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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58화 (58/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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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의 이야기

나는, 이전처럼 다시 짐을 챙겨서 마차를 타고 항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 바다."

이전에는 두근거리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반했을 때의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데 마음만 들뜨고 모든게 마냥 핑크빛이고.

지금 바다를 보는 나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나는 저기가 좋아. 첫 연애의 두근거리는 감정은 더 이상 없다. 그것보다는, 너무나도 서로가 잘 맞아서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따뜻한 오래된 연인을 만나는 기분이다.

나는 내가 챙긴 짐들이 실리는 것을 확인하면서, 따로 챙겨놓은 짐들은 직접 손에 든 채로 이 배의 선장을 만났다. 이제 막 듬성듬성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선장은, 이쪽을 보고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바다매 호의 선장 로멜로입니다.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천천히 배를 살펴보았다.

"제가 타야 할 배는 어떤 거죠?"

나의 말에, 선장이 약간 떨어진 거리에 떠 있는 배를 가리켰다.

"저 녀석입니다."

갤리온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바라봤다.

"바로 승선할게요. 잘 부탁드려요, 선장."

말을 마친 나는 앞에 있는 배 위로 훌쩍 넘어갔다. 도움을 딱히 받지 않고 휙 넘어가버리는 나를 보고 선장이 고개를 잠깐 갸웃 하고는 배 위에 올라서 신호를 보내었다. 나는 난간에 기댄 채로 천천히 움직이는 배를 바라봤다.

느리네.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스스로도 웃겨서 픽 웃었다. 니가 여태동안 타고 다니던 배가 너무 빠른거야. 멍청이.

바다매 호 근처에 도착하자, 배 쪽에서 기다란 널판지들이 놓이고, 나는 그 위에 올라가서 배를 옮겼다. 이전에는 여기 넘어가느라 하루 종일 걸렸는데.

턱, 하고 배 위에 내린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짐을 가볍게 한 번 쓰다듬고 뒤에서 건너오는 선장을 바라봤다.

"제가 머물 선실은 어디죠?"

안내를 받아서, 짐을 풀어놓은 나는 가볍게 하품을 한 번 하고 입고 있는 드레스를 휙휙 둘러보았다. 엄청 불편하네 이거. 나중에 항구에 내릴 대 이거 장식도 뜯어서 가져갈까?

안을 슥 둘러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선장을 바라봤다.

"마음에 들어요, 배려를 많이 해주셨네요."

영광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선장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찬장을 살짝 열어보았다. 그리고 으음, 하는 신음 소리를 내자 선장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언가, 부족하신 거라도."

이걸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럼주 한 병만..."

선장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굉장하게 바뀌었다가 다시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지요."

뭐, 그거면 충분하지. 나는 괜찮아요 라고 말한 다음 가볍게 웃어주었다.

"그럼, 닻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한 항해 되시길 바랍니다. 선장은 그걸로 이야기를 마치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갔다.

로제는 슥 바깥을 바라본 다음에 짐에서 승마복을 꺼내서 입고는, 주머니에 마리아가 건네준 . 배는 출발하기 시작했고, 이제 아버지는 여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 배가 나를 옮기고 있는 이상에는, 내가 깡패라는 거겠지? 게다가 배 위에 탓는데. 나는 몸을 바르르 떨고는 기분좋아 죽겠다는듯이 절로 헤실헤실 웃었다.

"배 위에서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니!"

마리아도 레이먼드도, 할 일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부러웠다고! 나는 맨날 걸레질하고 청소하고 물대포 쏘고... 그러고 있는 동안 레이먼드는 담배나 피고 있고. 마리아는 옆에서 농담하면서 럼주 마시고.

나도 이제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는거야!

타락해버린 자기 자신을 인지하면서도 나는 입가에서 실실 흘러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갑판 위로 나온 나는 삭끈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선원들을 보면서 끝간데 없는 격한 충족감을 느꼈다. 아, 이런거에 자꾸 기분 좋아지면 안되는데.

절로 기분이 좋아진 나의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레이먼드에게 배웠던 뱃노래. way hey and up she rises 로 시작하는 노래가 콧노래 비슷하게 흘러나오고, 그 소리를 들은 선원 몇 명이 나를 슬쩍 바라본다.

"노래는, 어디에서 배우셨습니까?"

뒤에서 들리는 말에 나는 슬쩍 그쪽을 바라보았다. 복장과 행동거지만 보고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갑판장이시군요?"

그 말에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아놀드입니다."

나는 여전히 난간에 기댄 상태로 웃으면서 말했다.

"음, 좋아하는 사람한테 배운 노래에요."

갑판장이 그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뱃사람입니까?"

항해사에요. 나의 말에 과연, 하고 갑판장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다시 선원들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저 사이에 끼어있지 않은 나는, 느긋하게 갑판 위에서 바람을 쐬고 흔들리는 바다를 보기 시작했다.

두어 시간 그러고 있었을까. 다시 갑판장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 배를 자주 타시는 편입니까?"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그를 보면서 웃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배라, 나는 그 갑판장을 보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갑판장이 대답했다.

"그, 원래 귀족 분들은 뱃멀미가 심하신 편이어서..."

그건 이제 고민할 거리도 아니게 되었어.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 말했다.

"글쎄요, 배가 나랑 잘 맞나봐요."

