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149화 (149/240)

“이곳인가……”

다음날 저녁. 탐정에게 정보를 받기 전, 나는 나름대로의 실험을 위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상의 이름은 ‘석찬수’. 대형 교회의 목사로, 10년 동안 신도들을 성폭행 해 온 대가로 재판에 회부되었으나 초범에 반성의 의지가 있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진 인물이다.

많은 이들이 이것을 두고 성토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간에 묻혀 사건은 사라졌다. 지금에 와서는 다른 지역에 목사로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사건의 당사자들이 들었다면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그렇기에 실험하기에는 적당하다.

죄질도 분명하고, 행적도 뚜렷하게 남아 있어 추적도 쉽다. 앞으로 있을 일을 위해서라도 실험은 반드시 필요 한 바.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다.

“……오는군.”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깊게 내려오는 후드를 쓴 채 골목 어귀에서 기다렸다.

교회 착공식이 열리고 난 뒤,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에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역 유지나 주변 유력인사들과 만들기 위함. 지금도 클래식한 벤츠 한 대가 부드럽게 골목 어귀를 돌아 공사부지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본디 법을 신봉하는 편이었다.

분명 허술한 면이 있는 법체계이나, 그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는 더욱 혼란으로 덮여 갈 것을 잘 알기 때문.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사회의 법은 방향성이 잘못 돼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법을 나은 쪽으로 개정하려는 이들보다, 구멍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자들이 더 많았으니까.

‘법’이라는 공명정대한 철퇴의 가치가 나락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어이, 누구야? 여기는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그만 와라. 여긴 사유지야.”

그렇기에 이런 일을 하는 것에도 큰 가책이 없다.

가끔 티비를 보면서, 저런 새끼는 날벼락 맞아 뒈졌으면……이라고 기도를 하곤 했으니까. 그 주체가 내가 됐다는 사실은 조금 웃기지만 거행에 대한 부담이나 가책이 매우 적었다. 어쩌면 이단이라는 존재에 대항하는 것 말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쪽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쩌억—!

양 쪽으로 가볍게 잽.

건장한 두 남자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현재 내 스텟은 간단하게 말해서, 헤비급 챔피언 두엇과 동시에 싸워도 눈 감고 이겨버릴 정도로 높다. 초감각이나 하푼식 수련법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경비를 맡은 인물 둘 정도로는 나를 막을 수 없다.

쓰러진 둘을 스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착공식을 하고 난 뒤, 부지 앞쪽으로 임시적으로 세워 준 가건물. 공사 담당자가 머무르기 위해 만들어 둔 곳이지만, 석찬수의 거행을 볼 때 다른 의미로도 쓰임을 알 수 있다.

“흐흐. 떨지 말고 이리 와 보렴.”

“저, 정말이죠? 이렇게 하면 아빠 병도 다 나을 수 있는 거죠?”

건물 안쪽 개조된 방 안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쪽은 석찬수. 다른 한 쪽은 앳돼 보이는 소녀의 목소리였다. 벽을 손으로 짚고 올라가 안쪽의 상황을 살폈다.

“……미친.”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오고 말았다.

킹사이즈 정도로 돼 보이는 침대 위에 석찬수가 팬티 한 장만 걸치고 누워 있었다. 그 옆으로는 이제 막 고등학생이나 됐을 법 한 소녀가 보였는데, 걸치고 있는 거라고는 속이 다 비치는 잠옷에 불과했다.

“어허. 믿음에 의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했지? 네 아빠가 아픈 건 다 부정한 기운을 품은 탓이라고. 내가 직접 네 몸에 깃든 부정한 힘을 정화시켜 줄 테니까, 아무 말 말고 따라와라.”

“……아.”

석찬수의 손이 소녀의 어깨에 닿았다.

징그러운 뱀을 보듯,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거부하지는 않는다. 석찬수가 한 말. 부정한 기운을 씻어 아빠를 치료해 주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아주 전형적이고, 저질의 사기 수법 아니겠는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가 뭐 악행만 찾아다니며 징치를 하는 슈퍼 히어로는 아니지만, 평범한 수준의 양심은 지니고 있다. 이런 꼴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서 분노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난간을 잡은 손을 놓으며 바닥으로 내려왔다.

소리조차 없어, 둘은 아직도 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감각을 넓혀 방 안의 카메라나 CCTV등의 유무를 살폈다. 석찬수도 자기도 구린 일을 하고 있음은 알고 있는지 딱히 기록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인적 없는 공사장 가건물에 와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겠지만.

“흐흐……살결이 아주 좋구나.”

“네놈 따위가 만지라고 있는 게 아닐 텐데?”

“농담도 재미있……허억!! 누, 누구냐!?”

뒤늦게 날 발견한 석찬수가 기겁을 하며 넘어갔다.

출렁거리는 뱃살이 빈말로라도 귀엽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말없이, 바닥의 이불을 당겨 소녀의 머리위로 덮어 준 뒤, 선찬수의 머리를 잡아서 바닥으로 당겼다. 우는 소리를 냈지만 밖의 경비는 쓰러졌고,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자기가 은밀하게 놀고자 이런 장소를 택했으니, 결국 제 무덤을 판 꼴이다.

