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시체를 보고 혹시나 그가 죽지 않았을까 했던 쿤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라라를 등 뒤로 보내고는 아쿤을 꺼내 그를 겨눴다. 일차적으로 경쟁하는 사이, 이차적으로 그의 분위기가 너무 흉흉했다.
“감히 나를 속여!?”
주먹 만 한 광구들이 데미안의 몸 주변으로 떠올랐다.
강렬한 이단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역시 그는 이단의 힘을 받아들인 존재였다. 지금껏 그 힘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도미닉이 입고 있던 법복과 마찬가지로 어떤 특수한 힘의 물건이 도움을 준 거 같았다.
‘저번 그 장비는 그대로 부서졌지만, 이번에는……’
앞서 보았던 불꽃의 파도를 견뎌냈다면 보통 물건이 아닐 터.
이럴 때 슥삭 베어내고 챙긴다 해도 아무도 알지 못한다. 누군가 보면 ‘악당!’이라고 외칠 수 있겠지만, 알 게 뭔가. 어차피 적인데.
하지만 중간으로 끼어 든 라라 때문에 그러지를 못했다.
“자, 잠깐만요!! 여기서 싸울 시간은 없어요!”
“꺼져라, 계집! 내 앞을 막아선다면 네년도 갈가리 찢어 버리겠다!”
“……뭐? 이 돼지 오물 같은 새끼가 감히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 입맛 남긴 채 여기서 도륙을 내어줄까?”
쿤이 아쿤을 앞으로 내밀며 으르렁 거렸다.
순간 욱한 건지, 예전에 쓰던 말투가 나왔다. 뜨악했는지, 라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네놈의 얄팍한 수작 때문에 내 얼굴이 어떻게 됐는지 안 보이는 거냐!? 감히 그런 주제에 내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몰래 따라오던 걸 앞서 보내주었더니, 이제 와서 남 탓인가? 그것도 겨우 얼굴? 네놈을 수행하던 인간 둘이 통째로 구워진 걸 봤는데?”
“흥. 날 위해 존재하는 놈들이 죽었다고 애통할 이유는 없다.”
광구가 점차 길쭉하게 늘어나더니 창의 형태를 취했다.
쿤이 앞서 나갔던 라라를 뒤로 빼더니 감각을 팽창시켰다. 만약, 데미안이 도미닉 수준의 능력자라면 승부는 쉽지 않다. 상대가 부상을 당한 만큼, 쿤 자신도 사용 할 수 있는 수단 중 상당수가 증발했기 때문.
……후우우우
“엠병.”
“젠장.”
하지만 쿤과 데미안의 대치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통로를 울리며 들려오는 골렘의 울음소리가 잡혔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욕설을 한 번 씩 뱉고는 서로를 노려봤다.
순간적으로 눈빛이 오갔다.
당장 잡아서 회를 쳐 먹겠다는 열띤 의지가 담겨 있지만, 그보다 한 발 물러나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이 머리채를 잡고 있었다.
척. 쿤이 아쿤을 집어넣고, 데미안이 광구를 지웠다.
“이 상황만 벗어나고 다시 보자.”
“내가 할 소리다. 그때는 그 주둥이부터 저며 주마.”
한시적 동맹.
쿤과 라라. 데미안이 거리를 둔 채 나란히 달렸다.
골렘의 소리가 들려오는 반대 방향을 향해서.
#
일자로 이어지던 통로는 어느 한 순간부터 복잡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둘 셋. 어떨 때는 다섯 갈래로도 나뉘어졌다. 그때마다 쿤과 데미안을 갈라져서 뛰었다. 어차피 골렘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서로가 나뉘어 가여 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라졌던 길의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는 어김없이 서로를 만나게 됐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소용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달렸음에도 골렘을 떨쳐내지도,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지도 못했다. 둘은 결국 뛰어서 도망치기를 포기하고 좁은 통로를 대척점으로 세우고 멈춰 섰다.
“빌어먹을……빌어먹을!! 내가 왜 여기에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거냐!?”
“시끄러워. 찡찡거릴 시간 있으면 저 돌들이나 어떻게 해 보라고.”
“멍청한 소리. 용암골렘을 여기 있는 몇 명이 상대 할 수 있을 거라 보냐?”
“용암골렘? 너는 저놈들의 정체를 아는 거냐?”
