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항해 뜻밖의 해적-21화 (2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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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이란...

배를 체크하고, 우리는 럼보틀 만의 이곳 저곳들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왔고. 정신적으로 큰 위기에 몰렸었던 로제는 억지로 마리아가 잠들기 전에는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다가 그대로 잠에 떨어진 모양이다.

내 방의 문에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을 천천히 열자 거기에는 마리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문이 열리자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와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를 바라봤다.

"항해사씨, 나 저 꼬맹이가 조금 마음에 들려고하는데."

로제를 말하는 건가. 하긴, 놀려대는 꼴이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모습이지 절대로 적의를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말이지, 그 꼬맹이 너를 잘 따르잖아?"

그거야, 니가 너무 무서우니까 그나마 의존할 수 있는 순한 상대인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뿐이지. 사자 우리에 들어갔는데 사자에게 다가가지 않고 철창살 쪽으로 다가가는게 철창살을 좋아해서가 아니잖아. 살려고 달라붙는거지!

나의 설명을 들은 마리아가 깊은 감동을 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철창살 이미지를 탈피하는거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었다.

"이쪽은 더 악랄하게 굴 테니까. 내일부터는 이쪽에게 그만하라는 식으로 저 녀석을 조금 두둔해서, 본격적으로 아빠 역할을 하는거지."

그러다가보면, 너도 몸보신은 일백프로 할 수 있을 거고. 라는 말에 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래, 항해는 내가 더 나은 편이지만. 사람 가지고 노는건 저쪽이 다섯 수는 앞서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마리아는 그렇게 말한 다음에 콧노래를 부르면서 중얼거렸다.

"걔랑 뭐 하고 놀까나."

... 로제는 노는 기분이 아닐텐데 말이야. 절대로.

다음날이 밝았고, 이쪽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상의를 입고 천천히 문을 열자, 거기에는 해드락과 비슷한 자세로 로제를 끼고 히죽거리고 있는 마리아가 서 있었다.

"야, 이제 이거 팔러 가자."

그러면서 마리아가 로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가서 주인님 말 잘 듣고. 괜히 반항하면 채찍 맞으니까. 왠만하면 시키는거 다 해."

버둥거리지도 못하고 울상이 되어 있는 로제를 보다가 나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거, 애를 무슨 짐짝도 아니고 옆에 그렇고 끼고 다니십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이리와, 라고 말하며 마리아의 손을 천천히 풀렀고. 그 틈을 타서 로제가 재빠르게 마리아의 손을 빠져나왔다.

"거, 무슨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다."

마리아는 픽 웃고는 자신을 경계하는 로제를 보다가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팔아치울건데 말이야. 그치?"

으으으, 하는 소리와 함께 로제가 나를 바라보면서 팔지 말아주세요 라는 눈빛을 보냈고. 나는 머리를 긁다가 말했다.

타이밍인가. 나는 마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어차피, 우리 배에 사람 더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냥 로제도 태우죠."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보며 말했다.

"하? 여자를 배에서 선원으로 쓰자고? 뱃일이 장난도 아니고."

그 말에 나는 로제를 슥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번에 로제 날뛰는거 보니까 왠만한 선원 서너 명 분은 해낼 것 같은데 말이죠."

그 말에 마리아가 고민하는 척을 시작했지만. 나와 그녀의 눈 싸인은 이미 거의 로제를 다 요리한 상태였다. 그리고 로제의 눈에는 '해적선에 올라타서 선원으로 부려먹힘 당하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탈출구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앙다문 입과 애절한 눈빛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거 뭐,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 하나 납치해서 사탕 사줄게 하고 원양어선에 태워버리는 격인데.

"어이 꼬맹이. 잘 할 자신 있냐?"

그 말에 로제가 머뭇거리기 시작했고. 마리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냥 매춘굴에 팔고, 선원 다섯 정도 구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 말에 로제가 대답했다.

"여, 열심히 할게요! 그러니까 팔지 말아주세요...."

아, 결국 이 불쌍한 소녀는 해적 선장과 항해사의 손 위에서 놀아나다가 코에 스스로 코뚜레까지 차버리게 되었다. 그 말에, 마리아가 어깨를 으쓱 하고 말했다.

"뭐, 한 번 써 보지. 별로면 뱃사람들 성욕처리라도 시키면 될 테니."

그 말에 로제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나는 아하하 하고 웃으면서 로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잘 부탁한다, 로제."

그 말에 로제가 고개를 끄덕이고 마리아를 바라봤다.

"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선장님...?"

그 말에 마리아가 말했다.

