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107화 (107/240)

성물을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스무 날이 더 흐른 시점이었다.

두 번째 수확을 하고, 절반가량을 그리자에 쏟아 붓고 난 뒤에야 재료를 완성 할 수 있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그리자.

쿤은 부가 재료로 단텔라온을 사용했다. 아케인 스톤을 넣고 아도란이 마법을 새기게 하면 어떨까 했지만 골렘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이라 양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바로 이 물건.

***

아쿤(8등급 성물)

등급 : 8등급

능력 : 신성력으로 가득 찬 그리자에 단텔라온이 섞였다. 높은 항마력을 지니며 두 단계 이상 높은 반대 속성 힘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부러지지 않는다. 모든 축복의 효과를 증가시킨다.

이단에 대한 보호(중급), 축복(하급), 신성보호(하급)

***

백색 날을 가진 아쿤이었다.

본래는 신상이나 상징물을 만들려고 했는데, 세이혼의 조언에 따라 단검으로 정했다. 싸움이 끝나지 않은 상황. 선두에 서는 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게 낫다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니 옳다.

그래서 가득 찬 그리자를 전부 동원해서 아쿤을 만들었다.

단어의 의미는 강인한, 단단함 등을 나타낸다. 신앙을 지닌 쿤의 마음가짐과, 그 형태를 그리기에는 적당한 단어라 생각했다.

“이왕 만든 김에 바로 실험을 해 보는 게 어떤가?”

“이번이 마지막인가?”

“크기로 보건데, 아마.”

세이혼의 말에 쿤이 시선을 밭 근처로 돌렸다.

은색 체인이 의미 없을 정도로 작아진 그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 동안 줄기차게 정화를 해서 이제는 손바닥보다 작아져 있었다. 아마 이번에 정화를 하면 완전히 사라질 터. 마지막 상대를 성물로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거 같았다.

“아도란. 골렘. 골렘.”

“아, 드디어 움직일 수 있는 거냐?”

“긍정. 골렘. 튼튼.”

그때, 아도란이 쪼르륵 오더니 검은 보자기로 감싼 덩어리를 내밀었다.

골렘 제작술을 건넨 이후부터 줄기차게 만들던 골렘이었다. 크기는 어린아이 수준. 아케인 스톤의 양이 적고, 부가 재료로 사용 할 만 한 것들이 넉넉지 않아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흙을 사용해서 빚어내는 골렘도 있었지만 아도란은 거부했다. 이왕 만들 거면 튼튼하고 오래가는 것이 좋다나.

“가동 시간은? 마력은 얼마나 충전 됐는데?”

“가득. 하루는 멀쩡.”

“하루나? 괜찮네.”

골렘을 운영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마력 소모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었다.

높은 수준의 마법사가 아케인 스톤을 가득 채워서 준비를 해도, 몇 시간 움직이기 힘든 게 사실. 마법진으로 마력을 전송해서, 교대로 이를 지탱하는 것이 과거에는 유행을 했었다. 그런 만큼 하루를 멀쩡히 움직일 수 있다는 아도란의 골렘은 효율이 좋은 것이었다. 물론, 크기가 작아 에너지 소모가 적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럼 제대로 해 보자고. 라라! 루루!”

쿤이 오두막을 향해서 외쳤다.

이미 준비를 하고 있던 건지, 얼마 안 지나서 둘이 나왔다.

둘의 모습도 처음 이곳에 도착할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루루는 머리카락의 상당 부분이 붉은 빛으로 바뀌었다. 아도란의 설명에 의하면 정령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가발 없이 돌아 다녀도 될 정도로 과거와 느낌이 달랐다. 라라와 같이 세워 두면 특히 차이점이 심했다.

라라도 꽤 변해 있었다.

매일같이 약초 뜯고 비약 제조에 매진해서일까. 조금은 억척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여행 초기 아무것도 모른 채, 루루와 같이 당황만 하던 소녀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한 집의 안주인? 표현은 묘하지만, 그런 느낌이 있었다.

“아, 드디어 완성했네요.”

“와. 우리 밭 아작 내던 주범!”

“성물이라고. 좀 존경심을 보여라.”

앞으로 세이혼과 골렘. 살짝 측면으로 쿤. 그리고 후방에는 라라와 루루, 아도란. 익숙하게 진형을 짠 채 대기했다. 이미 반복적으로 전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어색함은 없다. 농담을 던지면서도 손과 발은 움직이고 있었다.

