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어 무장한 병력들이 장내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빙 둘러 촬영하던 인원들이 뒤로 밀려났다. 방어선이 그려지고, 총구가 나를 가리켰다. 마치 테러범을 상대하는 특수 부대의 움직임과 같다. 영화에서 자주 보던 특공 복에, 일사불란한 움직임. 직접 보니 꽤 멋있기도 하다.
“손을 보이도록 들고, 천천히 바닥에 엎드리세요. 허튼 짓을 하면 발포하겠습니다.”
날 선 외모의 남자가 나를 보며 말을 했다.
고위직에 있기에는 조금 젊어 보이는 외모. 아마도 따로 만든 특수 부대의 책임자로 보였다. 책상물림 하는 집단과 다르게, 보여주기 식의 운영이 필요한 특수 부대에서는 간혹 있는 행정이니까.
특히, 이번 움직임은 변이된 인간의 등장과 맞물려 준비 된. 혹은 그보다 앞서 조직되었을 조직의 행보라 보는 것이 옳다. 차남혁이 공권력에 손을 대었다면 서로간의 이득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움직이기도 쉬웠을 것이다.
재가 된 정석한의 시체에서 시선을 떼고 그를 돌아봤다.
철컥! 거리는 장전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손을 보이지도 무릎을 꿇지도 않았으니까. 위협으로 간주한다면 지금 보이는 이들은 모두 나에게 발포 할 것이다.
“멈춰! 더 이상 움직이면 적대적 행위로 간주하고 발포하겠다!”
“그것이 이 나라. 그리고 공권력을 대표하는 자들의 의지인가?”
“다시 한 번 말 한다. 당장 두 손을 들고 무릎을 꿇어라!!”
사방 일대.
거리로 치자면 반경 10미터 정도일까. 공간 전역이 내 감각에 잡혀서 움직였다. 초감각이 극도로 긴장하여 주변에 놓인 사소한 정보까지 하나하나 전달해 주었다. 이건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양이다. 평소 같으면 대부분을 걸러내고, 필요한 것만을 취사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부가 다 필요하다.
특공대원의 자세. 거리. 총을 잡은 모양새. 시선의 방향. 그들이 먹은 아침 식사의 냄새까지. 모든 정보가 다각적으로 입력되어 특기로 분류되고 정리되었다. 이는 일종의 맵핑. 정보의 바다로 만들어 내는 입체적인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좀 힘들다.
반지로 인한 변형은 스텟을 고정시키기 때문에 내 지적 능력 자체는 예전보다도 낮아진 상태. 영역의 정보를 처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를 보조하기 위해서 필요한 특기들을 승급시켜 두었다. 부족한 능력을 보조하고, 주변의 정보를 취합. 분류하여 내가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열해 주었다.
입가를 틀어 올린 뒤 손가락을 까딱였다.
기이이잉—!!
망령제어로 잡아 둔 모든 물체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공대원들의 무장. MP5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당황하여 고리를 잡아보려는 사람도 있지만, 내 제어력이 더 높다. 변형을 했을 시 모든 능력 중 타격이 가장 작은 건 망령제어다. 사용 시마다 체력과 관련 있는 생기를 소모하지만 이것은 유지시간과 관련이 있는 것. 범위와 강도는 사실 상 네크로맨시의 경지와 정신력에 좌우된다.
“어, 어어!!! 뭐야!?”
“꽉 잡아라!! 놓치지 마!!”
“돌격조, 앞으로 투입!!”
선두의 일부가 무기를 놓고는 검은 단봉을 뽑아 앞으로 돌진했다.
빠른 판단과 실행. 확실히 특수부대라는 이름이 아깝지는 않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인 나를 잡을 수는 없다. 그들의 옷자락을 망령제어로 잡은 뒤 뒤로 당겼다.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일제히 넘어갔다.
“젠장, 뭐하는 짓들이야!? 사수 뭐하고 있어!? 저 놈 쏴 버려!”
“아직 정식 재가가 안 내려왔습니다! 우선은 제압부터 하는 것이……”
“개소리 집어치워! 아까 전에 사람 하나 타버리는 거 안 봤어!? 당장 쏘라고!!”
실랑이를 하더니, 앞서 말 하던 남자가 근천에 있던 특공대원의 무전기를 뺏어 들고는 명령을 내렸다. ‘발포하라.’ 무장이 모두 하늘위로 날아간 특공대원들에게 말 한 것일 리는 없으니 아마도 헬기에 탄 저격수에게 내린 명령일 것이다.
