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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47화 (4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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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해적 측에서, 해군들에게 편지를 한 통 보내었다. 한 번 서로 만나보자는 이야기었다. 간단한 회담의 제안이었다.

"... 이 기회에 그 마리아라는 여해적을 잡아버리지."

바리스의 말에, 로만이 동의했다.

"좋은 기회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스스로 만나자고 하다니. 미친건가?"

그 말에 그랜트가 입을 열었다.

"잘만 하면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 해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이지만. 그런 식으로 사로잡으면 해적들의 뿌리를 뽑기는 힘들다."

그랜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금의 리더인 그 여해적을 잡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래도 이 편지는 바리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제독들인 바리스와 로만만이 적혀있었다. 그 내용에 바리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금 이 자리에 그랜트가 있는 것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오지 말라고 하다니.

"그들의 말이 옳구나. 군대를 실제로 움직이는 자들은 그대들이니까. 그대들만이 만나는 것이 맞겠지."

그 말에 일단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한 장소는 주인없는 공해의 한 섬. 만약을 대비해서 서로 무기를 장비하지 않고, 딱 한 척의 배가 오라는 내용이었다. 까짓거 해주지. 라는 마음으로 일단 바리스와 로만은 섬에 도착했고, 거기에는 연한 갈색 피부에 금발을 한 선장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내려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쪽이 바리스?"

그 말에 바리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남자가 웃으면서 옆을 바라봤다.

"반갑습니다 로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요."

... 실제로 보는게 처음이라. 그러면 그 전에도 연락은 하고 있었던 거로 들리는데.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그 말에 마리아가 아아아, 하면서 말했다.

"그냥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괜찮잖아. 서로 얼굴이나 한 번 확인하는 것도. 피차 싸우는 입장인데."

그 말에 바리스가 얼굴을 구겼다.

"항복이라고 하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그건 너무 무기력하잖아."

라면서 하하핫 하고 웃는 마리아. 그리고 로만을 보면서 그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라고 말했다.

내용 자체는 별 거 없었다. 왜 만나자고 했는지 그 목적도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어쩌다가 그 배를 타게 되었는지. 처음에는 어떻게 배를 몰고 다녔는지. 제독을 하면서 얼마나 있었는지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그리고, 두어시간 정도를 그렇게 이야기하던 마리아가 하품을 했다.

"뭐, 서로 이 정도 알았으면 좋겠지."

짜증나는데. 도대체 뭐하러 사람을 여기까지 부른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바리스 제독은, 잠깐 저랑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그 말에 바리스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나를?"

그 말에 그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항해사로써, 바리스 제독의 이야기는 여러번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 말에 마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뭐, 좋다고. 나는 저 로만이라는 남자와 잠깐 이야기를 할게 있으니."

그리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약간 거리를 벌린 채로 바리스와 로만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많이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로만의 얼굴이나 몸은 교묘하게 마리아가 가리고, 바리스 또한 눈 앞의 남자가 마리아 쪽을 가리고 있는 상황.

수상한데.

남자가 바리스를 붙잡고 한 이야기는 진짜 별거 없었다. 일부러 이러는 걸로 보일 지경이다. 항해나, 해전을 할 때의 마음가짐 같은 것들을 해적이 왜 알고 싶어하는 거지.

그럴수록 저 마리아라는 여해적과 로만이 하고 있는 이야기가 신경쓰이고, 그가 의심되기 시작한다. 서로 아는 듯한 눈치를 주는데다가, 일부러 남자를 이용해서 자신과 로만의 거리를 벌려놓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내가 지금 쓸데없는 망상에 빠져있는건가?

대놓고 의심을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다. 로만을 의심하면 그가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을 것이고. 그러면 모처럼 진행되고 있던 연합 전선이 무너질 것이다.

저 로만이라는 남자가, 해적이랑 뭔가를 할 리는 없다. 바리스는 그렇게 애써 생각하면서 눈 앞의 남자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두 사람은 다시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가기 전에, 마리아가 로만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고."

바리스는 배에 타서 로만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

그 말에 로만이 어깨를 으쓱 하고는 말했다.

"그냥, 별 이야기 안했는데. 배 타면서 있었던 이야기였어."

한 국가의 해군을 관리하고 있는 남자와 현재 이 바다의 해적들을 운용하고 있는 여해적이 서로 만나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다고.

그게 믿을 수 잇는 이야기인가.

"... 나를 의심하는거냐?'

로만이 불쾌한 표정으로 바리스를 바라보았고. 바리스가 그를 보면서 말했다.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만약에 이 연합에서 아이리 공화국의 함선들과 해적들이 연합해서 바리스의 군함들을 공격하면 카멜롯의 함선들은 제대로 손을 쓸 수도 없을 것이다. 바리스를 가만히 바라보던 러만이 이를 갈면서 자신의 갈고리를 슥 빼내고 잘려나간 손목을 보여주었다.

"내가 오른손을 바쳐가면서까지 싸늘한 앤을 얻으려고 했던 이유가 저 빌어먹을 해적놈들에게서 아이리 공화국의 함선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었다! 바리스, 나를 의심하는 거냐!?"

