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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77화 (7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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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

다음에 달려드는 녀석들을 사냥할 때에, 이미 우리들은 반 쯤 이 녀석들의 미래에 대해서 정해놓은 상태였다. 불행한 그들의 태어나지 못한 2세들에게는 안쓰러움을 전하려는 마음을 먹었었다. 마침내 우리에게 달려드는 어리석은 친구들을 하나 더 발견하고. 우리가 그 신성한 의식을 집행할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때였다.

거기에서 로제가 입을 열엇다.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눈 앞에 꽁꽁 묶여있는 선원들을 바라보면서, 로제는 산뜻하고 소름끼치는 제안을 하나 한다.

"투표를 시키면 어떨까요?"

그 말에, 마리아가 로제를 바라봤다.

"무슨 소리야?"

로제가 그들을 보면서 말한다.

"다 죽이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러니까, 저 사람들에게 투표를 시켜서 죽일 사람을 정하게 하는 거에요. 음, 지금 15명이니까 7명 정도만?"

불쌍하다고 했냐 너 지금? 도덕 교육을 해적한테 받았나. 정말 자비롭구만. 마리아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것도 괜찮을 것 같네. 그거로 하자."

죽을 사람과 살 사람을 지들끼리 정하게 한다. 사람 맛탱이 가게 만드는 데 이거 이상으로 탁월한 방법이 있을까. 나는 600 달란트 벌어보겠답시고 우리에게로 달려든 이 불쌍한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종이조각들을 잘라서 던져주었다.

"여기에다가, 죽일 사람 이름 일곱개 쓰면 된다.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 없고, 만약에 동표수가 나오면 두 사람 다 죽을 줄 알아."

이름하여 셀프 데스노트다. 거기에 묶여있던 남자 한 명이 우리를 보며 외쳤다.

"우리가 미쳤냐!? 이런 짓거리를 할 것 같아!"

그 말에 마리아가 픽 웃으면서 그 남자의 마빡에 피스톨을 들이대고 말했다.

"안 하면 다 죽일거니까?"

잘가, 라고 말하고 마리아가 남자의 이마에 댄 피스톨의 방아쇠를 당겼다. 확 피어오르는 화약 연기와 함께 이마에 구멍이 난 채로 앞으로 쓰러지는 남자. 그리고 마리아가 아직 살아있는 선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이제 딱 14명이니까 절반 맞출 수 있겠네."

선원들을 공포에 질린 채로 뚫어져라 종이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노려보면 탈출 방법이 나오냐? 나는 그걸 보다가 한 마디 했다.

"30분 뒤에 종이를 거둔다. 종이 왼쪽 위 귀퉁이에는 자기 이름 써놔라. 누구 종이인지 알 수 있게."

나는 말을 마치고 크르노미터를 가져와서 시간을 살피기 시작했다. 삼십분이 지나고 종이를 거둔 다음. 나는 하나하나 누가 어떤 사람들을 지목했는지 읽어주기 시작했고. 투표를 마치고 나서 득표수가 많은 7명이 절망에 찬 표정을 지었고, 살아남게 된 7명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거기에서 내가 묶여있는 선원들을 보며 한 마디 했다.

"야, 제일 득표수 많은 일곱 명 살리고 나머지는 다 죽이는게 더 좋을 것 같아. 마음이 바뀌었거든."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모두 자신들이 타고 온 선실의 갑판 아래에 밀어넣고, 가장 득표수가 많은 일곱 명의 끈을 풀어준 다음, 그쪽을 향해 단검을 두어 자루 던져주었다.

"투표도 니들이 했으니, 죽이는 것도 니들이 해야지? 다 죽이면 문 두들겨라."

나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고. 마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왜 갑자기 득표수가 제일 많은 사람들을 살린거야?"

나는 그 말에 파이프를 꺼내서 불을 붙이고 빨아들이면서 말했다.

"제가 일부러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다 말해줬으니까. 득표수가 많은 사람들은 누가 자신에게 투표했는지 알고 있겠죠. 그중에 몇 명은 지금 저기에서 죽게 될 사람들이고."

나는 내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기면서 말했다.

