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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85화 (8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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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 크러시

로제가 나에게 한탄을 하고 나서 며칠이 더 지났다. 일과는 항상 비슷했다. 이전에 뽑힌 신입들과 새로 뽑힌 신입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서 물대포 갈기다가 돌아와서 술 먹고 자는거. 그날도 별로 다를 거 없이 나는 숙소의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문 밖이 소란스럽다. 아직 잠에서 들 깬 내 귓가에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문 밖으로 튀어나와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저기는, 마리아랑 로제가 자고 있는 곳인데.

"마리아!?"

나는 그대로 문을 차고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에는 속옷 차림으로 검을 들고 있는 마리아가 보였다.

"숙녀 방에 멋대로 들어오다니. 레이먼드는 특별히 봐주지만 말이야."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검끝으로 마리아의 정면에 서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넌 아니야 친구."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휘둘러지는 마리아의 검을 남자가 재빠르게 피하고, 이어서 마리아에게 반격을 하기 시작한다. 속옷 차림으로 빠르게 검을 휘두르는 마리아. 그리고 뒤이어서 이불을 몸에 휘감은 채로 로제가 빠르게 마리아의 단검을 집어서 습격자에게 던졌다. 튕겨나가 천장에 박혀들어가는 단검. 남자는 상황을 파악하고는 재빠르게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고, 그걸 바라보던 마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남자는 지금 막 땅에 착지해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3년에 한 번 꿀까 말까한 어마어마하게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리고 마리아는 자신의 장전된 피스톨을 꺼내서 찰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플린트 락을 당기고 그대로 당겼다.

"깨버렸잖아."

큰 소음과 함께 마리아의 얼굴을 화약이 잠깐 가리고 마리아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재빠르게 바지와 셔츠를 입고 그대로 창 밖으로 뛰어내렸다.

떨어지면서 검을 박아넣어 크크큭하는 소리와 함께 속도를 줄인 마리아가 그대로 남자의 등에 칼을 박아넣었다. 저건 확실하게 죽었다. 잠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마리아는 숙소 안으로 돌아왔고, 그 소동 통에 사람들이 다 깨서 밖으로 나와있었다. 반쯤 잠이 덜 깬 사람들을 보면서 마리아가 유쾌하게 말했다.

"뭘 야려, 들어가서 마저 잠이나 자지?"

저 여자 졸라 당당해. 뭐가 저렇게 당당한거야.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당당 할 수 있지.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네 혼자. 아니, 당당한 정도가 아니라 저거 민폐 수준 아니야?

대충...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로제가 말한 대로 창문이나 문에다가 이것 저것 안 달아놨으면 오늘은 진짜 자다가 죽을 뻔했다."

마리아가 자신의 방으로 나와 갑판장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로제는 같은 방을 쓰고 있으니까 당연히 여기에 있었고.

"로제가?"

라는 갑판장의 말에 로제가 가볍게 웃었다.

"아, 그게요. 집에서 출가하는 과정에서 계속 자는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거든요."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몸이었으니까. 로제는 나름대로 여러가지를 고민해 봤던 모양이다.

"하다못해 창문가에 쇠구슬 같은거 넣은 깡통만 살짝 놓아두어도 사람이 건너오다 큰 소리가 나거든요."

마리아가 실실 웃으면서 로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는 그 광경을 보다가 말했다.

"이거 참, 우울해지네요."

내가 포크로 생사람의 눈알까지 찔렀는데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목숨보다 600달란트가 더 중요한 모양이다.

여튼 우리는 그것 때문에 지금 한창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이 그런 일을 했다는 건 앞으로도 얼마든지 우리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이 생길거라는 점이니까. 게다가 마리아가 스스로 공언하기를 자다가 죽을 뻔했다고 했다. 그런 위기를 겪고도 아하하,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태연하게 여기에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건 신경이 굵은게 아니라 어마무지한 똥멍청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방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여있다. 보자, 우리 선원이 얼마나 모였더라?

"선원은 10명 정도 뽑았었지."

원래 있던 사람들을 포함하면 현재 우리 배는 15명의 사람이 있다. 아직 더 뽑아야한다. 하지만 마리아는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갑판장과 나, 로제를 보면서 말했다.

"아쉽지만, 럼보틀에는 여기까지만 있도록 하자."

그 말에 나는 난색을 표했다. 아직 애들 물대포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데. 나의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그건 항해 중에 계속해서 하다보면 나아질거야."

마리아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팔을 꼰 채로 말했다.

"배를 타게 된다면 뒤쫒는 새끼들이 조금 주는 데다가, 잠을 최소한 편하게 잘 수 있잖아. 하지만, 평생 배 위에서 살 수도 없고... 역시 근본을 뿌리뽑아야겠어."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우리를 돌아봤다.

