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기념일이 다가오면 공왕의 행선지가 미리 공개된다.
수도 인근지역부터 외곽지역까지 한 바퀴를 쭉 도는 순회 일정. 하지만 그 중 몇 곳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약속 같은 게 있다. 선대 공왕들의 무덤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었던 장소.
그리고 쿤 일행이 자리를 잡은 [하롤 분지]가 그렇다.
공화국 이전. 아주 먼 옛날, 나라의 틀을 처음으로 잡은 곳이 바로 이 하롤 분지다. 국가제도도 바뀌고, 수도로 지정되지도 못한 곳이지만 그 상징성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그렇기에 창립 기념일이나 그 전의 행사들에서도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한 번 씩 꼭 분지를 찾곤 했다.
다만, 이 분지는 역사적 상징성을 제외하고는 별 다른 이점이 없는 지역이다.
사람이라고 해 봐야 분지 지역에 모여서 농사를 짓는 농부가 대부분. 그조차도 수확량이 좋지 않아 남쪽으로 대부분이 떠나가고 소수의 인물만이 남아서 지역을 지키고 있다. 광활한 분지에 몇 안 되는 사람들.
기념일 시작 전까지 일행이 몸을 숨기고 있기에는 괜찮은 곳이었다.
떠난 농부들이 남긴 집도 있고, 워낙 분지의 면적이 넓어서 서로간의 왕래도 거의 없다. 분지 중앙의 유적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난민 수준. 아무리 의회의 눈이 철저하다고 해도, 이곳까지 경계하고 있을 확률은 매우 낮았다.
“그런고로 우리는 여기서 한 동안 지내야 한다.”
“……황량하네요.”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버려진 집이라도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그것마저 처음부터 지을 거였으면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도 없었을 테니까.”
분지 구석에 작게 모인 숲 앞쪽으로 버려진 오두막이 하나 있었다.
근처로는 경작하다 버린 땅도 보였다. 사냥과 농사로 버텨보다가 포기 한 거 같았다. 일행의 입장에서야 그나마 바람 막아 줄 장소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세이혼 삼촌. 그럼 기념일까지만 여기서 있으면 돼요?”
“너희 둘의 얼굴은 이미 공화국 내부로 알려져 있어. 공왕의 앞으로 나설 수만 있다면 의회가 무슨 수를 쓰든 보호받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아이린이 공왕 측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는 중이다. 소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험 정도는 들어 둘 수 있겠지.”
“긴 기다림이 되겠네요. 근데, 삼촌.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던데, 그 전까지 후드를 벗고 있으면 안 돼요?
“챙겨 둔 가발과 화장품이 있다. 다만, 너희는 피부가 너무 좋아. 나가기 전에는 반드시 흙을 묻혀라. 안 그러면 후드를 쓰던가.”
“으으……너무 예쁜 게 죄네요!”
“그 편이 편하다면 그렇게 생각하든가.”
가볍게 답하는 쿤에게 루루가 눈을 흘겼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음은 안다. 이제 2달. 아니, 한 달 하고 스무 날 정도가 남아 있다. 그 시간만 버텨서, 공왕과 조우 할 수 있다면 기나긴 고생의 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작은 불편함을 참지 못해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럼 일단 청소부터 하자고.”
“라라, 루루. 둘은 안쪽부터 쓸고 나와. 나와 세이혼이 잡동사니들부터 들어 낼 테니까.”
“쿤, 오빠 불꽃으로 먼지를 태우면 안 될까요?”
“볼기맞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쓸어라.”
되도 않는 소리에 일침을 가하자 루루가 시무룩해져서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 근질근질할 것이다. 오는 내내 세이혼과 수련해서 나름대로 불꽃을 다룰 수 있게 됐으니까. 신나서 불 지르고 싶지 않겠는가? 쿤 자신도 정식으로 용병이 되어 검을 샀을 때는 뭐든지 베고 싶어서 혼쭐이 났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나중에 큰일을 벌이는 법이다.
힘은 없는 듯 하다가, 필요 할 때 단 한 번 사용하는 것이 최고다. 자랑을 하며 힘을 과시하는 것은 하수의 행동. 힘들겠지만, 그렇게 익혀두는 것이 좋다.
“콜록~!! 콜록!! 먼지!! 아악, 먼지!!”
“루루야, 흔들지 마! 콜록!!!”
뭐,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지만.
고개 흔드는 세이혼과 함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안에 꽉 차 있던 잡동사니를 걷어내고 먼지를 털어냈다. 오랫동안 그냥 방치해서 구석구석 잡초들이 올라온 구역이 꽤 많았다. 검으로 일일이 잘라내고, 썩은 흙을 걷어냈다. 창문을 싹 열고 환기를 한 동안 시키고 나자 그럭저럭 쿰쿰하게 올라오던 냄새를 뺄 수가 있었다.