이래서 반복 수련이 중요한 것이다.

세이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았다.

“자자. 쓸데없는 말은 거기까지.”

쿤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리고는 체인에 묶인 그리자를 손으로 쥐었다. 타들어 가는 느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익숙한 모습이라 동요하는 사람은 없었다.

크르르르……

“아, 오늘은 곰이네요.”

“늑대보다는 편하겠네. 늑대는 너무 빨라서 맞추기가 힘들어.”

“루루야, 앞에서 상대하는 두 분 생각도 해야지.”

“히. 이번에는 골렘도 있잖아. 아도란이 튼튼하다고 자랑했는데?”

“골렘. 튼튼.”

익숙하니 이런 잡담까지 나오는 것이다.

쿤이 한 소리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사실 그 자신도 그리자에 의해서 탄생한 곰 정도로는 긴장감이 안 생겼다.

‘생각해보니, 이제는 추격대가 와도 정면에서 박살 낼 수 있겠군.’

집약 된 힘으로 치자면 어지간한 부대 이상이다.

추격대가 힘으로 잡으려 한다면 기사단을 이끌고 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골렘. 출동.”

날듯이 뛰는 저 골렘만 봐도 말이다.

쿤이 고개를 흔들며 그 뒤를 쫓았다.

마지막 싸움은 싱겁게 끝날 거 같았다.

#

[하푼식 감각 수렵법(1단계)의 등급이 개방되었습니다.]

[하급 단검술의 등급이 개방되었습니다.]

전투가 끝날 무렵, 두 가지 알람이 동시에 들려왔다.

단검술이야 워낙 오랫동안 안 늘어난 거라 이해 할 수 있었지만, 감각 수련법은 꽤나 성장이 빨랐다.

‘아, 그것도 아닌가? 밥 먹듯이 쓰고 있으니 성장이 빠를 수밖에.’

남겨 두었던 점수는 2300점.

성물제작에 점수가 소모 안 된 덕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두 가지 특기 모두 전투에서는 필수적으로 쓰이는 것. 아낄 이유가 없었다. 그대로 익혔다.

단검술은 중급으로 올라 조금 더 익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감각 수련법은 2단계로 오르며 설명에 내용이 추가되었다. 감각으로 상대를 유린시켜, 끌어들이는 방법. 즉, 세이혼이 설명하였던 다음 단계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성공했던 기술이 뒤늦게 추가되는 건가?

조금 이상함에 세이혼과의 대련으로 살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특기는 말 그래도, 특기. 전보다 감각이 예민해지고, 사용이 손쉬웠다. 콩을 주워 탑을 쌓던 것이, 네모난 돌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정도의 차이. 확실히 1단계와 2단계는 능력의 차이가 있었다.

‘아쉬운 건 등급이네. 다섯 번째 등급에 오른 지도 꽤 되었는데, 다음 단계가 안 보여. 이단을 그렇게 잡았는데도 말이야.’

점수를 누적하고, 특기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계의 증가가 무엇보다 많은 것을 개방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두막에 도착해 한 달 반 가량이 지났음에도 별 다른 성장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곧 기념일이니……’

그 동안의 여유는 끝나고 만다.

운이 좋은 건지, 지금까지는 별 다른 추적 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영원하다고 장담 할 수는 없다. 공화국 내부의 기운이 어수선함은 마을에 들려 이야기를 엿듣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틱틱. 거리며 다가오는 초침.

종이 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쿤, 오빠!! 쿤, 오빠!!”

그때, 오두막 쪽에서 루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쿤이 상념을 잘라내고 몸을 일으켰다.

“아……”

먼발치로 뿌옇게 올라오는 먼지 구름이 보였다.

기마의 이동에서나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분지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 창립 기념일까지는 아직 열흘 가까이 남은 상황. 벌써부터 도착 할 이유는 없다. 아이린의 서신 역시 도착하지 않았고.

‘기념일에 앞서서 현장을 살피는 무리이거나……’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는 무리.

어느 쪽이든, 조용하던 시간은 끝이 났다고 볼 수 있다.

‘길게 쉬었지.’

한숨은 입 안으로 삼켜두었다.

앞으로 내 쉴 일이 많을 거 같으니까.

쿤이 걸음을 바삐 돌렸다.

