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열을 돌파한 쿤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달렸다.
막아서던 기사단원 중 아홉이 쓰러지고 하나만 남았다. 그마저도 방패를 잡고 버틸 뿐 일행을 잡지는 못했다. 게리온이 후방으로 남고, 선두 사이로 라라와 루루가 뛰어 들어갔다.
‘돌파했다. 다음은……’
쿤이 옆을 살폈다.
말을 몰고 메르한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좌우로 금색 창을 든 남자 둘이 보였다. 기사의 옆을 책임 질 정도라면 실력이 녹녹하지 않을 것이다. 접근하게 둔다면, 더 이상 나아가기 어렵다.
“아도란!!”
“πάγος~”
장난 같은 손짓.
하지만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아도란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얼음길이 뻗어나갔다. 혹한지대에 만들어진 길 마냥 날카롭고 뾰족한 얼음 뭉치들이 그 위로 잔뜩 펼쳐져 있었다.
‘좋잖아!?’
평소의 아도란 때문에 마법을 꺼렸지만, 이건 효과가 매우 좋다.
전마라 해도 이 정도의 빙판을 돌파해서 달리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달려오던 메르한의 말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좌우의 남자들은 이미 고꾸라졌다.
“네놈!!”
순간, 메르한이 기함을 토했다.
쾅.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그가 탄 말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얼음이 쪼개지며 파편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놀랍게도 그의 말은 억지로 균형을 잡은 뒤, 바닥을 터뜨리듯 짚으며 달리고 있었다.
“말이 괴물이군! 루루!”
“갑니다!! 불 공!”
말이라면 응당 불을 두려워한다.
루루가 달리는 과정에서 불을 만들어 메르한에게 뿌렸다. 호선을 그리며 날아간 불의 공이 말 발치에 떨어져 얼음 파편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푸른빛과 붉은 빛이 한 곳에 어울려 폭죽마냥 흔들렸다.
“길을……열어라!!!”
화아악!!
메르한이 말의 옆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검을 강하게 질렀다.
순간적으로 바람이 불고 물려들든 파편들이 한 번에 씻겨나갔다. 남은 건 희미한 연기 뿐. 그 사이로 말이 거침없이 돌파해 들어갔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아하하. 멋지다. 멋져.”
아도란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저게 웃을 일인가? 쿤이 어이없음에 혀를 찼다. 얼음길을 밟아서 뛰고, 불꽃을 검으로 가르며 달려온다고? 기사라는 족속은 다 이런 건가 싶었다.
“쿤, 오빠 바람이요!”
“아! 알겠다!”
이때, 라라가 품에서 [썩은 시궁창]을 꺼내서 던졌다.
고약한 냄새가 병 너머로도 전해졌다. 포물선이 그려지고 챙캉! 하는 소리와 함께, 메르한이 달리는 방향 쪽에서 병이 깨어졌다.
쿤이 즉시 프리실라의 장갑을 사용해서 바람을 밀어냈다.
악취가 한 방향으로 퍼졌다.
이히히히힝~!!!
얼음을 뛰어넘고, 불을 가로지르는 전마조차 이 독한 냄새는 이기지 못한 모양이다. 앞발을 치켜들면서 고통스러운 움을 소리를 토해냈다. ‘이놈들!!’ 메르한이 분통한 음성을 토해내더니, 안장을 밟으며 튀어 올랐다. 허공에서 한 바퀴를 돌아 지면에 내려서더니 그대로 일행을 향해서 달렷다.
“게리온 출동!”
“달려라. 달려.”
후미에 있던 게리온이 메르한을 향해 움직였다.
크기는 작지만 빠르고 강하다. 이긴다는 생각은 없지만 시간은 벌어 줄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해!’
어느새 중앙에 밀집한 공왕의 행렬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투의 흐름을 읽고 무기를 든 채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 행렬 가운데에 겹겹이 보호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가 바로 공왕.
이번 전투의 핵심이었다.
“쿤, 오빠 왼쪽에!”
“……벌써!?”
좌측. 즉, 후면으로 돌아갔던 기사단원 중 몇 명이 어느새 일행으로 접근을 하고 있었다. 예상 보다 훨씬 빠른 속도. 아니, 그 전에……
‘명령도 없었는데 개별적으로 움직인다고?’
순간적으로 오싹한 감각이 몸을 저미고 지나갔다.
쿤이 아쿤과 블루 비를 교차해 들면서 외쳤다.
