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남혁의 행동을 다시금 되짚어 봤다.
그의 행동은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다. 거대한 배후 세력이 있어서 누군가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단은 내가 생각하던 어둠의 조직 같은 게 아니다. 바이러스. 이미 한 번 써 먹은 이 단어가 가장 적합한 설명이라 볼 수 있다.
인간에게 기생해서 욕망을 부풀리고 자신을 넓게 퍼뜨리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다.
별 다른 지침은 없다.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끝이 없어 한 번 불을 붙이면 별 다른 도움 없이도 알아서 잘 뻗어 나간다.
차남혁의 욕망은 무엇일까?
돈, 명예? 아니다. 그는 이미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개척자로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다. 그런 것으로 욕망을 불태울 거 같지는 않다.
차라리……
삐뚤어진 지배욕이라 보는 것이 옳을 거 같다.
차준혁의 경우도 생각해보면 그렇다. 미소와의 결혼이 과연 필요한가? 아니다. 상황을 무마 할 거면 다른 수단이 얼마나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결혼을 강행시킨 것은 차남혁의 의지가 개입된 것이다.
미소로 차준혁을 묶어서 손아래에 두고 상황을 조정하려던 거겠지.
실제로 차준혁은 미소가 걸려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니까. 서율이를 향한 강한 집착도 아마 비슷한 계열의 욕망으로 보인다. 원하는 것은 손에 넣고 모든 상황을 자신이 주도해야 만족이 되는 싸이코.
그렇다면 나는 이 인물에게 어떻게 대항을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은 일단 제쳐 두자. 가장 폭 넓은 행동을 보이는 것은 차남혁이다. 그를 어떻게 제압 할 지 부터 살펴보는 것이 옳다.
일단 첫째로 쿤이 내게 힌트를 하나 줬다.
상수도에 신성력을 넣은 그리자를 풀어놓은 것. 정수가 아닌, 신성점수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넣은 것이 신기하지만 나도 해 보니까 됐다. 본래부터 가능했던 능력인가 싶지만, 아무래도 히어로 메이커 모드가 발동하면서 힘의 유동을 조금 더 자연스레 느낄 수 있어서 그런 거 같다.
나도 같은 방식을 사용 할 수 있다.
두 가지로 나누어서.
첫 째는 차남혁과 같은 형태다.
신성력이 담긴 그리자를 가루 형태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G입자에 대항하는 약이라는 의미로 이를 사용하였는데 이 경우 이단의 함량이 매우 적다. 같은 양의 신성력 그리자가 섞인다면 비율 상 정화될 수밖에 없다. 즉, 상대가 치료약 개념으로 이를 푼다면 나는 예방약 개념으로 이것을 풀 생각이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식약청 통과는 둘째 치고라도 차남혁과 같은 대대적인 홍보가 불가능하니까. 다만, 이 것에 대한 계획은 일단 가지고 있다.
일단 두 번째 방식부터 살펴보자.
둘째는 바로 성물에 대한 것이다. 성물은 신성력이 가득 찬 그리자 덩어리를 변형시켜 효과를 부여하는 물건이다. 나는 이걸 일종의 장신구처럼 생각했는데, 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생각을 아예 바꾸었다.
이단에 오염된 그리자가 계속해서 사람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성물 역시 같은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만약 서울사람들이 사용하는 수도에 성물을 투입한다면?
상수가 퍼지가 곳이나, 정화되는 위치의 바닥을 통째로 성물로 교체한다면 어떨까? 물은 점차 퍼져나갈 것이고 어떤 형태로든 사람에게 전해 질 것이다. 잠시 스쳐가는 샤워 물로도 좋고, 끓여먹는 식수로도 좋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이단에 저항 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줄 것이다.
일종의 방역체계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큰 걸림돌이 존재한다.
그리자가 부족하다.
쿤이 왕좌를 탈탈 털어서 그리자를 충당시켜 주기는 했으나 그걸 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나는 그람 단위를 말 하는 게 아니다. 아도란이 지키고 있던 지역의 그리자처럼 톤 단위의 물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워줄 신성점수도 부족하다.
정수와 점수를 때려 받아 넣는다면 어느 정도까지 채울 수 있을까? 지금 가진 점수는 2200점. 정수의 숫자는 가장 낮은 걸 기준으로 68개다. 환산해서 9000점의 점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톤 단위의 그리자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또 쿤에게 의존을 하나?
