

에밀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에밀이 대답했다.

"여기 내 눈 앞에서 신나서 보고를 하고 있던 이 사람의 해군 경력과 미나 웨스트우드의 해군 경력이 같아지려면, 웨스트 우드 양이 36명이 필요하다!"

에밀은 손가락으로 보고를 하고 있던 남자를 가르키면서 소리를 질렀고. 다들 굳은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겁먹은 개새끼들이 따로 없구만. 에밀은 속으로 그들을 향해 쌍욕을 들이 부으면서 말을 이었다.

"스스로의 무능이 증명된게, 그렇게 행복한가? 그 항해사가 거기 가서 배 구해올 동안에 우리는 뭘 했나?"

에밀은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털썩 의자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미나 웨스트우드 항해사를 정식으로 방랑자의 선장으로 승격시키고. 하사할 약장과 표창을 준비하도록 해."

현재 미나 웨스트우드 항해사의 봉급이 얼마지? 라는 에밀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고. 에밀이 머리를 짚고 한 마디 했다.

"그냥 엄청 좋은 배 한 척 굴러들어오니까 정신이 없나? 그냥 배 가져와서 고맙다. 하고 입 싹 닦을 생각이었던 모양이군."

됐어, 에밀은 손을 들어서 몇 번 휘젓고는 말했다.

"니들 받는 봉급 수준에 10% 더 얹어."

그 말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미나 웨스트우드 양의 경력으로 보면 지나치게 파격적인..."

그 말에 에밀이 그를 바라봤다.

"당신 같은 사람 한 무더기랑 바꾸자고 해도 웨스트우드 항해사의 손가락도 못 바꿔줘. 지시한 대로 진행해."

에밀은 말을 마치고 앞의 사람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혼자 남은 상태에서 에밀은 눈을 질끈 감았다.

"기분 더럽게 나쁘군."

티를 내지는 않았짐나. 에밀은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다. 미나 웨스트우드가 방랑자를 획득하게 되면서, 에밀이 생각하고 있던 모든 수가 박살나버린 기분이다.

엄청 흥미진진하게 체스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죽었던 퀸이 되살아난 기분이다. 물론 이기겠지.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더럽게 안좋다.

"이래서야, 무슨 보람이 있어."

기껏 해적 새끼들 중 몇 놈이 머리를 좀 굴릴 줄 알길래 열심히 다음 수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 부질없어졌다. 어린 아이가 엄청 열심히 블럭을 쌓다가 점심을 먹고 왔는데 엄마가 아이가 쌓던 블록으로 아이 키만한 성을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잘 풀리기는 잘 풀렸다고 쳐도... 김이 팍 새버렸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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