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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80화 (8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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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수를 채워야 합니다

럼보틀에 바다의 날개가 정박하는데 성공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자그마치 일주일에 걸친 항해였다. 그 전에는 사람이라도 많아서 뭔가 왁자지껄한 분위기라도 있었지. 사람이 적어지니까 이 일주일 동안 배 위에서는 침묵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든 럼보틀 만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 배에서 내린 우리는 갑판 아래에서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부족해서 장물을 나를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우리는 그냥 배에서 내렸다.

"배에 타겠다는 녀석들은 많을 겁니다."

나의 말에 마리아도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다.

"사실, 그게 더 문제지."

마리아의 말에 나는 그녀를 슬쩍 봤다.

"선원들은 배의 분위기와 직결된다. 이상한 녀석들이 많으면 배도 이상해지는 법이야."

오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많아지면, 그 중에서 이상한 녀석들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그 찌끄레기들을 가려내기가 힘들 것이다. 당장 사람 수만 채운다고 하면 럼보틀 만의 광장 한가운데에서 바다의 날개 탈 사람! 이라고 외치는 걸로 드글드글하게 몰려오겠지만.

지금까지의 우리 항해의 특색을 살펴보면 그런 어중이 떠중이들을 받았다가는 우울하고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잠깐 걸어가던 마리아는 럼보틀의 시장 한 가운데에 멈추더니 크게 외쳤다.

"바다의 날개 선장 마리아다!"

나는 그녀의 외침에 멍하니 마리아를 바라봤다. 나 방금 전에 혼자 생각하고 있던게 있는데 말이야.

"함께 배 탈 선원을 구한다! 생각있는 녀석들은 오늘 해지고 나서 레드 아이 술집으로 와라!"

나는 갑판장을 돌아보면서 한 마디 했다.

"원래 이런 식으로 사람 모으나?"

나의 말에 갑판장이 고개를 저었다. 칼에 여기 저기 다친 주제에 이딴건 침 바르면 나아진다는 미친 소리를 해서 내가 반 강제로 여기저기 붕대로 감아놓은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러면 보통은 미친 사람 취급받지."

그치?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시장 한 가운데에서 저런 거 외치면 바로 싸이코 취급 받게 되잖아. 하지만 갑판장은 어깨를 으쓱 하고는 웃었다.

"뭐, 선장의 명성이라면 저런 식으로 해도 사람이 미어터지게 올 거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해군이랑 싸울 때에 가장 핵심이었고, 타고 있는 배도 다른 사람들은 꿈도 못꾸는 배니까."

나는 턱 하니 시장 한 가운데에 서서 허리에 양 팔을 올리고 있는 마리아를 봤다. 마리아가 말을 마치고 나서 이쪽으로 오면서 말했다.

"이제 배 타고 싶은 녀석들은 레드아이 술집으로 오겠지. 숙소 잡고 잠이나 한 숨 푹 자자고."

그냥 이렇게 끝내는 거냐. 진짜 괜찮은 거냐. 방금 전에는 엄청 중요한 일이라는 듯이 말하더니. 뭐, 일단 간만에 밟은 땅이기도 하고. 한숨 자자는 말에는 동의하니까.

레드아이 술집, 이전에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해적 항구의 술집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삡빱 거리는 아코디언 소리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 몸을 파는 여자들과 턱수염이 복실거리는 문신 투성이의 선원들.

하지만, 우리가 턱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온 것 만으로 술집의 분위기가 바뀐다. 아코디언 소리가 줄어들고, 사람들의 소리도 줄어든다. 모두가 이쪽을 바라본다. 정확히는 우리의 선장 마리아를 모두가 바라본다. 마리아는 그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어디 앉을까? 역시 좀 큰 편이 좋겠지?"

그러면서 떡하니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에 턱 하고 앉은 마리아. 그 옆에 우리의 남은 선원들이 앉기 시작하고. 마리아는 턱을 괴고 점원을 보면서 말했다.

"대충 식사 인당 하나씩 내오고. 맥주."

이야기를 마친 마리아는 태연하게 주변을 슥 둘러보면서 하품을 했다. 모두가 우리를 주시할 뿐.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맥주가 나오고, 식사가 나오고. 마리아와 우리는 여전히 아무 반응 없이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 수다를 떨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명이 턱 하고 우리의 맞은편에 앉았다.

"선원을 찾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말에 마리아가 그 남자를 슥 보고는 말했다.

"그래. 생각 있나?"

그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라도 괜찮다면야. 그 여해적 마리아와 함께 배를 탈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어, 난 저거 합격."

나의 말에 마리아도 픽 웃었다.

"여기도 합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두가 합격으로 동의를 했고.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그냥, 이렇게 끝입니까?"

그 생각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해주지.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말했다.

"원래 해적은 깡이야. 다들 눈치 보고 있을 때 먼저 도전했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나의 말에 모두가 간단하게 동의를 표시했고. 마리아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자자, 그럼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우리는 선장과 항해사는 2인분을 가져가고, 갑판장이 1.5인분을 가져간다. 그 이외에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 1인분 몫을 배당금으로 가져가지. 여기에 불만있나?"

그 말에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갑판장이 그를 보면서 말했다.

"배는 얼마나 타봤지?"

그 말에 남자가 대답했다.

"2년 정도 탔습니다."

뭐, 완전 초짜 애송이는 아니겠군. 갑판장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를 바라봤다.

"내가 갑판장이다. 앞으로 네놈을 부려먹을 사람이니 잘 기억해두라고 으하하하!"

