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119화 (119/240)

[괴물의 출현? 걱정이 현실로. 다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에……]

다음 날 모든 방송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주제는 바로 ‘괴물’이다.

오염된 동물이라 말 하는 곳도 있고, 실험당한 생명체라 음모론을 제기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내용은 바로 게이트 너머의 세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침공인가?

아니면 게이트 너머에 존재하는 새로운 병원균인가?

어쩌면 영상에서 봤던 이들도 오염되어 변이된 존재가 아닐까? 걱정과 공포는 빠르게 전파되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물론, 이는 국내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게이트를 자국 내 영토에 두고 있는 모든 나라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벌서 게이트가 세워지고 3년에 가까워지는 판국에 이제 와서 이상 현상의 등장은 충격 이상의 일이었다. 이미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무해한 것이라는 것을 설득시켜 두었으니까.

외신들이 앞 다투어 사건을 다루고, 조사단이 꾸려졌다.

단 하나의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 도마 위에 올라오게 되었다.

#

“패가 갈라진 거 같다?”

죠엘이 물었다.

오른쪽으로는 서율이가 앉아있고, 앞으로는 그녀와 크리스티나가 있다. 사건이 벌어지고 바로 다음 날 비밀을 아는 모두를 소환했다. 이건 한시가 아쉬운 일이었다.

“차남혁이 이단의 존재임은 백 프로 확실하다. 다만, 국내의 있는 이단이 모두 그의 통솔하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힘들어. 이번 일은 내부적인 갈등의 표출. 혹은 개인의 독단적 소행으로 보인다.”

“삼촌이 말 한 크랙의 2인자라면, 이진혁이에요. 차남혁과는 서로 친한 듯 보이지만 은연중에 경쟁을 하는 사이죠.”

“그는 이단의 징표를 가지고 있었어. 단순히 그리자의 가루로 이단을 받아들인 놈들과는 위치가 다르다는 거겠지.”

“상위계급의 반란……같은 건가요?”

“아마 계획 방향성이 맞지 않았겠지.”

차남혁의 행보를 보자면 신중함 그 자체다.

게이트 확보를 위해서 차근차근 로비와 사업 확장을 하며, 시간을 대비하고 있다. 그리자 물량의 공급이 원활해지면 그것으로 개량 된 마약을 생산한다. 실험은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노숙자 등을 이용한다. 모토는 신중 그 자체. 지금과 같이 크게 일을 벌이는 것은 그와 맞지 않는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단은 두 가지. 이단은 건드리기 어렵지만, 병이나 오염물질이라면 달라. 그리자의 존재를 증명하고, 이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외부로 알리면 돼. 그렇다면 이단은 물량의 수급이 어려워지겠지.”

“그리자로 만든 마약을 말 하는군요. 확보 할 수 있나요?”

“아마도. 최측근으로 양을 조율하여 푸는 거 같지만, 그 전부가 차남혁 같을 수는 없지. 틈을 보고 일부를 갈취해 오는 것은 할 수 있다.”

존대 없이 대꾸했다.

이편이 낫다 싶어, 얼마 전부터는 이렇게 하고 있다.

“두 번째는요?”

“상대가 서열 다툼을 하고 있다면 이용해 줘야지.”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아니, 의외로 그렇지 않아. 이단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볼 때 둘 다 성공한 청년. 이 케이스로 넣을 수 있어. 대우에 작은 차이를 주는 것만으로도 앙금을 깊게 팔 수 있지.”

“좌석배치 같은 것 말인가요?”

“vip와 vvip로 앙금이 깊어지면 그것도 꽤 볼 만 하겠지.”

죠엘이 웃고 크리스티나가 손을 들었다.

그녀가 주체하는 행사가 있다고 한다. 마침 차남혁과 이진혁이 모두 관계되어 있으니, 공통으로 초대를 하면 될 거 같았다. 2인자의 위치에서 앙금을 품은 게 이진혁 같으니, 그를 조금 더 낮게 대하면 화는 더욱 깊어지게 될 터.

“내게 맡겨 둬요. 할 수 있어요.”

아직은 조금 어색한 발음으로 크리스티나가 말을 했다.

어차피 이 일은 균열에 손을 대는 것. 실패한다고 리스크가 있는 건 아니다. 그녀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 주고는 다음 내용을 꺼내들었다.

아니, 꺼내려 했다.

그 순간 벽면에 걸려있던 티비에서 속보라고 뉴스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차남혁이잖아?”

“저 인간이 왜 뉴스에……?”

화면에서 나온 건 차남혁이었다.

긴급 기자회견으로 보였는데, 돈을 뿌리고 긁어모았는지 각종 언론사들이 총출동해 있었다. 분위기로만 치자면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점차 악화일로로 가는 바. 더 이상은 묵과하고 있을 수 없다 생각하여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화면 하단으로 전국에 등장한 괴물에 대하여 라이오스의 대표 차 남혁 씨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라는 전문이 흘러가고 있었다.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괴물들. 맞습니다. 그들은 게이트에서 나온 물질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웅성거림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더욱 거세어졌다.

