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95화 (95/240)

“흐윽. 흐윽. 아빠, 빨리 돌아와야 해요!?”

“우리 딸. 그 동안 이모 말 잘 듣고. 건강하게 있어야 한다?”

“응! 란이는 말 잘 듣고 착하게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빠도 다치지 말고, 빨리 돌아와요. 알았죠?”

“그래……”

이별의 장면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쿤이 코를 찡긋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이린과 이야기 한 대로의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요새를 떠나야 할 시간. 어쩔 수 없음을 알지만 눈물을 쏟는 란의 모습이 가슴을 울린다.

이미 라라와 루루는 통곡을 하고 있다.

누가 보면 자기들이 딸 떼어놓고 가는 줄 알거 같다. 상관없다는 듯 바닥의 개미와 노는 아도란 보다야 낫지만, 눈물은 좀 줄였으면 좋겠다.

“흐윽! 어떻게 해, 우리 란 불쌍해서!”

“오빠, 오빠! 우리 어떻게든 빨리 돌아와서 다시 만나게 해 줘요!”

그래야 소매가 남아 날 거 같으니까.

양쪽에 착 붙어서 울어재끼는 자매 덕에 쿤의 소매가 너덜너덜해졌다.

“오라버니를 잘 부탁해요. 그리고 이것……”

란을 다독이고 있던 아이린이 쿤에게 다가왔다.

손에는 가죽으로 질끈 싼 보따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쿤이 냉큼 받아 들어보니 꽤 묵직했다. 가는 길이라고 패물이라도 실었나 싶어 보니, 그녀가 답을 했다.

“베사미어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그 안에 있던 물건들이죠. 대부분은 불길한 것들이라 태워 버렸지만, 남은 게 조금 있었습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드리는 게 맞을 거 같아서 가져왔어요.”

“네크로맨서의 연구물이라는 건가요?”

“내용을 살피지 않았습니다. 처분을 맡길게요.”

불길한 존재의 물건이기는 하지만, 베사미어의 말에 따르면 역사만 해도 어마어마한 집단의 유산이다. 적어도 가치가 낮은 것은 없을 터. 쓰지 못한다 해도 공물로 바칠 수는 있을 거 같다. 쿤이 고개를 끄덕인 뒤, 짐을 받아 등짐 옆으로 달아 두었다.

“쿤. 이제 되었네.”

그리고 그때, 세이혼이 란과 떨어져 옆으로 다가왔다.

붉어진 눈은 가릴 수가 없었다. 친자식과 떨어져 움직여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까. 위로나 격려의 말조차 아낀 채 쿤이 고개만 끄덕였다.

“곧 다시 보게 되기를.”

이별은 짧게.

만남을 기약하며.

쿤 일행은 레스터 요새를 떠났다.

#

“쿤 오빠. 아까 받았던 짐에는 뭐가 들어 있어요?”

요새를 나서서, 두 시간 가량을 이동했을 무렵.

이별의 슬픔을 떨쳐냈는지 루루가 쿤에게 물었다. 세이혼도 고개를 돌리며 관심을 보였다. 네크로맨서의 연구실에서 나온 물건이라면 범상치 않은 것들 일 터.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쿤 일행은 공납품을 바치는 행렬의 가장 후미.

짐짝처럼 달려있는 마차에 몸을 싣고 있기 때문에 딱히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쿤이 짐을 풀어 가운데로 내려놓고는 안의 것을 꺼내 들었다.

“책 한 권과 보석인가? 무슨 물건들인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 이 때문이었나?”

“쿤 오빠? 뭔가 있어요?”

라라의 질문에 쿤은 답 대신 손등을 올려 보였다.

익숙하게 상태창을 열고 ‘상자 소환’을 눌렀다. 쿵 소리와 함께 상자가 앞으로 나타나고, 뚜껑을 열어서 그 안에 실린 물건 중 하나를 꺼냈다.

***

진실의 돋보기

대상을 돋보기로 보면 진실 된 능력을 확인 할 수 있다. 사람에게 비추면 3번에 한해서 진실과 거짓을 분간 할 수 있다. 특별한 힘으로 보호받는 대상은 꿰뚫어 볼 수 없다.

***

출발 전 여정의 안전을 위해 공물을 바치고 나서, 상자에 들어온 물건이다.

‘진실의 돋보기’. 일행 중 누군가 거짓을 말 하고 있기에 이런 물건을 내린 걸까 고민을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베사미어의 물건들을 확인하라고 이런 물건을 내려 주신 것이다.

“이걸 이렇게 비추면 된다 이거지.”

***

네크로맨시 총론

잉크하톤 학파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책. 네크로맨시의 시작과 의의. 다양한 실험 내용이 적혀 있다. 정독하는 것으로 스킬 등록이 가능하다.

***

쿠알라푸름의 붉은 눈

용암 깊숙한 곳에서 탄생하는 특별한 결정. 불의 정수가 담겨있기 때문에 대단히 높은 가치를 지닌다. 다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수의 힘을 끌어 낼 수 없다.

