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114화 (114/240)

“하푼의 부 지휘관이라.”

손에 들린 맥주 캔을 우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입으로 뱉지 않으면 생각이 잘 정리되지가 않았다. 공왕. 그리고 그의 제안.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고 있었다.

“복잡하군.”

고개를 크게 뒤로 접혔다.

공왕의 제안은 세이혼과 함께 하푼으로 들어오라는 것. 즉, 의회파를 치는 검이 되어 도와달라는 제안이었다. 제국의. 그것도 용병을 특수 부대의 부지휘관으로 삼겠다는 제안은 굉장히 파격적인 것.

공왕을 따르는 이들이 과거의 공국을 그리는 거라면, 신분적인 편견이 상당하다는 것이 정석. 이때, 타국의 일개 용병을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이 큰 독이 될 수도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 것조차 감내하며 품에 안겠다는 건 지독한 실리주의.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해졌다는 걸 의미한다.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다.

쿤이 느끼는 것은 나도 느낀다. 루루와 라라에게 가지는 정. 그들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읽고 있다. 하푼의 부지휘관이 되면 충분히 그 조건을 만족한다. 용병이라는 이름을 떠나, 새로운 것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생겼으니 어쩌면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옳을까? 의문이 가시지를 않는다.

공왕은 특수부대를 재건하고, 의회파와 싸울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하고 있다. 수도에 들어와 의회장과 만났을 당시 보여준 태도가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이는 공왕의 오랜 노력의 결과물일까? 물론,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를 노렸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라라와 루루가 공화국 내에서 행방물명이 된 뒤, 의회가 이를 처리하기 위해 백방으로 손을 쓸 때……

공왕은 내실을 다진 것이다.

미온적 태도의 세력을 품에 안고, 부대를 재건하였다. 항구를 거치며 요새를 지나 수도까지. 단 한 번도 공왕파의 세력과 조우를 하지 못했음이 이를 증명한다. 찾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면 적어도 부대의 이름이라도 귀에 들어 왔겠지. 그 노력을 온전히 세력 구축에 쓴 것이다.

의회파는 라라와 루루의 생존이 공왕 혈통의 강화를 가져와, 그 세력을 증가시킬 거라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공왕의 행적을 살펴보면 단순히 라라와 루루의 생존으로 세력의 빛을 강하게 할 생각으로는 안 보인다. 라라와 루루의 실종을 의회의 수작으로 몰고, 이를 빌미로 세력을 구축. 만약의 경우 둘이 죽는다 하여도……

“명분으로 삼겠다 이거겠지.”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

그렇다면 수색에 미온적이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실리. 세력을 챙기고 명분을 가지는 것이 중요 할 뿐, 자식의 안위는 그보다 뒷전이었다. 억측이고, 비약일 수도 있지만 지금껏 확인한 내용과 감각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들어갔다.

죠엘과 비밀을 공유한 이후, 개인적인 목적으로 방을 조금 개조했다. 책장을 밀고 블라인드를 내리자 거대한 지도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 별 사건 개요와 동선. 경전에 기록된 주요 정보를 모두 기록해 둔 것이다.

“수도 외곽지역 관문 방위 병력이 비밀리에 집결하고 있어. 수도 방위군 역시 평소와 다른 숫자로 늘어나 있고. 결국 양측 모두 병력을 집결한다는 의미인데……”

쿤이 수도에 있기 때문일까, 그곳으로 집중되는 병력이 경전에 기록되어 있었다.

이는 전쟁의 서막과 같다. 팽배해지는 전쟁의 분위기는 단지, 삭막함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병력과 물자가 이동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첩보전으로 그 정보의 전달이 늦어지고 있지만 경전에 적힌 내용을 속일 수는 없었다.

