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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38화 (38/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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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로제가, 마리아의 배에서 내리고 나서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토르소를 떠나서, 자신의 아버지인 로크 발미온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로크 발미온은, 자신의 집무실 안에서 자신의 딸인 로제 발미온을 앞에 세워두고 있었다. 가느다랗게 흔들리는 램프 불과, 안경을 쓰고 서류에 싸인을 하고, 읽어보기 시작하던 로크가 로제를 보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로제의 입술이 뭐라고 말하기 위해서 달싹거렸지만, 그녀는 끝내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손을 내밀어라."

그 말에, 로제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내밀었고. 그걸 바라보는 로크의 표정이 구겨졌다.

"굳은살이 배겼군. 결혼할 여자가 밖에 나가서 뭘 하고 돌아다닌 거냐?"

그 말에 로제가 눈을 크게 뜨고 로크를 바라본다.

"아버지, 그게 무슨 소리세요?"

그 말에 로크가 다시 로제의 손을 놓고 그녀를 바라본다.

"너는, 여독을 풀고 이틀 뒤에 메이너스 군항으로 가거라."

그 말에 로제가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입을 살짝 벌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본다.

"입 다물고, 허리 곧게 펴라. 기품있게."

로제가 그 말을 듣는둥 마는 둥 하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본다.

"그런 말씀은 없으셨지 않나요, 아버지."

그 말에 로크가 로제를 보면서 말한다.

"그런 일까지 너에게 일일히 이야기를 해줄 시간이 없다."

바쁘신 분이시라 이거죠. 로제의 말이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변하고. 로크가 서류에 글을 쓰고 있던 깃펜을 내려놓고 로제를 바라봤다.

"말투 조심해라."

그 말에 로제가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본다.

"제가 누군가와 평생을 보내야 하는 결혼이잖아요! 그걸 제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마음데로 정하시는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에요!"

그 말에 로크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봤다.

"가문의 일이다. 거기에 너의 의사가 왜 필요하지."

그 말에 로제가 고개를 살짝 든 채로 허공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봤다.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하라고요? 가문의 일이니까!?"

그 말에 로크가 로제를 바라봤다.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너도 알고 있는 사람이지."

그 말에 로제가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메이너스 군항... 에밀 메이너스를 말하시는 거에요?"

로제는 몸을 부르르 떨고 말했다.

"그 인상 더럽고, 저만 바라보면 눈에 음침한 빛이 어른거리는 그 남자를 말하시는 거냐고요!"

그 말에 로크가 그녀를 물그러미 보면서 말했다.

"그 인상 더럽고, 눈에 음침한 빛이 너만 바라보면 어른거리는 그 남자를 말하는 거다."

그 말에 로제가 이를 꽉 물고 있다가 말했다.

"어떻게, 그 남자는...!"

그 말에 로크가 입을 열었다.

"여자를 밝히지, 게다가 하녀들을 툭 하면 건드린다고도 하고. 성적인 취향에 대해서 문제가 많은 남자다."

그걸 알면서도! 로제는 자신의 아버지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뭐라고 말하기 전에 로크가 먼저 입을 여는게 빨랐다.

"그렇지만 메이너스 군항의 책임자다. 그가 운용하고 있는 전함이 40척이 넘지. 아이리 공화국에서 가장 강한 해군을 관리하는 남자다."

뱃사람을 좋아하지 않던가? 라는 로크의 말에 로제가 외쳤다.

"싫어요!"

그 말에 로크가 입을 열었다.

"이미 약혼 이야기는 오갔고, 네가 거기에 도착하는 데로 결혼식이 치루어질 예정이다."

그 말에 로제가 이제는 어이가 없어서 하하하, 하고 웃은 다음에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래도, 저는 아버지의 딸이라서. 항상 저한테 냉정하게 대하고, 엄격하게 교육해도 저를 사랑해서 그러는 줄 알았어요."

이제 와서 보니까 그게 아니었군요. 로제가 그렇게 말하고 그를 바라봤다.

"성에 가두어놓고, 교사들과 하녀들이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게 하고. 그렇게 사람을 감옥에 갇힌 폐인처럼 대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나를 사랑해서 그런 건 줄 알았으니까!"

드레스를 입고 있는 로제의 옷깃이 구겨지고,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가서 쉬어라. 갈 길이 멀다."

그 말에 로제가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버지는, 저를 거래 물품으로 보시는 모양이에요."

그 말에 로크가 대답했다.

"나는 나 자신도 물건으로 본다."