“세이혼!!”
채엥!!!
기사단원 중 하나와 세이혼이 충돌했다.
장검이 허공에서 맞부딪히고, 불꽃을 피워냈다. 세이혼의 몸이 휘청거렸다. 말에 단 채 검격을 날렸던 인물은 그대로 안장을 짚어서 몸을 뒤집더니 허공에서 이차 공격을 날렸다. 마치 서커스를 하듯, 우려한 동작.
검과 검이 연달아 충돌했다.
세이혼의 몸이 연신 뒤로 밀렸다. 기사단장인 메르한도 아니고 일개 기사단원이 세이혼을 밀어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젠장!! 무슨 수를 쓴 거냐!?”
쿤이 외쳤다.
세이혼을 몰아치던 인물이 강격을 날려 거리를 벌리더니, 입을 벌리며 웃었다. 평범해 보이는 외모. 하지만 그 위에서 일그러짐이 읽혔다.
“너희에게만 마법사가 있는 줄 알았더냐?”
“……융!”
“그 날, 마을에서 보는 순간 알았다. 놀랍구나. 그 짧은 시간에 그리도 강해지다니. 하지만 여기까지야. 순순히 목을 내 놓아라.”
“집어치워라, 배신자! 썩은 내 나는 혀를 잘라주마!”
단 한 번의 충돌로 정체가 읽힌 대다가, 얼굴을 바꾸고 기사단에 숨어 들 정도의 실력을 지닌 마법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절반을 떼어, 일행을 방심하게 하고 모습을 숨겨서 유도를 한 것이다. 좋다고 달려 든 것이 실책이라면 실책.
‘정신 차려!’
하지만 지금 후회를 해 봐야 의미 없다.
측면에서 접근한 기사단원은 다섯. 즉, 후드를 쓰고 있던 인물들이 모두 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공왕을 암살하려 한 인물들이니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남은 당연하다.
오른쪽의 메르한이 골렘을 이겨내고 접근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과연 돌파하고 공왕에 접촉 할 수 있을지는 의문.
‘한다.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어.’
쿤이 즉시 허리에서 단검을 뽑아 허공으로 띄웠다.
망령제어를 다시 사용한 것이다. 다섯 개의 단검이 그의 몸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사기가 제거된 순수한 영의 힘. 일단 망령보다 제어가 쉽고, 그 위력이 강했다.
“의미 없다. 어떤 잔재주를 부리든 간에.”
“그건 해 봐야 알겠지. 세이혼.”
“음.”
세이혼이 장검을 고쳐 쥐고는 허리를 폈다.
융을 비롯한 후드 쓴 이들이 살짝 긴장하는 기색을 모습을 보였다. 한 차례의 충돌이었지만, 융의 공격을 막아 낸 실력을 알아챈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려는 것은 공격이 아니다.
— 공왕의 딸인 라라와 루루가 여기에 있다!!!!!
천둥 같은 성량으로 세이혼이 외쳤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평원을 울렸다. 일순간, 소란스러움이 걷혔다. 모든 이들의 신경이 일행에게서 쏠렸다.
완벽한 집중.
“결판을 내자고.”
이제는 유인이고 양동작전이고 뭐고 적이라는 적은 죄다 몰려오게 생겼다.
하지만 이 소리를 공왕이 들었다면 확인을 하기 위해 사람을 보낼 수도 있다. 돌파해서 면담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어느 쪽이든 확률 높은 쪽에 걸어보는 수밖에는 없다.
“……네놈. 그날 태우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어차피 지나간 일.
후회는 짧았다.
쿤의 눈앞으로 불꽃이 튀어 올랐다.
#
시작을 알린 것은 루루였다.
쿤의 신호가 있자마자 냉큼 불꽃을 일으켜 앞으로 뿌렸다. 화려하게 비산하는 붉은 물결이 일대를 잠식했다. ‘흡!’ 하는 짧은 호흡과 함께,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오고 이것에 대응하여 세이혼이 움직였다. 뱀 같은 칼이 허공에서 교차하고 에일 듯 한 충돌음이 들려왔다.
“쿤!”
라라가 미친 꽃망울을 바닥에 뿌렸다.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물약. 쿤이 신성 대지의 축복을 조정해서 다시 바닥에 깔고, 다섯 개의 단검을 현란하게 뿌렸다.
“재미있는 걸 사용하는군.”
