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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78화 (78/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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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

식당 안에서, 에밀은 눈 앞의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에밀이 알콜에 적신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

"들지, 산거위 푸아그라 구이야. 트뤼플로 약간 향을 내보았지."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남자는 식사를 시작하고, 에밀이 그 간을 살짝 썰어서 맛을 본 다음 입을 열었다.

"그래, 보고를 해보게."

에밀의 말에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상했던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 말에 에밀이 그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말해보게."

그 말에 남자가 다시 구워진 간을 한 입 먹으면서 입을 열었다.

"현재 가장 높게 현상금이 책정된 해적들은 대부분이 마리아라는 여해적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 그 바다의 날개. 에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 녀석들은 속도가 빠른게 특징이라 현상금을 걸었다고 잡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 쯤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닐텐데.

에밀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바다의 날개를 습격한 사람들이 모두 반쯤 폐인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소문에 따르면, 자신들을 공격한 사람들에게 투표를 시킨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에밀이 서늘하게 웃었다.

"그렇군, 공포로 탐욕을 밀어내는 건가."

묘수다. 현상금을 노리고 갔던 녀석들이 모조리 인간 폐인이 되는 걸 본다면, 바다의 날개를 공격하는 녀석들은 팍 줄겠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게다가, 다른 해적들도 거기에서 영감이라도 받았는지. 자신들의 현상금을 노리고 온 녀석들을 잔인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저게 문제지. 원래 창의력이 없는 것들이 모방은 잘하는 법이니까. 절반 정도의 간을 먹고 난 에밀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큰 문제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였으니. 어찌되었던 해적들의 행동 자체는 크게 제한이 걸렸을터."

그 말에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행동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면야 해적 수는 줄어들지 않아도 상관 없어. 어차피 시간이 지나서, 해군이 원래의 위상을 회복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에밀은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간단한 회화와 함께 식사를 마저 하기 시작했고. 식사를 하는 가운데에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 마리아라는 여해적의 일행들에 관해서 소문이 하나 돌고 있습니다."

에밀은 다음으로 나온 요리를 살짝 썰어서 먹으며 말했다.

"무슨 소문?"

남자가 포크로 앞에 놓여있는 갈비살을 썰면서 말했다.

"함께 일하는 녀석들 중에 하나가, 최근에 가문에서 제외당한 로제 발미온 영애라는 소문입니다."

끼긱, 하는 소리와 함께 에밀이 사용하던 포크가 은제 접시의 바닥을 긁는다. 이런, 이라고 에밀은 말한 다음에 사과를 하고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소문이군. 뜬소문이겠지."

에밀의 말에, 남자가 다시 입을 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소문이라기보다는, 꽤나 정확한 모양입니다. 그들의 외모 묘사가 하나같이 로제 발미온 영애와 일치합니다."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는 이어지고. 식사를 마친 다음 에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뭐, 여튼 현상금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노력을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라고 남자는 말한 다음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뒤를 돌아서 자신의 서재로 올라가는 에밀은 입꼬리가 거의 귀밑까지 올라갈 정도로 흉측하게 웃고 있었다.

서재에 도착한 에밀이 혼자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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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른해로 돌아가고 싶다.

더 이상은 바다에 떠있고 싶지 않아. 망망대해에 보는 사람이라고는 맨날 똑같은 얼굴 뿐이고, 먹는 음식도 똑같은 그것들 뿐이니까. 선원들이 미쳐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선원들 중 몇 명이 건빵 속에서 튀어나오는 바구미들에게 말을 거는 걸고, 양말을 벗어서 손에 끼고 인형극을 하며 킬킬대는 녀석들을 본 나는 마리아에게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이상 바다 위에 떠 있으면 이 배는 더이상 해적선이 아니라 떠다니는 정신병원이 될 것입니다."

해상 레스토랑도 아니고 해상 정신병원이라니. 나는 그런 꼴 되고 싶지 않아. 나의 강렬한 주장에 마리아는 어쩔 수 없이 배를 로른해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야, 가르시아 해에서는 배를 정박할 만한 곳이 영 시원치 않으니까. 일반적인 항구는 당연히 못들어가고. 해적들의 항구라면 분명히 게르하르크와 줄이 닿아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친구를 만나면 좋은 꼴은 못 볼 것이 뻔하니까. 가르시아 해에 사실 상 우리가 정박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우리가 땅에 발 붙이려면 어찌 되었던 로른 해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선장실 밖으로 나오자. 선원들이 기대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당당하게 그들에게 말했다.

"다음 역은, 럼보틀. 럼보틀 만입니다."

나는 그 말을 마치고 한숨을 쉬면서 육분의를 꺼내서 하늘을 살펴보고, 크로노미터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로른 해의 카멜롯 왕국 수도 시간에 맞춰진 시계. 거기에 뜨는 시간과 지금 이곳의 시간을 체크해서 경도를 계산한 나는 입을 열었다.

"왼쪽으로 다섯 작대기 돌리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한 동안 항해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말했다.

"오른쪽 두 작대기. 그 상태로 유지해라."