"사람 심리라는게, 막상 저렇게 되면 우리에 대한 적의 만큼이나 자신에게 투표한 사람들에 대한 적의가 들끓게 되거든요. 조금 있다가 저거 열어보면 묶여 있던 새끼들은 다 죽어있고, 아마 풀린 채로 들어갔던 녀석들끼리도 싸워서 서너명 정도 남아있을 겁니다."

내 말에 마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이야, 여기에 아주 나쁜 새끼가 하나 있었네."

그 말에 나는 연기를 후우, 하고 피워올리며 마리아를 바라봤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씨익 웃었다.

"아주 해적스럽군."

칭찬으로 듣도록 하자. 나는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

"저 새끼들은 다시는 우리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거고. 살아남은 새끼들은 돌아가서 당연히 우리에 대한 소문을 내겠죠."

몇 번만 더 해주면 아마 미치지 않고서는 우리를 거들떠 보지도 못할걸.

마리아는 로제를 보면서 말했다.

"아까 머리 없다고 해서 미안하다, 로제."

그 말에 로제가 아하하... 하면서 말을 끌다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이런 걸로 칭찬 받는게 슬픈 모양이다. 나는 어디까지 타락하는 걸까. 하는 작은 중얼거림이 로제에게서 들려온다.

잠시 뒤에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선원 하나에게 칼 한 자루를 빌려들고 문을 열었다.

"거, 일 끝났으면 알아서들 나와라."

나의 말에 사람들이 천천히 나오는데. 그 숫자가 다섯에서 멈추엇다. 두 명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을 바라보다가 나는 말했다.

"살아남은 걸 축하한다. 앞으로는 딴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살도록..."

나를 향해서 단검을 들고 달려들며 비명을 지르는 남자. 나는 그 남자의 배를 향해서 칼을 찔러넣었다.

"딴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니까."

나에게 달려들던 남자는 칼을 몸에 박은채로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칼에 묵직한 무언가가 꿈틀거리면서 칼을 붙잡는 듯한 느낌과 함께 나는 천천히 칼을 뽑아내었다. 남자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몇 번 움찔거리다가 이내 숨을 거두었고. 남자의 주변으로 천천히 피가 번지기 시작한다.

"바다는 그 죽음을 내어주리라."

나는 검에 엉겨 붙어있던 피를 털어내고, 다시 검을 돌려준 다음에 한숨을 쉬고 마리아를 바라봤다.

"돌아가시죠."

그래, 라는 말과 함께 우리들은 다시 바다의 날개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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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님은,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밤, 닻을 내린 바다의 날개 선장실 안에서. 로제는 자신의 머리를 말리면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마리아가 로제를 바라본다. 로제는 마리아의 몸에 나 있는 상처들을 보다가 말한다.

"가끔 제가 두려워요. 이래도 되는 걸까."

로제의 말에 마리아가 턱, 하고 침대에 앉는다.

"나는 나름대로 답을 내렸지만, 그 답이 너의 답이 될 수는 없지."

마리아의 말에 로제가 그녀를 바라본다.

"말씀해주세요."

로제의 말에, 마리아가 가만히 로제를 바라보다가 말한다.

"우리는 바다야. 마음이 내킬 때에는 한도 끝도 없이 정이 많고 따스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삼켜버리는 바다.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침대에 기대어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나는 논리랑 이성을 싫어해. 감정적이거든. 마음이 내키면 사람을 구할 때도 있고, 마찬가지로 마음이 내키면 모두 죽여버리지."

로제는 그 말에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레이먼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아요."

마리아가 로제의 말에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다.

"세상에 공존하지 못하는 건 없어. 착한 사람이 악행을 할 수 있는 법이고, 나쁜 새끼가 선행을 할 수도 있는거지. 그걸 가지고 자신이 변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건 웃긴 소리야."

마리아가 로제에게 술병을 던져주었다.

"스스로를 한 가지에 묶여있는 조잡한 생물로 생각하지마."

로제는 그 술병을 보다가 한 모금 마시고 숨을 확 내쉬었다.

"모르겠어요."

원래 인생 모르는거야.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았고. 로제는 한 동안 더 스스로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다시 술을 홀짝이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던 로제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레이먼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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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로제가 술병을 들고 밖에 서 있었고. 나는 살짝 옆으로 비켜주었다.

