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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44화 (4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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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목적으로 한 군항에는, 군함이 딱 다섯 척 남아있었다. 마리아가 예상했던 대로, 바깥으로 돌리는 군함이 많아지면 군항에 남아있는 배는 적어질 수 밖에 없으니가. 게다가 레이먼드가 찍어준 대로 이곳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요충지는 아니었기에 이쪽에서 빼내는 배는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도리안은 그 장소를 바라보았고, 미스가이드의 주변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안개가 일어나 그곳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대낮에 해무(바다안개)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미스가이드가 일으켜서 움직이는 안개는 하얀 군대처럼 달려들어 항구 주변을 코 앞도 보이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이걸로 충분하겠지."

미스가이드가 해야 할 일은 마쳤다. 함께 온 해적들의 배가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안개가 낀 상태여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항구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그냥 때려박아도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측면에만 50문 이상의 함포를 탑재하고 있는 군용 함선들이, 한때 자신들이 머물렀던 고향을 향해서 쇠주먹을 날려대기 시작하고. 날아간 강철의 덩어리들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면서 몇 개는 바다에 떨어지는 소리를 만들고. 몇 개는 영문도 모르고 당황하는 배들을 공격하고. 항구 주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도합 한 시간에 이르는 끊임없는 포격이 끝나고. 도리안은 미스가이드로 만들어낸 안개를 거두어들였다. 박살이 난 채로 바다 위에 떠다니는 나뭇조각들과, 반쯤 무너져 버린 항구. 안개가 옅어질 수록 한시간에 다다르는 포격이 만들어낸 처참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했듯이, 생존자는 없다."

그가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하고. 해적들의 함선이 항구 앞에 멈추어 사람들을 내려보내기 시작했다. 이 잡듯이 항구를 뒤져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죽이고, 저장해놓은 물자들을 털어낸다. 불꽃이 일어나고, 피가 뿌려지고, 비명과 총성과 칼과 칼이 만나는 날카로운 소리들이 울려퍼지기 시작한지 얼마니 지났을까. 아직 남아있는 잔불들을 제외하고는 남은 것이 없는 이 항구에, 해적들이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 항구가 만들어지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너지는 데에는 세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생존자가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다시 항구에 대고 10분여간의 포격을 가한 해적들의 배는 다시 항구를 떠나기 시작했다.

내가 마리아와 함께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어떻게 나올까. 이 귀염둥이들이."

마리아는 도리안과 해적들이 습격한 항구에 엑스자를 그은 다음 해도를 바라봤다. 배를 함부로 많이 띄울 수도 없겠지만. 띄우지 않으면 보급선들이 위험해 질 것이다.보급선들에 군함을 붙일 수는 있겠지만. 그 숫자에는 한계가 있다. 가지고 있는 배는 비록 상대들이 더 많을지 모르겠지만.

운용할 수 있는 배는 우리가 더 많다. 마리아는 엉망진창이 된 네글리제를 입은 채로 팔을 꼬고 벽에 붙여놓은 해도를 구경했고. 나는 그 뒤에서 말했다.

"우욱..."

마리아가 자신의 입을 슬쩍 막았고. 나는 그걸 보면서 당황했다. 야, 설마 임신이라도 한 거냐.

"속이 니글거리잖아."

라면서 내 가슴팍에 가볍게 주먹을 꽂아넣는 마리아. 아, 물론 마리아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가볍게 주먹을 꽂아넣은 거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컥 소리가 날 정도로 통렬한 일격이엇다.

"아니, 내가 먹으라고 한 겁니까!? 자기가 먹어놓고는 왜 나한테 화를 냅니까?"

어이없는 여자일세 이거. 마리아는 슥 나를 한 번 째려본 다음 해도를 보며 말했다.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보이겠지."

녀석들도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 보급선을 중시할지, 아니면 군항들을 보호할지. 보급선은 작전을 지속할 능력을 유지시켜주지만. 군항은 작전 반경을 넓혀준다. 둘다 포기할 수는 없는 물건들이라는게 마리아의 설명이었고.

"녀석들의 시선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어."

그게 허점이야. 마리아가 하핫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세상살이에 규칙은 없어. 언제든 그 규칙을 무시할 방법은 존재하는 법이지. 현실은 체스나 장기, 포커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게임이니까."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옆에 털썩 앉아서 팔을 내 목에 둘렀다.

"이제 상선들을 털 거야. 아주, 아주아주 잔인하게. 이전과는 다르게. 백기를 걸어도 팔레(협정)는 없어. 모두 죽이고, 가진 물건들은 다 빼앗을거야."

보급선과 군항을 같이 지키려면, 해역 자체에는 소홀해 질 수 밖에 없고. 여태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군함들 만을 털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상선들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테니까. 마리아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해적들이 갑자기 잔인하게 상선들을 공격하는 이유가. 해군들 때문이라고 하면. 과연 사람들은 뭐라고 말하기 시작할까?"

차라리 이전이 나았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겠지. 어찌 되었던 가지고 있는 물건의 일정 분량만 넘겨주면 곱게 넘어가던 해적들이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버리니까.

"카멜롯 왕국도, 아이리 공화국도. 돈을 벌어다 주는 상인들의 말을 과연 쿨하게 쌩깔 수는 없겠지."