아니, 저 새끼가 지금 뭐하는 거지? 괴물이 등장을 게이트의 탓으로 돌리면 접근이 더 어려워 질 텐데?

“저희는 이를 G입자라 부르고 있습니다. 육안으로는 확인되지 않지만 사람에게 누적되어 영향력을 발휘하는 물질이죠. 저는 라이오스는 세우기 전에도 유수한 과학자들과 함께 게이트의 영향을 연구해 왔습니다. 과연 안전한가. 우리는 이를 믿고 지낼 수 있는가. 지금까지 정부는. 그리고 전 세계의 여러 기관은 이를 안전하다 주장해 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진실이 아닙니다.”

그가 자신이 서 있는 뒤편 벽면으로 무언가 자료를 투사했다.

사람이 점차 변이되어 괴물이 되어가는 것. 즉, 이단에 노출된 변이 과정을 자료로 가져온 것이다.

“이를 G입자에 의한 변형. 편리상 그로우(Grow)라 부르고 있습니다. 최초 관측 된 것은 6개월 전. 게이트에 오랫동안 접촉하는 보조팀의 일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6개월 전에 발견했는데, 어째서 지금 발표를 하는 겁니까!?”

기자 중 하나가 물었다.

그래, 잘 했다. 내가 묻고 싶었던 내용이다.

“그야, 입을 다물라는 압박을 받았으니까요.”

“……네? 압박이라면, 설마 정부가?”

“네. 최초. 그리고 더 이상 있을지 모르는 현상을 발표해서 국민을 두렵게 하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정부와 맞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압박에 저는 결국 항복을 하고 말았습니다. 데이타는 회수당하고, 저는 그 일을 다시는 입 밖으로 내지 않게끔 서약을 했습니다.”

“그럴 수가……!”

“너무하는군! 이런 일이 있었다면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는데!!”

마치 잘 짜여진 연극처럼 돌아가고 있다.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며, 진실을 호도하는 영웅. 화면 속의 차남혁은 딱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이걸 구상하여 나타난 거라면 대단하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를 정면에서 비판하고, 게이트를 오염의 원산지로 말 하면서 대체 어떻게 이단의 일을 행할 생각이지?

“하지만 그 뒤로도 이 현상을 연구하는 걸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주시하는 눈을 피해서 몰래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그리고 이 현상의 중요 포인트와……해결책을 발견했습니다.”

“해결책!?”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G입자는 체내에 농축되어 하나로 응집되며 일정 수준에 이르렀을 때, 체내의 세포를 변형시켜 괴물. 즉, 그로우로 만들어 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게이트 너머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특수하게 변형 된 물질에 의한 작용으로 판단됩니다. 노출 시간이 많았던 이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천천히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죠. 물론, 개인차이는 있습니다. 6개월 전 최초로 변이하였던 인물은 특히나 저항력이 낮았던 경우라 볼 수 있죠.”

“정말로 게이트에서 나오는 입자로 인한 변형이라면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까?”

“안타까운 일이지만……그렇습니다.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결국 시간문제. 언젠가는 변형을 겪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갖 웅성거림이 다 터져 나왔다.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을 살피니 죄다 이 이야기뿐이다. 충격, 경악. 온갖 감탄사들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었다. 물론, 여과해서. 태반이 욕과 비방이었다.

“해결책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제가 이런 자리까지 마련해서 사실을 공표하는 이유는 바로 해결책 때문입니다. G입자로 인한 변형의 회복과 예방. 누적되는 입자를 해소하는 물질을 저희 회사에서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최초라고 그랬습니까? 타국의 유수한 과학자들 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을 국내에서 최초로?”

“네. 의심이 가겠지만, 진실입니다. 뭐, 말로 하는 것 보다는 영상으로 확인하는 것이 빠르겠죠.”

이번에도 후면에 설치된 화면에서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괴물이 하나 묶여 있고, 실험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주사하자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영상이었다. 매우 짧고 대사조차 없는 것이지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첨부 자료는 각국의 기관으로 발송 할 생각입니다. 데이타 역시 포함되어 있으니,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각자 판단을 하면 알게 되겠죠.”

“혹시 그 치료제를 팔기 위해서 이 자리를 마련한 건 아닙니까!?”

“하하. 음모론 같은 걸 말씀하시고 싶은가 보군요.”

“의심이 가는 건 사실입니다. 이제야 모습을 확인한 변형자들을 몇 번이나 확보해서 실험을 했고,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바로 치료제를 공개한다?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은가요?”

내가 할 말을 대신 해 주고 있다.

저 기자 어디서 일 하는 사람이지? 기억해 둬야겠다.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그럴까요?”

뒤쪽의 화면이 바뀌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모습의 변이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구팀으로 보이는 사람들,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지역과 인종만 다를 뿐, 변이체를 대하는 자세는 동일했다.