아니다. 그리자를 얻고, 경험치와 정수를 동시에 획득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바로 이 현실에.
바로, 적의 것을 훔쳐오면 되는 일.
차남혁이 숨겨 둔 그리자를 찾아 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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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국가 정보원이요!?”
가장 써먹기 좋은 정보원이 누구겠는가?
바로 대상의 가족이다. 조건만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접근이 용이한 사람은 없다. 게다가 이미 한 번 해 본적 있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쉽다.
“이미 네가 보유하고 있던 영상은 우리가 빼돌렸다.”
“아, 아……그래서 없어졌군요.”
“이번 방송을 봤겠지? 차남혁. 그는 제정신이 아니다. G입자? 정부에서도 이미 간파하고 연구 중에 있었다. 그가 말 하는 것과는 사정이 달라. 다만,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엮이다 보니, 대대적으로 수사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직된 얼굴의 차준혁이 나를 응시했다.
딱 보니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이다.
“우리는 조사 끝에 그가 특정 물질을 조합. 이를 통해서 무언가를 획책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다만, 이 물건은 지구상의 것이 아닌 바. 게이트 너머에서 정부의 감시를 빗겨나 몰래 공수해 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이트 너머에서요?”
“그렇다. 몇 번 먼 거리에서 확인은 할 수 있었지만, 자세하게는 무리였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아 낼 필요가 있어.”
“어떻게 생긴 건데요?”
“검은 색의 돌로 알고 있다. 단, 발견하더라도 절대로 접근하는 것은 안 된다. 유해한 성분이 함유 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니까.”
‘방, 방사능인가요!?’ 라면서 차준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새끼, 놀라는 꼴이 제법 귀여운데? 차남혁과는 달리 조금 정 가는 놈이다.
“네가 해 줄 것은 차남혁의 정보를 캐내어 이 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다.”
“제, 제가요? 할 수 있을까요?”
“이미 한 번 성공한 경험이 있지 않나? 나는 자네를 믿네. 지금 이 상황은 국가적 위기야.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손을 뻗쳐야지. 나는 자네를 선택했고, 그 믿음에 부응해 줄 거라 생각하네.”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했다.
조금 복잡해 보이는 표정이기는 하지만 뭔가 기쁜 감정이 입가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차준혁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대충 이해가 간다. 사실 집에서도 겉돌고, 마땅히 비전도 없이 하루를 보내는 인생이다. 누군가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것. 그에게는 더 없이 기쁜 일일 것이다.
이용하는 거라 미안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가 최선의 수.
“최선을 다할게요! 제가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그래. 그런 자세면 충분하네.”
일단 하나는 됐고.
다음 것을 준비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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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이렇게 할 생각인가요?”
“상대가 파격적인 수를 가지고 나왔다면 나도 그에 맞게 응수해야지.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끌려다는 수밖에 없어.”
차준혁과의 만남을 끝내고 난 뒤 나는 죠엘과 만났다.
다음 스텝을 밟기 위해서다. 상황을 차남혁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심하던 끝에 한 가지 방법을 강구해냈다.
농사? 물론 계속 진행할 것이다.
수도에 그리자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일이니까. 다양한 약품을 통한 시장의 점유도 역시나 같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는 판 자체를 흔들 수 없다.
“생각보다 더 무모한 사람이군요.”
“용감하다고 해 줘. 그리고 사전에 설명했듯이 그리 허황된 계획은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인 이어를 통해서 죠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금 내가 선 거리는 명동. 주말을 맞이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는 거리다. 인파도 많고, 내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적당한 공간이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죠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이쪽도 시작하겠습니다.”
신호에 따라, 그녀가 행동에 들어갔다.
그럼, 여기는 내 차례인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적당한 위치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망령제어를 사용해서 내 몸을 들어 올렸다. 신발에 힘을 실어서 제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 어……?”
“뭐야? 사람이 허공에 뜬……다?”
일 미터 남짓 떠오른 나는 가만히 주변을 바라봤다.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벌서 핸드폰을 들이밀며 촬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여든 사람 중 태반은 이것을 일종의 홍보 현장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와이언가?’, ‘특수 장비 아니야?’, ‘마술사야?’ 등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듣거라, 우민들아.”
