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143화 (143/240)

쿤은 하얗게 물든 공간에서 깨어났다.

소리도 나지 않고 몸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하얗게 점철 된 ‘공간’ 그 자체. 눈동자만 좌우로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전면이 잘게 흔들리고는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뿌옇다. 하지만 사람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어쩐지 굉장한 친밀감이 느껴졌다. 오래전에 헤어진 형제라도 만난 거 같았다.

눈만 깜빡이며 상대를 바라봤다.

상대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하얀 빛 무리가 은은하게 퍼져서 몸 위로 내렸다. 묶여있던 팔과 다리가 풀리고 입이 트였다. 휘청거리며 한 걸음을 나아갔다. 상대의 모습이 조금은 더 뚜렷해졌다.

“……신 님?”

불현듯 이렇게 물었다.

친밀감. 갑작스러운 등장. 그리고 신비한 모습까지.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움직이지 않았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콘솔 1P와 2P 패드를 동시에 잡은 것과 같다. 나는 쿤으로 지금의 상황을 보지만, ‘나’라는 인물로 쿤을 대하고도 있다. 무슨 다중인격 정신분열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노릇인지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지금의 만남을 장 정리해야 앞으로의 모습이 더 좋다는 것이다.

손을 들어 올려서 흰 빛을 모아 쿤에게 내보냈다.

그냥 뭐라도 할까 싶었더니, 알아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이 공간이 만드는 기묘한 힘 인거 같았다. 스킬과 특기로 구성되어 있던 신성력의 본질이 손끝을 타고 움직였다. 쿤도 아마 조금 더 있으면 깨닫게 되겠지만, 그 전까지는 내가 더 신비로움을 장악해야 한다.

“아……”

신성력을 받은 쿤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신과 직접 대면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손을 아래로 내리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 깊은 경배의 자세.

그렇다면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나도 이 공간에 왜 들어왔는지, 어떻게 하면 나가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쿤이 하카림을 쓰러뜨리고 기절하는 순간, 바로 이 공간으로 내 의식이 날아왔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캐릭터 버그로 인한 운영자 호출과도 닮아 있다. 다만, 내가 신출내기 운영자라는 점이 다를 뿐.

고객님이 신처럼 대해주는 건 좋지만, 딱히 고객과 다를 바가 없다.

그냥 이 공간에 조금 더 일찍 왔다는 점과 쿤과 나라는 양 쪽 상황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전부.

“……신이시여.”

그 순간, 쿤이 입을 열었다.

“저는 너무나 약합니다.”

안 약해.

그건 내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쿤은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말을 이었다.

“처음으로……누군가를 내 자신보다 강하게 염원했습니다. 다치지 않기를. 지켜주기를. 하지만 한 순간이나마 그녀를 잃을 뻔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력하고, 무력해서 심장이 가루가 되는 거 같았습니다.”

라라를 말 하고 있구나.

그의 심정이 직접적으로 내게 전달되었다. 사랑. 그래, 쿤은 사랑을 하고 있다. 다만, 그 감정이 어떤 건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것은 낯선 감정이다. 특히나 여성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가 살아온 환경, 시간. 지닌 가치관 등을 고려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가슴에 품게 된 것은 잘못이라기보다는 축복이었다. 이제라도 그것을 알게 되었으니.

소중한 이를 지키지 못하는 무력감.

그것에 고통스러워함은 나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불쌍한 인간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윙……

하얀 빛이 가루가 되어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건 뭘까? 축복의 일종? 내가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이 능력이 해를 끼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지만.

“아……”

쿤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몸에 닿는 빛의 가루가 울분으로 찬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 또한 신의 은총. 감읍하여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그리고는 조금 누그러진 어투로 말을 이었다.

“어찌하면……어찌하면 이 괴로움을 떨쳐 보낼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에서 그녀를 지킬 수 없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 또 다시 위험에 놓일 수도 있겠죠.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거라 자신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너무 두렵고, 힘듭니다.”

손 위에 놓인 깨지기 쉬운 도자기.

사랑을 하면 겪게 된다. 작은 실수 하나로 이 감정이, 상황이 깨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 평소와 다르게 마음이 예민해지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일.