"잘 부탁드릴 필요까지야. 확실히 배 오래 타고 있으면 선원들 성욕도 쌓이는 편이니까. 별로 일 잘 못해도 상관은 없어."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로제의 얼굴에 굳은 결심이 튼튼하게 쌓아올려지기 시작했다. 와, 불쌍하다. 한 때는 자기 저택에서 수많은 하녀와 하인들을 부리면서 먹고 싶은거 먹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았을거 아니야. 근데 해적 선장에게 쫄아서 이렇게까지 불행한 신세가 되다니.

역시 인생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법이라니까.

좋아 좋아. 라고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로제를 바라보다가 나에게 돈이 담긴 주머니 하나를 건네주었다.

"나는 오늘부터 선원들을 모으고, 함 팔 준비를 해야 해서 함께 못 할 것 같다. 잘 쉬고 있으라고."

그 말에 나는 로제의 머리에 손을 턱 하고 올리며 말했다.

"로제 몫은 없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씨익 웃었다.

"그 아이는 아직 '해적'이 아니잖아."

그 말에 나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가까스로 참았다. 설마, 이 아이도 배에 올라타면 선장 던져주고 모가지 그어버리게 만들려는건가. 그 말에 로제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선장."

"아, 그리고 이거 가지고 있어라."

그러면서 나에게 피스톨 하나를 넘겨주는 마리아.

"잘 들어, 시비가 걸리면 일단 머리통에 갈겨버려. 뒷 일은 이쪽에서 처리해버릴 테니까."

참 좋은 이야기 해주시네. 믿음이 팍팍 가는데. 그걸 끝으로 마리아는 진짜로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 마리아에게서 벗어난 로제의 표정이 말 그대로 몇십배는 밝아진다.

"사... 살았다."

말 그대로 얼굴에 다시 피가 도는 듯한 모습. 로제가 자신의 가슴께를 천천히 쓸어내리고는 나를 봤다.

"시장, 가보고 싶어요."

갔다 왔잖아 이것아. 나의 말에 로제가 말한다.

"그... 그때는 그 마녀선장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못했고."

알았어. 가보자. 이거 무슨 애 하나 맡아서 키우는 것 같은 기분이네. 나는 로제를 데리고 천천히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낮의 시장, 여전한 분위기에 여전히 주변에서는 시비가 걸려서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로제는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마리아와 있을 때 처럼 안색이 확확 바뀌지는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주변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이것 저것 구경하기 시작했다.

로제의 시선이 어딘가에 딱 고정되기 시작했다. 노점상, 얇게 뽑아낸 국수를 닭국물로 우려내서 파는 요리였지.

"..."

침묵 속에서 그 노점상을 바라보는 로제.

"배고프냐?"

내 말에 로제가 말한다.

"아, 딱히 그런건 아닌데..."

나는 천천히 그 노점상에 가서 말했다.

"여기, 두 그릇만 주지."

그 말에 이쪽을 슥 본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순식간에 국수 두 그릇을 말아서 앞으로 건네었다.

"괜찮은데..."

그 말에 내가 대답한다.

"내가 배고파서 그래."

그 말에 로제가 뭐가 좋은지 실실 웃으면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뭐야, 맛 괜찮잖아? 다른 항구에서 먹던 것 보다 훨씬 나은데. 로제도 마음에 드는지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잘 먹었수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릇을 내려놓았고. 주인장은 국물까지 싹 비운 그릇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봐요."

너는 눈에 먹는거만 보이냐?! 이번에는 소세지를 구워서 팔고 잇는 노점상. 나는 그 소시지들을 슥 보고는 말했다.

"저건 돈낭비다."

저런 소시지 알고 있지. 안에 고기 대신에 기름만 잔뜩 있어서. 열기로 인해서 팽창하고. 안에 액체밖에 없어서 한 입 씹으면 그대로 펑 하고 터져버리는 소시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제의 눈은 그 소시지들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고. 노점상도 그런 로제의 눈치를 확인하고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 하나 주쇼."

그 말에 씨익 웃으면서 하나를 집어 대나무 잎으로 감싸서 건네주는 주인장 그래, 내가 오늘은 알면서도 한 번 낚여본다. 그리고, 로제가 그 소시지를 바라보다가 한 입 물었고.

그대로 소시지는 예상했던 모습으로 펑 하고 터졌다.

"... 터졌어."

로제가 그 소시지를 보면서 엄청나게 충격먹은 표정을 지었고 나는 말했다.

"거 봐라."

그걸 보다가 로제가 뭐가 웃긴지 그 소시지를 들고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소시지(banger)가 진짜 터졌어(bang)!"

... 싱거운 자식. 그게 웃기냐.

