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는 오늘 그 사람이 올 거 같아요?”
“응?”
이른 아침. 조별 모임이 있다는 미소를 데려다 주는 길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이름 없는 자요. 이번에 정……뭐더라? 하여튼 그 국회의원이 인터뷰에 초대했잖아요. 지금 사람들이 그걸로 수군거리던데. 올까요? 안 올까요?”
“글쎄다. 미소, 넌 어땠으면 좋겠는데?”
“전 솔직히 안 왔으면 좋겠어요. 정치인들이 말은 잘하잖아요. 괜히 얽혀서 안 좋을 일 당할까 걱정돼요.”
안 좋은 일이라.
그럴 수도 있다. 정치권과 엮여서 좋은 꼴 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각오를 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니까.
“근데, 또 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네요. 와서 확 코를 납작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평소에 악감정이 있는거 같다?”
“그 사람 되게 비호감이거든요. 저번 선거 때에도 상대진형 한 사람 꼬투리 잡아서 질질 물고 늘어지는데……어휴. 저런 사람이 왜 아직도 의원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미소가 은근히 정치에 관심이 있구나.”
“그냥 교양삼아 티비 본 정도죠. 아, 다들 저기 있네요. 여기서 세워주세요.”
차를 세우고, 미소가 내렸다.
조별 모임 한다는 친구들이 도란도란 모여 있었다. 꾸벅 인사하는 애들한테 손 인사를 해 주고는 차를 돌렸다.
이제 막 대학물 먹기 시작한 아이들도 관심 있게 본다 이거지.
이거, 힘 좀 내봐야겠다.
손에 낀 반지를 살살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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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한적한 곳에 세우고 난 뒤 인적 드문 곳으로 나와서 모습을 변형시켰다.
일전과 같은 모습. 유리에 얼굴을 비춰보았다. 근엄하면서도 뭔가 신비감이 있는 외모다. 어찌 보면 판타지 소설의 마법사와도 닮았다. 머리카락을 하얗게 해서 길게 기르면 간달프 같으려나?
조사해둔 정석한의 정보를 다시 되새기고, 몸을 움직였다.
그가 인터뷰를 하자고 공개한 지역은 이곳에서 조금 거리가 있다. 걷거나 차를 타고 가는 것도 괜찮지만 이럴 때는 신비감 있게 날아가는 것이 좋다.
주변 시선을 파악한 뒤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다.
윗 공기가 맑은 건지 가슴이 상쾌했다. 그대로 천천히 몸을 움직여서 목적했던 지역으로 움직였다. 거리가 조금 있는 만큼 체력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네크로맨시가 진화하면서 이 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오……오오! 저기 봐!!”
“이름 없는 자!! 그분이 오셨다고!”
“어디, 어디!? 카메라! 카메라 빨리 따라 와!”
약속했던 건물 근처에 당도하자, 잔뜩 몰려와 있는 취재들이 먼저 나를 반겼다.
이슈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이들이다. 이런 좋은 먹잇감을 놓칠 이유가 없었다. 번쩍이는 플래시가 하늘 위를 덮어갔다.
“물러나라.”
입구에 당도한 뒤 망령제어를 사용하여 가로막은 사람을 좌우로 갈랐다.
주르륵 밀리며 길이 하나 만들어졌다.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적은 뜻하지 않을 떄 선보여야 충격이 더 큰 법이다.
“뭐, 뭐야? 방금 봤어?”
“시팔, 그럼 그 소문이 진짜였어?”
“와. 나, 지금 소름 돋았어. 방금 그건 짜고 한 거 아니지?”
“짜긴, 인마. 여기 있는 사람들 소속이 다 다른데.”
벌써부터 여기저기로 전화하고, 내 모습을 담기 바쁘다.
그래, 열심히 일 해라. 그래야 나에 대한 영향력이 늘어, 이단에 대한 대항마로 사용 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자에게 이리 내려오라 하거라. 좁은 곳에서 담화 할 생각은 없으니.”
“……네?”
“불쾌한 언동으로 나를 이끌어 냈으나, 굳이 마련한 장소까지 가 줄 생각은 없다. 이곳이 넓고 보는 사람도 많으니 답답한 방 안 보다야 낫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그 인간을 이곳으로 끄집어내야 할까?”
“아, 아닙니다! 제가 가서 말 하고 올게요!!”
문 앞에 대기 중이던 여비서가 헐레벌떡 뛰어 올라갔다.
주도권의 문제다. 내가 질질 끌려가서 인터뷰하면 변명하기 급급한 사기꾼의 느낌이 난다. 하지만 상대를 이끌어 내어 담화 한다면 조금은 더 당당한 느낌이 나겠지. 그리고 안 나온다고 버티면 나야 손해 볼 게 없다. 급한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니까.