아무리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조직된 특공대라고 해도 도심에서,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누군가를 살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걸 무시하고 단번에 명령을 내린다는 건 상대가 어디와 연관되어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징……!
그 순간, 초감각이 경고를 내렸다.
위험하다. 정확하게 머리를 노리는 아찔한 감각. 저격총의 탄속을 고려하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내 머리통은 날아간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뭐야? 지금 대로변에서 저격하려는 거야?”
“저래도 돼? 그 무슨 권리인가? 그거 안 읽어줘?”
“이건 좀 이상한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공격해도 되는 건가?”
방어선 뒤로 밀려난 촬영 팀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는 여전히 들고 있었다. 특공대가 들어오며 저지를 했지만, 모여 있던 사람들의 숫자가 꽤 많다. 그 사람들을 전부 통제하는 건 무리. 아마도 지금의 이 장면도 모조리 송출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무전기를 잡은 남자를 보며 눈으로 물었다.
자, 쏠 텐가?
“젠장……일단 멈춰!”
이대로 사격을 실시하면 책임은 현장 지휘관이 지게 된다. 남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명령을 철회했다. 개인적으로 받은 명령과 현 상황의 리스크. 둘을 저울질해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짜릿하게 느껴지던 위기감이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아쉽네. 이거 꽤 스릴있었는데.
남자가 호흡을 가다듬고는 마이크를 들고 나를 향해 말을 했다.
“체포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무력을 사용 할 수밖에 없습니다. 순순히 따라오십시오. 당신이 진실로 무엇이든, 조사를 받는 것이 정당한 절차입니다.”
“조금 오락가락 하는군. 빨리 가서 후딱 때려잡으라는 부탁이라도 받았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계속 이런 식으로 저항을 하면 저희도 과격한 수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과격한 수라. 설마 이런 장난감 따위로 나를 잡을 수 있다고 본 건가?”
철컬. 철컬. 투두두둑……
하늘위로 띄워 둔 무기들이 전부다 해체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몇 개는 조금 억지로 뜯어서 고장 났다. 쓰는 대원에게는 조금 미안하네. 나중에 혼나는 건 아닐까 몰라.
주변에서 구경하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봐, 봤어!? 봤냐고?”
“야, 시팔! 나는 눈이 없냐? 당연히 나도 봤지. 와, 뭐였을까? 그,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기둥도 그렇고. 진짜 신……인가?”
“신일리가 있어?”
“아니면? 아니면 뭔데?”
“그, 글쎄……”
방위선 뒤로 사람들이 더 늘어나 있었다.
하나 둘씩 군과 경찰 병력이 도착하고 있다지만 SNS 등으로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주변 시민들의 발걸음이 더 빠르다. 게다가 하늘에서 낙하한 빛기둥은 멀리서도 충분히 보였을 정도의 규모. 뭔 일인가 싶어서 모인 사람이 상당했다.
마이크를 들고 있던 남자가 인상을 쓰고는 부하에게 외쳤다.
“석호, 뭐하고 있어!? 당장 사람들 소개시켜!!”
“알겠습니다!”
후위를 책임지던 사람이 방위선을 더욱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아마 본래는 단번에 기습해서 체포를 하거나 사살을 하려는 생각이었겠지. 그렇지 않다면 외곽 쪽으로 라인을 확실히 구축하고 사람을 소개하면서 병력을 진입시키는 게 맞으니까. 어쩌겠나, 내 힘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게 실수이니.
그럼, 더 이상 고립되기 전에 하이라이트를 남기고 가 볼까?
“듣거라.”
말이 공기를 타고 퍼져갔다.
재미있는 요령이다. 초감각이 두 번째 단계에 이르면서 전해지는 감각에 내 것을 섞어 낼 수 있게 됐다. 이건 착신만 가능하던 폰에 발신 기능이 달렸다고 보면 편하다. 주변의 울림에 끼워 넣는 노이즈랄까.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이를 응용하면 이처럼 목소리를 편하게 퍼뜨릴 수 있다.
“나는 이름 없는 자. 본디, 세계에 속하지 않고 국가라는 개념으로 묶이지 않는 존재다. 내가 이 세계에 내려온 것은 오직 하나의 이유 뿐. 다른 세계에서 넘어오는 혼탁함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당장 내려와!!! 더 이상 움직이면 발포하겠다!!”
조금씩 몸을 띄웠다.
지휘하는 남자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감정컨트롤이 안 되어서야 높은 직위까지 가겠나. 아직 촬영팀의 카메라가 전부 치워진 것도 아닌데 말이야.