“수적으로는 비등. 중요한 것은 숨겨둔 칼이겠군. 하푼과 굴락의 팔. 그리고……”

굴락. 굴락 자체는 민간으로 퍼진 신앙이라기보다는 상류층을 위한 신앙에 가까웠다. 대사제는 주술사와 같이, 복락과 장수를 기원하였고 그것이 깊게 뿌리내려져 지금은 일종의 조언자처럼 활동을 하고 있다. 공국이 폐지되고 공화국이 자리 잡은 이후로는 그 세력이 줄었지만 되레 민간으로 그 영향력이 번져서 뿌리를 탄탄히 했다. 공화국에 남아있는 도미닉 대신관 역시 그 힘을 기반으로 과거와 같이 제 3자적 조언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순수한 굴락의 경우에는 그러했지.”

만약 경비대장과 같이 굴락 전체가 이단에 넘어 간 거라면 이번 내전에 그들의 행방이 가장 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의회나 공왕. 어느 한 편을 들어서 세를 넓히려 할 테니까. 내전을 승리로 이끈 세력이라면 국교로 삼는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만약 내가 이단의 종주라면 필시 그렇게 할 것이고.

“선택지는 둘인가……”

공왕의 제안대로 그의 편에 붙어서 싸우는 것.

제안을 무시하고 갈 길 가는 것. 어느 쪽이든 장단점은 있다. 위험도도 다르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전에 얼마나 대비를 할 수 있는가다.

지금의 상황은 쿤에게 있어서 커다란 분수령이다.

이단과의 싸움을 제쳐놓고 보더라도 그의 운명이 달린 일이다. 단순히 떠돌던 용병의 위치에서 벗어나 자신 만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기회. 다른 길에 대한 욕망을 꿈꾸고 있는 지금,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와줘야겠지.”

신이라 불리고 있으니까.

중생이 구원을 요구 할 때 들어주지 않으면 그게 신이겠는가.

필요한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

오동락의 일이 마무리 되어 갈 즈음, 죠엘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성분 분석이 끝나고, 몇 가지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필요한 시점이었다. 소향에게 연락해서 반나절의 시간을 받아 그녀를 만나러 갔다.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군요.”

“기대한 만큼은 될 거 같네요.”

크리스티나가 소유한 제약회사에서 만났다.

‘청화 제약’이라는 이름의 회사였는데, 국내에서도 제법 이름이 있는 기업이었다. 단 한 번도 이것이 외국계열이라 생각해 보지 못했던 터라 꽤 놀랐다.

죠엘의 안내에 따라 운동장 하나 크기분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이쪽이 당신이 가지고 온 약초들을 배양해서 만들어낸 것들이에요. 환경의 차이로 적응 못하고 죽어버린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양산에 성공했어요. 독특한 성질의 것들이 많이 있더군요. 특히, 이것들은 현대의 약품들을 훨씬 상회하는 효능이 있어요.”

“심장약. 치매개선. 노화방지. 그리고 발모제?”

그녀가 표시해 둔 약초 옆으로 개발 효용이라는 항목으로 정리된 내용이었다.

“피로 회복제나 건강보조제의 역할을 하는 효능도 여럿 있지만, 현대의 것과 그리 큰 차이는 없어요. 오히려 이쪽이 훨씬 가치가 높을 거 같아요. 특히 노화 방지와 발모제는 엄청난 돈이 될 거 같네요.”

“누구나 기피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군.”

“기본 성능으로 물품을 제작하고, 당신의 능력으로 프리미엄을 붙여요. 특수한 것들은 특수한 위치의 사람들에게 파는 게 좋으니까요.”

“vip용이라는 건가?”

죠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산하는 물건들까지 모조리 축복을 사용 할 수는 없다. 기본적인 것들은 약초의 효능으로만 생산하고, 축복과 생명수 등으로 재배하는 것들은 따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단이 vip에 손을 뻗었을 확률이 높으니 돈도 벌고 적에 대항하는 두 가지 이득을 한 번에 가질 수 있다.

“시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얼마나 걸릴 거 같아요?”

“일단 타깃을 잡아야죠. 어떤 걸 먼저 내보내는 게 좋을 거 같나요?”