"아이리의 현상금 놀이를 부숴버려야 해. 현상금 지불하는 곳을 다 박살내고, 바다 위에서 현상금 사냥꾼들을 싹 쓸어버리면서 현상금을 철폐하지 않으면 계속 한다고 협박하면."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현상금을 껄끄러워 하고 있다는 걸 광고하는 거잖아.

"그냥 걸려있게 두어야 합니다. 우리가 현상금을 두려워한다는 인식이 상대에게 심어지면 안됩니다. 녀석들은 그걸 활용할 지도 모릅니다. 그 악당 여해적 마리아도 현상금 제도를 껄끄러워 할 정도로 이 제도는 효과가 있다. 같은 식으로요."

현상금은 상인들의 기부금으로 운용되고 있으니까, 그런 소문이 퍼지면 기부금이 더 많아질 것이고 당연히 우리의 현상금도 오르게 되겠지. 당연히 그 돈에 꼬여서 날아드는 파리들도 더 많아지기만 할 뿐이다.

나의 말에 마리아가 나와 눈을 맞추었다.

"그럼?"

나는 잠깐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현상금이라는 물건 자체가 노리고 있는 목적은 뻔하니까요."

해군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을 좀 벌어보자는 거겠지.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예상 할 수 있다. 지금 아이리의 해군은 해적들이 날뛰는 걸 제압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이라는 건 뻔하니까. 큰 해전을 두 번이나 치루고 군대가 멀쩡하다면 그건 이미 미국 수준이다. 나는 턱에 가져간 손을 내리면서 말했다.

"저희는 바다에 나가서 계속 아이리의 해군을 사냥해야 합니다."

배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박살나는 데에는 순식간이다. 우리가 박살내는 숫자를 아이리의 해군들이 따라잡을 수 있을리가 없다.

설사, 따라잡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지. 중요한 건 아이리의 해군력은 약하다는 이미지가 심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현상금은 여전히 걸려있을거야."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 했다.

"아니요, 오래 걸려있지는 못할 겁니다. 설사 계속 걸려 있어도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리 해군에서 현상금을 이용해서 해적들을 견제하는 지금의 상황을 오래 끌고 싶어할 리가 없다. 최대한 빨리 해군력을 회복하고 현상금 체제를 철폐하고 싶겠지. 어떻게 보면, 현상금을 받기 위해서 아이리 공화국은 지금 군인도 아닌 자들의 함선에 대포와 무기를 챙겨 바다 위를 돌아다니는 걸 허가한 상황이잖아.

상선도 원래 기본적인 무장 정도는 조금씩 하지만... 그거랑 본격적으로 해적을 잡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배들의 무장 상태가 같을 수는 없지. 그 녀석들은 정부의 손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개인 무력집단들이다.

그 현상금 사냥꾼들이 언제까지고 해적들에게만 위협이 될 리는 없다는게 나의 판단이고, 아이리 공화국도 마찬가지로 판단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아이리 해군을 공격하게 된다면 직접적으로는 아이리 해군의 힘이 회복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간접적으로는, 아이리 해군이 별것 아니라는 이미지도 생기게 된다.

현상금 사냥꾼들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겠지.

현상금을 계속해서 받아먹고 덩치를 불리는데 성공한 전문적인 '현상금 사냥꾼'들을 통제할 만한 카리스마를 아이리 공화국이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아이리 공화국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무장한 민간인이라니, 그거 다른 말로 조직폭력배잖아. 그런게 국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아이리는 소말리아 싸대기치게 위험천만한 국가가 될 것이다. 아니면 마피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과거 이탈리아 정도?

"즉,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녀석들은 어쩔 수 없이 현상금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거군."

마리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얻는 것 보다 잃는게 크니까.

"아이리의 해군을 계속해서 약화시키면 마리아가 원하는 건 자동으로 따라오는 거죠. 우리가 현상금을 두려워하는 티도 내지 않을 수도 있고."

현상금 사냥꾼들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약해진다면, 그들은 해적과 마찬가지로 아이리 공화국에 위협이 되는 또 다른 존재가 될 뿐이니까. 안 그래도 해적 때문에 머리 아플 아이리 공화국이 국가 단위로 마조히즘에 찌들어 있지 않다면야 굳이 골치덩어리를 늘리고 싶어하진 않을거다.

"그럼, 레이먼드의 말대로 하도록 하자고."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뼉을 한 번 쳤다.

"내일 보급 마치고 나서는 바로 항해를 시작한다."

야 신난다. 또 바다 위라니. 즐거워서 견딜 수가 없네, 젠장.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 일찍 밥 먹고 선원들 시켜서 물건들을 배 안에 빠르게 집어넣은 우리는 그대로 배를 타고 항구를 뜨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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