한 동안 시장을 떠돌아다니던 우리는 턱 하고 의자에 앉아서 튀겨낸 닭고기와 맥주, 탄산이 섞인 음료수를 테이블에 두었다.

"또 먹다니."

그 말에 로제가 나를 바라봤다.

"... 너무 많이 먹는 건가요?"

당연하지. 니가 지금 먹은거 다 읊어볼까?! 나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앞에 올려져 있는 닭튀김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옆 테이블에서 남자 한 명이 이리로 왔다.

"어이, 거기 내가 조금 앉고 싶은데."

그 말에 나는 옆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래, 시비가 왜 안걸리나 했지. 길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으면 주변에서 소란이 일어나는게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우리만 예외일 수가 없지.

닭튀김을 보면서 눈을 빛내던 로제의 얼굴이 약간 굳는다. 나는 그를 보면서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정중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남자가 내 무릎 위에 앉는 건 취향이 아닌데. 다른 남자 찾아보지."

그 말에 남자의 안색이 구겨진다.

"꺼지라고."

그 말에 나는 다시 머리를 긁으면서 뭐라고 말할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뒤편에서 누군가 그의 어깨를 턱 하고 잡았다.

"어이, 우리 항해사한테 볼 일 있냐?"

그렇게 말하면서 큼지막한 금목걸이를 치렁치렁 흔들면서 그를 바라보는 남자.

"어, 갑판장."

여기서 만나네. 우리 배 갑판장은 이름은 몰라도 그 모습은 기억할 수 밖에 없지.

더럽게 무섭게 생겼으니까. 그 사람 생각난다. 왜, 프로레슬링에서 땡, 땡 하는 종소리랑 함께 등장해서 눈을 까뒤집고 혀 낼름거리는, 필살기가 툼스톤 파일드라이버인 그 남자 있잖아.

그렇게 생겼다.

"..."

목을 가볍게 돌리자 우드득 소리가 나는 우리의 살벌한 갑판장을 보고 있는 남자의 눈이 갑자기 맑고 투명하고 순수하게 변해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로 기어가서 자신의 일행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손을 척 내미는 갑판장.

나는 손을 뻗어서 그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해주엇다.

"선장님은 어디가셨수?"

"아, 배를 바꿀 예정인데 선원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합석합시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갑판장이 좋아, 라고 말하고 자신이 있던 자리에 있는 일행들에게 턱짓을 했다. 순식간에 스무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고. 로제는 슥 주변을 둘러보다 재빠르게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잔이 서로 부딪치고, 테이블에 앉은 선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뭐, 생각해보면 나는 그들을 통제하는 입장이니까. 만나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 대체로 배 위에서 술을 마신다고 해도 마리아와 마시거나, 아니면 혼자 조타륜 붙잡고 빡칠 때 마다 마시는 정도?

"죽을 위기 여러번 넘겼지!"

갑판장이 크하하하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바라보면서 맥주잔을 척 하고 들어올린 다음 한 모금 마셨다.

"배 위에서 시간을 꽤 보냈지만, 우리 항해사 같은 실력은 본 적이 없어!"

그 말에 주변 녀석들도 그렇지, 라고 말하면서 술을 쭉 들이킨다.

"배 위에서 폭풍우 만났을 때 그냥 죽는 줄 알았수다!"

유령선은 어떻고! 라면서 큭큭거리며 웃는 녀석들. 별별 이야기들이 다 나온다.

그 동안의 항해를 통해서 확보한 나의 지위 자체는 지금 거의 부동의 배 내 서열 세컨드.

"처음에 무인도에서 건졌을 때에는 뭐 별로 쓸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선원 하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배 하나는 기가막히게 다룬다니까! 여자 다루는 실력도 그 정도면 아마 배 갑판에 일렬로 여자들을 쭉 늘어놓아도 모자람이 있을걸!"

나는 그 말에 웃었다.

"지랄한다."

그리고 나는 구석에 앉아서 킬킬거리고 있는 조타수를 보고 말했다.

"저 녀석 요즘 조금 쓸만해 졌던데 말이지."

그 말에 그가 말했다.

"하! 처음에 쌍욕을 그렇게 했으면서! 이제 와서 칭찬해도 나올 것도 없수다!"

배라는 곳은 신비한 공간이다. 그 넓은 바다에서, 많아봤자 50명도 되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몇 달이고 항해를 함께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배 안에서 서로 다투는 경우도 많지만. 상선과 탐험선, 해적선과 군함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법칙은 자연스럽게 지켜진다.