... 그리고 아이리 공화국의 번영을 위해서이기도 하겠지. 그걸 위해서는 카멜롯 왕국은 아이리 공화국의 가장 큰 난적이고. 바리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진짜로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수도 있지. 해적들 마음을 누가 알까.

"미안하게 되었군."

두 사람의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났지만, 묘한 긴장감 비슷한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로만에게 편지가 한 통 왔다. 로만은 그 편지를 보고 인상을 썼다. 도대체 편지 한 통을 쓰면서 얼마나 많이 고쳐쓴 거야? 게다가 그냥 줄만 찍찍그으면 될 걸 아주 그냥 먹칠을 해놓았다.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써놓은 내용이 고작 안부인사라니. 이 새끼들 더럽게 할 일이 없는 모양인데.

잠시 뒤에, 로만의 사무실에 바리스가 들어왔다.

"... 해적 놈들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들었는데."

그 말에 로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 말에 바리스가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용을 좀 볼 수 있겠나?"

그 말에 로만이 픽 웃었다. 이 자식 아직도 나를 의심하고 있는거였나.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그냥 단순한 안부인사 정도고. 로만은 태연하게 바리스에게 편지를 건네주었고. 그 편지를 읽은 그가 입을 열었다.

"... 군데군데 이건 뭐지?"

그 말에 로만이 선선히 대답했다.

"글쎄, 고쳐 쓴 모양이던데."

그 말에 바리스가 로만을 바라보았다.

"네가 고쳐쓴 건 아닌가?"

그 말에 로만이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내가 뭐하러?"

바리스가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고작 안부인사 쓰면서 이렇게까지 먹칠을 해가며 고쳐 쓸 이유는 없을텐데."

그건 나도 궁금한 이야기다! 로만이 바리스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바리스가 말을 이었다.

"네가 이렇게 고쳐 놓은 건 아닌가? 편지의 내용을 숨기려고?"

그 말에 로만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말이 심하다!"

여전히 바리스의 눈에서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하던 로만이 문득 뭐가 생각난 듯이 화를 냈다.

"네 녀석이, 여기에 이 편지가 온 것을 어떻게 알았지!? 세작이라도 심어놓은 거냐?"

그 말에 바리스가 대답했다.

"... 네 놈을 믿을 수가 없더군."

동맹에게 세작이라니...

"나는 나름대로, 네녀석들에게 도움을 주고 함께 해적을 토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너는 나에게 세작을 심는거냐?!"

그 말에 바리스가 다시 그 종이를 흔들었다.

"그럼 이 녀석에 대해서 설명해봐라."

내가 지운게 아니라고! 로만이 그렇게 소리쳤지만. 바리스는 영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어디로 이동하거나, 바다에 나가게 되면 이쪽으로 보고를 해라."

그 말에 로만이 말했다.

"나는 네 녀석의 아래가 아닌데 말이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행동들은 바다 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두 국가의 함선이 나란히 다니는 빈도수가 굉장히 적어졌다.

마리아가 해도를 보고, 소식들을 들으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먹힌 모양인데. 레이먼드, 고생했다."

원래 사람 잡아먹는게 의심이라는 물건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말했다.

"별 거 아닙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렇게 된 이상에는 말이지.

"아이리 공화국에게서 빼앗은 배들을 위장시켜서, 카멜롯의 군함들과 보급선들을 공격하게 하죠."

이렇게 된 이상에는 그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도리안이 입을 열었다.

"이제 그랜트를 이탈시킬 준비도 하지."

마리아와 나는 도리안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바리스가, 정말로 그랜트에 대해서 존경심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한때 제독이었던 그를 지금은 존중하고 있지만. 분명히 그 아래에는 약간의 질시도 있을거야."

자기보다 뛰어난 남자를 보게 되면 반드시 느끼게 되는 감정. 존경심과 함께 느껴지는 질투. 사람이라면 가질 수 밖에 없는 그 감정.

도리안이 말한 내용은 간단했다. 실제로 카멜롯 왕국의 해군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바리스가 아니라 그랜트라는 소문. 바리스는 그랜트의 꼭두각시라는 식의 이야기다.

"먹히지 않으면?"

그 말에 도리안이 말했다.

"글쎄, 먹히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야. 만약을 대비해서 아이리 공화국에도 비슷한 소문을 퍼뜨리도록 하지."

카멜롯과 아이리 공화국은 그랜트를 바라보는 시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카멜롯에서는 구국의 영웅이지만, 아이리 공화국에서는 수백에 달하는 배를 바다 속으로 쳐박은 적국의 장수다. 아이리 공화국의 제독인 로만이 그랜트의 명령에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아이리 공화국의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랜트가 제독으로 있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 그냥 초청받은 입장인 이상 이런 소문은 치명적이지."

============================ 작품 후기 ============================

좋은 저녁 되세요.

좀 있다가 좋은 밤 되세요 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저도 기원해요.

레이먼드와 마리아가 한 일은 삼국지에서 조조가 마초랑 싸울 때 했던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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