조금 기다리자, 건물 안쪽에서 일단의 사람이 몰려나왔다.
그 선두에 서서 쌍심지를 키고 있는게 바로 정석한이다. 티비로 보던 것보다 양 볼이 두툼한 것이 욕심보가 단단히 들어찬 모습이었다.
“하! 이 사기꾼이 누굴 오라가라야!”
대끔 큰 소리.
어차피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차라리 막나가서 나를 같은 진창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그런 수작질에 당해 줄 이유는 없다.
“앉아라.”
“어억!!”
힘으로 찍어서 바닥에 앉혔다.
그리고 나도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바닥이라 더러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져갔다.
“묻겠다, 어리석은 인간아. 나를 이리 불러내어 무엇을 얻고자 하였는가?”
“이, 이거부터 풀어!! 뭐하는 짓이야!?”
“뭘 풀라는 거지?”
“이, 이거! 이거 말이다! 내 몸을 누르고 있잖아!”
“의아하구나. 네 입으로 나를 사기꾼이라 지칭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내가 너를 제지 할 다른 수단이 없어야 정상일 텐데. 아니라면 내 존재를 인정하고, 아량을 구함인가?”
“그, 그따위 개소리는 집어치워!! 뭔가 특수 장비로 나를 괴롭히는 거겠지!”
뒷말에는 대응 없이 그냥 웃었다.
그리고 주변을 한 번 훑어봤다. 모인 의도야 다들 제각각이겠지만, 이번 정석한의 반응에 동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척 봐도 당황해서 억지로 말 하는 티가 난다. 이런 건 그냥 두는 게 좋다. 자기 이미지 깎아먹는 짓이니까.
“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켰구나!!”
“현혹이라. 무엇을 말이지?”
“전형적인 사이비 아닌가!? 속임수로 사람들의 신임을 사고, 결국에는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질!!”
“그러한가? 고충을 듣고, 바른말을 하며 병든 이를 치료하였다. 세상이 혼탁하여 참지 못하고 이 자리에 나섰으니, 우민의 비난은 듣고 견딜 수 있다. 허나, 너처럼 썩어빠진 인간의 말은 내 귀에 닿지 않는다.”
“뭐, 뭐!? 지금 뭐라고 했냐!?”
썩어빠진. 꽤나 거친 언동에 주변을 둘러싼 취재진들도 조금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행세를 한다고 바른 만 고운 말만 써 줄 생각은 없다. 나는 혼탁함을 몰아내고, 썩은 살을 도려내기 위한 징벌자의 모습으로 꾸민 것이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과격한 모습을 꾸밀 수 있었다.
“나는 혼탁함을 경계하여 이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나, 너희는 스스로를 돌아 볼 시간에 어떻게 하면 이 현실을 부정할까 걱정을 하고 있더구나.”
“그런 말로 시민들을 우롱 할 수 있을 거 같으냐!?”
“그래서 너는 남들 모르는 곳에서 부패를 저지르고 돈을 착복했구나. 정당하게 자리를 차지한 사람을 몰아내면서.”
“뭐, 뭐!? 무슨 헛소리야! 그건 명예훼손이라고!!”
웅성거림이 번졌다.
이 자리에서 내가 조사했던 자료를 풀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처럼 등장해서 파일 뿌리고 USB건네면 그게 뭔가. 없어 보이게. 적어도 이 장면에서는 상대의 죄질을 신성스러운 힘으로 증명해야만 한다.
“보아라.”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하얗게 물든 기둥들이 허공을 날아 머리위로 날아왔다. 미리 무한의 주머니에 담아서 준비를 해 둔 물건들이다.
쿠웅—!!
기둥이 그대로 낙하하여 정석한과 내 주변을 둘러쌌다.
사각형의 링처럼 한 구획이 분리되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물러나기 바빴다.
“죄의 단상이다. 이곳에 선 자는 죄질을 심판받고, 그 결과에 따라 신벌을 받게 될 것이다.”
“무, 무슨……!”
떠드는 정석한 아래로 신성 대지의 축복을 깔았다.
새하얗게 빛나는 대지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몇 몇은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단의 증거. 그리고 정석한도 마찬가지였다. 괴로움에 몸을 비틀고 있었다.
“역시, 네놈도 혼탁한 힘을 몸에 담고 있군.”
“크으윽!!”
