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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밤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낮이 찾아왔다. 미나는 주변을 슥 확인하고 말했다.
"여기에 닻 내리고, 다른 군함들을 기다린다."
싸늘한 앤과 함께 움직이던 배들은 30척 남짓, 나머지 배들은 각지에서 몰려오고 있는 중이다. 로만의 말에 따르면 하루 안에는 다 도착한다고 하니까. 내일이 되면 다시 출발하겠지.
그리고 이틀 하고도 반 나절 정도 지나면 작센 해협에 도착한다.
"카멜롯 왕국의 군함들이 오면, 당분간은 선실에서 지내야 할 거다."
로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요."
일단, 미나도 혼자 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조타륜 잡을 기력은 회복한 모양이고. 나는 주변을 슥 둘러보고 갑판 아래의 내 방으로 돌아갔다.
아싸, 이제 쭉 잠이나 자야지. 도망치는 건, 이제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 선원들 쉬는 곳에 가서 배고픈데 뭐 먹을 거 없냐고 해도 지들 먹으려고 꿍쳐논 육포를 꺼내 올 정도로 나한테 기세가 눌린 선원들이다. 사실 상 신체의 완전한 자유를 획득했다는 거지.
잠을 잔다고 하기는 했지만 사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나는 종이들을 주르르 펼쳐놓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종이에 옮겨적기 시작했다. 아이리 공화국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도, 일단 나름대로 가르치던 항해사니까. 가기 전에 선물 하나 정도는 마련해 놓는게 예의겠지.
그러고 있다 보니 시간은 나름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고, 제법 많은 양의 종이가 책상에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문을 나서서 선원 하나를 붙들고 미나를 데려오라고 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제복을 입은 미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나는 별 말 없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이들을 턱으로 가르켰다.
"가져가라. 나름대로 정리한 물건이다."
내 말에 미나가 종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깐 나를 바라보고, 다시 종이들을 바라봤다.
"... 괜찮은 거냐?"
뭐가 이 년아. 주어랑 목적어 다 생략하고 괜찮아? 라고 하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이런 거 나에게 건네주어도."
나는 그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미나가 나의 표정을 보고 약간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중한 지식들 아닌가. 이런걸 다른 항해사에게 넘겨주면... 내가 유출 할 수도 있고, 다른 항해사들이 너보다 뛰어나 질수도 있다."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나는 한 동안 웃었고, 웃느라 나온 눈물을 슥 훔치고 미나를 바라봤다.
"야, 너 설마... 그거 보면 나보다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냐?"
이젠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짓는 미나. 나는 그녀를 보고 하아 하고 숨을 내쉰 다음 말했다.
"나는 그거 직접 알아낸 거다. 이 종이를 보는 다른 녀석들은 내가 알아낸 걸 그냥 받아먹는거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 히죽 웃었다.
"그거 보고 연습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겠지만, 너도 언젠가 벽에 부딪치겠지? 항해사로써 느껴지는 거대한 벽."
나는 여전이 웃음을 입가에서 지우지 않은 채로 말했다.
"그리고 벽에 부딪쳤을 때, 계속해서 그 벽들을 혼자 부셔왔던 내가 빠르게 극복할 것 같냐, 아니면 그런 거 한 번도 안 해본 녀석들이 빨리 극복 할 것 같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를 바라봤다.
"잊지 말아라. 결과적으로 지금 내가 적어놓은 것들로 빠르게 나아진다고 해도, 종국에는 너 혼자서 이겨나가야 하는 싸움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야."
그러니까...
"읽으면서 끊임없이 비판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라. 다른 녀석들이 이거 볼 수도 있다고? 보라고 해. 단지 이 글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거만하기는, 이라는 나의 핀잔에 미나의 표정이 구겨진다.
"역시 너는 재수없군. 그리고 거만한 건 네 녀석이다."
미나는 순순히 그 종이들을 가지고 문을 나서며 말했다.
"고맙다."
천만의 말씀. 나는 한 손을 슥 올려서 잘가라고 인사를 하고 하품을 쩍 했다.
이제, 이 배에서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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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흔들리는 바다의 날개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너머에 보이는 배들의 수에 선원들의 입이 떡 벌어진다.
"선장, 이거 괜찮은 겁니까?"
마리아가 그 선원을 보고 말한다.
"괜찮아 보이냐?"
