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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67화 (6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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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먼트

며칠 뒤에, 우리가 출항 준비를 서두르고 있자, 밤에 나에게 사람 한 명이 찾아왔다.

"게르하르크님이, 왜 출항을 할 준비를 하는 거냐고 물어보신다."

이 정도로 나에 대한 감시가 심한 분이시다. 마음 같아서는 거기에서 셀키를 내가 사버리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렇게 해서 관심을 끌어버리면 향후 계획들에 여러가지로 차질이 생길 것 같단 말이야. 게다가 돈을 쓰지 않고도 구할 방법이 있는데 뭐하러 소중한 진주들을 소비해야 하나. 나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한 번에 바로 들어가서 오징어들의 시선을 끄는건 위험해. 일단 한 번 가서 그 거대 오징어들 능력을 알아보려는거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해드려."

나의 설명에 일단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다시 돌아갔고. 나는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하고는 머리를 한 번 쓸어올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항해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는데. 세상 만사가 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더라.

그럴수록 하고 싶은 걸 미친듯이 쫒아야겠지.

물을 마시고 잠시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로제가 들어왔다. 문이 열릴 떄 까지만 해도 걱정으로 인해서 피폐해진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얼굴을 바꾸고 나에게 급하게 말한다.

"폰테인이라는 남자, 출발했어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항하지. 옷 따뜻하게 입어라."

로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는데 굉장히 간만에 배를 타는 기분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 해전 이후로 다른 배를 털기 위해서 배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

나는 걸려있던 코트를 휘릭 소리 나게 입으면서 속으로 씨익 웃었다. 이 장면에 단어로 약탈집행 이런거 붙여놓으면 엄청 간지나고 병신같을 것 같은데. 막 취미로 해적을 하고 있는 남자 같고 말이야.

그럼, 가볼까.

아래로 내려오자 사람들이 이미 출항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고 나는 마리아를 슥 보고 말했다.

"가시는 겁니까?"

그래. 라는 말에 나는 별 다른 말을 건네지 않고 그대로 묵묵히 배로 향했다. 거기에 대해서 마리아와 선원들도 별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걸어가는 중에 프로레슬러를 닮은 우리의 갑판장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항해사, 왠만하면 선장에게 사과하고 좋게 끝내라. 선장이 저래뵈도 사과 하면 깔끔하게 받아주니까."

함께 배 타는 사이가 이래서야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갑판장의 말에 나는 별 다른 대답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고, 갑판장이 한숨을 한 번 쉬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한 마디를 했다.

"일단, 배 위에서 말하죠."

식량과 땔감, 화약과 포탄 같은 것들은 마리아와 갑판장이 적당히 처리했을거다. 나는 배 위에 올라가서 선원들을 한 번 슥 돌아보고. 조타륜을 돌리면서 러셀의 검을 약간 돌렸다.

"출항한다!"

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레이 하운드 항구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어느정도 거리가 생기자 마리아를 보며서 히죽 웃었다.

"선장, 이제 말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아참, 그런가? 하고는 나를 마주 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리고, 우리 둘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하고 있던 선원들의 표정이 괴상하게 바뀐다. 급격한 상황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에 나는 실실 웃으면서 마리아에게로 가고. 마리아가 내 어깨 위에 자기 손을 턱 하고 올려놓는다.

"야, 이 새끼들 우리를 너무 모른다니까?'

우리가 왜 싸워? 마리아는 실실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요점은, 니들 다 낚였다는 거지."

아, 이제 좀 편하네. 저 안에서는 아주 지긋지긋해서 죽는 줄 알았다고. 마리아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상황의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던 선원들의 눈에는 이 상황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기에 있는 새끼들이 셀키를 노예로 삼으려고 한다는 겁니까?"

갑판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물어보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 무서운 줄 모르는 놈들. 국가랑 일하다보니 국가 무서운 줄은 알게 되었는데 바다 무서운 줄은 까먹은건가?"

갑판장은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팔을 쓸면서 바다에 침을 뱉었다. 마리아가 그걸 보고 있다가 말했다.

"그리하여, 우리 배의 소중한 노동자들아! 우리의 항해사 레이먼드가 이번에 경매에서 팔려나간 셀키를 풀어주자는 제안을 해서 이 바다에 나오게 된 것이다!"

동의하는 자식들?

그 말에 선원들이 일제히 아이! 하고 외치고 그 장면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후딱 가자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러셀의 검을 돌린 채로 방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폰테인 경의 저택은 만하임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 사용하기 좋은 항구는 별로 없고, 가려면 어찌 되었든 초반에 출발하는 경로를 같다. 레버담 해류를 타고 출발하겠지. 그쪽 향상풍에 해류를 업고 가다가 어느 항구로 갈지에 따라서 중간에 갈릴거다.

즉, 아직은 레버담 해류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발견된다는 것이다.

