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164화 (164/240)

머리가 조금 멍하다.

쿤이 내 생각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나도 쿤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의 격정적인 감정이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거 같았다. 마치 민중봉기에 앞장서는 투사처럼.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 연설하는 그 뜨거움이 아직도 느껴진다.

공왕의 대리라는 건 사실 상 있을 수 없는 직위다.

의회의 투표로 정해지는 통령의 위치 상, 그런 걸 임의로 만들어 낼 권한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특수했다. 내전으로 번진 상황인 만큼 의회의 권한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것이다.

내전이 끝나고 나라가 정상화 되는 순간까지 공왕의 업무를 대신하는 위치에 쿤이 놓이게 되었다. 당장, 중앙 관료와 지방의 책임자들이 이것을 인정 할 리 없다. 내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쿤은 어떠한 자격요건도 지니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공왕을 이를 모두 알면서도 일을 진행했고, 쿤은 받아 들였다.

그리고 그에 대해 신의 의지를 묻는다며 공물을 대량으로 바쳤다.

제단이 휘청할 정도로. 번쩍이는 보석들은 눈이 멀 정도였다. 대책 없는 쿤의 행보에 발끈하다가도 그것만 보면 화가 사르르 풀렸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생각이 좀 많아졌다.

쿤의 위치는 어찌 보면 공왕의 권력을 이양 받은 권좌 같지만, 내전의 결과와 주변의 불 협조가 이어지면 독이 든 사과와 같이 된다. 어찌 보면 하고도 욕먹을 수 있는 자리라는 이야기다.

물론, 신의 신도라는 특수한 위치가 있기 때문에 시민을 선동하여 지지를 받을 수는 있다만, 세상일이 민중의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지방 권력자들의 경우 쿤에게 불쾌함을 드러낼 수 있다. 사실상 그들은 내전과는 상관없이 지방의 왕처럼 살고 있었으니, 괜히 민중을 각성시킨다, 떠드는 쿤이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까.

뜻이 좋아도 길이 험할 수 있는 법이다.

쿤의 앞날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후우. 대충 계산이 끝났어요. 스위스 쪽에 있는 회사를 한 번 거친 다음에, 다시 가공되어 전 세계로 팔려나갈 거예요.”

생각을 끊고, 죠엘이 말을 걸어왔다.

흰 블라우스에 뿔테 안경. 두꺼운 차트를 손에 들고 있었다. 크리스티나를 통해서 보석을 처리하고 난 뒤, 그 결산 내역을 알려주러 온 것이다.

“갑자기 대량으로 풀리면 이상하지 않을까?”

“후후. 세계적인 규모로 볼 때 이 정도는 먼지 수준밖에 안 돼요. 물론, 몇 개는 품질이 일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 관심을 끌기야 하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거래는 우리가 전문이에요.”

웃으며 죠엘이 차트를 건넸다.

보석에 대한 감정과 거래가. 중계 수수료를 제하고 남은 가격이 차례대로 적혀 있었다. 일전에도 한 번 팔아먹은 적이 있으니 비슷하게 예상했다. 하지만 적혀있는 금액은 그것보다 훨씬 위였다.

“411억?”

“예상가격이에요. 경매에 들어갈 것들을 포함시키면 아마 그보다 훨씬 올라 갈 거라 생각해요.”

“어마어마하군. 이 정도면 금전감각이 무뎌질 정도야.”

“벌써 그러면 곤란하죠. 일전에 보내 준 샘플 있죠? 며칠 전에 분석이 끝났다고 해요. 예상했던 것보다 세포 재생 효과가 뛰어나 연구실에서도 지금 파티 열고 난리도 아니래요.”

비약 제조로 만든 물약을 헤그시아에 적용한 뒤, 늘어난 축성지의 효과를 더해서 만들어낸 물건이 있었다. 일종의 변형작물이라고 봐도 좋았다. 효과가 굉장했는지 알곡 하나로 피로 회복과 세포 재생의 효과를 보였다. 이를 죠엘에게 부탁해 연구실에 넘겼고, 그 분석 결과를 직접 알려온 것이다.