고통스러워하던 정석한이 품안에서 그리자로 만든 액세서리를 꺼내서 바닥에 던졌다. 이는 축복과 만나 연기를 계속 피워 올렸다. 이진혁과 마찬가지로 이놈도 이단에 대한 상징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축복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 날 순 없다. 얼굴이 쩍쩍 갈라지고 붉은 피부를 드러냈다. 이단의 영향력이 적어 그 이상의 변형은 없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경악성이 튀어나오기에는 충분했다.
“와, 와악! 저, 저거 뭐야!? 저거 그 변인가 뭔가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된 건데? 갑자기 왜 저래?”
“이 빛. 이 빛 말이야. 봐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어. 전부 다 변이되는……그 뭐냐 G입잔가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정석한이 황급히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우둘투둘 올라온 피부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더니, 옷자락을 당겨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는 황급히 외쳤다.
“나는 인터뷰를 하고자 불렀다!! 그런데,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 건가!?”
“이것이 내 답이다. 혼탁함에 물든 인간과는 말을 나눌 수 없으니까. 보라, 이것을. 타들어 가는 혼탁함의 정수를. 지금 이런 것들이 너희의 세계에 퍼져있다. 세계를 넘어서, 욕망과 파괴를 위해 바로 이웃에 깃들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기 치지 마! 이렇게 사람들을 선동해서 뭘 얻으려는 것이냐!?”
“질서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게이트가 열리고, 다른 세계와의 접점이 생기기 전에도 이곳은 혼탁하기 그지없었지. 하지만 그것은 이곳의 질서. 인간 개개인이 아닌, 사회와 자연. 이 세계가 만들어가는 커다란 선상의 나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본래 우리의 것이 아닌 혼탁함이 기어들어와 세상을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 본디, 나는 관찰자. 멀리 떨어져 세상을 관망해야 하나,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판단하여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니, 묻겠다.”
손을 내밀었다.
죄의 낙인이 만들어져 정석한의 머리위로 빙글빙글 모여들었다. 그는 손으로 뜯어내기 위해 발악했지만 그렇게 떨어질 힘이 아니다.
“이, 이거 뭐야!? 야! 야!! 이거 좀 떼 봐!!”
“그, 그게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헛소리 하지 마!!! 당장 저 새끼 잡으라고!!”
악을 써도 그를 도와 줄 사람은 없다.
촬영을 위해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열기 띈 얼굴로 이 장면을 담고 있다. 이 모습은 라이브로 나간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신성 처벌은 그 어떤 리얼리티 쇼보다 자극적이다. 이 장면을 포기 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네 지위를 사용하여 남의 땅을 탐하고 재산을 착복한 적이 있느냐.”
“무, 무슨 개소리야!! 그런 적 없다고.”
“신중하게 말 하라. 네게는 세 번의 기회가 있다. 세 번의 변호로 네 죄를 물리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심판이 될 것이다.”
뎅—!
종소리와 함께 저울이 기울어졌다.
검은 쪽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그 방향으로 쏠렸다. 허공에 저울이 나타난 것도 신기한데, 그게 흑백으로 갈려서 한 방향으로 쏠린다? 단체로 홀린 것이 아니라면 이건 정말로 무언가 특별한 존재가 보이는 힘의 증명이다.
카메라를 든 이들 중 각자의 종교에 맞게 성호를 그리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뭐, 뭐야! 내 머리에서 떠오르는 거 이거 뭐야!?”
“네 죄악 중 하나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네 죄악에 대해 변호하라. 그것이 옳다면 심판의 저울이 하얀 색으로 기울 테니.”
“벼, 변명? 변명이고 뭐고 나는 잘못 한 게 없다고!! 그, 그냥 아는 사람 좀 불러다가 먼저 사업에 손을 댔을 뿐이야! 그게 뭐 그리 큰 잘못이야!? 다 그렇게 한다고!?”
“그렇게 밀려난 청일 건설이 어떻게 됐는지 아는가? 네가 무리하게 깎아내린 산 탓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말 모르는가?”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첫 번째 변명은 실패했다.
저울이 더욱 흑색 쪽으로 기울어졌다.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더욱 커져갔다. 세 번의 변명. 그리고 저울. 모든 질의응답이 끝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 상 정말로 신벌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다들 하고 있다.
대로변에서.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 죄를 심판받아 신벌을 받는다. 이건 그냥 충격적인 일 수준이 아니다. 상식으로 가지고 있던 한계가 부서지는 일이다.
“두 번째로 묻겠다.”
뎅—!!
다시 종이 울렸다.
정석한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일단 적극적으로 부인하고는 있지만 스스로가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을 옥죄는 힘의 정체를. 이단을 거부하고 죄악을 단죄하는 신의 힘. 국회의원이라는 위치도, 착복해둔 돈도, 상식이라는 무의식적인 규율도 지금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와 나.
