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항해 뜻밖의 해적-27화 (27/159)

0027 / 0160 ----------------------------------------------

바다의 날개와 머맨과 구슬

바다의 날개를 타고, 우리는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괜히 바다의 날개가 아니었다. 이건 레드불보다 더하다. 배한테 씨발 날개를 달아줬어!

대충 계산을 해봤는데. 순수하게 러셀의 검을 돌려서 나오는 최대 출력은 40노트지만, 배에 장착되어있는 36개의 물대포가 일제히 뒤로 방향을 꺾고 물줄기를 발사하면 55~60노트까지도 속력이 올라간다.

굳이 엘론델이 그 게이트를 열어주지 않은 이유도 알 것 같다. 이 정도면 그 섬까지 가는데 길어야 꼴랑 3일 걸린다.

물론, 바람 좆까라는 둥, 해류 좆까라는 둥 말은 했지만. 그래도 속력이 더 나기 위해서는 그것들에 반항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 보다는 왠만해서는 따라가는게 좋긴 하다. 아무래도 속력이 빨라지면 바람에 받는 저항이나 해류에 받는 저항이 커지니까.

하지만, 약간의 반항은 될지라도, 이 배는 그런 모든 것들을 쌩까면서 항해해도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범선보다도 빠를 것이다.

마리아도 달리는 배와 자신의 선장실을 보고 희희낙락하면서 튀어나왔다.

"야, 이거 목욕이 가능한데? 찬물이기는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닷물을 정수해서 맹물까지 만들어주는 친절한 내부구조까지. 항해사실 안에도 마찬가지로 은으로 코팅한 욕조 하나와 거기에 연결되어있는 꼭지가  달려있었다. 물을 받아서 사용하고 나서, 마개를 뽑으면 물이 빠져나가는 신박한 구조.

선원들이라도 다를까. 단체로 써야하기는 하지만 거대한 목욕탕 비슷한 구조가 갑판 아래에 있어서 일이 끝나면 찬물이지만 목욕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모든 선원이 꿈에도 그리던 함선이 아닐까.

달리고 있던 와중이었다. 바다의 날개 바로 옆에서 무언가가 치솟듯이 바다를 뛰쳐나오는 것은.

"가속!"

그 말에, 일제히 물대포들이 날개를 펼치고, 갑판 위로 올라탈 수도 있었던 그 괴생명체는 다시 바다 아래로 떨어진다. 나는 조타륜을 잠깐 넘기고 망원경으로 그곳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물고기 머리가 하나 있었다.

뭐, 바다는 바다니까. 여기에 물고기 한 두 마리 있다고 해도 크게 놀랄 것도 없지. 오히려 없는게 이상하다.

근데 나는 손에 삼지창 같은 거 들고 있는 물고기는 본 적이 없어서. 그 뒤편으로 불쑥불쑥 올라오는 창을 든 물고기 대가리의 수는 도합 다섯. 녀석들은 계속해서 이쪽을 쫒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망원경을 마리아에게 건네주었고. 그녀가 그걸 보면서 아하하 하고 웃었다.

"... 머맨은 혼자서 다섯 명의 힘을 낸다는데 말이지."

자세하게는 모르고 있었지만. 달리면서 머메이드와 머맨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선원들이 떠들고 있었으니까. 약간씩이나마 녀석들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머맨은, 전사다. 싸움을 즐기고 노는 걸 즐기고, 유쾌한 걸 좋아하지만 성격이 급박하게 바뀐다고 한다. 어제는 친구처럼 껄껄거리면서 웃다가. 내일 돌아와서 삼지창으로 그 사람을 죽여버릴 수도 있는 녀석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한 생각은 하나였다.

그거 해적이랑 다를 것도 없는 놈들이잖아. 니들 스스로를 좀 돌아보고 머맨을 무서워 해라 새끼들아.