그 새끼가 마음에 안들어도, 때리는 건 나지. 다른 배에 타고 있는 녀석들은 아니다. 때려도 내가 때리고 욕을 해도 내가 한다. 뱃사람들의 정신상태는 대충 그런 모습이다.

로제도, 처음에는 잔뜩 긴장하고 주변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보다가 약간 안심을 했는지 주변의 선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 여자도 이제 우리 배에 타기로 했다."

그 말에 다들 표정이 재미있게 변한다.

"선장이 그걸 허락했수? 아 물론, 그때 우리 선원들 죽이던 실력 하나는 장난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선원으로써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갑판장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이 아가씨, 힘이 장난이 아니라고."

그 말에 갑판장이 하! 하고 웃고는 로제를 바라봤다.

"아가씨, 팔씨름이나 한 번 해보지!"

워어어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말에 순식간에 테이블 위에 있던 안주들을 정리하고 공터를 만든 해적들. 나는 그걸 보면서 실실 웃었고. 로제가 당황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한 번 해봐라. 네가 쓸모있는 녀석이라는 걸 증명해."

그 말에 로제가 침을 꿀꺽 삼키고 자기 앞에서 울룩불룩거리는 근육을 자랑하는 갑판장의 손아귀에 자신의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갑판장의 눈썹이 꿈틀 했다.

"이거, 악력이 제법인데!"

씨익 웃는 갑판장과, 약간 굳은 표정의 로제. 두 사람을 지켜보던 녀석들 중 하나가 외쳤다.

"준비이이이이! 시작!"

그 소리와 함께 와아아아 하는 고함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팔에 힘이 쫙 가해지기 시작했다.

"크으응...."

하는 소리와 함께 로제가 힘을 주기 시작하고. 테이블의 가운데에 서 있던 두 사람의 팔. 한 삼십초 정도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의 팔을 보자 몇 명이 자신의 눈을 비비고, 몇 명은 서로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자, 천천히 로제의 팔이 밀리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저 갑판장의 근육을 보라고! 로제가 지는게 자연의 법칙이 보기 흡족한 상황이다!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던 로제의 팔은 이내 테이블에 손등이 닿게 되었다. 로제는 울상을 짓고, 갑판장은 후우 하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었다.

"힘이 장난이 아니잖아! 마음에 드는데!"

그러면서 껄껄껄 웃으며 로제의 어깨를 탁탁 두들기는 갑판장.

"저 몸에서 힘이 어떻게 나오는거야."

선원 몇 명이 어이없다는 듯이 로제를 바라보고. 로제가 그 시선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렇게 얼마나 떠들고 있었을까. 뒤편에 있던 한 무리가 외쳤다.

"거, 조용히 좀 하자! 니들만 술 쳐먹냐?!"

그 말에 확, 우리 테이블이 침묵에 휩싸였다.

... 야, 우리가 조금 시끄럽기는 했잖아. 왜 그렇게 빡친 표정들을 짓냐. 합당한 요구라고 생각하는데.

로제도 갑작스러운 우리쪽 선원들의 분위기 변화에 당황하며 긴장한다. 그리고, 갑판장이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 그쪽을 향해 외쳤다.

"거, 미안하게 되었수다 형씨들! 간만에 술 마셔서 기분이 좋아서 그랬수! 소리 좀 낮추면 되겠지?"

그 말에 그쪽에서 픽 웃으며 대답한다.

"언제 봤다고 지 형이야, 미친 새끼."

딱, 하는 소리가 이쪽에서 들렸는데. 슥 보니까 한 명이 닭다리를 먹고 있다가 이빨로 닭 뼈를 박살내는 소리였다. 슥 그쪽을 보니, 거기에 한 번 봤던 얼굴이 있다. 아까 나한테 꺼지라고 했던 그 인간.

분위기가 험악하게 바뀌고. 주인장의 눈이 질끈 감기는 모습이 들어온다.

"거 씨발 말 한 번 좆같이 험하게 하네."

라고 갑판장이 중얼거리면서 그쪽을 바라보다가 접시 하나를 들고 그쪽으로 집어던졌다. 나무 접시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가 거기의 선원 하나 면상을 후려치고, 앞니 하나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지면서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떨어지는 상대편이 보인다.

그리고, 주변에서 싸움이다아아아! 하는 외침과 함께 테이블들이 쫘아악 밀리고, 우리쪽 선원들과 시비를 건 선원들의 테이블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쫙 사라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10분 뒤에 쓰리스타가 방문하기로 되어있는 군부대처럼 민첩하다.

순식간에 생기는 공터. 그리고 주인장이 외친다.

"총 쏘지 말아라! 칼도 쓰지마! 씨발 재수가 없으려니!"