물론, 그것으로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적어도 한 달 넘게 지낼 집인데 그럭저럭 꾸미기는 해야지 않겠는가. 세이혼이 주변 숲으로 들어가 나무를 꺾어오고, 쿤이 능숙하게 잘라 가구 비슷하게 만들었다. 요새를 떠날 때 받아왔던 가죽과 짚 등으로 밑단에 장식을 한 다음에 어설프게 만든 가구를 깔았다.
오두막에 도착하고 반나절이 지났을 무렵.
떨어지는 석양에 비친 오두막의 모습은 제법 그럴 듯 한 형태를 이루어 갔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지낼 만은 하군. 요새에서 머물던 방보다야 못하지만, 적당히 참아라.”
“음음. 훌륭하네요. 아직 냄새가 조금 그렇지만.”
“루루야, 양초. 양초. 가지고 온 거 있지?”
“맞다~!”
선물이라고 아이린에게 받은 물건이 있다.
루루가 냉큼 꺼내 와서 불을 붙였다. 슬쩍 쿤의 눈치를 보면서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그래놓고 쿤이 가만히 있으니, 어깨를 으쓱거리며 라라에게 자랑하기 바쁘다.
‘조금 더 조여야겠네.’
하푼식 감각수련법을 익힌 쿤이 모를 리 있겠는가.
세이혼을 보며 한숨을 내쉬자, 그가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 저 나이의 소녀. 그것도 활발하기 그지없는 성격을 생각하면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은 아니다. 사고치지 않도록 잘 교육시키는 것도 어른의 의무. 그 정도로 생각했다.
“자, 그럼 일단 저녁부터 먹고 이야기를 하자고.”
오두막 앞쪽으로 장작을 쌓아 올린 뒤 나무로 대를 받쳐, 바베큐를 했다. 인근 숲에서 사슴 하나가 뛰어 놀던 걸 잡아왔다. 크기가 꽤 커서 통째로는 못 하고, 반으로 숭덩 잘라서 소금과 향신료 조금을 추가 한 뒤 그대로 구었다.
오두막 안쪽에 화덕이 있기는 하지만 배기구멍이 막히고, 안이 더러워서 당장은 쓸 수 없다. 그건 천천히 처리하고 지금은 이렇게 먹는 게 최선. 솔솔 피어나는 고소한 냄새에 라라와 루루가 코를 킁킁 거리며 다가왔다.
“고기, 고기!”
“같이 먹을 만 한 야채들이 조금 있어요. 가지고 올까요?”
“루루야. 너도 언니 좀 보고 배우는 게 어떻겠냐?”
“으. 그 풀이 그 풀 같은데.”
고기 앞에서 농성하는 걸 쫓아내니, 라라와 같이 들풀을 꺾어 물로 씻어냈다. 오두막이 있는 위치에서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면 개울이 하나 지나가고 있다. 분지 아래쪽으로 모여서 큰 줄기로 이어지는 갈래 중 하나. 그럭저럭 씻고, 음식 할 정도의 물은 구할 수 있어 보이는 규모였다.
그렇게 조금 지나자 고기가 익어가기 시작했다.
쿤이 단검으로 살점을 베어내 그릇에 옮겨 담았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라즐락 잎을 찢어서 뿌리고, 라라와 루루가 손질해 온 야채들을 옆으로 담았다. 스튜라도 하나 더 끓이면 좋겠지만, 쿤도 그것마저는 힘들어서 하지 못했다.
“잘~! 먹겠습니다!!”
“쿤 오빠, 수고했어요. 잘 먹을게요.”
“냄새가 좋군. 고맙네.”
감사의 인사가 셋. 아도란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번만이 아니다. 오는 내내 그가 무언가를 먹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마법사는 원래부터 식사를 안 하는 걸까. 신기한 노릇이지만 마법사에게 놀라는 것이 의미 없음을 깨달은 뒤부터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자 먹으면서 들어. 기념일까지 우리가 여기서 뭐 하면서 지내야 할지를 알려 줄 테니까.”
“그냥 숨어 있는 거 아니었어요?”
“시간은 금과 같다고들 말을 하지. 단지 숨어 있기만 하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지 주변에 살고 있는 이들의 눈도 있으니 적어도 구색은 맞춰야겠지.”
“구색이라면, 농사나 사냥을 하라는 건가요?”
“라라가 제대로 짚었네. 일단 농사를 지으면서 구색을 갖출 거야. 물론, 그것만 할 건 아니지. 루루는 불꽃의 힘을 다루도록 연습을 해야 할 테고, 라라는 나랑 같이 비약제조를 연구 할 거야. 세이혼을 통한 기본 수련도 빼 먹을 수는 없겠지.”
“너, 너무 많아요!”