#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온 무리는 분지 중앙에 있는 유적지로 향했다.

쿤은 세이혼에게 일행을 맡기고 정탐을 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들이 행사 전, 마을을 살피러 온 거라 해도 만약을 위해 정보를 취득해 두는 것은 필수였다.

‘은색 독수리. 공화국 정규군이군. 역시 행사 전에 상황을 보러 온 건가?’

은색 독수리는 공화국을 상징한다.

은갑으로 치장된 말 위에서 기수가 깃대를 높이 들고, 무장한 병력들이 뒤로 사열되어 있었다. 숫자는 대략 100명 전후. 아무리 낮춰 봐도 용병이나 바운티 헌터 등으로 흉내 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무리의 선두에는 완전 무장한 기사가 한 명 타고 있었다.

일반 말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전마 위에서 허리를 핀 채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풍겨 나오는 기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나무 위에서 엿보고 있는 쿤에게도 전해 질 정도로 패도적인 느낌이었다.

“안내해라.”

무리는 마을을 담당하는 노인과 만나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더니 안으로 이동했다.

마을의 규모는 기껏 해 봐야 스무 호 정도 머무를 수 있는 수준. 애초에 대규모 무리가 주둔하기에 적합한 형태가 아니었다.

뒤따라온 병사들이 마을 주변으로 산개하더니, 뚝딱뚝딱 야영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기둥을 박고, 끈을 설치하고 천과 가죽으로 틈을 메우니 금세 사람 서넛 정도 들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음. 특별히 이상한 건 보이지 않는데……’

쿤이 나무에서 내려와 마을 인근으로 접근했다.

2단계에 오른 감각법이 무리의 사각지대를 안내하고, 하급 은신이 기척을 줄여 주었다. 일하는 사람들 옆을 지나 외곽으로 마을을 돌 수 있었다.

‘저건 누구지?’

기사로 생각되는 남자 옆으로 후드를 눌러 쓴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다섯. 얼굴을 드러낸 다른 인물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병사로도 안 보이고, 대장격인 기사 옆에서 알짱거리는 것이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그때,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드를 쓴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무리는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로 이동을 했다. 식전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쿤은 고개를 흔들었다. 무언가 느낌이 온다. 이것이 단순한 직감일는지, 위기 감지에 따른 반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 갈 수 없음은 분명했다.

퐁. 허리춤에 달고 있던 물약을 한 병 땄다.

[고양이의 발걸음]. 말 그대로 은밀하게 움직여 소리를 줄여주는 물약이다. 하급 은신과 맞물려서 쿤의 동작을 바람과 같이 만들어 주었다.

당당하게 마을로 걸어 들어갔다.

일 하던 병사들의 시선이 잠시 닿았다. 하지만 누구도 깊이 관심을 주지는 않았다. 마을 사람이라 생각한 것이다. 복장도, 태도도 흠 잡을 곳이 없었으니까.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계속 걸었다.

발걸음과 기척이 없다는 것은 인상이 희미하다는 것과도 같다.

보면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 해야 할까. 세이혼의 말을 빌리자면 이것이 감각수련법의 세 번째 단계. 아직 물약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효과는 분명 대단했다.

쿤이 별 다른 문제없이 건물 옆으로 도착 할 수 있었다. 후드를 단단히 고정하고 벽의 틈을 짚고는 위로 타 올라갔다. 고양이와 같은 움직임. 벽 사이로 쳐져서 햇빛을 막아주는 차단막 아래로 몸을 숨겼다.

“……정말 당신을 믿어도 되겠나?”

“이제 와서 구차하게 무를 건 아니겠지?”

“흥.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길이 공화국을 위한 것이기를 바랄 뿐.”

기사와 후드를 쓴 인물이 대화를 나누었다.

희미했지만, ‘하급 청력’ 덕에 엿들을 수 있었다. ‘저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 본 거 같은데?’ 묘한 익숙함에 쿤이 고개를 기울였다.

“준비는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괜한 혼란으로 그쪽 병력이 나를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러워지는 거니까.”

“부대의 통제력을 의심하는 건가?”

“공왕파 최측근. 철의 기사 메르한. 그 이름대로라면, 부하들의 생각은 능히 짐작이 가능하니까.”

“걱정 할 것 없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누구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철의 기사 메르한.