깊고 무거운 목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지금 내 모습은 차준혁을 만났을 때 변신한 상태 그대로. 물론, 그때와는 다르게 변장도 다 풀고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 상태다. 중후한 얼굴에 근엄한 눈매. 무언가 있어 보이는 외모를 취하고 있었다.
하급 위압이 발동한 것인지 사방이 금세 조용해졌다.
“나는 이름 없는 자. 세상이 혼탁하여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세상으로 발을 들였다.”
“……뭐야, 이거? 영화 찍는 거야?”
“영화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어, 어어어어!?”
말을 하던 남자를 잡아서 들어 올렸다.
그의 신발과 옷자락을 동시에 제어하여 허공으로 띄운 것이다. 사람들이 비명 지르고 핸드폰으로 촬영하기 바쁘다. 요즘 시대는 이런 부분에서는 좋다. 굳이 촬영하지 않아도 알아서 찍어 주니까.
“이래도 내 모습이 상업 수단의 하나로 보이는가?”
“이, 이거 놔 주세요!”
“묻는 것에 답하거라. 네 두려움은 단지 땅에서 떨어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내 질문에 답 할 용기가 없어서인가?”
“무, 무서워서요!!”
풀썩. 남자를 다시 지면으로 내려주었다.
그는 공포로 물든 눈동자를 나를 바라봤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다시 시선을 넓게 두며 말했다.
“나는 스스로 깨우쳐 나왔으며, 어떤 도구에도 이용되지 않는다. 오직 혼탁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던지기 위해서 나왔으며, 그 시작을 이곳에서 할 뿐이다.”
“에, 에이! 웃기지 마요. 이거 전부다 방송용이죠?”
“방송이라. 우민들은 믿는 것에 너무나 인색하구나.”
“어어억!!”
이번에도 남자를 끌어올렸다.
꽤 무겁지만 망령제어도 많이 익숙해져 그리 어렵지 않다. 당황으로 물든 얼굴을 가까이 한 뒤 속삭이듯 물었다.
“이것도 방송으로 보이는가?”
“아, 아뇨!! 아니에요! 내려주세요!!”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람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에이, 다 짜고 하는 거야?’ 라면서 웃던 이들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리 세트를 설치하고 사람을 속인다고 해도 이런 장소에서 사람을 허공으로 띄우는 것이 가능 할 리 없는 것이다.
“보아라. 이것에 너희가 따라야 할 길이다.”
신성 대지의 축복을 사용했다.
흰 빛이 바닥을 타고 번져갔다. 사람들이 펄쩍펄쩍 뛰고 난리가 났다. 빛에 닿으면 죽을 듯이.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이상이 없자 옆을 돌아보며 빛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빛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굉장히 좋다는 것을 느꼈다. 지쳐있던 몸이 회복되고 누적된 피로가 씻겨나갔다. 전신에 활기가 돌고 의욕이 되살아났다.
“뭐, 뭐야 이거?”
“세상에.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나도 그래. 지금 막 기운이 샘솟고……이런 걸 방송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
두려움 섞인 표정이 경외로 바뀌기 시작했다.
“으, 으윽. 뭐야? 뭐가 좋다는 거야!?”
그러나 전부가 그렇지는 않았다.
무리 중 한 명이 괴로움에 몸을 틀었다. 혹시나 했는데 이런 사람들 안에도 이단에 영향 받은 인물이 섞여 있던 것이다. 차남혁이 배포한 마약에 노출된 인물일까?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연출이 중요하다.
천천히 허공에서 내려와 고통에 허덕이는 남자 앞에 섰다.
“어리석은 자. 혼탁한 것을 몸 안에 두고 있구나.”
“무, 무슨 소리야!?”
“다른 세상의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혼탁한 것이 넘어 들어오고 있다. 네가 몸 안에 둔 것이 바로 그 일부. 신성한 빛 아래에서 고통에 허덕인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니라.”
“개, 개소리 하지 마!! 누가 뭘 어쨌다고!?
상반되는 힘에 남자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달려드는 몸을 망령제어로 잡은 뒤 어깨를 눌러서 바닥에 앉혔다. 세이혼과 죽어라 훈련한 내가 스텟 좀 떨어졌다고 막 주먹에 쓰러지는 건 웃기는 일이다.
“네 안에 깃든 혼탁함이 보이는구나.”
“무, 무슨 짓 하려는 거야!?”
머리에 손을 올린 뒤 정신을 집중했다.