고마워요, 라는 말과 함게 로제는 항해사실 안으로 들어와 테이블에 앉았다.

"밤이 늦었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법이야."

내 말에 로제가 피식 웃는다.

"전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노래 가사같은데 저거. 나는 흠, 하는 소리를 내다가 로제의 맞은편에 앉았다. 로제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나를 바라봤다.

"레이먼드, 불안하지 않아요?"

... 뭐가 불안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나는 로제를 물끄러미 바라봤고. 로제가 후우 하는 숨소리와 함께 말했다.

"오늘 제가 낸 의견에 스스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아, 그 투표? 확실히 놀라웠지. 나는 로제를 보면서 말했다.

"놀라지 않았다고 말하면 개소리지."

내 말에 로제가 웃으면서 말한다.

"마리아는요, 해적들은 바다 같은 사람들이라던데요. 한 없이 평화롭다가 갑작스럽게 폭풍이 몰아치는."

나는 그 말에 실소를 흘렸다. 역시 마리아는 그 나이에도 아직 중2병이 자리잡고 있다. 뭐야 쪽팔리게. 지가 바다라니.

"레이먼드는 자신이 해적 생활을 하면서 변해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말에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변해가는 건 확실하지."

이젠 사람 목도 슥슥 따버릴 자신도 있고. 머릿 속에서 피비린내 나는 생각들도 어렵지 않게 떠오르고. 나의 말에 로제가 다시 물어보았다.

"두렵지 않아요?"

글쎄... 나는 마리아의 선례를 생각하면서 최대한 나중에 생각해봤을때 쪽팔리지 않을 단어들을 신중하게 선택하기 시작했다.

"가장 이득이 되는 일을 할 뿐이야."

아까의 투표에서도, 만약에 녀석들의 기를 죽여놓지 않으면 앞으로의 항해는 더 힘들어 질 것이다. 다른 배들이 끊임없이 이 배를 노리기 시작할 것이고, 그러는 과정에서 함께 배를 타고 있던 사람들이 죽어나가겠지. 이득과 손실, 나는 그걸 파악해서 움직인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의 차이는 있겠지만.

"뱃사람들 중에 몇 명은 럼주에 화약을 섞어 먹는 미친 짓을 하기도 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술병을 가르켰다.

"맛 없어. 먹다가 토하는 사람들도 있지. 당연히 몸에도 안 좋고. 그래도 하는 놈들은 여전히 있어."

그렇게 자기 몸을 혹사시키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얕보지 않았으면 하는거지. 그래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는거야. 나는 술도 화약을 섞어먹는 미친놈이니까 함부로 우습게 보지 말라는 메시지 같은거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을 하면서, 남에게 우습게 보이면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을테니.

"오늘 다른 배에 있던 선원들에게 그런 잔인한 일을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야."

녀석들을 곱게 보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훤히 보이는데. 녀석들을 그냥 보내는 건 입에 피스톨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거랑 다를게 하나도 없다.

해적들도 몇몇 사이코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백기를 올린 배는 화물을 약간 뺏어가고 그대로 보내준다. 하지만, 저항을 하게 된다면 철저하게 상대를 부숴버린다. 그러지 않고 풀어주면 다음부터는 자신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약탈을 하기 힘들어질테니까.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거지. 그러는게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걸."

나는 다시 로제가 술병으로 입을 가져가자 그 술병을 탁 채서 빼앗았다.

"또 먹고 토하려고?"

... 안해요. 로제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로제가 문 밖으로 나서는 걸 바라봤다. 한창 고민이 많을 때지. 기껏 정해진 자기 직업이 해적이라니. 나 같아도 우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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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산다고 한다. 내키는데로 움직이고, 하고 싶은데로 하고. 레이먼드는 가장 이득이 큰 쪽으로, 가장 손해가 적은 쪽으로 생각해서 행동한다고 한다.

둘 다, 자신에게는 맞는 것 같지 않다고 로제는 생각하면서 다시 선장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래도,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은 있는데. 나는 이런 모든 일들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해야 하는 걸까?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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