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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36화 (3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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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거대한 분지, 해적들의 통칭 수도, 이 바다의 담요라고 하는 장소에서는 온갖 소문들이 떠돌아다닌다.

오늘, 이 항구 안으로 들어온 작은 돛단배 하나 때문에 이 바다의 담요 전체가 웅성거리고 있었다. 카멜롯 왕국의 국왕의 인장과, 아이리 공화국의 대통령 친필 싸인이 밑에 박혀있는 종이 한 장. 누가 보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은 가볍게 여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요지는 간단했다. 두 국가는 힘을 합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해적들에 대해서 대대적인 소탕 작전에 들어갈 것이며, 이것은 로제 발미온 영애가 다시 토르소 항구로 돌아올 때 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 거기에는 이미 박살나버린 녹슨 면도날 섬에 관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고. 해적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면 이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로제 발미온 영애를 토르소 항구로 돌려보내라는 이야기였다.

로제가 그 로제 발미온 영애라는 사실은 나와 함께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 이외에는 모른다. 그렇기에 로제의 정체가 들통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 그랬는데 말이지."

마리아가 굉장히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선원 한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남자가, 술집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자신들과 같이 있는 로제라는 선원이 바로 그 로제 발미온이라는 사실은 그가 이 바다의 담요에 떠벌렸다.

우리를 보는 눈이 절대로 고울 리가 없다. 사람들이 모두 우리에게 로제를 토르소로 돌려보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술집에서 벌써 세 번의 싸움이 있었다.

"이유를 말해봐라."

그 말에, 선원이 마리아를 보면서 말했다.

"선장, 저도 로제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이 있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저희와 함께 돌아다니면...! 해군을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우리에게는 바다의 날개가 있다."

그 말에 그가 다시 말했다.

"저들에게는 검은 어금니가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수의 전함까지..."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에게 더 쉽의 하나인 바다의 날개가 있지만, 카멜롯 왕국의 바리스 제독이 타고 다니는 검은 어금니도 더 쉽의 하나다.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없습니다!"

선원이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으로 로제를 가르켰다.

"로제가 돌아가게 된다면 아무 문제 없지 않습니까! 진작에 몸값을 받고 돌려보냈으면 녹슨 면도날이 개판이 될 일도 없었고, 거기에서 일하고 있던 제 친구놈도 멀쩡하게 살아 있었을 겁니다!"

로제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리아.

"로제가 토르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냐."

그 말에 그 선원이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저 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그 말에 뒤 편에 있는 선원들을 슥 마리아가 바라본다. 대충 10명이 약간 넘어가는 선원들. 그들이 모두 이 선원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마리아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후우, 하고 한 숨을 내쉬고는 테이블 앞에 놓인 럼병을 들고 쭉 들이킨다.

탁, 하고 병이 테이블 위에 다시 놓이고, 입가를 슥 닦는 마리아.

"본질을 봐라, 병신들아. 너희들의 지인들이 녹슨 면도날에서 죽은 건, 로제 때문이 아니라 해군들 때문이다!"

그 말에 다시 선원이 말한다.

"그리고 그 해군들이 녹슨 면도날로 공격을 온 이유가 로제 때문 아닙니까!"

그만! 하고 로제가 고개를 숙인채로 크게 외쳤다. 그리고 마리아를 보면서 로제가 말한다.

"돌아... 돌아갈래요! 나 돌아가고 싶어요. 저 하나 때문에 녹슨 면도날이 박살난건 그렇다고 쳐도. 근데 나 때문에 같이 배를 타고 있던 사람들이 싸우는 건 더 싫어요!"

그리고 마리아를 바라보는 로제.

"설득하려고 하지 마세요 선장님. 그 동안 고마웠어요."

마리아는 뭐라고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묵묵히 있었다. 10명이 넘어가는 선원들이 주장한다. 그들이 떠나면 바다의 날개는 대충 3분의 1에 다다르는 선원을 잃게 된다. 지금, 로제가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 바다의 담요라는 장소에서. 과연 마리아의 배에 타겠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바다의 날개, 러셀의 배였던 그 전설적인 배를 탄다는 건 분명히 메리트가 있지만. 이 배를 탄다는 것은 앞으로 해군들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탈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전설도 전설이지만 목숨이 더 소중한 법이니까.

게다가, 이 안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마 숙소의 주인과 식당, 거리에서도 우리에게 암묵적으로 압박을 넣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병신 같은 새끼들. 진짜로 로제를 돌려주면, 그들이 공격을 멈출 것 같냐? 이 좋은 기회를?"

