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215화 (215/240)

앞서 서율이를 보냈을 당시 생각해 둔 것이 있다.

만약의 경우 그녀가 아르톤에 당한다 해도, 접속이 끊길 뿐이다. 눈 꽉 감고 그런 장면을 감수한다면, 눈앞의 적을 처리하고 아르톤으로 집중 할 수 있다.

“아, 아! 그건 안 되지. 악마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본래 세계에서는 네가 나보다 강할 수 있겠지만, 정신체 비슷하게 이곳까지 넘어왔다면 이야기가 달라.”

손끝이 굳었다.

무언가 안 보이는 힘이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망령제어와 흡사한 느낌. 아마도 아르톤이 정신계열의 능력으로 나를 방해하는 거 같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의식의 검으로 잘라 낼 수 있다. 몸 상태가 엉망이라 간신히 뽑아내는 수준이겠지만, 그래도 어렵다고 생각 할 수준은 아니다.

“너야 괜찮겠지만, 이 아가씨는 어떨까? 정신체가 망가지면 본래 육체에도 영향이 간다고. 사람의 마음을 부수고, 그 안에 절망을 심는 건 본디 악마의 전공이야.”

“……개소리. 그녀의 육체는 성물로 보호받고 있다. 하찮은 악마의 놀음 정도에 당하지 않는다.”

“쿡쿡. 그렇게 궁금하면 시도해 보든가. 사랑하는 여자가 광인이 될 수 있음에도 너는 도박을 걸고자 하는 건가?”

마른 침이 넘어갔다.

허풍이다. 그렇게 생각이 된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모험을 할 만큼의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나는 쿤의 절망을 눈으로 보고 왔다. 서율이가 잘못 된다면 나 역시 멀쩡할 거라 예단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그녀를 멀리 보낸 게 실수였을까. 그냥 옆에 두고 지켰어야 할까.

냉정하지 못한 사고가 계속 나를 괴롭혔다.

“크……크흐흐. 잘 했다, 아르톤.”

그 순간, 타격으로 밀려나 있던 차남혁까지 몸을 일으키며 내게 다가왔다.

빅터의 목에 검을 들이밀고 있지만, 이들이 인질에 대한 우정을 지켜 줄 부류 같지는 않다. 상황이 난감하다.

“이젠 어쩔 생각이지? 재롱 부릴 시간은 다 끝난 거 같은데?”

“……처 맞고 뒈질 뻔 한 새끼가 말은 잘 하는군.”

“큭큭. 이젠 그 주둥이도 끝났나 보곤. 나오는 소리가 겨우 그 정도라니.”

차남혁의 말이 맞다.

지금의 도발은 딱히 의미가 없다.

과연 어떻게 해야 지금의 상황을 탈피 할 수 있을까. 무사히 도망가는 건 어차피 어렵다. 그냥 의식의 검으로 서율이와 내 접속을 끊어 버리고 후일을 도모할까?

유르고의 심장을 빼앗기게 되는 건 뼈아프지만, 이대로 질질 끌어 만에 하나 아르톤의 말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거야 말로 더 큰 실책이다.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건가. 아도란 등에게 맡겨 달라는 말을 하고 내려왔는데.

기이잉—!

그 순간, 갑작스러운 파동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건 나만이 아니다. 차남혁과 아르톤도 이 힘을 느낀 건지 안색을 달리했다. 누군가. 압도적인 힘을 몸에 두른 채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그자인가?”

“맞는 거 같군. 질질 끌어서 좋을 게 없겠어.”

차남혁이 인상을 구기며 나를 돌아봤다.

손끝에 새파란 얼음이 맺혀 있다. 내 아래 깔린 빅터는 신경 쓰지 않는 태도. 아마도 둘 다 한꺼번에 날려버리려는 생각이겠지. 어차피 빅터 역시 죽는다 해도 접속이 끊기는 수준일 테니까.

“이곳에 있었군.”

“……!!”

하지만 차남혁의 힘은 밖으로 풀리지 못했다.

섬뜩한 음성이 그 사이로 끼어들어 장내를 얼려버렸기 때문이다. 어둠으로 뒤덮인 인간. 검은 불꽃이 몸 주변으로 너울거리며 그의 발치를 타고 흘렀다. 유부에서 기어 나온 악마가 이러할까. 아르톤이라는 악마가 있음에도 느껴지는 두려움은 차이가 있었다.

“더 이상은 도망 갈 수 없다.”

“쿤……인가.”

“이곳에서 끝을 내자. 지긋지긋한 고리를 끊고, 그녀의 복수를 완성하겠다.”

검은 안개로 뒤덮인 존재는 바로 쿤이었다.