멀리멀리 도망쳐라. 무서운 해적 아저씨들이 니들 뒤통수에 굵은 물대포를 박아주려고 쫒아가고 있어. 잘못하면 오늘 축축하게 젖은 상태로 바다 속에 수장될거야. 러셀의 키를 끝까지 돌린 상태에서 나는 조타륜을 조타수에게 넘긴 다음 바다를 바라보았다. 넘실거리는 바다.

"돌아가서 변명은 어떻게 하려고?"

마리아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 했다.

"그, 옛말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목격자들도 다 죽여버리면 암살이라고. 되게 유명한 말인데 말이야. 나의 말에 마리아가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그래서, 그 배의 선원들을 싹 다 제거하자고?"

그러면 녀석들이 가다가 폭풍을 만났는지 아니면 셀키가 빡쳐서 다 죽여버렸는지 어떻게 알아낼 건데? 생존자가 있어야 뭘 알거 아니야. 그냥 가르시아 해에 전설 하나 추가시켜 주는거지. 진홍의 촛대처럼. 셀키를 노예로 삼았다가 유령선이 되어버린 불쌍한 배. 막 이런 식으로.

"뭐, 방침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수용하지."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우리의 배는 이제 막 레버담 해류를 잡고 타고 올라가는 중이다.

녀석들의 배가 제 아무리 빨라봤자. 오늘 밤이 된다면 잡힐 것이다. 이건 무지 빠른 바다의 날개라고. 마리아가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다가 나를 돌아봤다.

"셀키 구해내면 뭐 뜯어내지?"

... 그래, 이게 내가 아는 마리아 답지. 머메이드랑도 거래를 트고 진주를 뜯어낸 여자인데. 셀키를 공짜로 구해줄 리가 없다.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가 생각해낸 핑계 기억나십니까? 그 열 뿜는 나무?"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걸로 하자. 안그래도 니가 핑계랍시고 만들어 놓은 이유가 꽤 땡기더라고. 녀석들 이유 쌩까고 그냥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땔감을 배에 넣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화재의 위험성이 사라진다는 건 큰 메리트가 있다. 게다가, 게르하르크가 해적들 항구 중 하나의 마이스터라고 했으니까. 다른 해적들의 항구와도 연결점이 있을터. 결과적으로 가는 길이 다른 우리와 게르하르크는 부딪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는 순간 우리는 보급을 받을 수 있는 항구들의 문이 다 닫힐 것이다.

식량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게 이 바다에서 보온을 위한 땔감이 없다는 건 식량이 있어도 다 죽는다는 소리니까. 꼭 필요한 소모성 보급품들 중 하나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건 중요하겠지.

"그럼 그렇게 하시죠."

나는 말을 끝마치고 질주하는 바다의 날개 위에서 말했다.

"왼쪽으로 작대기 둘!"

갑판장이 이쪽으로 올라와서 크하하하하학 하고 웃으면서 내 어깨를 턱 두들기는데. 그대로 갑판 아래고 파묻히는 줄 알았다. 네놈 자식의 힘을 생각하고 나를 치란 말이야 이 친구야!

"역시, 두 사람이 싸우는 거 치고는 이상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더니만! 연기였군!"

뭐가 이상했는데.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연기는 존나 완벽했는데? 나의 말에 갑판장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두 사람이 식당에 싸웠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선장이라면 네 녀석의 목을 칼로 잘라냈을거라고?"

그 말에 나는 마리아를 슬쩍 보았고. 그녀가 씨익 웃으면서 엄지로 자신의 목덜미에 슥 긋는 시늉을 했다.

"사실이야. 나한테 깝치던 아가들 여럿 그렇게 죽었지."

아하하.... 그렇지. 나는 죽을 수도 있었구나. 당신은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새삼스럽게 생각하지만. 나는 절대로 마리아를 배신하면 안된다. 사랑 이런게 문제가 아니라 내 목에 칼이 떨어지는 거였다.

"나는 내 사람들을 끔찍하게 아끼거든. 그래서 다른데로 보낼 수도 없어. 나중에 다른 배에서 만날 거 아니야. 그러면 큰일이지. 특히 레이먼드는... 뛰어난 항해사니까."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마리아가 그러면서 내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적으로 만나서 싸우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래서 절대 놔줄 생각이 없어요."

그런 살벌한 말 하면서 상쾌하게 웃지 말아라. 다른 여자 배 가르고 거봐, 역시 없었잖아 이런 소리 할 것 같다고. 내 귓가에 다가간 마리아가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한 마디 더 한다.

"물론, 몸을 섞은 사이로써 있는 정까지 생각하면 말이지. 절대로 떠나지 않을거라고 믿어."

네, 안떠나겠습니다 선장. 오래 살고 싶어요.

============================ 작품 후기 ============================

... 나는 왜 삼연참 같은 약속을 했을까.

했으니 올려야지 흙...

일하자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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