한 명이 다섯명의 힘을 낸다라. 시발... 녀석들은 이쪽을 부지런히 쫒아오고 있었지만 역시 바다의 날개를 따라잡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그렇게 머맨과 머메이드를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다 구경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이래서야 밤에도 움직이는 걸 멈출 수가 없겠는데. 이 배에 올라타려고 달려드는 머맨들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다. 뭐, 속도 자체가 빠르다 보니까 녀석들이 올라타는 경우는 없었지만. 녀석들이 하나라도 올라타는 순간에는 여러가지로 곤란해진다.

"그래도, 1명 정도면 저희가 이길 수 있지 않습니까?"

당연하잖아. 5명 분의 힘을 낸다면서. 그러면 6명이 달려들면 되는 거 아닌가.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봤다.

"레이먼드, 싸움 못하는 거 티내지마. 거 쪽팔리게."

... 그래 씨발 나 싸움 못한다. 그녀가 나를 보다가 말했다.

"혼자 5명 분의 힘을 내면, 혼자서 10명 이상의 녀석들과 싸워도 문제가 없다는 거야."

뭐 사람 베고 칼로 쏘는데에는 도가 터있는 마리아의 말이니까 사실이라고 봐도 문제가 없겠지.

머메이드가 바다의 천사나 여신님 같은 수준의 신앙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 반대급부라고 할 수 있는 머맨은 악마와도 같이 뱃사람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사람의 살점을 먹고, 혼자 날뛰어도 수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잔혹한 악마들.

물론, 내 생각이지만 거기에는 머메이드의 아름다운 외모에 비해서 물고기 머리통을 달고 다니는 흉측한 모습의 머맨에 대한 선입견이 다분이 작용한 것 같다.

외모 지상주의라는 거지. 머메이드 이쁘긴 하더라. 게다가 목소리 자체도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 무언가가 있었고.

이야기를 나누던 선원들 중에는 머메이드에게는 아랫도리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한 명의 당당한 변호에 그들의 주장은 그대로 반박당했다.

입은 있잖아. 그 말을 들은 로제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마리아는 자신의 선원들을 새삼스럽게 더러운 변태들 보는 눈으로 바라보았었지.

... 그치, 입이 있지. 할 말이 없네. 나도 아랫도리가 물고기라는 고정관념에 박혀있었는데. 입이라니. 기가 막힌다.

이 새끼들의 초월적으로 창의적인 상상력에 새삼스럽게 다시 감탄하면서 나는 달리는 배 위에서 주변을 바라봤다.

"오른쪽, 세 작대기."

그 말에 배가 빠르게 방향을 살짝 틀었고. 그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로제는 가끔씩 갑판 위로 올라와서 배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정말 빠르네요. 전설이라고 하더니."

그때, 우리의 정면에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머맨들의 머리통...! 나는 재빠르게 말했다.

"왼쪽으로 꺾어! 대포들도 같이!"

그 말에, 조타수가 재빠르게 배를 틀었고, 그와 동시에 배가 쭈욱 미끄러지다가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그러면서 발사되는 물대포가, 머맨들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후려갈긴다.

- 좀 씨발, 우리 말이라도 듣고 도망쳐라, 이 갯강구 같은 새끼들아!

그런 목소리가, 우리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말하는 방식은 머메이드의 그것과 차이가 없었지만. 사용하는 어휘가 굉장히 남다르신데, 이 머맨 양반들께서는. 우리의 배가 급격하게 방향을 틀고 다시 고속으로 발진하기 위해서 물을 발사하자, 측면에 있는 머멘들이 다시 물대포를 쳐맞았고. 다시 외침이 들려왔다.

- 아아아아악! 야 이 새끼들이!?

... 그 목소리에는 분노와 함께 얼탱이가 나간 듯한 감정이 그대로 실려있었다.

머맨들은 개그맨인가? 나는 선장을 바라봤다.

"어떡합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보다가 바다를 향해서 외쳤다!