쿤이 다급히 물었다.
상대는 핵도 없고, 그렇다고 이단의 느낌도 없다. 마법인가 싶지만 상리에서 어긋난다. 숫자라도 적으면 힘으로 밀어내 보겠는데, 그것도 안 된다. 도통 답이 안 나오는 놈들. 그런데, 데미안이 정체를 아는 눈치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지 않던가? 상대가 이단을 품은 자고, 일 끝나면 싸워야 할 사람임은 알지만 이럴 때는 협력을 구함이 옳았다.
이에, 데미안이 입가를 비틀어 웃더니 툭 뱉듯 말을 했다.
“흥. 내가 말 해 줄 의리라도 있나?”
“머리에 칼 맞은 소리는 그만 해라. 너도 도망 칠 방법이 없는 건 매 한가지잖아. 뭐라도 좀 알고 있으면 늘어나 봐.”
“맨입으로?”
“아니면 여기서 같이 뒈지던가. 개수작 부리다가 뒈지면 참 잘도 잘 한 짓이라 하겠네.”
“……썩을 새끼. 주둥이만 살았군.”
쿤이 안 넘어오자 데미안이 이죽거렸다.
하지만 협력의 필요성은 그도 느끼는 바. 이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카림이 남긴 책에 있던 내용이다. 용암을 굳혀 그대로 생명을 부여하여 부리는 마법 생명체. 그 자체가 힘이라 완전히 격멸하기 전까지는 죽지 않지.”
“하카림이 남긴 책? 그런 걸 어떻게 네가 가지고 있는 거지?”
“멍청하군. 내가 할 일 없이 이 아래까지 내려와 있던 거라 생각하나?”
“……책에서 무언가를 봤군.”
“흥. 군소리 할 거면 밀려오는 용암 골렘을 처리할 방법이나 생각해 봐라. 이대로 계속 도망치는 건 의미가 없어.”
과연 책에서 본 내용이 무엇일까.
쿤이 의문을 곱씹었다. 하지만 그걸 묻기 위해 드잡이질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끝도 없는 용암골렘부터 상대하는 것이 옳았다.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만약, 용암 골렘의 존재자체가 힘을 부여하는 거라면, 그 사실을 부정하면 어떨까?”
“무슨 소리지?”
“이곳에 오기까지 석판의 이끌림을 방해하던 힘이 있었어. 그 힘을 풀어낸 건 물이었지. 어쩌면 이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물로 막는다? 이 지하에서 무슨 수로 물을 찾는다는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너만 할까. 라라, 아까 사용하던 서리 시약은 몇 개나 남았어?”
비웃는 데미안을 무시 한 채 쿤이 라라에게 물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꼬물대며 셈을 하더니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몰려오는 적의 숫자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전부를 얼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만 제압하는 거라면?’
생각의 틀을 바꿨다.
적을 전부 냉각시키는 것이 불가능 하다면, 힘을 약화시키는 성질의 틀을 만들어 버리면 된다. 지금 상황이라면 좁은 통로가 적당한 통이 되어 줄 터. 필요 한 것은 양 쪽을 막아 줄 마개다.
“너. 먼 거리에서 물체를 폭발시킬 수 있냐?”
“폭발? 어느 정도 거리를 말 하는 거냐?”
“시야에 닿을 정도.”
“그 정도라면 가능하다.”
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리 시약을 라라에게 받아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았다. 그리고 양 쪽 흙을 아쿤으로 조금 파 내려갔다. 망령제어로 다룰 수 있는 수준. 서리 시약은 한 순간 냉기를 팽창시켜 주변을 얼리지만 절대적인 부피는 부족하다. 그것을 망령제어로 다루는 흙이 대신 해 줄 것이다.
“뒤로. 반대쪽도 설치한다.”
“양 쪽을 막겠다 이거군. 음.”
“칭찬은 이쪽이 거부하지. 머뭇거리지 말고 따라와라.”
데미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차피 일 끝나면 다시 적이다. 서로 친분 쌓을 관계는 아니었다.
뒤로 물러난 쿤 일행이 동일한 형태의 함정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사이, 골렘의 발걸음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쿵쿵 거리며 파후후 우는 골렘들의 진군 소리. 지겹게 들어 이제는 속이 다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쿵……쿵쿵쿵!!!