“지금껏 은폐를 하고 공개하지 않았을 뿐, 이미 그들의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일어났던 게이트 너머의 영상. 그 역시 대대적인 공개가 없었다면 조용히 묻혔겠죠. 이해하시겠습니까? 변형자들의 등장은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닙니다. 예고 돼 있던 사고일 뿐이죠. 저는 그것을 막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온 겁니다. 선택이 늦어, 수많은 희생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적어도 앞으로의 일은 막기 위해서!”

콰앙!!

단상을 두드리는 차남혁의 모습은 그야말로 울분에 찬 영웅. 그 자체였다.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면 나도 그에게 공감했을지 모르겠다.

“이제 더 이상 비밀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공개 될 것입니다. 그리고 치료제. 약을 팔기 위한 수작이 아니냐고 걱정하셨죠? 그런 일 없습니다. 치료제는 전부 무료로 배포 할 생각입니다. 일원의 이득조차 얻지 않습니다. 오로지 인류의 안녕을 위해서, 배포를 하겠습니다!”

오!! 오오오오!!

플래시가 터지고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취재를 하던 이들조차 그에게 감화되어 열광을 했다. 누가 안 그러겠는가, 이득조차 없이 대의를 위해서 모든 걸 짊어지겠다는 사람에게.

“당했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티비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차남혁에게 완전히 당하고 말았다.

#

차남혁이 뿌린 자료는 나도 받았다.

G입자라는 것에 대한 치료책으로 배부된 것은 다름 아닌 그리자 가루를 가공한 마약이었다. 다만, 매우 희석된 것으로 보였다. 손으로 만지고 입에 대 봐도 혐오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가루가 된 이단. 이건 솔직히 먹는다고 중독이 되거나, 이단에 빠질 정도의 힘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게 치료제가 되는가?

간단하다. 차남혁은 이단이 실린 그리자의 가루를 G입자라 설명하고, 이를 치료하는 도구로 같은 그리자의 입자를 내민 것이다. 즉, 그가 배포한 그리자 입자는 이단의 힘이 극도로 낮은 대신 그리자의 비율이 높았다. 이단을 받아들인 이들이 그 힘에 취해서 폭주를 할 때, 그리자 비율이 가루가 몸에 반응하여 힘을 빨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아주 대단한 역발상이다.

나도 이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이마를 쳤을 정도니까. 이단이 이단을 치료하여 신뢰도를 얻고, 홍보 수단으로 삼는다? 게다가 치료제는 이단을 전파하는 수단을 역으로 사용하여? 사정을 아는 나조차 이렇게 놀라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떨까? 그가 배포하는 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알렉스 컴퍼니에서 제휴가 들어갔어요. UKA도 마찬가지고. 몇 시간 내로 더 많은 그룹이 참가 할 거 같아요.”

“……너무 빠르네.”

“사전에 계획되어 있었던 거 같아요.”

“차남혁이 2인자의 계획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인가.”

컴퓨터에 계획을 저장하고 있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의미.

하지만 그렇게 안 하고 되레 이걸 이용하여 기회로 잡았다. 아마 플랜 C쯤 되려나? 사전 협약 돼 있던 타국의 동료와도 동시 다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네요. 정부가 정보를 은폐했는지……”

“내가 어리석었어. 한국의 정부와 손을 잡고 천천히 진행 될 거라 예상했는데, 그의 시선은 되레 밖으로 나가 있었던 거야.”

“아직 갈피를 못 잡는 나라도 많은 거 같지만 상당수는 차남혁의 말에 동조하고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되기야 하겠지만, 상층부에 그와 같은 이들이 섞여 있다면 힘들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손을 잡을 사람은 많아.”

인터넷 페이지를 손으로 긁어 보았다.

차남혁은 약을 공짜로 푼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재료인 그리자는 게이트 너머에서 나온다. 정부는 미국에게 압박받고, 차남혁은 세계적인 영웅처럼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라이오스는 어떤 대접을 받을까?

이미 그에게 게이트 관리권을 넘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시위도 하는 모양이다. 그가 주도하여 게이트를 관리하는 것이 자신들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이미 게이트를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안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으니, 권한이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이것이 시작점이 될 것이다. 다른 모든 게이트의 권한이 영향력 있는 이의 독점으로 쏠리게 되고, 그리자의 수급을 원활하게 한다. 조금씩 천천히 해독제라는 의미로 이단이 섞인 그리자가 풀리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비율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모든 이들이 이단에 중독되었을 때.

변이된 괴물 한 둘이 등장한들 누가 신경을 쓰겠는가. 이미 그것을 제어 할 머리가 그 편으로 넘어갔을 텐데.

“거지같네.”

“어떻게 하죠? 이대로 있으면 손도 못 쓰고 쓸려 갈 거예요.”

“……수를 써야지.”

눈을 깊이 감고 생각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사용 할 수 있는 수단들. 도움이 될 만 한 사람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작가의 말

제목에 나온 움직임은 준경이 아닌, 차남혁의 움직임이었습니다.

판을 벌어졌고, 싸움이 격렬해 질 타이밍이네요.

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돌아오겠습니다.

커밍 순.

* 본래 나쁜놈이 머리가 좋은 법이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