“2달도 안 돼. 그때가 최고의 기회야. 최대한 준비를 갖춰 둬야지. 만약, 그 날의 일이 실패하면 당장의 추적을 떼어 놓는다 해도 상황이 더 어려워 질수밖에 없어. 약한 소리 하지 마.”
루루가 입술을 비죽이며 입을 닫았다.
강하게 나서는 거 같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2개월의 기다림. 그 전에 무슨 일이 일어 날 수도 있고……’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공화국 내전일 수도 있지만, 황녀를 잃은 제국의 황제가 검을 뽑아 들 수도 있다는 말로도 해석이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공화국 전역이 전화에 휩싸이게 된다. 수만이 죽어나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린이 나서겠지만……’
전쟁을 우려 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일러 둔 것이 있다.
수색의 장기화로 공화국 내부에 이상 징후가 보이면 아예 대놓고 전국으로 황녀를 보살피고 있었다는 내용을 보내라는 것. 그리고 그 위치는 오직 공왕에게만 전하겠다는 일종의 협박 편지였다. 물론, 편지의 발송과 동시에 적을 끌어들여 불화를 당할 가능성이 있기야 하지만 정말로 상황이 안 좋으면 그것도 하나의 도박수가 될 수 있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란도 머물고 있는데, 요새가 전화에 휩쓸리는 건 막고 싶다.
“그보다 농사에 대해서 뭐라도 알고 있는 사람?”
세이혼이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 나머지는 침묵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 쿤이 상자를 소환해서 ‘헤그시아의 씨앗’을 꺼냈다. 돋보기와 마찬가지로 신이 내려주신 물건이다. 이 씨앗이 괜히 있겠는가. 다 의미가 있는 물건인 것이다.
“씨앗이네요?”
“물만 부으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키울 수 있는 작물이다. 나는 이걸 오두막 주변에다가 키울 생각이야.”
“잘 자랄까요?”
“자라야지. 그래서 몇 가지 생각 해 둔 게 있다. 일단 루루.”
“네?”
루루가 놀란 토끼 눈을 한 채 답을 했다.
“불꽃을 만들어 봐라.”
“여기 서요? 괜찮아요?”
“하라고 자리 만들어 줄 때 해.”
짧게 답을 하자, 루루가 ‘하면 못 할 줄 알고요?’ 란 얼굴을 한 채 불꽃을 만들었다. 주먹보다 조금 더 큰 크기. 일렁이는 모양새가 얼핏 아름답기까지. 쿤이 이를 잠시 지켜보다 세이혼에게 물었다.
“어때?”
“음. 확실히 차이가 있군. 정령이라는 존재의 힘 덕분인지 매우 활력에 차 있는 거 같다.”
“활력? 다른 불하고 다르다는 말이에요?”
“저 답답한 아도란을 붙잡고 한참이나 물어서 알아낸 내용이다. 불의 정령은 정화와 재생. 부활 등을 의미하는 존재이지. 그리고 그 힘을 다루는 루루의 불꽃 역시 그러한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런데요?”
“보다시피 분지는 거칠 풀로 덮여있고, 토지가 좋지 못하다. 농사를 짓기에는 안 좋은 환경이지. 이를 네 불로 태우고, 흙을 골라서 씨앗을 심을 생각이다.”
“화전! 화전을 하겠다는 말이군요!?”
라라가 이를 눈치 챘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화전. 농지를 태우고 흙을 골라서 농사를 짓는 방법. 다만, 쿤이 하려는 방법은 일반적인 화전과는 또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축성지를 펼칠 거다.”
“축복? 그거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건가요?”
“아니지. 하지만 이번에는 사용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요새에서 씨앗이 발아되는 속도를 봤지? 그 절반이라도 나온다면 수확을 얻기까지 보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수확물을 공물로 바친다면 사용한 점수는 모두 돌려받을 수 있겠지.”
“점수요?”
“그 부분도 할 말이 있다.”
세이혼의 사정을 듣고, 2달의 예우를 남긴 시점.
쿤도 일행에게 온전히 정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단순하게 기회가 없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말이 나온 시점이라면 남겨 둔 이야기를 하기에도 편하겠지……
신과 연결되는 쿤 자신의 독특한 능력을 설명했다.
“감각법을 그리 빨리 익힌 것이 신의 도움이었다는 건가?”
“본의 아니게 속이게 됐군.”
“음. 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신과 연결 된 이야기라면 자네도 말하기 힘들었을 테니.”
“그럼 우리가 바친 공물도 전부 점수로 들어갔던 거예요?”
“받은 만큼 돌려준다. 그게 신께서 보여주는 길이니까.”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일행 모두 쿤의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 들였다.
그가 사용하는 능력들. 대가 없이 나온다고 보는 게 우습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이 신과의 일대일 관계였음을 고려하면 쉬이 털어놓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럼 화전을 해서 작물을 얻으면 그걸 공물로 바친다는 거죠?”