오직 단 둘이 사각의 재판장에 서서 판결을 나누고 있다.
“술에 취한 채, 안면 없던 여자를 희롱하고 돈과 권력으로 그 집안을 찍어 눌러 풍비박산 만든 죄. 변명해 보거라.”
“……아. 아, 그건 그냥 실수였다고. 실수였는데, 그러니까……”
홀린 듯 정석한이 떠들기 시작했다.
축복으로 그리자의 힘이 정화되면서 심약한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바로 앞에 선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위압감. 이단의 방어가 풀린 그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건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끼익. 다시 한 번 저울이 기울어졌다.
이젠 완연한 흑색이다. 주변 사람들의 탄성에 이제 걱정과 불안이 섞이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잘 생각하고 답을 해라.”
뎅—!!
마지막 종이 울렸다.
정석한은 이제 숫제 시체 같은 얼굴을 했다. 눈에서는 눈물도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음의 장벽, 이단의 장벽. 모든 게 해체되고 알몸이 된 채 내 앞에 놓인 것이다.
“불의로 사고로 죽어간 이들을 위해 모금된 돈. 그것의 사용 출처를 모호하게 하고, 몇 사람과 손을 잡아 착복한 것이 맞는가?”
“그건……”
“마지막 기회다.”
“마, 맞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돈에 눈이 멀어서. 그, 그러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네? 다 제가 잘못 한 겁니다!”
바닥을 기어온 정석한이 내 바짓단을 잡았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죄에 대한 성토. 그 사실에 대한 충격보다 한 사람의 고집이 이렇게 단번에 꺾인다는 사실에 숙연해진 것이다.
끼릭……!
“아, 아아아!!!”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저울은 기울어졌다.
완연한 흑색. 죄의 낙인은 죄질을 결정짓는 것이지, 상대가 뉘우치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정짓는 것은 내가 신의 격노를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차이.
여기가 기로다.
뉘우치고자 하는 이를 용서하여 자애의 신으로 보이는가. 아니면 철저하게 처단하여 징벌의 신이 되느냐.
선악이나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내 모습이 세계에 어떤 식으로 비춰지느냐에 대한 선택. 이단은 욕망을 부추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좀먹는다. 그렇다면 이에 대항하는 존재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까?
“늦었다. 죄의 평가는 내려졌으니, 그 벌을 받거라.”
[신의 격노]
하늘이 한 순간 타오르듯 발광하고, 거대한 빛기둥을 떨어뜨렸다.
뜨겁지는 않다. 하지만 결과는 같은 규모의 불꽃보다도 처참하다. 바짓단을 붙잡고 늘어지던 정석한.
그의 몸이 새카만 재가 되어 바닥으로 흩어졌다.
“꺄, 꺄아아아악!!!”
“사, 사람이 죽었어!! 사람이 죽었다고!!”
“뭐야! 이거 진짜야!?”
비명과 함께 혼란이 퍼져갔다.
사람이 바로 눈앞에서 죽은 것이다. 아무리 전쟁이나 죽음 등을 방송매체로 익숙해진 현대의 사람이라고 해도, 바로 앞에서 누군가 죽는다는 건 쉬이 넘어 갈 문제가 아니다. 그것도 하늘에서 떨어진 빛기둥에.
투투투투투투……!!
그 순간, 굉음소리와 함께 하늘위로 헬리콥터가 여러 대 모습을 드러냈다.
방송용이 아니다.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진압용 헬기. 그 위로 저격용 라이플을 든 사수의 모습도 언뜻 보였다.
……온 건가?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다.
내가 올 것을 예상했다면 차남혁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권력. 로비를 통해 여러 곳의 힘을 사용 할 수 있으니, 이런 식의 움직임도 가능하다. 가장 효율적이고, 합법적인 대처.
[움직이지 마라!! 너는 지금 포위되어 있다!!]
알고 있다.
입술을 혀로 핥았다.
※작가의 말
제 글은 퓨전 판타지(현대) 입니다.
한 번도 헌팅물인적이 없었고, 레이드 물인 적도 없었습니다.
초기에 제 글을 어떤 분께서 헌터물이라 소개 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분류가 쉬워 그렇게 하셨구나 하고 넘긴 적도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을 사용하였으나 제 글은 기본적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해피 앤딩을 차지하는 클래식 판타지의 루트를 타고 있습니다. 너무 장르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토리가 흐르는 방향을 즐겨 주세요.
* 차남혁에 대한 영상은 보관중입니다.
때가 되었을 때 무기로 사용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