나도 겪어봤고,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니, 나만 그러겠는가?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들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받지 않는 전화에 초조해 보고, 옆에 선 근사한 사람에 가슴을 태워보는 경험. 별 것 아님에도 초조하고, 시기하고, 분노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리 늦은 나이에 사랑에 빠져버린 이 아이를 어찌할까.

손을 뻗어 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빛이 노을처럼 번져 그의 머리위로 흘러내렸다.

“아……”

복잡한 마음이 단번에 씻겨 내려간다.

내 손길이 그렇게나 효과가 좋은가? 내 뒤통수라도 한 번 쓸어내리고 싶다.

쿤이 머리를 숙여 바닥에 대고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물론,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약속과 같은 것이다. 내 힘으로 마음의 무거움이 씻겨 내려가자 본래의 성정이 나오고 있다.

“이리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신께서 주신 이 빛이 응원이라 믿고 있겠습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정말로 새로운 것에 몸을 던져보겠습니다. 부디, 그 길이 어긋나지 않도록 지켜 봐 주십시오.”

기특하지 않은가.

머리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내가 두드리고, 내가 느끼는 기묘한 감각이지만 나쁘지 않다. 입가가 벌이지고 웃음이 베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환한 빛이 내 몸을 중심으로 퍼져갔다.

대충 느낌이 온다. 이건 아마도 나와 쿤의 작별이겠지. 히어로 메이커 모드와는 다르지만 이렇게 독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라도 또 다시 만나기를.

“다시 뵙기를.”

그래, 그래.

#

쿤이 눈을 깜빡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조금 전까지 보았던 광경이 마치 꿈과 같다. 하지만 꿈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몸으로 떨어지던 빛의 기운을 느껴졌다. 잠시 그대로 기분을 만끽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 맡에 아도란이 퍼질러진 보자기마냥 늘어져 있었다.

‘침대……’

마지막 기억으로는 암굴에서 하카림과 싸운 장면이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은 꽤나 정갈해 보이는 침실. 적어도, 드래곤이 잠들어 있는 그 암굴은 아니었다.

쿤이 잠들어 있는 아도란을 쿡쿡 찔러 깨웠다.

“쿤. 쿤.”

아도란이 고개를 번쩍 들고는 이름을 불렀다.

여전히 기묘한 모습이지만, 그것이 또 반갑다. 쿤이 왠지 웃음이 나와 핏 웃고는 아도란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오랜만이야. 혹시 건물에 깔린 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아도란. 튼튼. 괜찮음.”

“그래. 드래곤과 싸워도 너무 무사하겠지.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벌써 일어났군.”

그때, 방문이 열리고 몸에 딱 붙는 드레스 차림의 프리실라가 걸어 나왔다.

첫 만남 때에도 느낀 건데, 굉장히 요염한 자태였다. 보라색 머리카락에 반짝이는 입술. 터질 듯 한 몸매까지. 대륙을 누비며 많은 미인을 만나 본 쿤 조차 단연 최고라 생각 등 정도로 훌륭한 자태였다.

“라라는 어디에 있습니까?”

“일어나자마자 님 생각인가? 치료받은 뒤 쉬고 있어. 걱정 할 것 없다.”

“직접 보고 싶습니다만.”

“천천히. 지금은 시간이 필요해. 흑마법으로 인한 상처는 확실하게 뿌리를 뽑아야 해. 안 그러면 영혼에 흔적이 남아,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어.”

“으음……”

걱정되기는 하지만, 마법에 대한 거라면 마법사가 전문가.

쿤이 일단은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감정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교차되고 있지만,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정도는 구분이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세워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꽤나 쉰 거 같은데도 몸이 영 불편했다. 무거운 추라도 주렁주렁 단 거 같았다.

“무리하지 말라고. 그쪽도 아직 정상은 아니니까. 의식의 검을 사용하는 전사들은 여럿 봤지만, 영혼까지 태워가며 싸우는 건 그쪽이 처음이야.”

“……그런 거였습니까?”

“후후.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잘 모르는 거지?”

“솔직히 꼭지가 돌아서요.”

“멋지네. 애인만 없으면 내가 확 채가고 싶을 정도야.”

프리실라가 입술을 핥으며 침대 맡에 앉았다.

