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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43화 (4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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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파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나는 슥 하늘을 한 번 보고 마리아에게 입을 열었다.

"길어야 1시간 이내에 폭풍 옵니다!"

볼 것도 없이 폭풍이 올 기세다. 구름 두께에다가 습기도 많고, 바람도 강하다. 나의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30분 안에 처리하자고!"

마리아는 머맨에게 선물 받았던 푸른 커틀러스를 뽑아들고 눈 앞에 다가오는 보급선들을 바라봤다.

"선장! 좌측에!"

그 말에 마리아가 옆을 바라보았고. 한숨을 쉬었다. 저 국기는 아이리 공화국의 군함인데. 우리가 털고 있는 보급선들은 카멜롯 왕국의 것이다. 근데 저 녀석들이 돕는다고? 폭풍 안에서 바다의 날개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기는 하지만...

"그냥 빼야 합니다! 이 폭풍은 정말 강한 녀석입니다!"

지금 이미 풍랑이 올라오는 속도가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 말에, 마리아가 신음을 가볍게 내고는 말했다.

"일단 빠지자. 어쩔 수 없네."

운 좋은 새끼들. 바다만 괜찮았어도 다가오는 아이리의 군함까지 해서 다 싸먹을텐데. 마리아는 그렇게 아쉽다는 듯이 말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배 돌리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타륜을 회전시켜 바다 위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갑자기 녀석들이 무슨 일이지."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떤 일들이다. 녀석들이 갑자기 서로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거야 뭐야. 마리아가 내 표정을 보고는 픽 웃었다.

"사람이 원래 저 정도 피해를 입으면 과거의 원한은 잠깐 묻어두고 싶어지는 거야. 뭘 그렇게 첫날밤에 발기 안돼는 새신랑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그렇게 농담을 건네었지만 마리아의 표정도 썩 밝아보이지는 않는데요. 나의 말에 마리아가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예상보다 훨씬 빨라. 그래도 이주 정도는 더 해먹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충분한 타격을 주지 못했어.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고 바다를 바라봤다.

"좋게 생각하자고. 내 계산에 안개의 미아가 합류하는 건 없었으니까. 이걸로 해먹은 성과가 영 부족하지만. 대충 플러스 마이너스 해서 제로인 것 같아."

녀석들의 계산에도 안개의 미아는 없겠지. 그리고 녀석들은... 아직까지 일부러 싸늘한 앤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계속해서 몰랐으면 하는거지. 그것도 우리에게는 플러스다. 상대가 감추려고 하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역으로 사용할 구석은 충분하다.

마리아가 하품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오늘, 달이 무슨 달이냐?"

그 말에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상현달입니다. 한 4일 뒤에는 보름달로 넘어갈 겁니다."

그래? 라고 마리아가 중얼거리고 외쳤다.

"담요로 돌아가자!"

벗어날 수록 풍랑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가 잠깐 침묵하고 있다가 중얼거렸다.

"그래.. 그럼 그렇게 바꾸면 될 일이지."

마리아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약간 얼굴이 밝아졌다.

담요로 돌아간 마리아가. 바깥에서 보급선을 털고 있던 해적들을 모두 한 곳으로 끌어모았다.

"너희들은, 이번에 보급선을 털지 마."

그 말에 해적들이 마리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리아가 그 시선에 몸을 살짝 꼬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내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그런 시선은 부담스러운데."

...

찾아오는 적막에 마리아가 인상을 팍 쓰고는 말했다.

"반응 하고는."

해적 하나가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그럼 우리 이제 뭐합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냈다.

"우리는 검은 어금니를 만났어. 너희들, 요즘 들어서 바다 위를 싸돌아다니는 해군들이 좀 많아진 것 같지 않냐?"

그 말에 모두가 수긍했다. 확실히, 예전에 한 번 만날 거 지금은 세 번 정도는 만나는 것 같다.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 만큼, 군항들에는 배가 별로 없다는 거지."

보급선은 우리가 최대한 많이 털어버릴 테니까. 니들은 이제... 마리아가 말꼬리를 약간 끌었다.

"군항 하나 털어버려. 니들이 다 모여서 항구에다가 함포 미친듯이 갈기고 상륙하면 털어버리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야."

해적들이 그 말에 기겁을 했다.

"군항을 털라고!?"

마리아가 그런 그의 외침이 대답했다.

"괜찮아. 지금 왠만한 군항에는 별 거 없을거야."

그렇게 말하고, 마리아는 테이블에 쫙 펼쳐놓았던 해도를 바라보다가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너라면, 여기에 찍혀있는 군항들 중에서 가장 덜 중요한 곳이 어딜 것 같냐?"