거기에 더해서, 해적측에서 뿌려놓은 끄나풀들도 이제 역할을 바꾸어서 그런 이야기를 퍼뜨리기 시작할 것이다.

마리아는 그러면서 미소지었고. 나는 문의 노크 소리에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종이 한 장을 받을 수 있었다. 로제에 대한 소식이 이제야 밝혀진건가. 나는 문을 닫고 종이를 펼쳐서 읽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던 마리아가 말했다.

"로제 집에서 도망쳤다냐?"

그 말에 나는 종이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서 마리아를 봤다.

"그걸 어떻게 아신겁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말했다.

"카멜롯 왕국이 항구 출입에 대한 통제를 엄청 강화했잖아. 해적들이랑 싸우는데 굳이 항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그럼 다른 이유가 있는 거겠지. 라고 말한 다음 마리아가 물을 한 잔 따라서 마셨다.

"으, 역시 속이 느글거리네. 다음부터는 뱉어야겠어. 입 안이 끈끈하고 텁텁해."

... 내 잘못이 아닌데 왜 미안하지. 여튼, 이라면서 마리아가 다시 로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멜롯 왕국은 로제를 상당히 중시하고 있단 말이야. 근데 가출을 하면.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항구라고 본 거겠지."

그래서 항구를 틀어막은거야. 마리아는 어깨를 으쓱 하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짐작이었는데. 로제가 가출한게 맞으면 볼 것도 없네. 그 아이가 원인이었어."

그 여리여리하고 순진하던 아가씨가 어쩌다가 가출까지 생각하게 된 거지? 라는 나의 중얼거림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글쎄,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보지. 역시 이 언니가 그리웠던 걸까?"

라면서 지 뺨을 양 손으로 감싸면서 꺄아아아 하는 소리를 내는 마리아를 보면서 나는 침묵했다. 천의 얼굴을 가진게 여자라고 하지만, 마리아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저 정도면 조금 더 발전하면 다중인격 정도는 어렵지 않겠는데.

"... 그거 정신병 아니냐?"

아, 나 입 밖으로 낸건가. 이런 실수 좀 처럼 하지 않는데 말이지. 나는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마리아를 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내 이마의 앞에 자리잡는 마리아의 딱밤과 잠시 뒤에 방 안에 울려퍼지는 따아악 하는 소리. 정신이 흐려질 정도로 격렬한 한 방이었다. 내가 이마를 잡고 신음하고 있을 동안, 마리아가 입을 우물우물하더니 으으 하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아, 야 뭐라도 먹어야겠다. 속을 가라앉혀야겠어."

그러면서 내 앞에서 태연하게 네글리제를 벗고 옷을 입는 마리아.

"저기, 제가 보고 있습니다만."

그 말에 마리아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뭘 보는 것 가지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물고 빨아댄 주제에."

그러면서 태연하게 속옷을 입고 옷을 챙기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옷을 찾아서 입기 시작했다. 천장에 걸려있는 불 꺼진 조명 위에 올려진 셔츠를 보면서 난 허허허 하고 웃었다. 저게 저기로 언제 올라간 거냐?

가만히 보니까, 침대 매트리스도 한 군데가 가라앉아있는데.

숙소를 아주 엉망 진창으로 만들었구만. 나는 시트에 생겨나 있는 거대한 얼룩들과 그 사이에 말라붙은 허연 자국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바다의 날개 선장과 항해사야. 엄청난 열정력이군."

그 말에 마리아가 닥쳐 라고 하면서 바닥에 떨여져 있던 배게를 나에게 집어던졌다.

"내일, 다시 출항해서 상선들을 한 번 뒤져보자고."

그렇게 말하는 마리아의 눈에는 잠깐 서늘한 기운 같은게 스치고 지나갔다. 확실히, 요즘 물대포 위주로 놀아서 사람 피를 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 다들 면도날 처럼 날카로워진 살기를 띄고 있을거다. 나를 바라보던 마리아가 표정을 풀고 말했다.

"제법 사람 죽이는 기세를 풍기게 되었는데, 너도."

그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뭔 개소리야. 나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은데? 게다가 내가 직접 죽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눈에서 피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있어. 그건 어떻게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즐기라고, 조금만 더 지나면. 눈 앞에 양아치가 깝죽거릴때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 만으로도 도망치게 할 수 있어."

... 야, 그거 모 만화에 나오는 패기 같은거냐? 막 분노하거나 화내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뒷목잡고 으윽, 하면서 쓰러지는?

"개새끼들이 늑대 보면 꼬리 마는거랑 비슷한거야. 무슨 초능력이 아니라."

마리아는 그렇게 일축하고는 코트를 입은 다음 말했다.

"뭐 먹을래?"

해장국 먹고 싶다. 밤일 하고 나서 먹는 해장국이 그렇게 꿀맛이던데.

... 있을리가 없지. 이 세상에 해장국 같은게.

"더럽게 매운 파프리카 때려박은 굴라쉬(헝가리식 매운 스튜)나 한 접시 먹고 싶은데요."

그러든가.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방 문을 열었고. 나도 문 밖으로 나섰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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