“그럼 이것도 양산 할 수 있다는 얘긴가?”

“네. 준경 씨가 내어주는 낱알 하나로 백 명이 일 년을 쓸 수 있는 물건이 생산 가능해요. 공급 비용 대비 수익을 고려하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수치가 나올 거 같네요.”

“발모제는 어떻게 됐지? 이미 출고하지 않았어?”

“선주문 물량은 이미 다 나갔고, 추가 주문이 들어와서 공장이 불타게 돌아가고 있어요. 아직은 대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각종 포털에도 올라 갈 거예요. 외국에서는 이미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후속타로 세포 재생이 가능한 약품을 내 놓는다면 타이쿤의 가치는 업계 그래프를 뚫고 나갈 거예요.”

죠엘이 들고 있던 차트를 뒤로 넘겨주었다.

선주문 물량만으로 이미 수십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후속 주문 물량이 선주문의 몇 배임을 고려하면 이건 어마어마한 수익 상품이다. 아마 조만간 주문을 물량이 따르지 못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주문량이 굉장히 많네?”

“탈모에 신경 쓰는 사람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한국에 돈 많고 머리 벗겨진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어요.”

“돈도 돈이지만, 이걸로 머리가 자라나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

남한테 말 못하는 고통이 제일 심한 것이다.

비록 나는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이지만, 이걸로 머리에 자신이 생기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

“그럼 들어오는 수익의 일부를 재단 건설에 사용해 줘.”

“이미 처리해 뒀어요. 재단 등록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중요한 건 실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인물의 확보와 투자자의 유치죠. 이는 결국 명성과 인맥으로 결정돼요. 다른 건 제가 알아서 할 수 있다지만 재단 운영에 능숙한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아요.”

“사람이라. 흠. 그건 내가 알아서 찾아보고 연락을 주도록 할게.”

“고무식……그 사람에게 맡길 생각이죠?”

“하하. 인상 피라고. 그래도 앞으로 같이 해야 할 사이인데.”

죠엘과 탐정, 고무식은 한 번 만남을 가졌다.

다만, 깔끔하고 청결한 것을 좋아하는 죠엘과 털털하기 그지없는 고무식은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같이 일 할 사이이니, 친해지기를 요구해 봤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일 거 같다.

“흥! 그런 사람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네요. 그래도……사람 찾는 재주는 분명 한 거 같으니까 그 일은 맡기도록 하죠.”

“그럼 그건 그렇게 정리하고, 남은 문제는 결국 그 건인데. 어때?”

“한국 문제만이 아니에요. 이미 타국으로도 영상이 넘어갔어요. 진짜 신이다 아니 다로 갑론을박이 일어나는 것은 둘째 치고 분위기가 흉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런가.”

난 ‘이름 없는 자’로 등장해서 사람의 죄악을 심판하였다.

직접 신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연출 자체는 신. 그 자체다. 그리고 이 사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내 말을 제대로 따라서 차남혁이 공표한 G입자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는 것. 부정적인 효과로는 이를 마치 종말의 계시처럼 받아 들여서 극단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휴거가 왔다. 종말이 도래했다.

안 그래도 많던 사이비 종교가 갑절로 늘었다고 한다. 진짜 신이 등장했으면 줄어들거로 여겼는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극성이었다. 마치 자신이 그 신의 종복인 것처럼 말 하면 사람들의 현혹시킨다고 한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당신 혼자서 세상 전부를 커버 할 수는 없잖아요.”

“알고 있어. 다만, 내 행동이 정말로 최선이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을 뿐이야.”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봐야죠. 정부에서도 차남혁이 공개한 데이터를 재검토하기로 결정을 내렸으니까요.”

모두를 만족시키고,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다.

그건 알지만 내 행동이 커질수록 그만큼의 부담도 증가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세상은 어릴 적 만화처럼 좋은 부분만 보여주지 않는다. 내가 하는 행동은 필수적으로 부가적 피해를 동반한다.