실실 웃는 표정으로 말한 마리아가 푸른색의 커틀러스를 뽑아들고 말했다.
"배에다가~ 깃발 올려라아아아아!"
마스트가 없는 바다의 날개는 검은 깃발을 올리지 못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주변의 배들이 하나씩 마스트 위에 검은 깃발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다음 마리아가 다시 크게 외쳤다.
"이 소리 들은 배들은 옆 배에다가 계속 전달해라! 싸우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백하는 나의 수줍은 진심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마리아가 여전히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로 말했다.
"함께 일해서 좆같았다! 이거 끝나고 나면 다시는 함께하지 말자! 이 개같은 새끼들아!"
바다의 날개 위에 있던 선원들이 마리아의 말을 받아서 똑같이 외쳤고, 배들 사이사이로 그 외침들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함께 일해서 좆같았다 라는 외침이 해적선들 위를 울렁울렁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 앞에는 대충 200척은 넘어보이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함들이 각자 카멜롯과 아이리의 깃발을 올리고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장전 해놓고! 배 측면 돌리고!"
녀석들이 서로 공격하기 시작하면, 그 때 두 동네를 다 두들긴다. 마리아가 생각했고.
"녹기를 올려라."
로만의 명령에 따라서 드러난 하얀 얼음의 배, 싸늘한 앤의 마스트 위로 녹색 깃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바리스의 군함들을 무력화 시키고 해적들을 소탕한다.
"홍기."
바리스의 명령에 검은 어금니의 거대한 작살에 붉은 깃발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볼 것도 없다. 둘 다 공격해버린다. 바리스는 붉은 기를 달고 있는 작살을 그대로 발사했다.
발사된 작살은, 카멜롯의 함선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작은 섬을 향해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각자 다른 목적과 행동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해적선에 검은 깃발이 올라가는 것과, 로만의 녹색 깃발이 올라가는 타이밍, 바리스가 발사한 붉은 기가 달린 작살이 섬에 박히는 시점이 서로 맞아떨어졌고.
세 개로 나누어진 함대들이 서로를 향해서 구분 없이 함포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
마리아는 눈 앞에 펼쳐진 어마무지한 장면에 입을 떡 벌렸다. 적과 동맹의 구분이 없다. 그냥 서로 막 갈겨대고 있는 중이다. 포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빠르게...
각 함대의 지휘관들은 빠르게 위험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녀석들은 누구지?
가장 함대의 규모가 큰, 바리스의 함대다! 마리아와 로만은, 서로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명령했다.
"일단, 해적에게는 견제포격만 하고! 바리스의 배들에게 포격을 쏟아부어라!"
로만의 명령이었고.
"아이리는 그냥 두고! 일단 카멜롯 부터 망가뜨리자!"
마리아의 명령이었다. 바다의 날개는 빠른 속도로 자신들의 함선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마리아의 명령을 외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이따끔씩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은 어금니의 작살들은...
아이리 공화국을 향하고 있었다.
화포들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좁은 작센 해협 안에 화약연기와 냄새가 가득해지기 시작한다.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서 넘실거리는 배의 조각들과, 비명지르는 사람들.
함포가 한 번 불을 뿜을 때 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점점 높아져가고, 바다의 움직임에 밀려다니는 파편들이 점차 늘어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은 작살, 상대의 배를 향해서 쏟아지는 물대포, 주변의 바다와 함께 통째로 얼어붙어버리는 배들.
바다의 날개는 철저하게 싸늘한 앤을 피해가면서 공격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만 자체도 바다의 날개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피해를 주고 있지만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먹이다. 지금은 그것보다 상대 함대들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도 아이리 공화국으로 발사되는 물대포들은 날아가는 족족히 얼려서 추락시키다보니, 바다의 날개 쪽에서도 아이리 공화국을 공격하는 건 그만두었다.
로만은 계속해서 손을 휘두르며 해적들과 바리스의 군함들을 얼리고 있었다.
현재까지의 피해는 바리스의 함대가 가장 많았다. 당연히, 두 곳에서 메인으로 잡고 포격하던 함대는 바로 바리스의 함대니까.
"... 젠장맞을 것들."
바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름대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검은 어금니는, 전투가 일어나는 곳에서 꽤나 먼 곳에 떨어져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흠, 뒤통수라도 치겠다는 건가."