다섯 중 하나가 움직였다.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빛났다. 허리에 찬 검 대신 손바닥 만 한 물병을 허공으로 던지며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렸다. 빛이 짧게 교차하고 물병에 든 액체가 허공으로 비산하며 일대로 퍼져갔다.
“알케미스트.”
아도란이 입을 열었다.
그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굳이 이해를 안 해도, 바닥에 떨어진 물약이 라라의 미친 꽃망울을 지워가고 있음은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액체가 액체를 집어삼키는 광경. 바닥을 기어가며 흘러넘친 물들을 모두 쓸어 모은 뒤 다시 병으로 돌아갔다.
‘저 놈부터!’
쿤의 단검이 허공을 비산해서 알케미스트를 노렸다.
일자로 솟구치는 단검은 마치 하나 된 검격과 같았다.
“άμυνα”
하지만 단검이 알케미스트에 접근하는 순간, 후위에 있던 남자가 주문을 외웠다. 반투명한 막이 바닥에서 올라오더니, 단검의 진행을 방해했다. 단단한 막. 금조차 가지 않았다. ‘엿 같은!’ 쿤이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실례군요.”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응답하듯 들려왔다.
혹시나 하던 것이 정말로 드러났다. 융의 무리 중에 마법사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도란과 같이 미친놈이 아닌 제정신 박힌 것으로.
“아. 아. 나, 저거 알아. άμυνα”
그러나 불행 속에도 희망이 있고, 사막에도 꽃이 핀다고 하던가.
아도란이 상대의 마법을 보더니 손뼉을 짝 하고 쳤다. 그리고는 즉시 같은 마법을 발동해 세이혼의 전면을 방어해 주었다. 검이 막에 충돌하며 듣기 싫은 소리를 토해냈다.
“미친 마법사 아도란!!”
“핫. 나 알아? 나는 너 몰라.”
“저 미친놈이 여기는 어떻게!?”
상대마저 감탄시키는 아도란의 명성이라니.
웃긴 일이지만 지금에서는 나쁘지 않다. 적어도 적 마법사가 쓰는 마법은 흉내 낼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알케미스트와 융. 다른 두 조력자면 상대하면 되는 일이다. 당장, 세이혼이 검수 둘을 상대하고 있으니, 쿤의 상대는……
“그날의 일을 바로잡아 주마!”
“큭……!”
폭풍과도 같은 검격에 쿤이 다급히 손을 놀렸다.
감각으로 전해지고 검세가 몸에 닿는 것까지 걸리는 시간은 말 그대로 촌각. 아는 순간 반응하지 않으면 그대로 몸이 갈라질 판이었다. 그나마 루루가 도움을 준다면서 뒤에서 불꽃을 던지지만 일검에 갈라지며 흩어질 뿐이었다. 고속 공방에 끼어들기에는 아직 그녀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 그나마 눈치는 있어서 라라와 같이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밀리면 끝도 없다!’
다섯 단검 중 셋이 융의 허리를 노리고 움직였다.
나머지 둘은 머리. 위아래로 나뉘는 공세에 정면에서는 블루 비와 아쿤을 들었다. 그야말로 공간을 압박하는 공격.
하지만 융이 한 걸음을 내딛으며 검을 긋자, 하늘을 날던 단검 중 둘이 부서지고 쿤의 가슴팍이 길게 찢어지고 말았다. 아쿤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다면 어깨부터 통째로 베어질 뻔 했다.
상처 치유의 축복을 걸면서 염동력으로 융을 밀어냈다.
바람이 바닥을 쓸어 모래 먼지를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가려지는 시야.
‘썩을—!’
기다렸다는 듯 아찔한 위기감이 몸을 두드렸다.
맞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아쿤을 던지듯 휘둘러 검세를 틀어냈다. 발치 아래에 검이 박히고, 그 틈에 튕겨나가는 아쿤을 망령제어로 불러왔다.
‘기회인가……!’ 라면서 블루 비를 찔러 보지만, 박힌 검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인고의 시간]
피할 수 없다.
쿤이 도리어 앞으로 나가며 염동력을 두른 손으로 검을 틀어박았다. 동시에 융의 얼굴을 머리로 받았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위 아래로 피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염동력과 프리실라의 장갑이 없었다면 손이 통째로 잘릴 뻔 했다.
“루루!!!”
“아아아아!!”
첫 타격이다.
놓칠 수 없다.
쿤의 외침에 루루가 몸통 만 한 불덩이를 하늘에서 낙하시켰다.