“휴.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 그래도 재검토에 들어갔다니 다행이군. 정식으로 약품 출시되는 건 일단 막은 건가?”

“일시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준경 씨도 알다시피 타국의 권력자가 개입되어 있어요. 아마 잠시 삐걱거리는 해도 결국 타개 될 거예요.”

“외국 권력자라. 내가 상대했던 그 괴물도 역시 그 부산물이겠지?”

“전에 준 샘플로 찾아봤는데, 막혔어요. 기록 자체가 아예 없는 걸로 나오더군요.”

“비밀 기관 같은 걸까?”

“아마도……음모론을 거론하자면 미국의 초인 양성 프로젝트 같은 게 있겠죠. 그리고 그런 게 사실이라면 찾아내는 건 제 능력 밖이에요.”

음모론이라 말 했지만, 사실 심적으로 그럴 거라 예상하고 있다.

이단은 욕망을 지나치게 자극하여 사람을 극단으로 몬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사실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일단 의욕을 충만하게 하여 일의 추진력을 높이고, 모든 생명력을 증가시켜 죽어가던 이도 일으킨다. 힘이 세지고 초인적인 능력이 생기는 건 부차적이라 쳐도, 나열한 능력만으로도 눈에 불을 키고 연구 할 가치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걸 게이트 너머에서 발견했다면 과연 강대국들이 그냥 두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사람은 호기심에 죽는다고 하지 않던가? 부작용을 찾았다 해도 분명 이용하기 위한 연구는 진행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이 부작용을 제어하여 새로운 길을 찾았다 자신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단은 그렇게 제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룡, 하카림 조차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타락했다. 인간의 기술이 그 부작용을 잠시 억눌러 놓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한시적인 효과. 결국 그 힘에 짓눌려 타락하고, 극단으로 자신을 몰아넣게 될 것이다.

만약, 이 힘이 정말로 국가 원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일어 날 수 있다. 간단하게 일본을 예로 들어 보자. 군국주의를 신봉하고, 과거의 영광에 목메고 있는 지도자가 이단에 타락하면 어떻게 될까? 욕망은 정복이고, 수단은 전쟁이다. 극단적 선택은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전쟁이 발발하고 핵이 터지고, 세상이 멸망하는. 내 상상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다.

“준경 씨?”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일단은 하는 일에 집중해 줘. 다른 건 내가 알아 볼 테니까.”

하지만 마냥 걱정만 한다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건 내 자신. 생각하고, 노력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내 귀여운 미소와 좋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으니까.

“그보다 부지 선정이 끝났다고 하지 않았나?”

“아, 맞아요. 일단 가볍게 만 평부터 해 보죠.”

일해라 준경.

#

다음 날부터 나는 인근 도서관으로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첫째는 공부하기 위함이다. 쿤의 상황은 육체적인 능력보다 지적 능력을 요구하게 됐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부드럽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제반지식이 필요하다. 처세술에 대한 거나 세력 간의 역학관계. 완전히 같은 건 아니지만,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지구의 상황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아빠, 나 이거 좀 도와주세요. 도통 모르겠어요.”

“흠. 세계사 리포트?”

두 번째 이유는 미소 때문이다.

곧 기말 시험이 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도무지 공부를 할 수가 없어서 이쪽으로 함께 온 것이다. 이유란 것이 어느 정도는 나 때문이라 어쩔 수 없이 책임 질 수밖에 없었다. 일전에 교내에서 있었던 변이체의 등장. 그 이후로 내가 몇 번 등장하고 나니까, 교내 운동권 학생들이 총장 탄핵을 외치며 나선 것이다.

변이체를 만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학교를 그냥 운영한 것이 잘못이라는 내용. 확실하게 원인 규명이 될 때 까지 문을 닫으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게 먹히겠는가. 덕분에 싸우고 투쟁하고, 조용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딸과 오붓하게 도서관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고맙다고 말해야 할까? 잠시 바쁜 일상에서 빗겨나 이렇게 도란도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으아으아. 미소야, 안 지겨워? 이제 그만하고 나가자. 응?”