“욕망을 경계하라. 죄악을 기피하라. 스스로를 다잡아라. 작은 틈으로도 어둠은 스며드는 법이니까. 절제 없는 발전은 모래 위의 성일뿐이다. 세상에 풀린 혼탁함을 저항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내려와!!! 더 이상 경고는 없다!!!!”
“나는 그 거울이 될 것이고, 필요하면 철퇴가 되어 줄 것이다. 죄를 지은 자는 나를 두려워하라. 욕망에 몸을 맡긴 자는 나를 피하라. 나는 혼탁함의 끝. 자애의 반대편에서 너희를 지켜보는 자이니.”
빛이 내 손끝을 타고 흘러나갔다.
신성 대지의 축복이다. 발동 순간을 매우 느리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충분하고 넘칠 정도의 연출이다. 하늘이 밝아지고 내 빛이 그 위를 덮어갔다.
“젠장!! 쏴!! 쏴버려!!!!”
대장 격 남자의 목소리가 발악처럼 울렸다.
어깨위로 올라오는 연기가 무엇 때문인지 알게 해 주었다. 딱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 주는 구나. 수단으로 사용 할 수 있는 위치에는 사람을 전부 심어 두었다는 거겠지.
타앙—!!!
도심을 가르며 총성이 터져 나왔다.
MSG-90. 헬기에서 내가 있는 위치까지 도달하는 것은 1초도 안 걸릴 것이다. 아찔한 위기감이 뇌리를 장악하는 것보다 도달이 더 빠르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초감각은 그보다 앞서, 저격수의 심장고동. 방아쇠 당기는 소리. 그리고 총구가 요동치는 흔들림을 감지하여 발사되는 순간의 궤적을 내게 그려내 준다.
[헤르스 미러]
이번 일을 계획하면서 구입한 물건.
벨의 상점에서 내가 살 수 있는 한도치의 물건 중 최적의 효과를 지녔다. 다만, 그만큼 고가의 것이기 때문에 대량으로 획득했던 정수 중 상당수를 날려야 했다.
끼리리릭—!!
그 헤르스의 미러가 허공을 가르며 쏘아지던 총탄을 공중에서 잡아냈다.
거울의 효과는 소유자가 감지 할 수 있는 모든 원거리 공격에 대한 방어. 개체수가 늘어 갈수록 저항력이 감소하지만, 저격총 한 발 정도는 우습게 막아 낼 수 있다.
그 이유인즉슨, 헤르스의 미러가 가진 효과는 물리적으로 공격을 막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감지한 공격이 닿는 영역을 격리. 그 효과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것이다. 숫자가 많을수록 이 효과가 격감하기는 하지만 한 손에 들어오는 숫자라면 효과는 확실하다.
“뭐……”
지금처럼.
허공에서 멈춰버린 총알을 손에 쥐었다. 열심히 돌아 준 덕분인지 굉장히 뜨거웠다. 손끝으로 톡톡 쳐 열기를 날려버린 뒤, 벙찐 얼굴을 한 특공팀 대장에게 던져 주었다.
찰칵. 찰칵. 찰칵.
촬영 중인 카메라와 사진기들.
밀치는 특공팀에 버티면서도 셔터를 누르는 기자들에 의해서 내 모습이 담기고 있다. 열심히 찍어라. 노력하는 사람이 특종을 잡을 테니까.
“어리석다.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저울질 하지 말거라.”
“네, 네놈은 대체 뭐냐!!?”
“이름 없는 자. 혼탁함을 씻고자 세상에 드리운 첫 손님. 그리고 죄악과 욕망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자들의 단두대. 보거라. 그리고 경계하라. 나는 자애의 선 위에 설 수도 있으나, 그 너머로 돌아서 흉포한 재앙이 될 수도 있으니.”
우르릉—!!!!
성전의 축복을 사용했다.
우레 치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빛이 낸 몸에서 번져 나와 세상으로 뻗어나갔다. 이것은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알 게 뭔가. 그냥 있어 보인다. 그거면 됐다.
나를 무언가 있어 보이는 존재로 착각하면 되니까.
“잊지 말거라. 나는 너희의 곁에서 걷고 있음을.”
천천히 몸을 하늘 위로 옮겼다.
많은 헬기가 주변에 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요란한 프로펠라 소리 사이로 보이는 것은 경외와 공포.
그리고 인정이었다.
※작가의 말
오늘은 좀 짧네요. 사실 뒷부분 이야기가 더 있었는데, 흐름 상 넘기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잘랐습니다.
즐겁게 보시고 서로 좋은 글로 의견을 나누도록 해요.
글을 보는 건 즐겁고자 하는 거잖아요.
더운데 스트레스 받기 있기 없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