쿤이 속으로 탄성을 흘렸다.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다. 장미 가시의 기사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공화국 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공왕을 배신하는 건가?’

분위기로 보면 그러하다.

준비. 혼란. 그리고 부대 통제. 후드를 쓴 이들이 무언가 일을 벌이고, 그 사이 메르한은 부대를 통제하여 병력의 움직임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이제 곧 이 마을에서 벌어질 일이 기념일 행사임을 고려하면 타깃은 너무나 분명하다.

‘공왕을 노리고 있구나……’

공화국 안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싶더니,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온 모양이다.

쿤이 마른 침을 삼켰다. 이게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공왕이 죽고, 의회파가 권력을 잡아 버리면 일행의 상태가 붕 떠 버리게 된다. 제국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공왕이 유일한 안전막이다. 그 안전막이 벗겨지면, 앞으로의 상황은 가시밭길과 같다.

“하지만 공왕의 옆에는 쉔 노사가 있네. 그의 비호를 뚫고 성공 할 수 있겠나?”

“쉔. 바다를 건너서도 명성이 자자하더군. 그와는 한 번 싸워보고 싶었다.”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그는 혼자서도 능히 기사단과 겨룰 수 있는 인물. 네가 실패하면 우리도 타격이 크다. 확실하게 해야 해.”

“걱정마라. 대비는 하고 왔으니까.”

스륵. 답을 하던 남자가 후드를 벗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얼굴이 드러났다.

“……!!!”

쿤의 눈이 순간적으로 팽창했다.

후드 아래에 숨어 있던 얼굴. 그건 바로 융이었다. 방울 군도에서 따돌린 이후 행적이 묘연하던 그가 바로 이곳.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 누구냐!?”

“아차……!”

당황으로 평정이 흔들렸다.

기척이 드러나고, 융이 이를 감지했다. 후드를 다시 뒤집어쓰더니, 근처에 있던 철제 장식품을 손으로 집어서 던졌다.

챙—!!

쿤이 황급히 블루 비로 튕겨내며 몸을 뒤집었다.

건물 벽 너머. 자연스러운 법칙에 의해서 몸이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층과 층이 눈앞으로 스쳐가고, 바닥에 도착하기 전에 재빨리 벽을 발로 걷어찼다.

고양이 같이 몸을 뒤집어 바닥에 안착했다.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침입자다!!”

하지만 융의 목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소리를 듣고 병력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면 잡힌다. 쿤이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결단을 내렸다.

[망령제어]‧[염동력]

주변 잡기들이 허공으로 떠올라 빙빙 돌았다.

접근하던 병사들이 깜짝 놀라 물러났다.

[가속 물약]‧[썩은 시궁창]

몸의 반응이 극적으로 늘어나고 썩은 냄새가 분노를 불러왔다.

몸이 붉은 기운을 띄고 주변의 경물이 빠르게 밀려났다. 분노의 질주. 허둥대는 병사들의 사이로 질주해서 그대로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쐬에에에엑!!!

그 순간, 어마어마한 파공성과 함께 에일 듯 한 섬뜩함이 몸을 때리고 지나갔다.

이것은 과거, 여객선에서 탈출 할 때도 느껴 본 적이 있는 것이다. 융의 공격. 당시에는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던 일격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쿤이 날렵하게 몸을 돌리며 아쿤과 블루 비를 엇갈려 날라 오는 장검을 빗겨냈다. 막대한 힘이 팔부터 어깨까지가 덜덜 떨렸지만 자세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튕겨 오른 장검은 하늘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망령제어]

검을 잡고 그대로 융에게 다시 던졌다.

설마 막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프리실라의 장갑을 사용하여 불타는 손을 사용했다. 바닥을 찍어 흙을 탄화시키며 모래바람을 불러왔다. 시계가 약해지고 병사들이 허둥거렸다.

“허둥대지 마라!! 적을 잡아라!”

“어디냐!? 적은 어디야!?”

지휘관 급 인사가 다급히 명령을 내렸지만, 모래바람이 가라앉았을 무렵 그 앞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뿌득. 융의 이 갈리는 소리만이 크게 흘러나왔을 뿐이다.

※작가의 말

의회파와 반 제국 세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네요.

루루와 라라가 오랫동안 잡히지 않으면서 애가 탄 거죠.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요?

* 그나저나 쿤 좀 컸음. 이제 칼침 안 당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