로른 해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가르시아 해에서 나쁜 짓거리를 너무 많이해서 나중에 탈이나 나지 않을까 모르겠네.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머리를 긁었다. 비가 올 것 같은데. 파도도 높고, 하늘에 먹구름도 끼어있고. 나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선원 한 명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전방에 배들이 엄청 많습니다! 헤멜롯의 국기와 졸리 로져를 같이 올리고 있습니다!"

나는 망원경을 챙겨와서 그 배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 뒤탈이 날 건 알고 있었지."

사실,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는 않았을 뿐이다. 게르하르크도 해적이고, 우리한테 뒤통수를 맞은 해적이다. 우리는 그 친구의 영역인 가르시아 해에 있었고. 그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게 이상할 지경이지. 나는 정면에 보이는 마스트 위에 걸려있는 졸리 로져와 갑판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익숙한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게르하르크가 왔다. 배를 다섯 척이나 이끌고. 우리를 완전히 바닷 물에 담궈버리겠다는 굳은 그의 의지가 보지 않아도 느껴질 지경이다. 집에 가기 전에 참 힘든 일 한 번 겪는구만.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차가운 빗방울을 맞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배가 굉장히 넓게 펼쳐져 있다.

"그냥 스치고 지나가... 씨발, 이게 다 뭐야?"

나는 바다를 둘러보았고. 머리를 긁었다. 다섯 척이 아니잖아. 마스트가 없으면 이게 문제라니까. 녀석들이 우리를 넓게 둘러 싼 상태다. 적어도 30척 정도는 되어보이는 배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데다가.

녀석들 주변의 파도와 해류는 하나같이 이상했다. 뭔가 장애물 같은 것이 있는 것 처럼 높아지기 시작하는 파도가 이상하게 부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리아가 로제와 함께 밖으로 나와서 상태를 슥 보고 말했다.

"이것들은 다 뭐야?"

태평해 보이는 목소리. 나는 마리아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게르하르크가 친구들과 함께 왔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말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버려. 저렇게 넓게 포위망을 쳐놨으면 그냥 사이로 스치고 가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되지를 못해. 나는 바다를 보면서 말했다.

"저 배들 사이사이에서 흐르는 바닷물이 이상합니다. 아마 사슬 같은 걸 늘어뜨려 놓았을 겁니다."

그 말에 마리아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우리 지금 콜로세움 같은 곳에 갇힌건가?"

그 말대로, 우리는 지금 둘러싸여있다. 사이로 빠져나가려고 했다가는 늘어져 있는 사슬들에 바다의 날개가 걸려 망가질 거다. 고칠 방법이 제한적인데 그런 식으로 빠져나갈 수는 없지.

흘러내리는 빗물을 슥 닦아낸 나는 선원들에게 말했다.

"일단 닻 빨리 다시 올려 캡스턴부터 처리한다!"

그 말에 선원들이 나를 바라봤다. 닻을 내리고, 끌어올리는 거대한 크랭크 장치인 캡스턴 이미 내려진 닻을 다시 올리는 데에 들어가는 시간도 많지만...

"차라리 닻을 캡스턴에서 잘라버리는게 좋지 않아?!"

마리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배에 뒷 일이 없어진다. 조금 위험해도 닻을 살리는게 좋다. 나의 말에 선원들이 캡스턴에 달라붙어 닻을 감기 시작했고, 닻이 천천히 감아올려져서 배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말에 선원들이 갑판 아래로 내려가서 캡스턴과 이어져 있는 사슬을 풀어버리고. 배가 주변에서 흔들리는 파도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 상태에서 바로 러셀의 검을 돌려서 속력을 내고 선원들을 바라봤다.

"대포 잡아라. 지금 상황 별로 안좋아!"

일단 배도 너무 많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제한되어있다. 이 상태에서 녀석들은 점차 조여들어올 것이고. 제 아무리 빠른 배라고 해도 좁은 공간에 가두어진 상태에서 움직이다보면 눈 먼 대포알을 맞게 된다!

배를 가지고 구속 플레이를 하다니. 나는 몰아치기 시작하는 바람과 비를 바라보면서 결론을 내리고 말했다.

"상대부터 빠르게 적신다!"

나는 배를 움직이면서 말했고, 우리쪽에서 발사된 물대포들이 녀석들의 배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배가 많은 상태에서 녀석들이 포를 갈기면 피하는게 거의 불가능하니까!

우리쪽에서 상대를 향해 발사되는 물대포들이 배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지만. 녀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 백병전을 노리고 있어!"

마리아는 말하면서 선원들을 바라봤다.

"준비 해라! 녀석들 배 붙이려고 들거야!"

물대포를 쏜다는 점에서 이미 녀석들은 포를 쏘는 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짐작하고, 사슬로 서로를 연결해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다음에 배를 붙일 생각이다.

처음에는 이쪽의 물대포로 배들이 박살나겠지만.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고 배들이 달라붙기 시작하면 서너 척 정도는 이 배에 달라붙는데 성공할 것이고. 그 상태에서 바로 이리로 넘어오면. 상황 참 아름답게 변할 것이다.

배 안으로 녀석들이 건너오면 물대포를 쏠 수가 없다. 쏠 사수들이 넘어온 병력을 막아야 하니까. 그 전에 최대한 많은 배들을 망가뜨려야 한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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