“축성지와 화전. 그리고 도움이 될 만 한 물약으로. 두 달의 시간이라면 몇 번 정도는 작물을 바칠 수 있을 거다. 농사꾼으로 위장하면서 공물도 바칠 수 있으니 돌 하나로 새 둘을 잡는 격이지.”
“와아. 그건 또 언제 다 생각하셨대요?”
“살 길은 알아서 궁리해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라라. 넌 식사가 끝나고 찾아와라. 할 일을 따로 알려 줄 테니까.”
“따로요……?”
왜 얼굴을 붉히는 거냐.
“치사해요! 저는요?”
“넌, 세이혼과 함께 몸 쓰는 법을 배워야지. 그 상태로 도움이 되겠어?”
“윽. 꼭 아픈 곳만 찌르더라. 쿤, 나빠요.”
“약 오르면 열심히 배워서 한 방 먹여보든가.”
“그럴 겁니다! 꼭!”
이 정도 전의면 도움이 되겠지.
쿤이 고기가 타기 전에 뒤집었다.
#
“쿤 오빠. 저 왔는데……”
식사가 끝나고, 둘씩 붙어서 가볍게 정비를 끝냈을 무렵.
루루와 세이혼이 훈련으로 나가고 난 오두막 안으로 라라가 들어왔다. 쭈뼛거리는 모양새가 툭 치면 넘어 갈 듯 위태로웠다.
“잘 왔다. 편하게 앉아.”
“네에……”
다소곳하게 앉은 그녀를 보며 쿤이 손등을 두드렸다.
그녀를 따로 부른 것은 최근에 얻은 한 가지 능력 때문이다. 요새에서 얻은 경험치로 다섯 번째 등급에 도달했을 때 획득한 축복.
[능력의 축복]이다.
능력의 축복은 한 사람에게 하나. 스킬을 전수 할 수 있는 축복이다. 물론, 대상은 최소 신관으로 지정되어 있고, 전수 할 수 있는 능력도 제한적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네 가지 스킬 중에서는 오직 [물약 제조]하나만이 가능하다.
앞선 두개는 승급에 따라 붙어온 고유의 능력이고, 상자소환이야 벨의 말마따나 쿤 개인에만 국한 된 것이니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 동안 고민했었다.
배울 수 있는 스킬 중에 다른 것이 있을까 하고. 하지만 딱히 지금 가진 점수로 배울 만 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라라에게 전수 할 만 한 것은 더더욱 없었다. 어차피 약초에 대한 지식이 깊고, 관심이 지대한 것이 그녀이니 물약 제조를 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다졌다.
“몸에서 힘 빼고.”
[능력의 축복을 사용했습니다. 전수 할 스킬을 선택해 주세요.]
나머지는 회색으로. 오직 물약 제조만 하얗게 빛나고 있다.
쿤이 망설임 없이 물약 제조를 선택했다. 빛이 그 위에서 영글영글 모이더니 라라의 손등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부들부들.
라라가 흰 빛에 휩싸여서는 한 동안 몸을 떨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 잘못 된 것은 아닐까 해서 쿤이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대로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빛이 가라앉고, 라라의 떨림도 진정되었다.
“흐아……이상한 느낌.”
“괜찮은 거냐?”
“아, 아. 네. 머리가 조금 울리지만 괜찮아요. 이것도 신이 내려주신 능력인가요?”
“비슷하지. 내가 익힌 능력 중 하나를 네게 전수하는 거다. 어떤 건지 감이 와?”
“아……음. 조금 묘하긴 한데, 알 것 같아요. 일전에 주신 능력하고 느낌이 비슷해요. 한 번도 써 본 일이 없는 능력인데 이미 여러 번 써 본 거 같은 느낌이랄까? 굉장히 묘하네요.”
신에 의해서 자리 잡은 능력이니 어쩔 수 없다.
쿤이 고개를 끄덕이며 연금술사의 그릇을 사용하는 방법 등을 추가로 이야기해 주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축복은 신성점수가 안 들어가는군.’
그렇다면 루루나 세이혼도? 아니, 이 기회에 아도란에게도?
‘그건 좀 아니겠지.’
한 사람에 하나 뿐인 능력이다.
굳이 전부가 다 물약을 제조해야 할 필요성은 없으니 아까운 일이 된다. 게다가 루루나 아도란에게 물약제조를?
아무리 약이 급해도 그건 아니다.
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약은 약사에게.
물약은 라라에게.
어쩐지 익숙해 보이는 설명이라고 쿤은 생각했다.
※작가의 말
화전민으로 전직했습니다.
물론, 농사만 지을 생각은 없습니다.
슬슬 전력 강화도 해야하고...정착하며 정비를 할 생각입니다.
네크로맨시는 다음 편에 나오겠네요.
과연 시체가 벌떡~! 이 나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