“음. 효과라면 노화방지겠지만, 덜컥 내어 사람들이 믿을지 의심이 되는군요. 차라리 발모제가 더 빠르게 임팩트를 심어주지 않을까요?”

“저랑 생각이 같네요. 눈으로 보이는 효과가 가장 큰 건 역시 발모제죠. 성분 추출과 배합은 이미 완료해 뒀어요. 홍보를 한 뒤에, 시범적으로 몇 개를 풀어 보도록 하죠.”

“전국의 반짝 머리들이 들고 일어나겠군요.”

“후후. 이런 게 기적 아니고 뭐겠어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입을 가리고 웃던 죠엘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몇 가지 단어들이 줄지어 쓰여 있었다.

“뭐죠?”

“상호에요.”

“제약회사의 이름을 쓰는 거 아닌가요?”

“아뇨. 새 술은 새 부대에. 앞으로 추진하는 일들은 새 상호를 달고 할 거예요. 그편이 다른 것들과 차별화를 하기에도 좋고, 이미지에도 이득이 있어요.”

차별화된 능력이니 차별화된 이름으로.

일리는 있다. 그녀가 적어 둔 이름들을 다시 한 번 쭉 살폈다. 의미가 담기고 그럴싸한 것들이 꽤 있었지만 딱히 끌리는 건 없었다.

잠시 생각하다 이건 어떨까 싶어서 입을 열었다.

“타이쿤. 메디컬 타이쿤으로 하죠.”

“……타이쿤? 그건 게임에서 쓰는 단어 아닌가요?”

“경영이나 경제 활동을 하는 게임이죠. 의학적인 활동을 총평하고, 친숙하게 게임 용어를 쓰는 거니 나쁘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음. 메디컬 타이쿤이라. 요즘 애들은 줄임말을 좋아하니, 메디쿤 정도가 되겠네요. 메디쿤. 메디쿤이라. 나쁘지 않네요.”

타이쿤. 쿤 타이를 뒤집어서 사용한 단어다.

뭐, 대단한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건 아니다. 그냥 그의 이름을 상표로 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 한 것뿐이다. 그리고 타이쿤은 본래 있는 단어이니, 이걸 애니그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없을 테니 딱히 위험도 없다.

“좋아요. 그럼 메디컬 타이쿤. 그걸로 정하도록 하죠.”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단계가 올랐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증가합니다.]

[축복이 개방되었습니다.]

죠엘의 허락과 동시에 알람이 주르륵 떠올랐다.

경험치? 상표 등록도 내 업적과 같은 걸로 쳐 주는 건가? 뭐, 나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누적된 경험치로 레벨까지 상승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다만, 조금 특이한 것은 능력치 증가량.

모든 능력치 2가 증가했다는 알람.

지금까지 단계 상승에서는 능력치 1의 증가를 기본으로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계의 숫자뿐이다. 5에서 6. 생각해보면 1단계에서 다섯 번의 상승을 거쳐 6에 도달한 것이다.

즉, 다섯 번의 단계 상승마다 능력치 보정의 단위가 달라진다는 것으로 생각 할 수 있다. 게임에서도 능력치 돌파나, 특정 블럭 초과로 추가 스텟이 붙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단계 당 2 스텟의 증가. 경험치를 쌓아야 할 이유가 더 늘었다.

“그럼, 다음으로 축성지 확보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 봐요.”

“음.”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조건은 없는 걸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리는 바쁘게 굴러갔다.

#

***

각인의 축복

신성 점수를 소모하여 오브젝트에 각인을 새긴다.

각인은 전부 세 가지로 나뉘며, 각 각인은 하나만이 효과를 발휘한다. 각인이 새겨진 오브젝트는 파괴, 사망 전 까지 각인의 힘을 영구적으로 소유한다.

* 힘의 각인 : 물체를 소유한 자. 혹은 각인이 새겨진 존재에게 힘을 부여한다.