“설마, 아도란과 루루를……”

“결심을 했다. 모든 것을 무로 만들기로. 그녀 없는 세상에는 아무런 의의가 없다. 네놈을 없애고 이 세상 자체를 지워버리겠다.”

“미쳤군. 아무리 상실이 크다 해도, 대체 어디까지 갈 셈인 거냐!?”

“글쎄. 이보다 바닥이 있을까?”

심연의 어둠과 같은 불꽃 속에서 광망을 흘리는 눈동자가 있다.

분노. 하지만 그 안에 깃든 슬픔은 너무나 절절하다. 가슴이 에이고, 눈물이 나올 거 같다. 절망이 너무 깊어 다른 모든 것들을 집어 삼키고 있다. 그의 검은 불꽃은 타락보다 깊은 것. 어쩌면, 타락의 힘조차 집어 삼키는 상실의 공허일지도 모르겠다.

“후후. 일이 재미있게 되었군. 서 준경.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쿤.”

차남혁의 비웃음을 들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어차피 지금부터는 모든 게 도박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고 있는 건가?”

“이건 우리끼리의 일이다. 적어도 저들은 보내주어라.”

빅터의 몸에서 일어나, 그와 차남혁 등을 손으로 가리켰다.

의아한 말에 표정이 다들 이상하다. 지금껏 싸웠는데, 보내라 하니 그 점이 납득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하. 하하. 소중한 사람이라 이건가?”

“내 뜻을 따라서 이곳에 왔을 뿐이다. 작은 마찰이 있기는 했으나, 적어도 그들은 보내주고 싶다.”

“개소리 집어치워.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 그렇게 빌 때 너는 무엇을 했는가? 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내 주었는가!!!!”

콰르르르릉—!!!

거대한 울림과 함께 검은 안개가 퍼져 주변을 휘감았다.

차남혁과 겨우 몸을 일으킨 빅터의 표정이 아연하다. 이제 상황을 파악했겠지? 너희가 예쁘다고 살아가라 말을 한 게 아니다.

쿤의 분노는 맹목적이다.

“빌어먹을 신계의 쓰레기들. 너희들은 한 놈도 살려 보낼 수 없다!!”

나와 같은 곳에서 왔다면, 같은 신으로 생각 할 터.

쿤의 분노라면 깊은 생각 없이, 모두를 처리하게끔 할 수 있다. 비록 그 과정에서 나와 서율이가 죽을 가능성이 있지만 누군가의 손에 심장이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다.

쿤이 심장을 얻어 완벽한 유르고의 힘을 부활시킬 수도 있지만……그의 분노를 생각 할 때 어쩌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그런 경우라면 다시 게이트로 접속하여 과거를 바꿔, 현재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용이하다. 적어도 쿤이 당장 우리 쪽 현실로 넘어 올 건 아니니까.

“무슨 짓이냐? 우리는 같은 입장이라고.”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너희 쓰레기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겠다.”

아. 그러고 보니 쿤이 쓰는 말은 아노스의 공용어다.

반면, 차남혁과 빅터의 말은 영어. 지금까지 내가 상황을 이해한 건 요락의 진언 때문. 하지만 특기 계통은 막힌 거 아니었나? 어째서 적용이 되고 있던 거지?

“젠장! 서준경!! 무슨 짓을 한 거냐!?”

“어차피 뒈질 거면 다 같이 뒈지는 게 어때?”

“이런 미친 새끼……!”

그 순간, 폭발적으로 쿤의 기운이 방사되었다.

차남혁이 냉기로 몸을 보호하고, 빅터가 창으로 이를 튕겨냈다.

나도 영향권에 있었다. 바닥을 굴러 뒤로 물러난 뒤, 희미하게 남은 의식의 검으로 몸을 보호했다. 속이 진탕되고, 머리가 엉망으로 흔들렸다.

루루와 아도란까지 처리하고 온 쿤은 완전히 자신을 놔 버렸다.

지금 그의 힘은 단순히 이단의 집약이라 보기 힘들다. 극도로 팽창한 감정이 모든 걸 집어삼키며 파괴하고 있었다.

“젠장. 이런 건 약속에 없었잖아!”

그 틈으로 아르톤이 빠르게 몸을 빼려 했다.

검은 그림자 아래로 몸이 쑥 가라앉아서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서율이까지 한 번에 데려갈 힘은 없었는지 그녀는 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도망 갈 수 없다.”

“커르륵……!”

한 순간 어둠이 폭발하더니, 그림자로 스며들었던 아르톤이 다시 허공으로 끌려왔다. 목 언저리에 검은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명색이 악마왕인데 일수에 제압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버둥거리며 그림자 등을 쏘아내 보지만, 이는 쿤의 발치에 닿는 족족 사라졌다. 힘의 규모가 차원이 달랐다.

