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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마리아의 예상과는 다르게, 배를 띄우고 나가 상선을 발견했을 때에, 그 주변에는 서너 척의 군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 예상외인데?"
마리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들을 바라봤다.
"다른 해적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게 정답이었어. 보급선에 호위함을 붙이는게 너무 빠르다 싶었는데."
저 정도면, 해적들이 군함을 끌고 갔다고 하더라도 다소의 손해는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의미가 없다. 가능하면 최소의 피해를 입으면서 녀석들을 처리하는게 중요하니까.
"저 정도의 군함이면 가능하겠어?"
라면서 이쪽을 바라보는 마리아. 나는 엄지를 올리고 말했다.
"처리하죠."
그리고 나는 배의 속도를 확 올렸다.
"저는 배만 조종합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오케이, 라고 말한 다음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군함들을 바라봤다. 녀석들도 이 배를 보고는 빠르게 포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너무 느리다. 녀석들이 포문을 여는 동안 바다의 날개는 이미 녀석들의 정면에 배의 측면을 가져다 놓는데 성공했다.
"갈겨라!"
쿠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물대포들과 함께, 군함 한 척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버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라앉기 시작했다. 바다의 날개를 조준하고 포격이 시작되지만. 날아온 포탄들이 바다의 날개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이미 배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하면서 어렵지 않게 상대의 후미나 선두에 배의 측면을 가져다 데는 바다의 날개.
빠른 속도로 배들이 정리되고. 우리는 상선의 머리에 백기가 올려지는 걸 확인했다.
"어쩌실 겁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계획대로 진행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상선의 옆에 배를 접근 시켰다. 그와 동시에 무기를 챙겨서 우르르 배로 넘어가는 마리아와 해적들. 그리고 나는 혼자 배에 남아서 빠르게 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검은 어금니 때문에, 다른 배들 근처에서는 오랫동안 배를 정박시킬 수가 없다.
마리아가 처리하고 나면, 하얀 깃발을 내릴테니. 그렇게 되면 다시 접근해서 빠르게 선원들을 태우고, 꼭 필요한 짐들만 챙긴 다음에...
백기가 내려온 것을 확인한 나는 배를 다시 가져갔고. 빠르게 마리아와 선원들이 거의 던지듯이 몇 상자의 물건들을 이리로 던져넣었다. 그리고 마리아가 말했다.
"침몰시키자."
그 말에, 선원들이 다시 물대포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선은 물대포에 만신창이가 된 채로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시 바다의 담요로 돌아온 마리아는 해적들에게 최소한 일곱 척 이상의 배를 연합해서 상선을 털 것을 지시했다. 그 정도라면 확실히 큰 피해 없이 녀석들을 제거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상선에서 물건 터는 것도 좋지만. 영 군함이 많다 싶으면 그냥 다 같이 수장시켜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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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현명한 적이구나."
그랜트는 보고를 받으면서 한숨을 한 번 쉬었다. 녀석들은 공격을 하고 있는 입장이고, 카멜롯과 아이리는 방어를 하고 있는 입장인데. 녀석들은 지켜야 할 것이 너무도 적었다. 아직 위치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해적들의 항구 몇 개를 제외하면 녀석들은 지킬게 거의 없지만. 카멜롯과 아이리는 군항, 보급선, 상선까지 지켜야 할 것이 세 가지나 된다.
"해적선들의 규모 자체는 아군에 비해서 적습니다."
바리스의 말에 그랜트가 대답했다.
"운용 가능한 군함은 우리가 훨씬 적다."
로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 말에 그랜트가 귀를 기울이고. 로만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선의 군함을 상선으로 위장시킨 다음, 안에 폭약을 잔뜩 넣어놓고. 녀석들이 배를 건너오면 그대로 터뜨리면 됩니다."
그 말에 그랜트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병사들에게 자폭을 지시하자는거냐. 그건 좋은 조언이 아니구나."
효과는 있을 겁니다. 라는 로만의 말에 그랜트가 대답했다.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다. 병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장수에 대한 신뢰를 잃은 병사들은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자식과 같다. 신뢰를 잃게 되겠지."
그랜트는 조용히 말을 마치고 고민하다가 말했다.
"교전에서는 지고 있지만."
그랜트가 해도를 보다가 말했다.
"전쟁은 이기고 있으니, 급할 것 없다."