그 말에 나는 가만히 해도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기는 좋은 해류가 근처에 많고, 여기는 바람이 좋다. 하나하나 살피던 나는 군항으로 찍혀있는 빨간 점 세 개를 골라냈다.

"굳이 가려내면 이 세 개 정도입니다."

그 말에 좋아. 라고 말한 다음 해적들을 바라봣다.

"니들이 타고 다니는 배가 총 20척 정도 된다. 그 정도면 군함이 없는 항구 정도는 터는게 어렵지 않을거야. 가장 가까운게... 이거니까."

가서 슥 보고 많다 싶으면 빠져. 하지만 해서 이길 게임이다 싶으면 가서 털어라. 마리아가 그렇게 지시한 다음 맥주를 쫙 들이켰다.

"보급선을 터는 건 녀석들의 배를 군항에서 뽑아내기 위해서 한 거야. 역시 거점을 따먹어야지."

보급선이 애무라면 거점은 본게임이라고 할까? 라면서 마리아가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말이야. 우리에게는...

"군항에도 안개 뿌릴 수 있지?"

라는 말에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 말에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방금 전 이야기는 잊어줘. 안개의 미아는 최대한 숨어있는 편이 좋아."

저 녀석들이 싸늘한 앤을 숨기려고 드는 것 처럼. 안개의 미아가 이쪽에 합류했다는 것도 숨길 수록 좋으니까. 마리아의 생각은 이해가 간다.

"아니면, 생존자를 남기지 않으면 될 일 아닌가."

도리안의 말에, 마리아가 그를 바라봤다.

"가능해?"

그 말에 도리안이 슥 해도를 보고 말했다.

"너희들이 노리고 있는 군항은, 뒤에 절벽이다. 말 그대로 군용 함선들을 정박시키기 위한 장소지. 바다로 나갈 길이 없어지면 그대로 전멸시킬 수 있다."

그 말에 마리아가 파이프에서 입술을 떼고 후우, 불면서 말했다.

"그럼, 한 번 해줘."

기왕이면 피해가 적은 편이 좋으니까. 마리아가 피어오르는 연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

"한 명도 남기지 말아라. 녹슨 면도날이 털린 것 보다 몇 배는 더 처참하게 만들어버려."

내가 할 말은 이상이야. 라고 마리아는 말한 다음 눈을 살짝 감았고. 나는 그 사이에 조심스럽게 눈 앞에 놓인 돼지고기를 한 점 집어먹었다. 내가 고기쳐먹는 걸 눈치보면서 쳐먹어야 할 줄이야. 그리고 눈을 감은 채로 마리아가 말했다.

"너 오늘 고기는 여기에서 먹는 걸로 끝이다."

나쁜 여자야! 악당이야! 고기를 제대로 먹지를 못하게 하고 있잖아! 심지어 술도 제대로 못마시고 있단 말이야!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마리아를 발라봤고, 그녀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고기 먹고 싶냐? 니가 나랑 고기 둘 중에 하나만 먹을 수 있으면 뭐 먹을래?"

... 씨발 야채 먹으면 될 거 아니야. 조교당하는 기분인데 이거. 그래도 잠자리에서는 내 맘대로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나 마리아에게 말해야 할 일이 있었다.

"크로노미터 있지 않습니까, 저희가 사용하는."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근데 그게 왜?"

슬슬 오차가 벌어지려고 하고 있거든. 한 번 정비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정비 받으면 되잖아?"

여기에서는 불가능하단 말이다. 해적들이 크로노미터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어떻게 고쳐. 나의 말에 마리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엄청 중요하냐?"

... 이전에 말하지 않았냐?

"사람으로 치면, 나침반은 귀입니다. 육분의랑 크로노미터가 각각 오른쪽 눈 왼쪽 눈이고요. 눈 하나 애꾸로 다녀도 상관 없으면 저도 그냥 넘어가지만. 그러면 아무래도 항로에 계속 오차가 생길겁니다."

배가 너무 빠르니까. 오차를 파악하기 전에 이미 우주로 날아가 있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마리아가 나의 설명에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 다른 배 크로노미터 빼앗아서 쓰면 되잖아."

나는 아직, 해적이 되지 못한 모양이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빼앗자 라고 말할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참해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지. 왜 여태동안 나는 병신같이 돈을 내고 크로노미터를 고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걸까. 새삼스럽게 내가 모시고 있는 마리아라는 여자의 해적스러움에 감탄하면서 말했다.

"그러려면 적어도 7척 이상의 배를 지휘하는 기함을 털어야 할 겁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런 녀석이 배를 떠나면 정보가 들어오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때 날 잡아서 털어버리자고."

그럼 그렇게 합시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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