“이, 이거 놔!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냐!?”

“석찬수. 신도 성추행 건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사회에 봉사하겠다고 눈물 질질 짠 인간. 축복을 준다, 영광을 내려준다 등의 개소리로 신도들을 유린하고 성추행, 성폭행을 빈번하게 자행했었지. 그런 주제에 소문이 수그러들자, 신축 교회 목사직을 맡는다고 나타나서는 지역 유지들과 배를 대고 있어. 내 말에 틀린 게 있나?”

“개, 개소리하지 마!! 누가 그랬다고? 그때, 그건……그냥 실수라고, 실수. 법원에서도 인정해 준 걸 왜 이제 와서 지랄이야!?”

“그럼 이 소녀는 뭐지? 이것도 실수라고 말 할 셈인가?”

이불을 헤치고 머리만 빠끔히 내민 소녀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다. 목소리보다 더 앳돼 보인다. 저런 아이를 부친을 미끼로 끌어 들여서 추행하려고 했다 이거지.

“시, 시팔! 네가 뭔데 그걸 따지는 건데!? 너, 이러고도 무사 할 줄 알아!?”

말문이 막히자, 역정을 내고 있다.

아주 상황이 순번에 맞게 착착 흘러간다. 머리채를 놓고는 그대로 무릎을 밟아서 으깨 놨다. 본래는 징벌에 대한 실험만 할 생각이었는데, 머리에 피가 몰려서 손 좀 봐야 할 거 같다.

“크아아아아!! 이, 이! 개자식아!! 아아악!! 지금 뭐하는 짓이야!?”

“아픈가? 네가 지금껏 밟아온 아이들은? 알량한 봉사활동 몇 시간이 그 죄를 전부 덮어 줄 거라 생각하는가? 그리고……하. 솔직히 이런 장면을 직접 목도 할 줄은 몰랐어. 적어도 그 일 이후로 이런 쪽으로는 자중을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어쩐지 테스트 대상 중 이놈이 유독 끌리더라.

내 능력 중 어떤 감각이 상황에 맞는 인물을 짚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로 썩은 놈이면 징벌을 실험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을 테니까.

“이, 이봐. 그러지 말고 있어 봐. 뭐가 필요한데? 돈? 돈이라면 내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괜히 서로 불편한 일 만들지 말자고.”

“돈이라. 얼마나 줄 수 있는데?”

“5, 5천만 원! 5천만 원이라면 되지 않겠나?”

“아는 친구 중에 다이아몬드로 화장실을 장식하고, 금으로 바닥을 까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그런 걸로 유혹되면 내 처지가 너무 안쓰러워.”

“개소리!! 그런 인간이 어디 있다고!!”

있어, 쿤이라고.

팔자 펴서 보석으로 수영하는 인간이. 그러니, 내게 돈으로 인한 유혹은 통하지 않는다. 남은 무릎도 밟아서 으깬 뒤 비명 지르는 그의 입에 이불을 잘라 처넣었다. 그제야 주변이 조용해졌다.

“넌 잠시 자고 있어라.”

소녀의 혼을 가볍게 흔들었다.

흔히들 혼이 나갔다라고 말 하는 것과 비슷하다. 눈이 풀리더니 그대로 풀썩 넘어졌다. 그대로 준비 해 온 망각 초를 즙으로 내서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깨어나면 머리가 조금 아프기야 하겠지만, 지금 일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낫다.

“넌, 아마 지금 억울 할거야. 생전 처음 보는 놈이 나타나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네가 한 일을 생각해 봐. 사람의 몸을 타고나서 그렇게 하고도 아무런 가책이 없는 건가?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이들만이 악인이 아니야. 야금야금 갉아 먹으며 사람의 밑바닥 희망마저 저버리는 너희 같은 놈이 가장 최악이지.”

손을 앞으로 뻗었다.

능력이 활성화 되고 있었다.

[죄의 낙인]

상대의 죄질을 파악하여 저울로 그 경중을 만들어 준다.

판단의 기점은 내 무의식적인 가치관. 어찌 보면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거 같지만 무의식적이라는 것은 내가 손대지 못하는 부분이다. 즉, 깊은 내면에 있는 양심.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의 행적을 가늠하는 것이다.

“읍!! 읍읍읍!!!!”

머리위로 다가오는 희미한 기운에 석찬수가 버둥거렸다.

하지만 양 무릎이 쪼개진 판에 벗어 날 방법은 없다. 마치 사형수 머리에 다는 가죽 끈처럼 뿌연 기운이 단단히 엉겨 붙었다.

뎅—!!

종소리가 울리고, 저울이 한 쪽으로 확 기울었다.

첫 번째 죄악에 대한 평가. 검은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흑과 백. 어느 쪽이 나쁜 건지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해 할 수 있다.

석찬수의 버둥거림이 더 커졌다.