상황을 보는 눈이 그렇게 모자란가.

"로제는 빌미야. 볼 것도 없어. 모처럼 그 사이 나쁘던 카멜롯 왕국과 아이리 공화국이 함심해서 해적을 조지고 있는 기회다. 정말로 로제가 돌아오면 그 두 국가가 아, 좋아. 이거면 충분해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헤어지고, 이전처럼 지들끼리 싸울거라고 생각하냐?!"

해적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힐 때 까지는 멈추지 않을거다. 볼 것도 없다!

"레이먼드."

잔뜩 화가 나서 말하고 있는 나의 귓가에, 로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자. 그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 작은 확률이라고 해도, 거기에라도 다들 걸어보고 싶은거에요."

병신같은 해적 새끼들! 병신같은 로제! 머저리 같은 새끼들! 명백하게 나와잇는 결과에 확률과 운을 끌어다 맞추고 있어! 그러니까 그 되도 않는 븅딱같은 바다 미신이나 쳐 믿고 사는 거지! 어디에 작은 확률이 존재하는데?! 녀석들의 예상대로 행동해 주고 있을 뿐이잖아!

저절로 이가 갈린다. 그리고, 마리아가 말했다.

"로제는, 토르소 근처에서 털어먹는 상선에 태운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마리아!"

"선장님이라고 불러라."

마리아가 잔뜩 빡친 얼굴로 선원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명령이다. 로제는, 토르소 근처에서 인근의 상선에 태워 토르소로 보낸다."

그렇게 말하고, 마리아는 눈 앞의 선원들을 쭉 바라봤다.

"숫자로 밀어붙인다라, 조금 더 있으면 배 위에서 반란도 일으키겠군."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슥 바라본 다음에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서 있는 선원들 이름이 하나씩 읊어지고. 마리아가 말한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고 하니 죽일 수도 없고... 개인적인 실망이라고 해두지. 네놈들과의 항해는 여기에서 끝이다. 더 이상 내 배에 오를 생각하지 말아라."

그리고 마리아의 눈이 로제에게로 향했다.

"너는, 너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로제 발미온."

그걸로 마리아는 이야기를 끝내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로 문을 차고 나가며 말했다.

"내일, 우리는 토르소로 향한다."

선원들도, 약간 우물쭈물 하다가 문 밖으로 나간다. 여긴 내 방이었으니까. 다시 문이 철컥, 닫힌다.

"이게 좋아요. 이게 좋은거에요... 이걸로..."

로제의 말에 나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병신같은 여자. 그딴 물러 쳐먹은 정신상태로 어떻게... 로제가 나를 바라보다가 다가왔다.

"..."

침묵한 상태에서, 그녀가 나를 보다가 자신의 옷을 끌러낸다.

"뭐하는 거지?"

그 말에 로제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옷을 다 벗고 나서. 나에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부탁이에요."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녀의 하얀 어꺠를 붙잡고 말했다.

"... 무슨 생각이야."

그 말에 로제가 웃으면서 내 얼굴을 잡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간다. 입술과 입술이 만날 뿐인 키스. 그리고 로제가 나를 본다.

"아무 생각 없어요. 가능하면 함께 배를 타면서, 조금 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약간 더 달콤하게 하고 싶었는데."

나는 이제 당신을 만나지 못하잖아요. 로제는 그렇게 말하고 내 옷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내 처음을 주어야만한다면. 그래요, 당신에게 주고 싶어."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로제읜 눈을 바라봤다.

그 눈 속에는 두려움과 절망감, 외로움이 소용돌이처럼 서로 얽혀 날뛰고 있었다. 거절, 거절... 나는 로제에게 이야기를 들었었다. 성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접근해주지 않았고, 모처럼 만나게 되어서 함께 배를 타던 사람들이 자신을 거절했다.

거기에서, 나까지 거절을 하면 이 아이는 망가지지 않을까.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다시 내가 로제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가져갔다. 밀려들어가는 혀와,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혀를 움츠리는 로제. 툭, 하고 건드릴 때마다 혀가 놀라서 뒤로 빠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상태에서 나는 로제를 천천히 밀어붙여 침대로 끌고갔다. 입술을 떼고, 나는 로제를 바라봤다.

"네가, 나와 함께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너의 소식을 알아볼거다."

이 한심한 여자야. 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전혀 들은 바가 없지만. 그렇게 높으신 신분이니까,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가능하면 이런 너저분한 뱃생활 따위는 금세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고. 너의 여생에서 가장 피곤하고 힘들었던, 짠내나는 생활로 우리와의 생활이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하얀 살결 위에 내 손과 혀가 지나갈때마다 꽃잎이 피어나듯이 빨갛게 일어나는 로제의 살들. 목덜미에 생겨나는 빨린 자국과, 가만히 누워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채로 가만히 숨만 내쉬며 내 손길에 몸을 맡기는 로제.