"씨발 멈추면 우리 다 죽일거면서!"

직설적이고, 효율적인 어법이다. 그 말이 바다에 울려퍼지고 우리는 여전히 속도를 유지한 채로 움직이고 있었다.

- 죽일 때 죽여도! 그 배 위에서는 못 죽인다 이 새끼들아! 우리도 개념이 있어! 부모님 유산에서 멋대로 생물을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우리가 뭐로 보이냐, 패륜아?

... 일리가 있는건가? 마리아가 약간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내 표정도 아마 지금의 마리아 표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마리아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야, 배 멈춰봐."

일단, 마리아는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그렇게 배가 멈춘 상태에서 잠깐 기다리자, 아까처럼 물 위로 뭔가가 튀어나와서 배 위에 그대로 안착했다. 물고기의 머리통, 약간 짙은 색깔의 피부. 축축하게 젖어서 바닷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과 손에 들고 있는, 사람 세 명 정도는 합쳐놓은 크기의 삼지창. 중요한 남성의 성기 부분에는 미역 비슷한 해초를 팬티라도 되는 양 감싸고 있었다.

- ... 아 씨발, 따라 잡다가 아가미 터질 뻔했네.

그러면서 머리를 설설 흔드는 머맨의 머리통은 백상아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근데, 씨발 내가 조금 이상한 걸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흔드는게 왜 저렇게 쓸데없이 귀여워보이냐. 물론, 그 아래로 드러나 있는 울룩불룩거리는 근육은 장난이 아니었지만. 그렇게 약간 비틀거리다가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머맨이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 야, 선장 나와봐.

그 말에 마리아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고. 그가 거대한 삼지창을 척 하고 한 손으로 들어서 마리아를 겨누며 말했다.

- 뭐가 불만인데?! 왜 갑자기 인간들이 우리 집안 싸움에 끼어들고 지랄이냐고!

... 그러네, 생각해보면 머맨 입장에서는 조금 빡칠 수도 있겠다.

"글쎄, 니들이 이기면 머메이드를 다 죽일거라고 하던데. 그래서 조금 도와주기로 했지."

그 말에 상어머리 머맨께서 어이가 없으셨는지 자신의 상어 뺨을 한번 탁 하고 치고 말했다.

- 자식들이 머리 속에 불가사리가 들었나. 그럼, 머메이드가 이기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 같냐?! 걔네랑 영원한 평화를 맺고 바다에는 안정이 찾아왔습니다! 이럴 것 같아?! 머맨들 동화책에도 그딴 식의 해피엔딩을 써갈겨 놓지는 않겠다 이 갯강구 새끼들아!

우리 모두 그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엄청 이쁜 미녀가 바다에서 올라와서 우리를 도와주세요 라고 애절하게 말하길래 그냥 들어준건데. 생각해보니까.

머메이드가 이기면 머맨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 우리의 표정을 쭉 둘러본 머맨이 말했다.

- 니들은 지금 전혀 싸워야 할 이유가 없는 전쟁터에 들어와서 훼방을 놓는 훼방꾼들이다.

그러면서 턱, 하고 삼지창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서 자신의 옆에 내려놓는 머맨. 쿠웅, 하는 소리가 살짝 내려놓았는데도 들릴 정도라니, 얼마나 무거운거야 저거?

"우리 보수를 받기로 했는데."

그 말에 머맨이 우리를 바라봤다.

- 그래, 그 이야기를 들으니 상황이 대충 이해가 가는군. 바다에 약속을 새겼나?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맨이 자신의 삼지창을 척 하고 어깨에 둘러매고 우리를 바라봤다.

- 바다 위를 싸돌아다니는 녀석들이 그 계약 이행을 실패하면 앞으로 물가 근처에도 못갈테니. 우리는 싸워야 할 이유가 충분하군. 보수도 받기로 했겟지.

그 말에 마리아가 순순히 대답한다.

