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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83화 (8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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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수를 채워야 합니다

해는 중천에 떠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조타륜 옆의 난간에 기대서, 다른 녀석들은 그 아래의 갑판에 서있었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다른 녀석들은 상당히 지쳐보였다. 별 다른 말 없이 나는 종이 하나를 손에 들고 팔랑거리며 말했다.

"니들 뭐하냐?"

얼추 다섯 시간 정도는 지났을까. 종이 위에 그어져 있는 선들은 여전히 원 밖으로 나가있었다. 당연히 나가 있을 수 밖에 없지.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쉬운 일이면 이런 식으로 녀석들이랑 함께 이런 일을 할 이유도 없다. 그래도 그려져 있는 선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런 걸 티내야 할 이유는 없잖아?

나는 녀석들을 슥 훑어보고는 다시 말했다.

"뭐 하는 새끼들이냐고!"

휙 종이를 바닥으로 집어던진 나는 신입들을 바라보았다.

"소라게를 가르쳐도 이것보단 잘하겠네, 병신같은 새끼들. 다섯시간이 넘도록 배 균형 하나를 못 맞추고 있냐? 이거 지금 움직이고 있냐? 가만히 있는데 균형을 왜 못잡아."

내 말에 묵묵히 있는 녀석들을 보다가 한 마디 했다.

"내려가."

선원들의 얼굴에 절망이 번진다. 하지만 어쩌리, 이미 배는 탔고 내가 보스인데. 잠시 뒤에 다시 물대포가 뿜어지기 시작하고, 나는 움찔거리는 추를 보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찰랑 찰랑~ 찰랑 대네~ 잔에 담긴~ 위스키처럼~"

노래가 이어질 수록 점점 흔들거리는 폭이 더 커지기 시작하는게, 마치 내가 노래를 불러서 배가 부르르 절규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추가 흔들거리는 걸 보면서 하품을 하며 크로노미터로 시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중지이이!"

나의 말이 끝나고 잠시 뒤에 물대포가 멈추었다. 나는 위로 올라오는 녀석들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

"병신들아. 니들 언제까지 이러고 있으려고 그러냐? 막 나한테 지금 땡깡 부리는거냐? 계속 이렇게 있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그런 물러 터진 망상을 품고 있는거냐?"

내 말에 모두가 침묵하고, 나는 인상을 팍 쓰고 말했다.

"대답 하기도 귀찮나봐?"

내 말에 선원들이 아닙니다! 라고 외쳤고. 나는 그 녀석들을 뚱하게 바라보았다.

"그럼 뭘 쳐믿고 씨발 계속 이딴 식으로 하고 있냐? 솔직히 말해봐, 니들 지금 그냥 이러다가 돌아가겠지 그런 생각하고 있지?"

아닙니다. 라는 말이 또다시 나오자마자, 나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뭐, 아가리는 뚫려 있으니까 목소리는 나오고. 마찬가지로 아가리는 뚫려 있으니까. 뭐 입에 주워넣기는 해야겠지. 배 안에 있는 건량으로 식사 때워라. 1시간 뒤에 다시 시작하지."

나는 말을 마치고 로제를 봤다.

"로제는, 항해사실로 와라."

나는 말을 마치고 나서 항해사실로 들어갔고, 잠시 뒤에 로제가 따라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태연하게 문을 걸어잠궜다. 나의 그 수상쩍은 행동에 로제가 얼굴을 굳혔다.

"그런... 아직 대낮인데..."

라면서 얼굴을 붉히려는 로제를 보면서 나는 태연하게 바구니 하나를 꺼냈고. 그 안에는 샌드위치 같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로제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멍함이 떠오르고 나는 놀리듯이 말했다.

"아직 대낮인데, 뭐 하고 싶었는데?"

나의 말에 로제가 이쪽을 한 번 노려보더니 털썩 의자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갔다.

"애들 어떠냐?"

나의 말에 로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레이먼드의 카리스마에 감탄하면서, 저도 한 번도 뵙지 못한 레이먼드의 부모님 안부를 묻고 있어요."

나는 샌드위치를 씹으면서 말했다.

"이제, 밥 먹고 나서 한 3시간 정도 더 이 짓거리 할 거다. 나도 뭍에 가서 술 먹고 좀 쉬고 싶단 말이야."