주인장의 말이 곧 법이라도 되는 모양인지, 저쪽 선원들과 우리쪽 선원들이 젠장... 하면서 가지고 있던 피스톨과 칼을 내려놓았다.

"항해사랑 그쪽 우리 신입은 얌전히 있으라고. 우리가 깨끗하게 정리해 줄테니까."

갑판장이 씨익 웃으면서 어깨를 가볍게 돌리고. 다른 녀석들도 이전에 내가 어색하게 느꼈던 그 눈빛을 하고 그들을 바라봤다. 로제가 눈을 어디 두어야 할 지 몰라서 두리번거리고 나는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꾹 누르면서 말했다.

"그냥 지켜봐라."

한 번 봤을 뿐인데. 벌써 분위기에 적응이 되었는지 나는 닭튀김을 한 조각들고 씹으면서 그 분위기에서 담담하게 맥주를 한 모금 했다. 점점 신경이 굵어진단 말이지.

저쪽에서 구경하고 있는 인원들이 있고. 우락부락한 친구들이 척척척 숫자를 맞추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달려들어서 주먹질을 시작한다. 피가 튀고, 이빨이 날아다니고 고함과 비명이 오간다.

"...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었었는데."

로제가 그 광경에 순간적인 상황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우리는 해적이다. 당연한 거야."

상선은 거래로 이득을 보기 위해서 항해를 한다. 군함은 싸우기 위해서 배를 탄다. 탐험선은 주변을 탐사하고 기록하기 위해서 배를 탄다. 다들 배를 타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해적은...?

해적은 배를 타는 이유가 딱히 없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바다에 대해서 진지하고, 또한 누구보다 동료애가 강하다. 한 배에 타면 그 배가 침몰하기 전까지 절대로 배를 바꾸지 않으니까.

게다가 기분파. 좋을때는 한도 끝도 없이 유쾌하다가. 순식간에 기분이 바닥을 치는 자들.

웃으면서 농담하고 유쾌하게 웃다가도, 필요한 순간이 오면 곧바로 어금니를 드러내는 야수들 같다.

갑판장의 주먹질에 한 명의 얼굴이 거의 뭉게지고, 그대로 그 녀석을 번쩍 들어올린 갑판장이 그 녀석을 바닥에 내려찍어버린다. 저건 죽었겠는데. 하나씩 하나씩. 나는 우리의 선원들을 믿는다.

까놓고, 내가 그 동안 주문했던 모든 일들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순식간에 횡범과 종범을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해야 하고, 스팽커의 작은 움직임까지 까탈스럽게 명령하는게 나라는 항해사니까.

저 녀석들은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금세 따라온 놈들이다. 배에서 하루 이틀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거고, 그 커리어의 대부분이 해적생활이었겠지.

이런 일이 일상이었던 거다.

"뭐야, 몸 풀기도 안되는구만!"

그러면서 크하하 하면서 웃는 갑판장.

우리쪽의 두 명이 심하게 다치고 나자, 상대편의 선원들 중에서는 제대로 서 있는 녀석들이 없었다. 녀석들은 잠깐 침묵하고 있다가 천천히 나와서 자신의 동료들을 챙긴다.

"씨발, 무식하게들 두들겨 팼네. 사정 좀 봐주지 그래?!"

그 말에 갑판장이 껄껄거리며 웃는다.

"술집에서 싸우다가 병신 되는 녀석들이 한 둘인가!"

그 말에 그쪽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쯧, 하는 소리와 함께 이쪽을 향해서 돈주머니를 던졌다.

"거, 술값이나 쓰라고."

고맙수다! 하는 말과 함께 갑판장도 그쪽으로 돈주머니를 하나 던졌다.

"그쪽도 선원들 약값이나 쓰라고!"

그 돈주머니를 척 받은 녀석도 고개를 끄덕이고 쯔 하면서 신음하는 녀석들을 보면서 말했다.

"야, 이 병신들 챙겨서 나가자!"

그걸로 끝. 로제가 다시 분위기에 적응을 못한다.

============================ 작품 후기 ============================

뭐, 실제로는 어떤지 제가 해적이 아니라서 몰라요.

... 다른 소설도 그렇고. 어째 나는 자꾸 범죄자들을 미화하고 있는가.

민증이 나온 성인인 여러분들은 실제 세상의 범죄자들이 얼마나 몹쓸 놈들인지 알고 계시죠?(찡긋)

소설은 소설일 뿐입니다!

잘 썻는지도 모르겠네요ㅠㅜ

선작, 추천, 코멘트 모두 감사드립니다. 항상 힘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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