골렘들의 모습이 일행의 눈에 들어왔다.
새빨간 골렘들의 진군은 마치 불꽃이 파도치며 밀려오는 거 같았다. 통로를 가득 채우고 뒤쪽으로는 한도 끝도 없이 늘어져 있었다. 저걸 다 맞서 싸우라는 건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온다, 준비 해.”
쿤이 함정의 뒤로 거리를 벌리고 손으로 준비 신호를 내렸다.
데미안이 새파란 광구를 허공에 띄운 채 대기를 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필요한 동료였다.
쿵쿵 거리는 골렘의 진군이 예정 된 위치에 들어서고 쿤의 이마위로 핏줄이 딱 섰다.
이 계획의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적을 함정 안으로 모두 가두는 것.
그리고 서리 시약이 흙을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골렘이 끼어 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냉기가 골렘의 접근을 막아 줄 거라 예상하지만, 중간에 끼어 버리면 억지로 밀어 낼 수도 있다.
“언제냐!? 아직 멀었어!?”
“기다려! 인내심은 개한테 팔아먹은 거냐!?”
쿤이 핏발 선 눈으로 다가오는 골렘을 쏘아봤다.
덜덜 거리는 진동이 다리를 타고 전해졌다. 몇 호흡도 남지 않은 거리. 이제 곧 흉악한 파도에 쓸려 갈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을 내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 초감각이 극도로 팽창하여 미세 단위로 골렘의 움직임을 파악해 주었다.
“크으읏!! 지금 터뜨리겠어!!”
“안 돼!!! 아직 아니야!!”
“이러다 때를 놓치면 다 죽는다, 머저리!!”
“알고 있으니까, 넌 닥치고 내 말에 따라!”
움찔. 데미안의 손끝이 떨고, 쿤의 미간으로 주름이 깊게 파였다.
사색이 된 라라는 입도 뻥끗하지 못한 채 다가오는 골렘의 파도에 압도되어 있었다.
쿵. 쿵. 그리고 쿵.
걸음이 만드는 진동이 쿤의 망막에 파문을 새겼다. 마치 골렘의 진군이 하나의 음악처럼 느껴졌다. 거친 선율의 끝. 분위기 반전을 위해, 크게 곡조를 바꾸는 순간.
“지금!!!!”
쿤이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데미안이 능력을 발현하고, 저 뒤. 골렘의 후미 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새파란 냉기의 폭포수가 떨어지고, 쿤이 거리를 격해서 흙을 제어해 퍼 올렸다. 냉기와 흙이 만나 순식간에 단단한 벽을 만들었다.
하지만 하나로는 안 된다.
챙—!!
쿤이 단검을 던져 바로 앞의 물약병을 깨트렸다.
새파란 물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망령제어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발휘되었다. 흙이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용솟음쳤다. 냉기와 만나 하나로 엉키더니 거대한 벽을 만들었다.
쿵—!!
뒤늦게 골렘이 다가와 충돌했다.
벽에 금이 쩍 가며 흔들렸다. 관성이라는 것이 있다. 달리던 골렘은 힘의 여부와 상관없이 앞쪽에 만든 벽에 충돌하게 돼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앞의 것은 하나로 안 된다.
“깨져라!!”
데미안이 빛을 쏴 마지막 시약병을 깨트리고, 얼음벽이 추가로 세워졌다.
쿤이 제어한 흙이 다시 한 번 솟구쳐 이를 보조했다. 이중 벽. 금이 간 1차 벽을 뚫고 골렘의 머리통이 비집고 나왔다. 와그작 소리와 함께 부서진 얼음 파편이 가루가 되어 마구 튀었다.
하지만 둘이다.
일 차를 뚫어낸 골렘의 머리는 2차 벽에 닿더니 하얗게 식어갔다. 완전 상극의 힘에 의해서 본질의 에너지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관성으로 눌린 힘이 벽을 밀어내기는 했으나, 흙을 두껍게 쌓아 올린 쿤이 망령제어로 밀어내어 이를 버텼다.
그그그그……!
그리고 멈췄다.
진동이 그치고, 골렘의 돌진이 막혔다. 얼음 벽 너머로 희미하게 굳어버린 골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간에 끼인 골렘 자체는 여전히 힘을 사용 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숫자가 너무 많았던 것이 이를 방해했다. 힘을 쓰려면 그 만큼의 공간이 있어야 함이 진실이다.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꽉 찬 골렘의 행렬은 앞뒤가 막히는 것으로 그 힘을 잃었다.