최대한 조심스럽게 애무를 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함께 하는 잠자리에서라도, 로제가 나를 원했다면.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한 일이 이것일 정도로 그녀가 나와 함께 하고 싶었다면. 최소한 그 소원이 아프거나 힘든 기억으로 남는 건 원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너무 아프지 않게. 하얀 살결이 도자기 같아서, 또는 손 위에 올려지면 금세 녹아내릴 눈송이 같아서 뜨거운 내 손길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어루만진다. 숨결은 달떠 있지만, 그것은 쾌락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긴장 속에서 느껴지는 두근거림 때문이겠지.

말랑한 가슴을 어루만지고, 살짝 배꼽을 건드린다. 등줄기에 올린 손이 그녀의 등을 쓰다듬고, 입술과 입술이 부딪쳐 있는 상태에서 내가 로제의 호흡을 빨아들이고, 다시 천천히 불어넣는다. 공기가 들어갔다 나오면서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로제의 가슴위에 한 손을 올려놓는다.

조심스럽게, 쇄골에서, 목덜미로, 다시 귓가로. 살짝 귀 밑을 핥고, 다시 목덜미로. 가슴으로...

이어지는 애무 속에서 긴장해 있던 로제의 몸이 약간씩 풀리고. 나의 손가락이 천천히 그녀의 비부를 만진다. 움찔 하면서 다리를 모으려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반대로 살짝 다리를 열어버리는 로제.

조심스럽게, 둔덕을 쓰다듬기 시작하던 나의 손가락이 비부의 틈새를 살짝 매만진다.

"으흑?!"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굳는다. 다리가 다시 모이려고 하지만 그녀가 입을 앙다물고 그대로 열고 있는다. 살살 쓰다듬기 시작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살짝 시트를 움켜잡은 로제의 입가에서 따뜻한 숨소리가 흘러나온다. 물론, 그 표정에 비해서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빈약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표정 자체는 많이 풀려서 약간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키스... 키스..."

그러면서 로제가 오히려 내 머리를 끌어안고 자신의 입에 내 입을 가져가고, 그 상태에서 그녀가 혀를 밀어넣고 내 입 안의 타액을 모조리 가져간다.

달궈지기 시작하는 나와 로제의 몸. 나는 키스를 마치고 천천히 얼굴을 아래로 내려서 그녀의 속살을 애무했다. 얼굴이 자신의 비부 앞에 위치하자 얼굴이 벌게져서 양 손으로 비부를 가리는 로제였지만. 내 손이 밀어내자 잠깐 고민하다가 그대로 손을 치운다.

조심스럽게 겉을 겉어내고 몸 속으로 혀를 밀어넣자 그녀의 허리가 확 굳으며 으으읏! 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애무. 손가락보다 이게 마음에 드는지, 그녀의 몸 반응이 훨씬 더 나아졌다.

천천히 밀려들어가는 나의 남근과, 억지로 그걸 받아들이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밀어내려고 하는 로제의 몸.

두 몸이 겹쳐진 상태에서. 시간이 지났다.

"... 고마워요."

내가 고마운 일이다. 땀에 절은 상태에서, 자신의 가랑이에서 부글거리는 하얀 액체들을 바라보던 로제가 입을 연다.

"레이먼드, 나는요..."

당신이 있어서 배타는게 즐거웠어요.

로제는 그렇게 웅얼거리면서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그 뒤로 약간 시간이 지났다.

마리아와 나는 서로를 마주 본 채로 테이블을 끼고 있었다. 나를 불렀다. 뭐 때문일까. 그녀가 나의 표정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네."

들 리가 있냐. 나는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리아, 나는 이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테이블 위에 검지를 살짝 올려놓고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다 가지고 싶으면 말이지. 잠깐의 포기는 필요한 법이야."

마리아가 말하고 나서 손톱으로 톡톡, 하고 테이블을 건드렸다.

"로제가 토르소로 돌아가도, 레이먼드 네 말대로야. 그 녀석들이 해적에 대한 소탕을 그칠리는 없어."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그녀를 바라보며 외쳤다.

"그럼 이유가 뭡니까?!"

마리아가 워워,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로제는 잠깐, 토르소로 가 있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해군들이 계속해서 해적들을 사냥하는 걸 지켜보겠지. 그때가 되면 해적들도 알게 될 거다. 로제가 문제가 아니었구나."