나는 말을 마치고, 잠깐 더 밖을 구경하다가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선반을 열어보자, 유리병에 담겨있는 럼주가 한 병 들어있었다. 이빨로 마개를 뽑아낸 다음, 한 모금 마시고, 나는 침실에 털썩 앉았다.

항해는 얼마나 걸리려나. 가만히 있는 것도 벌써 지루해지기 시작하는데. 나는 내가 챙긴 짐 말고 다른 사람들이 챙겨놓은 짐을 뒤져서 책을 한 권 찾아내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 읽었던 책 하나가 튀어나온다. 머맨과 싸우는 해군 이야기였는데. 삽화를 보던 나는 히죽히죽 웃었다.

"이렇게 안 생겼었지."

그것 이외에도, 들어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펼쳐서 읽어본지 얼마나 지났을까? 배가 멈춘 걸 확인하고 나는 책을 덮었다. 해가 져서 그런건가?

잠시 뒤에, 문이 열리고 커다란 은제 트레이 하나가 이쪽으로 들어왔다. 트레이 위에 올려져 있는 접시와 음식들을 덮고 있는 덮개. 열어 보자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사슴고기 구이와 부드러운 빵 같은 것들이 놓여있었다.

"... 이걸 어떻게 여기에서 준비한거에요?"

선장이 약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바다매 호 말고 다른 배들에는 신선한 음식들을 가득 넣어왔습니다. 식사에 불편함이 있지는 않으실 겁니다."

나는 그 말에 선장을 바라보았다. 이전에 우리 배 선원들이 나랑 헤어진다고 케이크를 만들어 주었을 때, 레이먼드가 배 안에서 불 피웠냐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었는데.

"배 안에서 불 피우는 건 금지 아닌가요?"

선장이 대답했다.

"인근의 섬에 내려서, 조리를 한 다음에 다시 이쪽으로 보냅니다."

그래서 배가 멈춘거였구나. 나는 대답 대신에 천천히 선실을 나와서 밖을 바라보았고, 아직 해는 저물고 있는 중이지, 항해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 선원들이 너무 고생이 많지 않을까요."

저걸 내가 준비한다고 치면 짜증날 것 같은데. 배에서 내리고, 돛단배 타고 근처 섬으로 식재로 나르고, 땔감 준비하고... 그리고 나서 그걸 심지어 자신들은 먹지도 못하는 거잖아.

나는 머리를 짚고 후우, 하고 숨을 쉰 다음 선장을 바라봤다.

"배 타고 나가는 사람이 무슨 뭍에서 먹는 음식을 먹겠다고... 그냥 육포랑 건빵 같은 걸로 충분해요. 기왕에 요리 하기 시작한 거고, 아직 정리가 끝나 보이지는 않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선장을 바라봤다. 이미 배에 올린 식료품이고, 내가 먹을 것들만 따로 준비한 거겠지. 있는 식재료들로 배의 선원들과 나눠먹는 건 무리고. 나는 머리를 짚고 가볍게 흔들었다.

"일단 알았어요. 다음 항구에는 언제쯤 도착하죠?"

내 말에 선장이 대답했다.

"한, 이틀 정도는 걸릴 것 같습니다."

다음 항구에서 도망칠 거니까. 일단은 잘 먹어두는게 좋을거야. 선원들에게 미안하지만...

다시 선실로 돌아온 나는 앞에 놓인 식사를 싹 비웠다. 맛은 확실히 좋네. 옆에 와인이 한 병 놓여있었지만, 별로 마실 기분이 나지 않아서 일단은 그냥 찬장 안에 넣어두었다. 음식을 비운 나는 문을 잠근 다음,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다음날, 새벽 즈음에 일어난 나는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잠시 뒤에 문이 열리고, 김이 올라오는 목욕물이 선실 안으로 들어온다.

세상에, 뜨거운 물로 하는 목욕은 바다의 날개에서도 하지 못했던 건데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걸 자꾸 주워오는 걸까. 또 그 근처의 섬에서 물 데워서 이리로 보낸 모양인데.

에이 모르겠어! 우리 배도 아니고, 선원들 고생은...

나는 몸을 씻은 다음에 밖으로 나가서 선원들을 보았다.

"저기, 오늘 목욕물 준비해주신 분이 누구세요?"

내 말에, 선원 두어 명이 쭈볏거리면서 손을 들어올린다.

"뭐...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그런 건 아니에요. 말을 한 나는 그 남자들에게 어제 마시지 않고 두었던 와인을 넘겨주었다.

"미안해요, 배 위에서 저 혼자 너무 편한 것 같네요. 보답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이거라도 받아주세요."

내가 내민 와인을 바라보던 선원이 침을 꿀꺽 넘긴 다음에 말했다.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부디..."

안 받을거야?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제가 드리는게 싫은가요?"

받아. 솔직히 짜증났잖아.

나의 표정을 보던 선원이 기겁을 하면서 그게 아닙니다! 하고 내 손에 들려있던 와인병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와인 병을 넘겨준 나는 다시 선실 안으로 돌아가 테이블 앞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 심심해! 이렇게 이틀을 더 있어야 한다니. 이것도 나름대로 고문이잖아.

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흔들리는 배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아침 여덟시에는... 일어날 수 없었어요.

젠장, 나는 게으른 인간입니다.

ps. 시험은 어제 끝났어요. 인생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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