녀석들에게는 한계가 있다. 녀석들의 규모는 있는대로 끌어 모아도 100척 언저리. 그에 비해서 두 국가의 연합은 그 동안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250척이 넘는 제대로 된 군함을 가지고 있다.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지금 우리는 반짝이고 기가 막힌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없느니."
견실한 규모. 전쟁에서 기막힌 전략이 필요한 쪽은 항상 수가 적은 쪽이다. 수가 많은 쪽은 상대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승리가 눈 앞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노리고 있는 것은 짐작이 간다."
상선을 공격하고, 이전과는 다르게 잔인한 처리방식. 녀석들은 민심을 노리고 있다. 해적들에 대한 전쟁을 중단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싸워서 이기는 것은 힘드니 다른 방식을 쓰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지지받지 않는 전쟁에서 군인들을 피로해지고, 지도자들은 골머리를 싸멘다. 이건 빨리 처리해야 하는 증상이다.
군항이 털리고, 보급선이 공격 받는 건, 몸으로 치자면 가벼운 감기 정도다. 워낙에 견실한 연합 해군은 이 정도로 무너질 리가 없지만.
민심이 동요하는 증상은 암과 같아서. 지금이야 큰 문제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연합 해군을 죽일 수도 있는 병이다.
그랜트는 종이를 준비해서 펜을 놀리기 시작했다. 바리스와 로만은 그랜트가 글을 쓰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각 군항과, 일반 항들에 이 문서를 크게 써붙이도록 하고..."
이틀 뒤에 광장에 연설을 준비해라. 그랜트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랜트가 말한 시간이 다가오고. 광장의 한 가운데에는 연설대가 준비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수많은 상인들, 항해사들, 백성들이 과거의 영웅이었던 그랜트를 보기 위해서 광장에 모여들었다. 그 수가 물경 오천.
그랜트는 자신의 예복을 입은 채로 지팡이도 없이 당당하게 연설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의 무릎은 좋지 않다. 지팡이 없이 저렇게 걷는 것은 무릎에 큰 무리가 갈 것이지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지팡이를 들지 않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연설대 위에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 그랜트는 입을 열었다.
"상선이 공격받았다. 군항이 불타올랐다. 그대들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랜트의 목소리가 광장에 퍼지기 시작했다.
"항상 그래왔다. 바다에는 해적들이 날뛰고, 배는 그들의 눈치를 본다. 군함이 아닌 배들은 검은 깃발을 꽂은 배를 보면 두려워하며 하얀 깃발을 올리기 바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그랜트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바라봤다.
"해군들이 본격적으로 소탕을 시작하자, 해적들이 상선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짐을 불태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몇 사람들은 차라리 과거 시절이 나았다고 말한다."
진실로 그런가! 그랜트는 그들을 보면서 외쳤다.
"한 푼의 돈도, 약간의 노동력도 들이지 않고 지나가는 배들의 피를 빨아먹는 해충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진정으로 그대들이 원하는 바다인가! 그렇다면 해군은 전쟁을 그만두겠다! 자신의 지인이 죽고, 사랑하는 가족이 죽고! 바다로 나가서 선원을 한다고 하면 부모님과 친구들이 말리는 그런 위험한 바다가 그대들이 원하는 바다라면! 우리는 해적을 소탕하지 않겠다! 그대들이 원하는 바다가! 만난 해적들의 변덕에 의해서 죽고 살고가 결정되고, 그대들이 노력해서 준비한 물건들을 무상으로 털어가는 바다라면!"
우리는 이 연합을 중단하겠다. 그랜트는 그렇게 말하고 깊게 한 숨을 쉬었다.
"그대들은 들어라. 그대들 중 몇몇은 배를 운용해 보아서 알 테지만. 피할 수 없는 폭풍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다. 폭풍우 속은 거칠고, 지금 당장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해야 하는 폭풍우도 있는 법이다."
지금은 밤이 다가오고, 폭풍이 치고 있는 거친 바다를 우리는 함께 항해하고 있다. 그랜트는 연설대 옆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빛나는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는 중이다! 해적이 없는 바다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 당연히 폭풍우는 만날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 폭풍우가 두려워 그만둔다면, 목적지에는 도착할 수 없다."
생각해보라. 그랜트가 그들을 바라봤다.
"해적이 없는 바다를 생각해봐라. 항로는 안전하고, 바다의 여신과 하늘의 남신의 변덕 이외에는 어떤 위험도 없는 바다. 그대들이 보낸 물건이 상대에게 온전히 도착하는 바다. 돈을 벌기 위해서 나간 그대들의 아버지를, 남편을, 아들을! 걱정하느라 밤을 새지 않고 쉴 수 있는 안전한 바다! 우리의 목적지는 코 앞이다."