그리고 마리아가 일어나서 나를 바라봤다.

"그때, 우리가 나선다. 로제를 우리가 지금부터 끼고 있으면 함께 힘을 합쳐서 해군과 싸우자고 저 주정뱅이 해적 새끼들을 꼬실 수가 없어."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 로제는 다시 되찾을꺼야. 잠깐 맡겨 놓는거라고."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가지고 싶은 걸 영원히 내 곁에 두기 위해서는 잠깐 포기했다가 돌려받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의외로 머리가 굳어있는 부분도 있구만 레이먼드. 여자 문제라 그런가?"

그러면서 마리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로제를 토르소로 보낸 다음에. 우리는 계속해서 해적들을 견제하는 해군들을 공격한다. 인지도를 높여야해. 해적들 사이에서. 아, 저 새끼들은 해군들이랑 싸워도 씹어먹을 정도로 대단한 새끼들이다. 그런 인식을 반드시 심어줘야한다."

그렇게 해서, 녀석들이 완전히 우리에 대해서 신뢰를 가지게 된다면...

"해적 놈들 싹 끌어모아서. 한 판 뛰어 볼 만 해지지."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말을 이엇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로제가 있는 장소로 역습해 들어가서 로제를 꺼내오면 만사가 오케이라는 말이다."

마리아의 말은 틀린게 없다. 로제를 돌려보내놓고 나면 바다의 담요에서 계속해서 활동하는 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 것이고, 마리아가 내리라고 했던 선원들을 다시 채우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 그 녀석들은 그대로 둘 겁니까?"

해적들은 한 번 탄 배에서 내리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그런 거 치고는 너무 쉽게 풀어준 것 같은데.

마리아가 내 말에 픽 웃는다.

"바보냐? 녀석들은 이제 배 못 타. 이유야 어찌 되었던지간에 자기 동료를 팔아 넘긴 녀석들이다. 목숨 내놓고 다니는 다른 해적들이 그런 녀석들을 써 줄 것 같냐?"

공식적으로 녀석들의 뱃 생활은 이걸로 끝난 거라고. 이제 남은 여생은 여기의 부둣가에서 일하거나, 가게들의 점원으로 일하는게 고작이겠지. 그 말에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항해는 중독성이 있다. 올라타면 다시는 타지 않으리라고 맹세를 하지만, 잠깐만 땅 위에 있어도 다시 바다를 찾게 된다.

"알겠습니다. 마리아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그래. 라고 말한 다음 마리아가 머리를 탁 짚고 한숨을 쉬었다.

"일이 꼬이는 건지 풀리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라니까."

귀족 아가씨를 배에 태우고 다니는게 문제가 생길 줄은 알았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라고 마리아가 중얼거리면서 기지개를 킨다.

그 말대로, 뭔가 귀찮은 일이 생길 줄을 알았는데 설마 두 국가가 연합해서 이걸 빌미로 해적을 족칠 줄은 몰랐다. 무심코 버린 개밥그릇이 국보급 문화재였던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천천히 문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고. 뒤편에서 마리아가 말했다.

"그냥 가게?"

그러면서 마리아가 슥,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하고, 나는 그녀를 보면서 약간 웃었다.

"..."

나 방금 전에... 로제랑... 뭐 어때. 가는 여자 막지 말고, 오는 여자 막지 말라고 했던가. 그때, 마리아가 슬쩍 내 눈치를 보고는 말했다.

"야, 너 표정 딱 보니까. 로제랑 체력단련 한 모양인데."

그 말에 나는 예? 라고 멍하게 물어보았고. 마리아가 쯔,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자신의 셔츠를 잠구기 시작했다.

"고 꼬맹이가. 얌전해 뵈더니 헤어진다고 하니까 바로 몸을 써서 남자를 묶어놓는 거 보게. 아주 고단수야."

... 그런 식의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조금 더 애절하고, 가는 걸 아쉬워하는 애틋한 분위기였는데 말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리아를 봤고. 그녀가 말했다.

"뭐 임마. 하루에 두 번이나, 그것도 다른 파트너랑 체력단련하면 몸 망가져. 뼈 삭는다."

... 뭐 뼈 까지 삭을 일은 아니지 않나. 일단, 마리아가 분위기가 다 식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나는 다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리아가 뒤편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두고두고 먹어야 오래가지."

... 내가 무슨 니 집 찬장에 두고 심심할때 집어먹는 쿠키도 아니고. 아껴먹는다는 건 또 무슨 식의 표현이십니까?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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