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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84화 (8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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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수를 채워야 합니다

나는 오늘도 배를 타고 밖에 나와서 애들이 물대포 쏘는 걸 돌보고 있다. 이제 선원은 열 명이 되었지만. 아직도 뽑아야 할 인원은 잔뜩 있다. 물론, 열 명이 되면서 물대포를 쏘는 난이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고. 그럴 수록 선원들은 나를 보면 속으로 이를 갈았고, 로제를 여신처럼 받들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고, 우리는 아침 일찍 배를 몰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양보를 할 생각이 없거든. 로제 위신을 세워주는 것도 좋지만. 슬슬 녀석들의 얼굴에 '이러다가 오늘도 또 그냥 돌아가겠지' 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걸 보고 마음먹은 것이다. 오냐, 니들 오늘 여기에서 뼈 묻을 생각을 하고 있어라. 로제에게도 단단히 말을 해놓은 상태였다. 숙소에서 로제는 나의 말을 듣다가 말했다.

"괜찮아요, 저 어차피 오늘은 배 못 탈 것 같으니까요."

로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핑계 거리는 있냐? 라는 나의 말에 로제가 간단하게 한 마디 했다.

"오늘 몸이 안 좋아서요."

로제의 말에 나는 물음표를 띄웠고. 로제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한 마디 했다.

"그런 일이 있어요. 배가 아픈 거랑 비슷해요."

아, 뭐 대충 그런 갑다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겠지. 나는 더 이상 물어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 로제도 마리아도 한달에 며칠 정도 몸 상태가 나빠지는 날이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서 서늘하게 웃었다. 로제가 없으면야...!

그리하여 오늘은 하늘에 달이 걸리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배가 항구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젠장, 이 이상은 못해먹수다!"

라는 말과 함께 선원 한 명이 나를 노려보며 소리치고 있었고.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나는 그 말과 함께 러셀의 검을 돌려서 항구로 향했다. 그 모습에 선원들이 일제히 멍해진다. 왜, 너무 순순히 항구로 돌아가서 놀랐냐? 나는 항구에 배가 도착할 때 까지 침묵하고 있다가 항구 근처에 배가 도착하자 말했다.

"아까 못해먹겠다고 한 새끼는 내리고. 앞으로 올 필요 없다."

나의 말에 그 선원의 표정이 굳었다.

"잠깐, 그게 무슨...!"

무슨 소리기는 무슨 소리야. 잘린거지. 나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못해먹겠다면서 씨발아. 배 타는게 장난으로 보이냐? 망망대해에서 싸우다가 나 더는 못해먹겠어. 라고 말하면 날아오던 총알이 멈추고 배도 복구되냐? 죽었던 새끼들도 살아 돌아오고?"

이게 무슨 게임으로 보이나봐. ESC키 누르면 잠깐 게임이 멈추고,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커피 한 잔 마신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하면 되는 그런 걸로 보이나보네.

"징징대지 말고 내려, 댁 같은 새끼는 필요 없으니까."

나의 말에 그가 외쳤다.

"나는 선장에게 합격했다는 소리를 받은 사람이야!"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불합격 통지를 던진 새끼지. 불만 있으면 선장에게 따져봐라. 효과는 없겠지만."

나는 비웃는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고. 그는 으드득 하는 이 가는 소리와 함께 배에서 내려 그대로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배에 남아있는 선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내리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내려라. 하기 싫으면 바로 말하고. 어차피 하다가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는 새끼들은 우리 배에 필요없어."

나는 말을 마치고 파이프를 꺼내 불을 붙였다.

"두 번 왔다갔다 하기 싫으니까. 싫으면 지금 내려. 안 내리면 내 기준에 합당할 때 까지 배에서 꼼짝없이 물대포 쏘는 거에 동의한 걸로 치겠다."

나는 잠깐 시간을 두고 기다렸고. 내리는 녀석들이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러셀의 검을 돌려 바다로 향했다.

"분명히 말한다. 여기에 니들 2주는 먹을 수 있는 건량이 실려있어. 니들 계속 이딴 식으로 배 굴리면 최소한 2주는 쉬지 않고 물대포만 쏠 거다."

그리고, 물대포는 계속해서 발사되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던 달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하고. 검게 물들어있던 하늘이 다시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새벽까지. 계속해서 물대포는 발사되고 있었다. 반쯤 넋이 나간 상태에서도 선원들은 물대포를 쏘고 있었고.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내가 만든 측정기에 그어지는 선들이 원 안으로 하나씩 들어오고 있었다.

해가 다시 솟아올라서 주변이 밝게 변하고, 그리고 나서 다시 점심이 지나서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종이를 확인해보고 말했다.

"고생들했다. 합격이군."

나의 말에 선원들의 표정이 확 밝아지고. 나는 거기에 한 마디 더했다.

"이렇게 앞으로 연속해서 두 번만 더 성공하면 된다."