“죽어라. 그리고 너도 내 복수를 위한 발판이 되어라.”

“끄아아아아아아!!!!”

쿤이 손을 움켜쥐었다.

아르톤이 그대로 찢겨졌다. 몸이 있을 수 없는 각도로 뒤틀리더니, 수천 조각으로 나뉘었다. 피는 없지만, 역한 광경이다. 단말마의 비명만 남긴 채 아르톤은 그대로 어둠에 파묻혔다. 쿤이 사용하는 다른 어둠과 마찬가지로, 그 안에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이, 이런 괴물이!!”

차남혁과 빅터가 다급하게 버둥거려 보았지만, 본신도 아니고 아바타 형태로 온 그들이 이겨 낼 수준이 아니었다. 금세 어둠에 휩싸이더니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접속이 끊겼다는 신호. 상황은 개판이지만 적어도 그들은 판에서 떼어 낼 수 있었다.

“하아아……남은 건 너 뿐이다. 기만의 신.”

“그래도 예전에는 귀여운 면이 있었는데 말이지.”

남은 건 쿤과 나.

그리고 조용히 기절해 있는 서율이 뿐이다.

#

상황은 절대적으로 암울하다.

전력상 내가 쿤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심장을 가지고 이 장소를 탈출. 게이트까지 도주해서 이를 우리 쪽 세계에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나를 죽이고, 이 세계에 남은 생명들을 말소하고 나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모든 것은 무로 돌아간다. 의미 없는 세계에 종언을 고하겠다.”

“원래 그 검은 불꽃을 두르면 다 그렇게 유치해 지는 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은 이해하지만 어째서 그걸로 남의 불행을 초래하려는 거냐?”

“이해?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넌 이해 할 수 없어. 내게는 오직 그녀뿐이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 인간이 인간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단 말이다.”

쿤을 말로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그의 언행은 얼핏 이성적인 판단에 의거하는 거 같지만, 절대 아니다. 공허해진 마음에 이단이 차오르고, 그것이 엉망으로 폭주하는 중이다. 지금의 쿤은 고장 난 기계와 같다. 정해진 답변이 나오기는 하지만 결국 부서져 버릴 뿐이다.

주변의 다른 것들과 함께.

“좋아. 네 분노가 그렇게 깊다면 내가 감내하겠다.”

“……”

“다만, 그냥 허무하게 죽는 거 싫다.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내게 보여 다오. 적어도 한때는 너와 함께 모든 것을 해 왔던 나다. 마지막으로 담는 모습이 초라한 것은 싫다.”

심장을 가지고 가는 것이 어렵다면, 이곳에 묻어버리는 게 최선이다.

아직 쿤은 심장에 대한 반응이 없다. 그가 나를 최대한의 능력으로 죽이려 한다면, 이미 흔들리는 이곳의 지반은 그대로 무너져 내릴 터. 다른 게이트를 통해 차남혁의 개척자들이 다시 이곳으로 온다 해도 심장을 찾는 건 요원하다.

쿤의 과거와 만나 현실을 되돌리기 전 까지 시간을 벌어 줄 것이다.

“큭. 큭큭큭.”

“……왜 웃는 거지?”

“기만의 신.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기만하려 하는구나.”

화악. 쿤이 손을 뻗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서율이가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슨 짓이냐!?”

“네놈이 이 여자를 보는 눈빛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한때 그러했으니까. 사랑하는 여자겠지. 소중한 존재. 눈 밖으로 벗어나면 초조하고, 잘못되면 어찌할까 걱정이 되지.”

마른 침이 넘어간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쿤.

“난 어리석지 않다, 기만의 신. 너희 세계에서 온 신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봤어. 아마 본신은 다른 곳에 두고 이 세계에 현신한 거겠지. 단순하게 죽는 건 의미가 없을 거야. 그렇지 않나?”

“……”

고장 난 기계라는 거. 아무래도 철회해야 할 거 같다.

폭주하려면 그냥 깔끔하게 폭주하지, 갑자기 왜 날카로워 진 거냐.

“아……아아아!”

“그만 둬!!”

검은 안개가 그의 손끝에서 피어올라 서율이를 옭아맸다.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갈 수 없다. 모든 기운은 내가 제어하고 있다. 영원토록. 헤어 나오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흐리게 될 것이다. 어떤가, 기만의 신. 이제야 내 고통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는가?”

“쿤!!! 이건 너와 내 문제다!! 그녀는 상관없어!!”