그대들이 정녕,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 목적지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폭풍우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두 국가라는 거대한 함선을 운용하는 선장과 항해사들의 말을 믿어라! 해적들이 저렇게 잔인하게 굴고 있는 이유는 자신들의 끝이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잠깐의 고통을 인내하면, 그대들과 그대들의 후손들, 그리고 그 후손의 후손들은 계속해서 평화롭고 안전한 바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 그랜트가 약속하겠다."
라는 연설의 내용이... 온 항구에 써붙었다. 마리아도 그 연설의 내용을 입수하고 혀를 찼다.
"씨발, 그 그랜트가 껴 있었다니. 이제 이해가 가는구만. 그 이상할 정도로 빠른 반응들이. 그 남자라면 그러고도 남을 만 하지."
게다가 이번의 대처도 굉장히 견고한 방식이다. 마리아는 머리를 긁었다.
"기껏해야 군함을 상선으로 위장해서 폭약을 잔뜩 실어놓고 터뜨리는 정도를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 순간 마리아는 곧바로 다음의 행동으로 이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군항 근처와 항구들에 그랜트와 마찬가지로 글을 써붙일 생각이었으니까. 해적을 잡겠다고 충성스러운 군인들을 자폭시키는 무도한 녀석들이라는 요지로.
근데 이렇게 함께 힘을 합쳐서 나아가자. 같은 연설로 대처해버리면 해적들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악당들이니까. 여태동안 상선을 털어먹던 자들이니까. 모든 수법이 탁 틀어막혀버렸다. 마리아는 아아악 하고 짜증을 내었다.
"이러면 물타기도 힘들겠는데. 차라리 해적들에 대한 욕설과 모욕이라면 어렵지 않게 받아칠 수 있는데. 우리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자! 라니. 애초에 이쪽에서 뭘 생각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챈 모양이야."
받아든 종이를 촛불로 불 붙여 태우면서 마리아가 그 불꽃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전략은 포기다. 손해보는 싸움이야."
하필이면 그랜트라니. 마리아가 얼굴을 팍 구기고는 럼주를 쭉 마셨다.
"이래서는 상선 공격하는 것으로는 볼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고. 결과적으로는 정면전 뿐인가. 녀석들 원하는 데로 움직이게 되는데 그러면."
우리가 엄청 불리하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입힌 피해는 꽤 되지 않습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륙십척 정도는 정리를 했지만 어림도 없어. 그렇게 박살나고도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군함이 우리의 두배가 넘을거다. 제대로 싸우면 우리는 바다에 떨어진 각설탕처럼 녹아내릴거야."
"당장 바다의 날개만 하더라도..."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계가 있지."
전설의 함선은 혼자서 수십척의 배와 싸워도 가지고 노는 무적의 배들이 아니다. 성능이 뛰어나고, 일반적인 공격 이외에 다른 수단들을 가지고 있는 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를 맞으면 망가질 것이고, 선원이 없으면 운용되지 않는다.
혼자서 수십척을 쓸어버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판단한 배의 성능으로는 스무 척 정도가 되기 시작하면 점점 힘들어지고, 거기서 더 늘어나면 답이 없다.
녀석들이 조준사격을 하지 않고 그냥 바다의 날개 주변에다가 탄막을 만들어버리면 눈먼 대포알에 안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이게 탄막슈팅게임도 아니고. 발사된 포탄이 어디로 떨어질지는 바다의 여신도 제대로 모를 걸.
"게다가, 아직까지는 바다의 담요 위치를 녀석들이 잘 모르고 있어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거다. 바다의 담요 구조 자체는 적대적인 함선이 절대로 들어올 수가 없는 모습이지만. 입구를 틀어막아버리면 우린 다 굶어 죽어."
아무리 보급선을 털고, 군항을 털어도 기본적인 규모의 차이가 있다. 카멜롯과 아이리의 연합 해군과 싸우면서 스무번이 넘어가는 전투에서 이겼지만. 여전히 우리는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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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그나저나... 아무도 러셀이 해피트리프렌드에 나오는 해적이름 이라는 걸 언급하지 않으시네요... 괜찮아요, 모르는 게 나은 애니메이션이니까요(진짜입니다)!
ps. 쿠폰 5장에... 2편이면 어떤가요? 좋은 교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