먼저 와 잇던 아도란이 밀려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푹 퍼지는 게 바닥을 닦는데 쓰는 보자기 같았다.

“그보다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흐응. 뭐, 확실히 궁금하기는 하겠지.”

고룡, 하카림이 처음 갈라진 세 그리자 중 하나를 봉인하고 있다.

그 결과 고룡의 일부가 타락하여, 앞서 상대한 하카림이 되었다. 그 정도까지는 이해를 했다. 하지만 그래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일단, 두 마법사가 그 장소에 나타났던 점부터.

“그럼, 예전 얘기부터 할게. 넌, 그리자가 처음 등장한 것이 언제라고 생각해?”

“글쎄요. 고룡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적어도 수천 년은 됐겠죠.”

“일만 년이 조금 안 돼. 최후의 문이 새워지기도 전. 마법사들의 조상인 아크메이지, 노스트라무가 살아 있었을 때부터 그리자는 있었어.”

“일만 년이라. 가늠도 안 되는 시간이군요.”

사람이 살아봐야 백년?

일만이라는 숫자는 와 닿지 않는 시간이었다. 가장 역사가 오래 된 왕국이라고 해 봐야 아직 천년도 안 되니까.

이해한다는 얼굴로 프리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당시의 일은 나도 기록으로만 들은 거니까. 하여튼 그 시기에 그리자는 하늘에서 나타났고, 세 조각으로 갈라졌어. 왜 떨어졌는지 묻지 마. 그건 우리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여튼, 떨어진 조각에서 강력한 힘을 느낀 당시의 인물들이 이를 봉인하기로 결정을 했어. 하나는 고룡, 하카림이. 당시에는 꼬꼬마였지만. 두 번째는 숲의 여왕 이리시아나가. 마지막은?”

“마법사들이……겠군요.”

“정답. 똑똑하네?”

아도란이 그리자를 지키고 있던 것부터 충분히 유추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 굴락의 대신관인 도미닉은 마법사와의 협약을 거론했었다. 즉, 그리자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다만, 세 가지 봉인은 완벽하지 않았어. 고룡인 하카림 조차 오랜 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그리자에 의해서 타락했으니까. 악마왕의 유혹조차 무시 할 수 있는 고룡이 타락했으니,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설명이 필요 없겠지.”

“다른 두 곳도 영향을 받은 겁니까?”

“맞아. 우리 최후의 문도 그리자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어. 최초의 마법사이자, 모든 마법사들의 아버지인 노스트라무의 비전 결계로 수천년의 시간을 타락에서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역시 한계는 있었어. 일부가 타락하여 결계를 손상.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지.”

짐작한 듯, 프리실라가 설명했다.

다만, 좋지 않은 기억인 듯 음성은 꽤나 씁쓸해 보였다.

“결국 타락하지 않은 소수의 마법사들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어. 더 이상 그리자를 지키는 것은 무리라 판단을 하고, 이를 폭파시켰지.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그 중 일부를 개인이 맡아서 보호하기로 한 거야. 그리고 나는 숲의 여왕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했지.”

“그럼 세간에 퍼진 그리자 조각들은……”

“전부 우리한테서 나온 거야. 입맛이 쓰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냥 두었다면 전원이 타락해 버릴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됐다면 지금과는 비교 할 수 없는 재앙이 생겼을 거야.”

“아도란!! 아도란이 막았음.”

그때, 아도란이 불쑥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콕콕 찌르며 빙빙 돌았다. 하지만 프리실라가 다리를 툭 거니까,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어째, 둘은 천적관계로 보였다.

그녀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저 멍청이도 본래부터 저런 건 아니었어. 아니, 사실 우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지. 그리자를 파괴하는 순간 나오는 여파를 제어하기 위해 무리해서 마법을 익히다 저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충격으로 저렇게 된 건가요?”

“조금 달라. 여파를 제어하기 위해, 노스트라무께서 남기신 마법서를 통재로 머리에 집어넣었지. 덕분에 여파는 제어 할 수 있었지만,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돼 버렸어. 완전히 미치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떠오르는 마법을 지워버리는 모습으로.”