삐걱 삐걱.
그 상태로 굳어, 무덤이 되어 버렸다.
“꺄아악!! 오빠, 성공했어요!!”
라라가 환호성을 지르며 안겨 들었다.
달려들던 골렘의 행렬은 너무 무서웠다. 아무리 담대해진 그녀라도 쉽게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쿤이 뒷머리를 안아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선을 데미안에게서 떼지 않았다.
가장 큰 적이 사라졌다면, 이제부터는 그가 가장 큰 적이다.
조금 전가지 망령제어를 한계까지 사용한 터라 몸이 엉망이었다. 티를 내면 안 된다. 눈에 힘을 빡 주고, 데미안이 움직일 여지를 사전에 봉쇄했다.
그는 뱀 같은 눈으로 쿤을 응시했으나, 불필요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
대신 먼저 걸음을 돌며 자리를 떴을 뿐이다.
떠난다는 말도, 협박도 없었다. 그냥 그대로 한 번 쏘아 본 채 물러났다. 아마 짐작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쿤도, 데미안도.
지금 이 동굴의 종착지에서 결국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것을.
#
쿤과 라라도 체력을 회복하고 난 뒤 다시 동굴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갈라지고 하나로 합쳐지기를 반복하는 신기한 형태의 길. 골렘에 쫒기며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것을 천천히 뒤지며 이동했다. 틈과 틈. 앞서 찻잎으로 길을 찾았던 것처럼 무언가 특별한 통로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도통 보이지가 않는군.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숨겨 둔건가?”
“으아……꽤나 심보가 고약하네요. 대체 뭘 숨겨두려고 이런 고생을 한 걸까요?”
쿤과 라라가 한 마음으로 동굴을 만든 사람을 욕했다.
비밀 통로를 지나고 걸어온 거리만 해도 공화국 수도를 가로지르고도 남았다. 마법적으로 변형 된 길이라 해도, 그 노력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수준.
이 지하 공간에 대체 어떤 게 숨어 있기에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그렇게 걷던 쿤이 기억을 되짚으며 말을 꺼냈다.
“하카림이 남긴 책이라 했지.”
“데미안이요? 네. 그 책에 용암골렘이 나와 있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이 동굴도 하카림이 만든 걸까?”
“율트락은 그렇다고 했잖아요. 그가 만든 곳 위로 수도가 세워진 거라고.”
“하지만 생각 해 봐. 우리가 찾아야 하는 석판은 불꽃의 힘에 의해서 막혀 있었어. 즉, 석판의 주인은 하카림과는 다른 존재라는 말이야. 하카림은 되레 석판의 주인을 막고 있는. 이 분위기라면 봉인한 사람이라 보는 게 옳겠지.”
하카림은 불꽃의 힘으로 용암골렘을 다루었다.
반면, 석판의 이끌림은 물로 열기를 차단했을 때 작용했다. 두 가지 사실로 서로 다른 존재임을 알 수 있다.
“하카람은 오래전에 이 땅의 존재를 몰아내고 나라의 터를 닦았다고 했잖아요. 그럼 그 당시의 존재가 아직도 이 아래에 남아있다는 얘기인가요?”
“어쩌면. 하지만 그때부터의 시간을 고려해 보면, 이는 보통의 존재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야. 억겁의 시간조차 견뎌 낼 수 있는 존재.”
꼴깍.
라라의 목이 크게 움직였다.
쿤의 말마따나 이런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려면 일반적인 존재로는 불가능하다. 신화적 존재. 동화 속에서나 거론되는 신수나 악마. 혹은 그보다 더한 것들. 어쩌면 신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저 아래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어엇!!”
“꺄악!! 왜, 왜요!?”
갑작스러운 쿤의 비명 소리에 라라가 질겁하다 펄떡 뛰었다.
쿤이 냉큼 그녀를 받아 등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다.
“빛이다.”
“……네?”
“발굴의 빛이야. 저 너머에 무언가 있는 모양이다.”
라라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
희미하게 벽 사이로 아른거리고 있었다.
※작가의 말
억. 오늘 자정에도 점검하네요?
아, 이거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