코피를 흘린 융이 주춤주춤 물러나다, 검을 고쳐 잡았다. 그대로 베어내려는 심산으로 보였다. 하지만 쿤은 그렇게 둘 생각이 없었다.
[불타는 손]
하루에 한 번 사용 할 수 있는 마법 장갑의 능력이다.
새빨간 화염이 손에 모여들었다. 물론, 블루 비와 아쿤은 망령제어로 허공에 띄워 둔 상황. 불꽃 자체도 대단한 위력이 있지만, 지금은 그보다 부가 효과가 필요하다.
바로, 마법 발동 시 시전자를 불꽃에서 보호해 주는 능력.
화르르륵—!!!
땅에 떨어진 불꽃이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대기가 일렁이고 열기가 주변을 잠식했다. 검을 뽑던 융은 달려드는 쿤의 기세에 몸을 뒤로 물리며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불꽃을 무시하는 쿤의 돌진력으로 그보다 한 수 위였다. 단번에 거리를 좁히고 망령제어로 펼쳐 둔 단검들을 쏟아냈다.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
팽이처럼 도는 융이 검들을 튕겨냈다. 그 중 이름 없는 철제 단검은 모두 부서져 파편이 되었다. 불꽃의 빛을 반사해 반짝이는 잔영을 허공에 뿌렸다.
‘기회!’
블루 비와 아쿤이 다시 손에 잡혔다.
융이 회전을 멈추고, 다시 정면에 서는 순간. 양 손에 잡힌 단검이 가슴을 노리고 뱀처럼 휘어져 들어갔다.
감각으로 전해지는 정보에 의하면 촌각의 차이로 성공한다.
가슴팍에 틀어박히는 단검.
기대감은 흘러가는 시간조차 느리게 하며 심장을 뛰게 했다.
키릭—!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단검 사이로 끼어들었다. 검인가? 눈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감각으로도, 위기감으로도 무엇을 잡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하나의 흐름.
카앙!!!!
단검 두개가 동시에 허공으로 튕겨나가고 턱에 검극이 닿았다.
그 끝에 달린 것은 융의 손.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검을 든 채 서 있었다. 빙빙 돈 단검 두 자루가 바닥에 틀어박혔다.
서늘한 정적 사이로 융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놀랍군. 변형 때문에 능력을 모두 쓰지 못한다 해도 너 하나는 어렵지 않다 생각했는데.”
변형. 융은 아도란이 일전에 보여 준 마법처럼 얼굴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기사단원으로 스며들기 위해서 체형을 비롯한 다른 부분까지 모두 바꾼 것이었다. 지금까지 검을 대고 싸운 것은 기사단원의 힘과 민첩성을 기반으로 한 실력.
본래의 모습을 회복한 그의 일격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어.’
그야말로 까마득할 정도의 실력 차이.
세이혼과의 수련으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던 쿤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버렸다. 물론, 지금 와서 그 안타까움에 후회하는 건 늦은 감이 있다. 목 끝에 닿은 검극이 당장이라도 그를 베어버릴 듯 했으니까.
“남길 말은?”
“……뭐?”
“이 정도까지 애를 먹였다면 한 마디 쯤은 기억을 해 주지.”
꾸욱. 쿤이 주먹을 세게 쥐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밀려왔다. 상황은 둘째 치고, 단번에 목을 내어주게 된 지금의 무력함이 속이 뒤집힐 정도로 싫었다. 예전이었다면 눈물을 보이든, 손발을 빌어서든 살아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이혼과의 수련 때문일까. 호승심이라는 것이 생겼다. 눈앞에 있는 빌어먹을 놈에게 이기고 싶다는 마음.
“오늘은 이렇게 진다만, 다음에는 다를 거다.”
“……유언의 의미를 모르는 건가?”
“알아, 병신아.”
다만, 지금은 아니다.
쿤의 몸이 앞으로 움직였다. 염동력으로 검을 밀어내고, 망령제어가 이를 도왔다. 마디도 안 되는 움직임. 하지만 목이 완전히 잘리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융이 즉시 검을 횡으로 그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검극을 찍어 누르는 사람이 있었다.
“늦었군.”
“그러게.”
적의 피로 몸을 적시고 돌아온 세이혼이었다.
※작가의 말
업뎃 다 끝났네요?
어플에서 제대로 안 보인다는 말이 있어서...일단은 한 편 올려 둡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거 같으면 더 올릴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