그러면서 맥주를 한 잔 다 비우고 입가를 슥 비비는 우리의 무섭게 생긴 갑판장. 첫 방아쇠가 당겨지고 나서 사람들이 하나씩 이리로 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천천히 녀석들을 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 무슨 파이러츠 갓 탤런트도 아니고. 우리 모두 뒤 돌아 있다가 상대 하는 거 보고 합격 불합격 나누는 거 같잖아. 다만, 심사위원이 좀 많을 뿐이지.

그리고, 꽤나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한 명이 털썩 우리 맞은편에 앉았다.

"600달란트가 걸려있던데, 마리아 선장."

그 말에 마리아가 잠깐 생각하다가 그를 바라봤다.

"아, 이야기는 들었는데. 뭐 문제라도 있으신가?"

남자가 별 말 없이 칼을 슥 뽑아들고 마리아를 바라봤다.

"댁 밑에서 일하는 건 관심이 없어. 그것보다는 당신 머리에 걸려있는 돈에 관심이 있지."

그 말에 마리아가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

"대놓고 말해주는 이유는?"

남자가 주변을 슥 보고 말했다.

"혼자서 다섯 명 넘는 사람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아하,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땅콩 하나를 휙 던져서 받아먹고 말했다.

"나랑 1대 1을 해보자는 건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아는 자리에서 슥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거 재미있겠네. 신사 숙녀 여러분."

마리아는 주점의 모두를 보면서 말했고. 서늘하게 웃었다.

"잠깐 자리 좀."

그 말에 순식간에 의자와 테이블이 밀려서 커다란 공터가 나오고. 마리아는 자신의 커틀러스를 뽑아 든 채로 그를 바라봤다. 남자도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나는 이 세상에 마리아랑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히 많겠지만. 최소한 DNA 구조가 인간이면 마리아가 지는 그림은 생각할 수가 없다.

예상했던 대로 계속해서 휘둘러지는 남자의 공격을 마리아는 힘들이지 않고 피하고 있었다.

"... 이거 뭐야?"

그러면서 마리아는 휙 하고 자신의 푸른 커틀러스를 우리 테이블 쪽으로 굴려 넣고는 단검 하나를 뽑아들고 상대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휘둘러지는 상대의 검을 슥 피한 마리아의 발이 그대로 남자의 복부에 틀어박히고, 그 상태에서 남자의 가슴을 밟고 턱에 다시 발차기를 넣은 마리아는 그대로 공중제비를 넘어 바닥에 착지했고. 그걸로 남자는 무력화 되었다. 마리아는 눈을 몇 번 깜박이고는 그를 바라봤다.

잠시 뒤에, 남자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녀석의 몸이 동아줄로 꽁꽁 묶인 상태였다.

"레이먼드, 허접한 친구는 어떻게 처리할까?"

솔직히... 이런 식으로 우리를 노려줘서 정말 고맙다. 나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선택해, 눈이야 귀야?"

나의 말에 묶인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어서 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의 말에 나는 포크를 가볍게 던졌다가 받으면서 말했다.

"보자, 둘 중에 하나는 꼭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걸 포기할래?"

미안하지만, 너는 우리의 쇼케이스가 되어줘야겠어. 바다 위도 아니고, 육지인 럼보틀 만에서 만큼은 목숨의 위협 같은거 받지 않고 살고 싶거든. 선빵 갈긴건 댁이니까. 그 정도는 각오하고 왔겠지. 남자가 침묵하고 있자. 나는 동전 하나를 세워놓고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이 동전의 회전이 멈출 때 까지 대답이 없으면 둘 다 날아간다?"

나의 말에 남자가 나를 바라봤다.

"귀... 귀로 하겠다!"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그럼, 너 오른손 잡이냐 왼손잡이냐?"

나의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저 녀석 오른손잡이다."

그 말에 나는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리아의 커틀러스를 들고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포크로 눈을 쑤시기 시작했다. 남자의 비명이 소름끼치게 주점 안에 울려퍼지고. 나는 쿵쿵 뛰는 심장을 억지로 누른 채로 눈을 몇 번 깜박이고 마리아를 바라봤다.

"아, 이 친구 귀라고 했었나요?"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흠, 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를 으쓱 했다.

"미안하다. 실수했네. 내가 요즘 오락가락한다니까?"

포크를 슥 들어서 남자의 옷에 닦아낸 나는 마리아가 바닥에 떨어뜨렸던 커틀러스를 집으면서 올라오려는 토악질을 억눌렀다. 아 씨발, 여기에서 토하면 좆도 안된다. 눈알을 찌르고 들어가던 그 감촉이 아직도 손에 선명하게 남아서 몸에 식은땀이 쭉 흐르게 만든다.

"보자... 오른손잡이라고 했었나."

나는 커틀러스를 들고 고민하다가 천천히 오른손에 칼을 가져가서 녀석의 손을 잘라내었다. 다시 들리는 비명과 칼날이 살과 근육과 관절을 자르고 들어가는 섬찟한 감촉.

"앞으로는 왼손잡이로 살도록."

나는 말을 마치고 커틀러스를 휘둘러서 피를 털어내고 마리아에게 건네주었다. 마리아는 그 남자를 보다가 입맛을 다시고 말했다.

"오늘 선원 몇 명 뽑았냐?"

어... 세 명 뽑았었지 아마. 나의 말에 마리아가 인상을 팍 썼다.

"아, 한 동안 더 머물러야겠구만. 오늘은 여기까지 한다! 기분이 팍 상했어.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고!"

마리아는 우리의 작은 오디션의 폐회를 선언하고 맥주를 싹 비운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고. 선원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우리가 새로 뽑은 세 명의 선원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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