아도란이 다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빙빙 돌았다. 예전보다 조금 활발해 보였다. 프리실라를 만나고, 쿤과 다시 재회한 것이 들뜨게 한 걸지도 모르겠다. 쿤이 측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매일같인 미치광이 마법사라 비난했는데,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좀 잘 대해 줘야겠네.’

빙빙 도는 아도란의 소매를 잡아서 침대에 앉혔다.

그가 털썩 하고 앉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쿤이 손으로 후드 위를 쓰다듬어 주자, 그제야 움직이는 걸 멈췄다.

“……개 같구나.”

욕인지 아닌지 모호한 어투로 프리실라가 중얼거렸다.

어쨌든 덕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녀가 입술을 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런 이후로 이 빌어먹을 그리자를 정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급해졌지. 숲의 여왕을 만나고, 봉인된 지역을 둘러보면서 하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어. 그래서 아도란을 불렀던 거야. 저 멍청이가 죄다 무시해서 말썽이었지만.”

“로즈 백작은 왜 등장하는 겁니까? 그녀가 당신과 관련이 있나요?”

“내가 아니라 엘프와. 그녀는 윗대에 엘프와 피가 섞여 있어. 뒤늦게 그 힘이 발현되어 숲의 여왕과 만날 수 있었지. 그 과정에서 그리자를 정화하는 일에 손을 보태기로 한 거야.”

엘프의 혈통이라.

과거 같으면 신비한 일! 이라면서 흥분했을 주제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냥 그런가 보다 싶다. 쿤이 심드렁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아쉽게도 여왕의 방법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었어. 숲의 기운으로 그리자를 천천히 정화하려는 시도인데, 겉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였지만 사실상 숲 전체를 타락시키고 있었던 거야. 여왕이 있던 빛의 숲이 절반가량 타락해서 일어나고, 고대 노드들이 기어 나와 한 바탕 싸움을 치러야 했지.”

“전설을 듣고 있는 거 같군요.”

“시간이 돌아 다시 그 시대가 돌아왔다고 봐야겠지. 지금 우리는 대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

전설로 치부되던 드래곤도 보고, 엘프와 숲의 여왕. 그리고 고대 노드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하긴, 시작이 신의 부름이었으니 무슨 일이 일어 난다도 그게 말 도 안 될 건 없다. ‘정말로 그렇군요.’ 쿤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결국 방법을 찾았다는 거지.”

“……절 말하고는 있는 거 같군요.”

“물론, 아도란의 말을 듣고 그쪽이 그리자를 정화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솔직히 그쪽을 쫓아 이 장소까지 이동하면서도 반신반의를 하고 있었지. 하지만 직접 목격 한 것을 부정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아.”

그녀가 은근한 얼굴로 쿤에게 바짝 다가갔다.

달콤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 촉촉한 입술과 고혹적인 눈매. 남자라면 당연히 심장이 뛰고 아래가 반응해야 할 모습이었다.

하지만 쿤은 조금 전까지 신과 독대하며 고백하고 온 입장이다.

손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고자야?”

“훌륭하게 작동합니다만, 조금 떨어져 주세요.”

“쳇. 재미없게. 하여튼 그런고로, 그쪽은 우리랑 좀 협력해 줘야겠어.”

“이단의 정화를 위해서?”

“응.”

바라던 바다.

비록 갈라졌지만 마법사의 협력을 구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일이 얼마나 수월해 질지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 도와달라고 구걸을 해도 모자라지 않다.

“맨입으로 말입니까?”

하지만 거래의 가장 중요한 점은 누가 더 높은 위치를 선점하느냐에 있다.

프리실라는 뛰어난 마법사일지는 몰라도, 좋은 협상가는 아니다. 자신의 아쉬운 점을 모두 토로해 놓고, 그냥 덥석 협력하는 자는 순진해 빠진 용사밖에는 없다.

그리고 쿤은 순진한 용사가 아니다.

이미 공왕에게서 한 바탕 뜯어낸 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어……”

프리실라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작가의 말

오늘 저녁에는 하카림의 기억편이 끝나겠군요!!

[쿤은 지하 캠프를 획득했습니다.]

+ 다이아 1톤 + 금 10톤 + 루비 10톤...나도 조금만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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