입을 막고 있던 천을 빼 주고는 말했다.

“네 죄악에 대해 변명할 기회를 주마.”

“무, 무슨 헛소리야!! 그리고 이거 뭐야!? 내 머리에서 이런 기억이 왜 떠돌아!!”

“말해라. 그 죄악에 대하여. 네가 항변 할 수 있는 기회는 전부 세 번뿐이다.”

“하, 항변? 그래. 그래! 나는 죄가 없어! 이건 다 그년 잘못이라고! 자기가 좋은 곳에 가고 싶다면서 먼저 유혹했다고!! 남자가 그런 유혹을 어떻게 이겨!? 응?!”

쿵—!

저울이 더욱 검은 쪽으로 기울었다.

석찬수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다시 뎅! 하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저울은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 번은 실패했군. 이제 두 번째다. 네 죄를 변명해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 번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손을 씻지 못하고 또 다시 저지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정말로 무언가에 감화되어 새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눈앞에 있는 석찬수는 해당되지 않는다.

세 번의 기회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변명을 하지 못했다.

아니, 적어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라도 보였다면 저울이 미동이라도 칠 텐데 그조차 없었다. 말 그대로 자신에 대한 변호만이 계속 이어졌을 뿐이다.

“구제 할 방법이 없는 쓰레기군.”

“그, 그만 둬! 뭘 하려는 거야!? 정 처벌을 원하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

“법은 따르는 것이 좋아. 하지만, 가끔은 법 위에 존재하는 세상의 양심이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네, 네가 뭐라고!! 네가 뭔데 나를 심판하는 거냐고!?”

그 질문은 꽤나 심도 깊군.

손을 앞으로 내민 채,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복잡하게 엉킨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내며 답을 했다.

“신이다.”

[신의 격노]

새하얀 빛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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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입력을 했다.

완전히 검은 쪽으로 기울어 버린 상태에서 격노를 때리면 말 그대로 벼락이 떨어진다. 석찬수의 시체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으로 그대로 재가 되어버렸다. 어마어마한 위력이다. 게다가 극세사의 타격. 다른 곳은 전혀 피해가 없이 오로지 그의 몸만을 태워버렸다.

섬광과 굉음에 기절했던 경비들과 소녀가 깨어났다.

그 사이로 나는 몸을 숨기고 사태를 지켜봤다. 소란이 커지고, 대처를 못해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뭐라고 설명을 할 것인가. 침입자가 있었는데, 석찬수가 벼락 맞고 죽었다고? 자기들도 황당할 것이다.

한참이나 그러고 있더니, 결국 저들끼리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는 소녀는 돌려보냈다. 어깨를 꽉 쥐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 발설하면 가만 안 둔다는 경고 같다. 딱 이정도가 내가 그린 그림.

허름한 셔츠 한 장 걸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뒤를 쫓았다.

오래된 반 지하. 썩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에, 죽어가는 몰골의 중년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척 봐도 상태가 영 아니었다. 제대로 거동도 못 하는 모양새니, 일을 할 리도 없다. 보조금이야 나오겠지만, 그걸로 생계를 꾸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소녀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석찬수에게 매달렸던 거겠지.

안쓰럽고 안쓰럽다.

귀신과 같은 걸음으로 집 안으로 파고 들어가, 중년인을 마주보고 섰다. 소녀는 어찌 밥이라도 한 끼 차려야 한다면서 몇 푼 없는 돈을 움켜쥐고는 나간 상태. 중년인의 모습이 내 과거 같기도 하고, 영 남 일같이 다가오지 않았다.

미소도 나를 이렇게 바라봤을까.

“누구……누구 십니까?”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남자가 간신히 물었다.

끊어지는 숨소리가 가슴에 던지는 조약돌 같았다. 그의 앞에 무릎을 한 쪽 무릎을 꿇고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었다.

화아악……!

상처치료와 질병치료 축복이 동시에 발휘되었다.

바닥에는 대지의 축복이 깔렸다. 새롭게 얻은 칭호 덕인지 넘실거리는 힘의 규모가 예전과 달랐다.

상처를 아물게 하고, 몸을 좀먹던 질병을 씻어냈다.

폐와 신장 쪽에 이상이 있었던 거 같은데, 집중적으로 축복을 사용하니 금세 치료가 되었다. 그리고 허해진 몸을 보충하기 위해 체력 물약을 꺼내 입으로 밀어 넣었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지만, 이대로 밥 잘 먹고 휴식을 취한다면 얼마 안 지난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딸에게 잘 하거라. 심성이 고와 내 특별히 너를 도왔으니.”

“아, 아아……!”

힘을 잔뜩 사역한 탓인지 몸 주변에서 흰 빛이 너울거리며 퍼져 나왔다.

그것을 본 중년인이 눈물을 흘렸다. 어찌 생각하는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정정 할 이유까지는 없겠지.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돌려서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달이 큼지막하게 떠 있었다.

※작가의 말

새틀라이트 비이이이임!!

분위기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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