어차피 오늘 안에 될 문제도 아니었어. 나의 말에 로제가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다가 약간 걱정스럽게 말했다.

"근데, 그러면 안되지 않아요?"

그치, 내가 오늘 될때 까지 한다고 했으니까. 나는 로제를 보면서 말했다.

"한 세 시간 정도 더 구른 다음에는 니가 나설 차례다. 대포 쏘면서 애들한테 니가 나한테 한 번 말해본다고 하고 올라와서 나한테 오늘 이쯤 하고 돌아가자고 말해."

그럼 내가 못 이기는 척 하고 물러나면 되지. 나의 말에 로제가 흠, 하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말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죠."

그리고 우리는 식사하면서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갑판에 나온 나는 밖에 나와 있는 선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뭐하냐, 밥 먹었으면 하던거 마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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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는 물대포를 잡고 쏘면서 계속해서 선원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맥, 각도 약간 더 위로!"

로제의 말에 알겠습니다, 라는 말이 들려오고 로제는 계속해서 자신의 물대포를 잡고 이것 저것 선원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높였어! 샌더슨은 너무 왼쪽으로 틀지 말고!"

대부분의 선원들이 로제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로제가 반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리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게. 한 번 로제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있다가 위로 올라가서 레이먼드한테 우주까지 털렸었으니까. 실제로 로제의 말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레이먼드가 흔드는 종이에 그어진 선이 조금씩 안으로 모이고 있기도 하고.

"항해사는 왜 저렇게 까칠합니까?"

물대포를 쏘는 와중에 한 명이 그렇게 외쳤고. 로제가 입을 열었다.

"이 배에 이전에 있던 선원들은 다들 나보다 훨씬 물대포를 잘 다뤘어. 맥은 그대로 유지하고, 웨슨이 약간 오른쪽으로 틀어. 어, 거기까지만!"

로제는 명령과 대화를 함께 하면서 자신의 물대포도 계속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뛰어난 선원들도 결국에는 항해 중에 죽었잖아. 레이먼드가 그냥 성질 부리는게 아니야. 이 정도 수준으로 항해하면 우린 다 죽어."

위쪽에서 그만! 하는 소리가 들리고. 로제는 곧바로 말했다.

"하나, 하나, 지금!"

로제의 신호에 맞추어서 물대포들이 발사를 멈추고, 약간의 흔들림이 생겼다. 선원들이 갑판으로 향하면서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항해사는 정말로 저희 성공할 때 까지 항구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겁니까?"

그 말에 로제가 우울하게 말했다.

"레이먼드는 고집이 장난이 아니야. 이전에 길로틴 섬에서는 안으로 들어갈 길을 찾는다고 며칠 밤을 마스트 위에서 잠도 안자고 있었어. 이번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지."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그 사이 로제는 잠깐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내가 한 번 레이먼드에게 말해볼게."

그 말에 선원들의 눈에 약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 잔혹무도한 항해사와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은 로제 뿐이었으니까. 같이 식사도 하는 사이니까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선원들 머리 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위로 올라가자, 거기에는 살벌한 표정의 레이먼드가 서 있었다. 로제는 속으로 실소했다. 저 남자의 어디에 저런 살벌한 표정이 숨어있었을까? 로제의 머릿 속 레이먼드는 여전히 자기가 멀미 났을 때 안마를 해주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상냥한 사람이었으니까.

"니들 즐기냐? 물대포 쏘는 거 보고 있으면 막 성적 쾌락이 느껴지냐?! 하루 종일 이것만 하고 싶냐? 그럼 씨발 어디 오늘 하루 종일 해보자 이 머리통에 피스톨 맞은 병신들아!"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여기에 서 있는 선원들은 다 시체가 되었을거야. 로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레이먼드?"

얼굴에 피까지 몰리면서 잔뜩 소리치고 있던 레이먼드가 로제의 목소리를 듣고 후우, 하고 숨을 쉰 다음에 말했다.

"어, 왜."

가라앉은 목소리로 레이먼드가 로제를 바라보며 말하고. 로제가 입을 열었다.

"이 이상 하는 건 솔직히, 효과가 없을거에요. 선원들도 다들 지쳤고."

그 말에 레이먼드가 말했다.

"야, 저래서 저것들 바다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냐. 내가 많은 거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 물대포 좀 잘 쏴보라니까. 그것도 못하고 있냐."