“그래……그런 얼굴이다. 절망해라. 좌절해라. 그녀를 잃고 피눈물 흘릴 때의 나를 느껴보란 말이다!!”

이런 미친 새끼.

서율이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니까 머리가 안 돌아간다. 백지가 돼 버린 거 같다. 설마 쿤의 말이 진짜일까? 게이트를 통한 아바타를 그가 제어한다는 것이? 거짓이라 장담하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 만약 잘못되어, 정말로 현실의 서율이에게도 영향이 가면 나는 죄책감을 감당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 둬. 내가 이렇게 빌겠다. 라라를 돕지 못한 것이 내 잘못이라면, 그 죄는 내가 받겠어. 상실의 고통을 아는 너라면, 부디 그걸 남에게 강요하지 마.”

무릎을 꿇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다.

쿤이 조금이라도 예전의 마음이 남아 있다면. 새카맣게 물든 어둠 속에 작은 빛이라도 남아 있다면, 조금이라도 틈이 생길 것이다.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어째서 그녀를 살려주지 않은 거지?”

“……나는 완벽하지 않아. 단지 할 수 없었던 것뿐이야. 그녀의 죽음이 슬픈 건 나도 마찬가지야. 너를 통해 그녀를 보던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큭. 큭큭. 겨우 할 말이 그것뿐인가? 어쩔 수 없었다고? 절대적 신인 것처럼 모든 숭배는 받아놓고, 정작 필요 할 때는 의미가 없다?”

“아아아악!!”

서율이를 조이는 어둠의 힘이 더욱 거세져갔다.

고통스러운 비명에 내 가슴이 갈라지는 기분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탈피 할 수 있는가!

“그만해!!”

그 순간, 날카로운 음성과 함께 누군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피로 범벅된 얼굴을 한 채, 발을 절었다. 반 쯤 시체에 발을 걸친 모습이지만 알아 볼 수 있었다.

“루루……?”

“……”

죽인 게 아니었나?

이 정도의 힘이라면 누군가의 목숨을 끊는데 실수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절망으로 폭주하고 있다 해도 그녀만큼은 죽일 수 없었다는 건가? 사랑하는 라라의 동생이기 때문에?

만약 그렇다면 작은 희망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언제까지 그럴 거야. 대체 언제까지 언니의 망령에 휩싸여 있을 거냐고!!”

“……시끄러워.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야. 그녀의 복수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걸 위해서는 무엇도 할 각오가 돼 있어.”

“그럼 나는 왜 살려뒀지?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 미친 짓을 막고 말 거야. 할 거면 아예 지금 죽이라고!”

“너……!”

쿤의 어둠이 살짝 흔들린다.

깊은 마음 속. 적어도 한 가닥 쿤의 마음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얼마나 더 죽여야 속이 풀리겠어? 세이혼 삼촌도 죽었어. 란도 변이체에게 죽었어. 아도란도 죽었다고!! 그 동안 알던 사람들. 마음을 주고받았던 이들이 모두 죽어갔다고!! 이게 정말로 언니가 바란 일이라고 생각해!?”

“닥쳐!! 닥치라고!!!”

“피하지 마!!! 똑바로 들으라고!!! 이게 현실이야!!! 오빠가 하는 건 언니를 욕보이는 일을 뿐이야!!!”

“시끄러워!!!”

푸욱—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둠이 창처럼 뻗어가 루루의 몸을 관통했다. 그녀의 눈이 쿤을 잠시 보다 이내 흐려졌다. 덜컥. 옆으로 꺾이는 목이 현실감 없이 다가왔다.

“미친……!”

정말로 루루를 죽이다니!

“그아아아아아아아!!!”

내 분노와 동시에, 검은 안개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구석에 떨어져 있던 유르고의 심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검은 기운이 배낭을 헤집어 그 안에 들어있는 심장을 꺼내들더니, 이를 휘감았다.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의 틈이 생길 거라 기대한 것이지, 극도로 폭주하여 유르고의 심장과 반응 할 거라 예상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되면 차남혁 등이 들고 가는 것보다 더욱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 손을 뻗어!!

그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반사적으로 그 소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 본능? 감각? 모르겠다. 하여튼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뿐이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직후.

어둠을 밀어내는 휘광이 내 손을 타고 퍼져나갔다. 이 기운은 익숙하기도 하고, 이질적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내 몸을 가득 메우더니 가뭄의 단비와 같은 알람을 뱉어냈다.

[히어로 메이커 모드가 발동합니다.]

※작가의 말

아 종장은 글의 흐름을 말 한 겁니다 ㅎㅎ;

아직 좀 남았어용.

적어도 남은 이야기는 다 풀고 끝낼 겁니다.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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