"진주... 그, 너희들끼리는 월루라고 부르는 모양이던데? 그거 400개다.

- 흠, 제법 뜯어먹었구나. 월루가 400개라.

그렇게 말하는 머맨의 목소리는 굵고, 단단했다. 머메이드의 목소리가 잔잔하고 평화로운 바다처럼 달콤했다면. 머맨의 목소리는 폭풍이 치고, 바도가 놓게 이는 바다처럼 묵직하고 웅장했다.

- 이해는 했다. 네 놈들은 우리와 싸워야 할 이유가 명백하게 있군.

그러면서 머맨이 배를 한 번 살펴보고 말했다.

- 그래, 그 다리도 없는 년들이 러셀과 했던 약속이 있었지. 그거 때문에 갑자기 뭍으로 나간 물고기마냥 비실거렸던 거야.

뭐 좋다. 라고 머맨이 말하고 이쪽을 바라봤다.

- 약속의 이행은 소중한 것이다. 다리 없는 년들도 그 정도의 신의는 있군.

그리고 우리를 다시 보는 머맨의 상어 얼굴이 히죽 웃으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쫘악 드러냈다. 어, 저건 조금 징그러운데.

- 그리고, 그로 인해서 생기는 이행자의 피해를 무시하지 않고 다시 돕기로 한 네놈들의 심지도 굳어. 보수까지 챙긴건 더 마음에 드는군!

그가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 원래대로라면, 네놈들은 그 섬에 도착해서 배에서 내리는 즉시 수십의 머맨들이 네놈들을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산 채로 뜯어서 죽일 생각이었지.

그 말에 마리아의 안색이 굳었다. 수십의 머맨이라니. 그 즉시 사망이다.

- 허나, 그대들이 약속과 신의를 중시하고...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이 전쟁에 끼어들었으면 우리도 바다의 전사라는 명예에 맞게 대우를 해줘야 할 터!

그리고, 머맨이 천천히 삼지창을 둘러맨 채로 배의 난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1대 1의 승부다. 그대들이 이긴다면 그 구슬! 기꺼히 섬 위에 놓도록 해주지! 허나 진다면.

그렇게 말하는 상어머리의 눈이 붉게 변하고 그르르릉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의 이빨이 드러난다.

- 나가의 자손들이 하는 신성한 싸움에, 뭣도 모르고 끼어든 댓가를 피로 치르리라.

그리고, 머맨은 다시 훌쩍 뛰어서 바다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우리에게 말한다.

- 대양이 지켜보는 공정한 결투에서 보자.

상어의 머리는 이내 사라지고 나와 마리아는 서로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선원 하나가 어이가 나간채로 외쳤다.

"머맨이랑 1대 1? 그냥 나이프 하나 달랑 들고 사자랑 싸우고 말지. 그 삼지창 봤냐?! 그걸 한 손으로 무슨 귀이개 흔들듯이 흔들잖아!"

마리아 자신도 경악한 상태였지만. 선원들의 분위기도 매우 우울했다. 그리고, 마리아가 주변을 슥 보면서 말했다.

"됐어 씨발, 내가 한 계약이다. 당연히 책임도 내가 져야겠지. 머맨과 1대 1이라. 전설적인데, 머맨과 싸운 해적선장 마리아!"

그러면서 마리아가 씨익 웃고, 나를 보며 말했다.

"항해사, 계속 이동한다."

... 너도 약간 탈인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저것들은 진짜 인간이 아니잖아. 괜찮겠냐? 나는 배를 움직이면서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어, 머메이드는 바다의 숙녀에다가 약간 신비롭고 정숙한 여마법사 같은 느낌이라면...

머맨은 바다의 거친 전사! 우아아아아아아! 하는 느낌일까요. 거기에 약간 유쾌한 점도 있고.

그런 컨셉으로 정했었습니다. 잘 느껴졌으면 좋겠는데ㅠ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