레이먼드의 말에 로제가 다시 말했다.

"하루 만에 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레이먼드 지금 너무 조급해보여요."

로제의 말에 레이먼드가 대답했다.

"당연히 조급하지. 로른 해잖아! 우리랑 놀려고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 하나하나 읊어줄까? 싸늘한 앤, 검은 어금니, 카멜롯 해군과 아이리 해군. 현상금 노리는 자식들! 지금 저 신입 자식들 힘들고 아니고 신경 써줄 여유가 없어."

나의 말에 로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런다고 나아질 일이 아니에요."

레이먼드가 다시 말했다.

"그러다가 또 이 녀석들도 다 죽어."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부딪치고. 레이먼드가 눈을 감고 잠깐 있다가 말했다.

"아직 선원이 다 뽑힌게 아니니까. 로제, 네 말대로 하자."

하지만, 레이먼드가 서늘한 눈으로 선원들을 바라봤다.

"애들 다 뽑히고 나면. 맹세하는데 내가 만족 못하면 이 배에서 아무도 못 내릴 줄 알아라."

레이먼드는 말을 마치고 러셀의 검을 돌려서 다시 럼보틀 항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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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서 우리는 다시 럼보틀 항구에 돌아오게 되었고. 나는 별 말 없이 바로 숙소로 향했다. 선원들 구워 삶는 건 이제 로제의 몫이지. 나는 곳바로 레드 아이 술집으로 향했고. 거기에는 마리아와 갑판장이 앉아서 앞의 남자 하나를 보고 있었다.

"장기자랑 해봐."

마리아의 말을 듣고 나는 순간적으로 초점을 잃었다. 이게 뭔 소리야. 지금? 그리고 그 말에 알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남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허허허 하고 웃으면서 마리아에게로 다가갔고. 마리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오, 일찍 돌아왔네?"

나는 그 말에 픽 웃으면서 대답했다.

"애들이 너무 연약해서. 더 굴리면 깨지겠던데요. 그나저나 방금 전에 그건 뭡니까? 왠 장기자랑?"

이게 무슨 환갑잔치에서 애들 재롱 부리는 것도 아니고. 선원 뽑는 자리에서 장기자랑을 왜 시켜? 나의 말에 마리아가 턱을 괸 채로 태연하게 말했다.

"아, 그거?"

그러고는 마리아가 장기자랑을 하던 남자에게 말했다.

"불합격. 잘가라."

그 말에 남자가 울컥해서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갑판장의 눈이 시퍼렇게 타오르자 그대로 찌그러져야만 했다.

"어차피 불합격이라, 잠깐 눈요기를 했지."

잔인하다. 나는 그럴듯한 이유라도 있었는데. 이 여자는 그냥 심심해서 저런 일들을 마구 하고 있어.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마리아의 옆에 털썩 앉아 맥주 한 잔을 시켰다.

"얼마나 뽑았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음... 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두 명 정도?"

장난하냐?! 두명?! 두명?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꼴랑 두 명 뽑아놓고 뭐가 좋다고 실실 웃으면서 배 타고 싶다는 남자한테 장기자랑이나 시키고 있는거냐.

"선장... 조금 성실해 지시는게 어떨까요? 저는 밖에 나가서 그 멍텅구리들 데리고 하루 종일 물대포 갈기다 왔는데."

그 말에 마리아가 히죽 웃었다.

"아니, 마음에 드는 인간이 별로 없는 걸 어떡해."

옆에서 갑판장이 거들었다.

"원래 선장이 사람 보는 눈이 좀 까다롭지!"

나는 이마를 짚고 있다가 앞에 선 선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 얼마나 탔냐."

나의 물음에 그가 나를 보며 말한다.

"그쪽은 누구지?"

항해사다 이 새끼야. 나는 그렇게 내뱉었고. 옆에서 마리아가 한 마디 거들었다.

"다음."

그러니까, 어떤 기준이 탈락과 합격을 좌우하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일단 마리아 마음에 들어야 하고. 갑판장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도 들어야겠지.

... 이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그 동안 우리는 별 탈 없이 럼보틀 만에 머물 수 있을지 모르겠네.

============================ 작품 후기 ============================

50킬바... 무리인 것 같아요... 그냥 3연참으로 봐주세요 ㅠㅜ 죄송합니다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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