바리스는 배 위에서 구슬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로 차갑게 웃었다. 뒤편에서 확실하게 숨어있는 배들이 느껴진다. 40척 정도인가. 이미 알고 있는 이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습격을 대비하는 깃발의 신호도 있으니까.
"푸른 깃발을 작살에 달아라."
모르고 당하는 것과, 알고 당하는 건 차이가 있지.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자, 우리 함대가 가장 약해졌다. 그건 저쪽의 사령관들도 알고 있겠지. 그러고 나면 다음의 타겟을 정할 텐데 말이지.
그게 어딜까. 바리스는 구슬을 통해서 전쟁터에 있는 배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카멜롯은 이제 충분해! 이제 아이리 쪽으로 포격을 집중해라!"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히죽 웃었다. 그래, 이런 상황이 되었다 이거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싸움이다. 한 곳이 약해지고 나면 나머지 두 쪽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서로를 향해 공격을 시작한다. 아이리 공화국에서도 카멜롯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고 함포들을 해적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멜롯은 당연히, 두 세력 중에서 조금 더 강한 녀석을 먼저 공격하려고 들 것이다. 아이리와 해적이 서로 싸우는 것을 확인한 바리스가 말했다.
"발사한다."
아이리를 공격한다는 신호를 담고 있는 푸른 기. 그리하여, 다음 집중포화의 룰렛은 아이리 공화국 앞에 화살표를 가져갔다.
아이리의 군함들을 향해 쏟아지는 포탄들. 로만이 이를 드득 갈면서 말했다.
"최대한 피해를 막아라! 바리스의 함대에는 견제 정도만 하고, 포화는 해적에게 집중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빙 돌고 있는 전투. 심지어, 아까 입은 카멜롯 함대의 피해보다도 큰 피해를 아이리의 공화국이 입는다. 도합 40척 정도의 배가 포격으로 엉망 진창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로만도 바리스도, 본능적으로 이 다음의 포격의 룰렛이 어디로 향하게 될 지는 알고 있었다.
여전히, 바리스와 로만의 함대는 합치면 100척 이상의 규모를 자랑한다. 해적 놈들의 함선들에게 집중 포화를 하게 된다면... 저 녀석들은 버티지 못하겠지.
그러고 나면, 바리스와 로만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마리아의 생각은 조금 틀렸다. 포격의 룰렛은...
"여기서 멈춘다! 깃발 다 내려!"
깃발 다 내려라! 라는 외침이 울려퍼지고, 해적들의 깃발들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작센 해협의 저 멀리에서부터, 안개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배들이 가려지기 시작한다. 두꺼운 커튼처럼, 주변의 배들과, 흘러다니는 잔해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하는 농밀한 안개.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울려퍼지는 비명들.
"이 안개는..."
로만이 당황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들의 주변을 감싸버리는 안개. 이래서는 조준해서 공격을 할 수가 없다!
"적들이 있던 방향으로 포격을 계속해라! 멈추면 안된다! 이렇게 된 이상 주황 깃발을...."
로만은 그렇게 명령하려고 했지만.
깃발이 아이리 공화국의 군함들에게 보일 리가 없다.
그것은, 전장에서 떨어져서 상황을 보고 있던 바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 이 안개는, 인공적이다."
이렇게 타이밍이 좋을 수가 없다. 이런 안개를 일으키는 배를 하나 알고 있지.
"미스가이드가 붙어있었나..."
그리고, 바리스는 뒤편에 숨어있던 해적의 함선들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리스의 안색이 굳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바리스는 작살을 회수하고 빠르게 뒤편에서 다가오는 해적선들을 요격하기 시작하다가. 망원경으로 보이는 녀석들의 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저 녀석들의 일부는 아이리의 깃발을, 일부는 카멜롯의 깃발을 달고 있었다. 바리스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놈들이 지금 전쟁터에 끼어들면 카멜롯의 함대가 위험해진다!
발사하고 있는 작살의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녀석들을 10 척도 요격하기 전에 녀석들이 저 안개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퇴각 명령도 내릴 수가 없다. 명령을 위한 깃발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와서 명령을 전달한다고 저 안개로 들어가는 것도 병신같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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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해서 좆같았다! 이거 끝나고 나면 다시는 함께하지 말자! 이 개같은 새끼들아!
10시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8시에 뵙겠습니다.
그 뒤로도 한 3번 정도 다음날 뵙겠습니다.
쌓여있던 나의 욕구가 오늘부로 풀립니다. 쉬지 않고 써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