그 말에 선원들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왜들 그렇게 벼락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냐? 내가 말했잖아. 삼연속이라고. 누가 보면 니들한테 내가 보험사기라도 친 줄 알겠다.

저물어가는 해 속에서 배는 계속해서 물대포를 뿜기 시작했고. 나는 조타륜 위에서 계속해서 찰랑찰랑~ 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결국, 어제 봤던 그 달이 다시 떠오르는 걸 보고 나서야 녀석들은 삼 연속 원 안에 선을 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역시, 존나 굴리면 어떻게든 된다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좋아, 고생들 했다. 이제 돌아가자."

그 말에 선원들의 표정에 감격이 차오르고. 몇 명은 서로를 끌어안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항구로 돌아온 다음, 숙소에서 쉬고 있던 나는 문 두들기는 소리에 문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로제가 서 있었다.

"레이먼드, 왜 선원들이 다 흡혈귀가 된 거에요?"

그건 무슨 소리야? 나는 로제를 바라봤고. 로제가 눈을 몇 번 깜박이고 말했다.

"애들이 저 찾아와서 울며불며 난리를 치던데요. 흐르는 물이 무섭다고. 계속 물대포만 잡고 있으니까 물줄기가 흐르는 것만 봐도 심장이 멈출 것 같다고."

...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결과적으로는, 녀석들 이제 가만히 있는 배에서 물대포 쏴서 균형 정도는 맞출 수 있으니까. 해피엔딩이지."

내 말에 로제가 웃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저는 서른이 넘은 아저씨들한테 로제님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오오 로제느님 오오. 나는 실실 웃으면서 그런 장난을 쳤고 로제가 툭 하고 내 가슴을 때린 다음 말했다.

"밤 샜다고 들었는데, 괜찮아요? 선원들은 지금 다 시체가 되어있던데."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 했다.

"하루 밤 정도는 문제도 아니지."

내 말에 로제가 잠깐 고민하다가 가져온 술병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럼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죠."

와, 니가 먼저 술먹자고 하는 건 또 처음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로제는 안으로 들어와 테이블 앞에 앉았다.

"로제는 우울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고 있었다."

라는 나의 나레이션에 로제가 픽 웃었다.

"뭐에요 그게."

나는 손가락으로 로제의 이마를 쿡쿡 찌르면서 말했다.

"얼굴에 고민이 가득한데."

나의 말에, 로제가 한숨을 쉬었다.

"이전에는 제가 누군가에게 의존해왔거든요. 항상."

이해는 간다. 일단 로제는 어릴 때에는 귀족 영애였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챙겨주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을 것이고. 이 배에 처음 타고 나서부터는 다른 베테랑 선원들이 로제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나름대로 수습을 해줬을 것이다.

"근데,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의존한다는게 엄청 힘드네요. 책임감 같은게 느껴지고. 내가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는 부담감도 느껴지고."

오늘 10명의 선원들이 모두 다 로제를 찾아갔다고 한다. 지금 남아있는 선원들 중에서 찾아가면 성실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로제밖에 없으니까. 거기에는 분명히 마리아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겠지.

"사실, 저도 아직 모르는게 많거든요. 새로 온 사람들이 물어보는 것을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 할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그 말에 나는 가볍게 웃었다.

"야, 나도 아직 모르는게 많은데. 니가 다 알기를 바라냐? 거만한 꼬맹이구만 이거."

그 말에 로제가 나를 노려보면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전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는데, 놀리지 말아요!"

턱 하면서 술잔을 내려놓는 로제를 보다가 나는 말했다.

"완벽해 보이려고 하지마. 남들 기대에 부응할 필요는 없어."

그 말에 로제가 가볍게 웃었다.

"그건 그렇죠."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해적이 된 로제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추가로 할 말이 없지. 로제가 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등받이에 허리를 기댄 채로 이마 위에 손을 올린다.

"나 지금 술 마시면 안되는데. 이게 다 선장님이랑 레이먼드 때문이에요. 둘 다 술을 입에 달고 사니까 자꾸 닮아가잖아요."

그만 마셔야지. 라고 꼴랑 한 잔 마신 로제가 중얼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여튼, 레이먼드와 선장님도 이런 기분이겠죠? 남들이 의존하고 있다는 부담감 같은거요."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중요한건,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거야. 남들이 너한테 기대하는게 있다고 거기에 부응하려고 잘 모르는 걸 아는 척 하면 안된다."

나는 술잔에 입을 가져가서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니 말 한 마디에 너한테 의존하는 사람들 목이 달려있어. 잘 모르는데 자신만만하게 아는 척 하면, 너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너도 모르게 사지로 끌고간다."

나는 말을 마치고 술잔을 내려놓았고. 로제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요."

로제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주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로제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로제가 문을 나서는 걸 확인하고 침대에 누워서 잠들었다.

============================ 작품 후기 ============================

1년을 있으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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