그 딱딱한 목소리에 로제가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문득 싸인하고 있는 서류 하나를 보고 그녀의 안색이 변했다. 해적에 대한 소탕 작전. 그 단어와 함께 승인. 이라고 찍혀있는 단어만 보고도 그 문서의 내용을 짐작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 아버지, 제가 돌아왔잖아요."

그렇지. 라고 로크는 무심하게 말했고, 로제가 그 반응에 어이없어하면서 말했다.

"해적들은, 제가 돌아가면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거라고 생각해서 저를 풀어줬어요!"

그 말에 로크가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로제가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말했다.

"그래서라니요, 약속은 지켜야한다고 아버지가 누누히 말씀하셨던 거잖아요!"

그 말에 로크가 대답했다.

"글쎄, 나는 왕명을 받들 뿐이다."

그 말에 로제가 대답했다.

"왕명이 곧 아버지의 뜻이잖아요. 길거리에서도 왕은 아빠의 꼭두각시라고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던데요."

쓸데없는 저잣거리의 농지거리다. 라고 로크는 일축했다. 한 나라의 재상으로써, 왕을 옆에 끼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으면서, 자신이 필요할 때만 '왕명을 따를 뿐이다'라니.

"내가 필요할 때 멋대로 왕명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문이 필요로 할 때 바꿀 뿐이다. 라고 로크는 말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게다가 바다에서 노략질을 일삼는 골칫덩이들이다. 이번 기회에 정리하는게 좋겠지."

그 말에 로제가 그를 노려봤다.

"글쎄요, 그렇게 쉽지는 않을걸요?"

그 말에 로크가 그녀를 바라봤다.

"아는게 있으면 말해봐라."

미쳤나. 그걸 말하고 있게. 어차피 로제의 입 밖으로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다시 해적들을 정리하기 위한 좋은 열쇠가 될 터이다. 로제가 입을 닫고 있자, 로크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냉정하게 판단해라."

그러면서 혀를 차는 로크.

"그럼 결혼은 뭐 때문에 하는 건데요!"

그 외침에 로크가 한숨을 쉬고 펜을 내려놓은 다음에 말했다.

"일을 할 수가 없게 하는구나. 잠깐 교육을 해 볼까."

평생동안 나에 대해서 교육을 한 적이 있기는 하신지요. 라고 로제가 비꼬았고, 그걸 무시하고 그가 입을 열었다.

"귀족에게 있어서 결혼은 의무다."

"무엇 때문에 생기는 의무죠."

가문의 영광. 이라고 로크가 대답한 다음에 그녀를 바라봤다.

"우리는 귀족이다. 네가 먹고 싶은 거 먹고, 훌륭한 교사들을 초청해서 교육을 받고, 푹신한 침대에서 따뜻한 모닥불을 옆에 끼고 잘 수 있었던 그 모든 것들은, 가문의 위세와 영광 덕분이다. 그런 모든 것을 누렸으면 너 또한 가문에 대한 의무를 수행해야 할 터."

이제와서 누릴 것을 다 누려놓고는 어린애처럼 징징거리지 말아라. 너도 성인이다.

"제가 원했던 것도 아니었잖아요!"

그 말에 로크가 대답했다.

"사춘기는 지날 나이가 되지 않았나?"

그 말에 로제가 그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해적들은 헤어질 때 조잡하나마 이별 선물로 케이크를 주었고. 나와 피를 나눈 나의 아버지는 해적들에게 잡혀갔던 나를 보자마자 안부는 물어보지도 않고 모르는 남자에게 팔아넘길 생각만 가득하구나.

너무 서운하다. 로제의 말을 들은 로크가 대답했다.

"비효율적이다. 네가 멀쩡하다는 건 이미 보고를 받았다. 굳이 다시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아 그러시겠죠. 로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다가 말했다.

"결혼 안할거에요."

그 말에 로크는 입을 열었다.

"그러면 지금 당장 네 손으로 네가 입고 있는 모든 옷을 벗고, 알몸으로 족보에서 너의 이름을 지운 다음 밖으로 나가라."

어떻게 그런... 이라는 말을 하자 로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건 또 싫으냐? 이기적이구나. 누릴 건 누리고 가지고 있던 건 여전히 가지고 싶은데. 거기에 따르는 의무는 행하지 않겠다는 거냐."

로크는 흠,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떼써서 모든게 이루어질 나이는 한참 전에 지났다."

그 때 있지도 않았으면서. 로제는 이를 갈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가서 쉴게요."

거기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끝났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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