* 생명의 각인 : 물체를 소유한 자. 혹은 각인이 새겨진 존재에게 생명력을 부여한다.

* 저항의 각인 : 부정적 힘에 대항하는 능력을 부여한다.

각 각인이 새겨진 물체, 생명의 경우 기본적으로 정화의 능력을 가진다.

정화의 능력은 이단에 반발하며 유혹에 저항 할 수 있는 내성을 길러준다.

소모 신성점수 100

***

돌아오는 길에 축복을 확인했다.

일종의 인첸트 계열로 보였다. 독특한 것은 물체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에도 가능하다는 점. 사람에게도 각인을 새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힘과 생명력. 그리고 저항력.

발동되는 각인 효과는 하나라고 했으니 사람이나 물체에 따로 걸어서 필요한 것을 취사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다만, 정확한 수치 표시가 없이 것은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결국 포인트인가……”

각인을 새기는 것에도 포인트가 들어간다.

현재 남은 포인트의 양은 2350. 앙크투의 신앙점수가 집계되어 늘어난 숫자다. 다른 두 곳은 아직 제단 건설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 당장은 쿤에게 돌아 갈 생각이 없으니, 이 선에서 무언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쿤과의 다음 번 접촉에서 전쟁이 발발 할 수도 있다.

선택에 따라 그 갈래가 어찌 바뀌게 될지는 솔직히 예단하기 어려운 바. 최대한 접속 시간을 뒤로 미루고, 그를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 둘 생각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차를 몰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찰나 한 가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즉시 갓길에 차를 대고 백미러로 상태창을 살폈다.

[지능 20]

예쁘게 올라가 있는 지능 수치가 보였다.

많이 올라서 그냥 기쁘다? 아니다. 지능 20은 내가 오래전부터 체크 해 둔 포인트였다. 이유는 바로 카넬의 마법반지 때문.

카넬의 마법반지는 전부 3대의 마법을 보관하고 있으며, 그 중 마지막 것은 지능이 20을 돌파했을 때만 사용 가능하도록 봉인되어 있었다. 이는 제국의 황녀가 가지고 있던 물건. 당시는 대수롭지 않게 대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쿤도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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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카넬의 마법반지(3)

마법 : 깨어있는 정신

봄의 기운

형상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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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변환?”

몸을 지켜 줄 수단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의 것이 등장했다.

말 그대로의 효과라면 형상을 변화시켜주는 마법. 사람이나 사물. 대상에 관계없이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있는 걸까?

의문을 가진 채 상세 설명을 읽어갔다.

***

형상변환

반지 소유자의 모습을 기억하는 다른 인물로 변환시킬 수 있다. 키, 골격, 목소리, 의복 등. 모든 것이 기억하는 그대로 바뀐다. 단, 변환의 안전성을 위해 신체 능력이 제한된다. 모든 능력치가 10으로 고정되고 큰 충격을 받으면 풀린다.

제한 시간은 24시간.

일주일에 한 번 사용이 가능하다.

***

보는 순간, 융이 사용했던 마법이 떠올랐다.

딱 그것이다. 신체능력을 제한하면서 모습을 바꾸는 마법. 스텟이 10으로 고정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능력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용의선상에서 벗어 날 수 있고, 마음에 안 드는 놈의 얼굴로 변해서 엿 먹이는 것도 가능하다. 아니면, 돈 많은 거부의 모습을 취해 그 돈을 빼돌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어째, 생각나는 것들이 전부 불법적인 일들인 거 같지만 중요한 것은 이 마법이 굉장히 유용 하리라는 점이다.

여차하면……

이단의 목을 끊어내는 것도 가능하니까.

반지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다시 엑셀을 밟았다.

좋은 소식이 벌써 둘.

아무래도 행운 덕을 보는 거 같다.

※작가의 말

메디~~~~~~~~쿤!

변신!

12시에 다시 두편으로 돌아옵니다.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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