나는 히어로 메이커 모드에서 이단의 힘을 베어낸 적이 있다. 이걸 사람에 대한 정화로 본다면 적당하다. 다만, 누차 말 하지만 힘 자체는 내가 씻어 낼 수 있지만 이것으로 영향 받은 인간의 본성은 어쩌지를 못한다. 결국 스스로가 이것에서 저항해서 나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
다만, 차남혁이 배포하는 마약 정도라면 그리 영향력이 크지 않다.
기껏 해 봐야 손톱보다도 작은 상징에 노출 된 정도. 힘으로 씻어내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금방이다. 뭐, 본래 인성이 거지같다면 그 이상으로는 나도 어쩔 도리가 없지만.
치이이이……!!
남자의 머리에 닿은 내 손에서 희미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자를 정화 할 때와 정확하게 같은 모습이다. 검으로 베어낼 때와 다르게 조금 거칠지만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에는 이편이 적당하다.
“여, 연기가 나잖아?”
“뭐야? 뭐야? 무슨 악마라도 쓰인 거야!?”
“야야. 이거 진짜 방송 아니지? 응?”
당황어린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래, 더욱 혼란스러워 해라. 그리고 충격을 가슴 깊이 새겨라. 그래야 내가 원하는 바를 더욱 쉽게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커어억!!”
이윽고 정화가 끝났다.
남자가 뒤로 튕겨나가고, 벌떡 일어나서는 나를 쏘아봤다. 머리를 휘적휘적. 두어 번 흔들고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눈을 몇 번이나 껌뻑였다.
“뭐, 뭘 어떻게 한 거야?”
“너는 무언가 혼탁한 것을 몸 안에 두었다. 네 자신이 알 텐데? 그것은 몸을 좀먹고 너 자신을 타락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뿐이다.”
“그, 그게? 정말이야? 그냥 기분 좋아지는 약이라고 들었다고!”
“약!?”
웅성거림이 더욱 거세어졌다.
좋네. 이런 상황을 연출하려면 몇 번은 더 시도를 해야 할 거라 생각했는데, 한 번에 걸려들었다.
“보아라. 너는 이제 혼탁함을 씻어냈다. 이 신성한 빛 아래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상쾌함. 피로가 씻겨나가고 머리가 맑아. 정말로 그 약이 그렇게 안 좋은 거였나? 아니, 안 좋은 거였습니까?”
“알고 있을 것이다. 혼탁함의 말로를.”
“말로? 어? 어……! 설마, 방송에 나왔던 그 괴물!?”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그가 주춤주춤 물러나더니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는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먹은 약이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주체라 하니 그 사실이 구역질나는 것이다.
뭐, 정화의 여파로 속이 뒤집힌 탓도 있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제대로 되면 된다.
사람들이 토악질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약을 먹었는데 저래?”
“괴물이면 차남혁이 말 한 그거? 그로운가 뭔가 하는 거? 그게 왜? 약도 있다고 했잖아?”
“어리석음을 경계하라.”
“……헉!”
말 하던 남자 앞으로 쑥 미끄러졌다.
“악을 약으로 다룬다 하였나? 정말로 그리 될 거라 믿는가?”
“왜, 왜 저한테 그러세요. 방송에서 그랬단 말이에요. 약만 먹으면 다 치료 할 수 있다고.”
“치료가 아니다. 어리석은 자여. 악을 악으로 다스려, 잠시 안정시키는 것 뿐.”
“그 말은 차남혁의 말이 전부 거짓이었다는 건가요?”
마지막 말은 남자가 한 것이 아니다.
헐레벌떡 달려온 건지 땀범벅이 된 여자. 가슴에는 [KTN]이라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죠엘을 통해서 내가 준비해 둔 팀이다.
본래는 명동 거리를 촬영하고 시민 인터뷰를 하는 게 목적.
그러던 중 내가 등장하여 우연하게 촬영에 협조하는 것이다.
파격에는 파격으로.
사이비 교주 좀 해 봐야 할 거 같다.
※작가의 말
사이비 교주 등장.
전에 정치판 진흙탕 싸움을 걱정하시던 분이 있던데...전 그런 쪽 재주가 없습니다.
재밌게 보고 가세요.
* 전편, 준경이 깨어나는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게이트 접속 상태에서 모드 발동으로 합일된 건데, 마치 집에서 끌려 간 것처럼 쓰고 말았더군요. 죄송합니다(__)
* 지적해 주신 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