“세주야. 조용히 해야지. 도서관에서 떠들면 쫓겨난다고.”

“크. 누가 쫓아내 줬으면 좋겠다. 왜 좋은 휴일에 도서관에 박혀 있어야 하는 걸까?”

“그러니까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푸우우. 하지만 관계자 없이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내 관계자는 다 여기 있고.”

시끄러운 불청객들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세주의 불평에 소유가 다독이고 있다. 차남혁과 내 등장으로 개척자에 대한 관리가 더욱 강화된 고로 관련자가 동행하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관리를 위해 위치 추적까지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냥 주의 정도의 조치는 분명 아니었다.

“삼촌, 삼촌. 시간도 늦었는데 일단 나가서 점심부터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하나 더 더해서 서율이까지.

최근 게이트 점검 이후로, 잠정적으로 이용이 중지되었다. 관련 방송도 전부. 덕분에 개척자들은 단체로 백수가 되고 말았다. 세주 따라 서율이도 같이 나온 것이다. 소향은 중요회의에 참석하고 나머지는 밀린 사무를 처리하니 결국 내가 전부를 떠맡게 됐다.

간단히 말하자면 베이비시터.

뭐, 이들이 애라는 건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지루함에 못 이겨 떽떽거리는 모습은 애와 다를 바 없었다.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입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킥킥. 아빠, 그러지 말고 나가서 뭐라도 좀 먹어요. 다들 지루 한 거 같은데.”

“그래, 우리 딸이 천사지. 이 악마들 사이에서 빨리 벗어나자꾸나.”

“삼촌, 뭐래요!”

“쉿. 조용해야지.”

앙큼해지는 서율이를 막고는 밖으로 나왔다.

숲 사이로 길을 터 조성한 도서관으로 주변 경관이 좋아서 가끔 주말에는 가족끼리 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멀지 않은 곳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사 왔다. 요즘은 워낙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간이 음식도 훌륭했다.

“후아아. 밖에 나오니까 좀 살만 하네요.”

“킥. 그렇게 지루했어요? 우리, 세주. 어구구.”

“야야. 내가 책하고 안 친한 거 알면서. 검은 건 글자요 흰 건 공백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세주야, 그래도 그걸 대놓고 말 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니?”

“억. 서율 언니까지 왜 그래요? 이 정도면 충분한 지성인데!”

답답해서 안에서 용케 참았나 싶다.

딱딱한 벽에 등을 기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을 보니 여자만 넷이다. 한 마다씩 하는데도 벌써 시끌벅적하다. 근근이 보이는 주변의 사람들도 조금 특별한 구성에 눈길을 보내왔다.

“자자. 다들 좀 목소리 낮추고. 여기 왔다고 광고라도 할 셈이야?”

“아차차. 그렇죠.”

서율이가 가장 먼저 반응하고 고개를 숙였다.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녀 얼굴을 알아보고 모여들면 괜히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미소 등도 이를 이해하고 목소리를 낮췄다.

“아, 저기……”

“쯧.”

그런데, 그게 조금 늦었다 보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게 혀를 차고는 고개를 돌려 봤다. 그냥 사인만 해 주고 물러 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혹시 준경 씨 아닌가요?”

하지만 찾는 건 서율이가 아닌 나였다.

눈을 깜빡이며 상대를 살폈다. 긴 흑발에 늘씬한 몸매. 얼굴은 이제 막 서른에 접어 든 듯 보인다. 지나가던 남자 열 중 아홉은 돌아 볼 만큼 고혹적인 외모.

그리고 내가 아는 외모였다.

“고……서정?”

대한민국 탑 여배우.

미모, 커리어, 지성, 인품. 모든 면에서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한 최고의 배우. 몇 년 전부터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그 위명은 전혀 꺾이는 기색이 없다.

헌데……

그런 그녀가 이곳에는 왜?

※작가의 말

예약연재!!

잘 올라갔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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