***

단텔라온

공화국 서부에서 흑철로 불리는 물건. 수정과 철의 중간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항마력이 높기 때문에 대 마법사용 갑주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산출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매우 고가로 거래가 된다. 같은 크기의 금보다 몇 배는 비싸다.

***

나머지는 루비와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같은 것들이었다.

아도란도 그렇더니, 이런 계통의 인물들은 보석을 모아두는 것이 취미인 거 같았다. 어쨌든 돈이 많아서 나쁠 것은 아니니 좋은 일. 단순한 보석을 한 곳으로 모아서 정리 한 뒤 남은 물건을 살폈다.

‘네크로맨시를 스킬로 익힐 수 있다라.’

뒤의 두 보석은 유례가 있는 물건이라는 느낌 정도였지만, 앞의 책은 달랐다. 정독하는 것으로 네크로맨시를 익힐 수 있다고 적혀있다. 시체를 살리고 조정하는 학문.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리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네크로맨시 자체는 신의 힘과 충돌하지 않았어.’

이단의 것이 아닌 순수한 네크로맨시는 신성한 대지의 축복을 무시했다. 그 말인즉슨 정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체를 살려내는 능력이? 얼핏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눈으로 본 것이 그러하니 부정 할 수는 없었다.

“와아. 이 보석은 진짜 예뻐요.”

“아, 음. 쿠알라푸름의 붉은 눈이라 불리는군. 용암에서 자라는 보석이라고 하네.”

“쿠알라푸름의 붉은 눈. 이 안에 일렁이는 게 그럼 용암이에요?”

“그렇지 않을까?”

루루의 말에 쿤이 네크로맨시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두었다.

어차피 익히려면 정독을 해야 하니,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쿠알라푸름. 잊힌 정령의 보고.”

“……응? 아도란, 뭐라고 했어요?”

그때, 구석에 앉아있던 아도란이 보석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불의 정수. 사멸한 정령. 파편.”

“보석에 담긴 불의 정수가 정령의 파편이라는 건가?”

“오래된 정령. 영면. 불의 정령. 용암에서 잠.”

“아하! 오래된 정령은 용암에서 잠든다는 거죠!?”

라라가 해석의 즐거움에 목소리를 높였다.

아도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석을 잡아 입김을 불었다. 붉은 색 가루 같은 것이 보석에 닿아 번지더니 천천히 허공에 맺혔다.

마치 초저녁 노을을 잡아서 끌어놓은 모습.

느닷없는 비경에 재잘거리던 루루조차 입을 닫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와아. 아름다워요.”

“잔재.”

“잔재라면……시체 같은 건가요? 정령이 죽어서 잠든 거예요?”

“정령은 돌아. 영면. 다시 탄생.”

죽고 태어나는 것을 반복한다는 의미.

루루가 입을 닫고 붉은 빛을 멍하니 바라봤다. 죽고 사라진 존재의 흔적. 아름다움을 넘어선 어떤 아련함이 깃들어 있었다.

웅……

그렇게 허공을 떠돌던 붉은 가루가 천천히 희미해져 갈 때.

낮은 울림과 함께 열기 같은 것이 마차 안을 매워가기 시작했다.

“어?”

열기의 진원지는 루루였다.

그녀의 팔위로 떨어진 붉은 가루가 반점처럼 번지며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뜨거운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 피부로 전해 질 정도의 열기였다.

“이, 이거 왜 이래요?”

“호. 호오. 호오.”

루루가 울상을 지으며 묻자, 아도란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반점 앞에 얼굴을 불쑥 내밀며 살폈다. 검은 어둠 사이로 불빛 같은 것이 반짝인 것 같았다.

“아도란, 헛짓하지 말고. 무슨 일이냐?”

“정령. 반응. 신비. 정령사의 혈통. 이미 단절.”

“정령사? 정말인가? 그 존재는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걸로 알았는데?”

“정령사. 진실. 위대한 존재.”

그 사이 열기는 더욱 증폭되어 있었다.

이제는 땀이 흐를 정도로 마차 내부가 뜨거웠다. 쿤도, 라라도. 심지어 세이혼 조차 얼굴이 붉었다. 하지만 유독 루루만은 멀쩡했다. 팔위로 붉은 반점이 번지고 있음에도 당황한 기색만 역력 할 뿐 열기에 영향 받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도란, 방법을 말해라.”

“재생? 아. 재생의 시작.”

“아도란!!”

쿤이 역정을 내며 소리치자, 아도란이 손가락을 튕겼다.

흰색 선이 둥글게 뭉치며 루루의 몸 주변을 돌았다. 이는 새어나오는 열기를 집어 삼키고 이내, 반점 위로 내려와 작은 막을 이루었다. 그제야 후끈하던 마차 안의 기온이 정상적으로 내려갔다.

“와아……아도란 이게 뭐에요?”

루루가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재생. 씨앗.”

“저한테 오겠다고 하는 거 같은데. 받아도 돼요?”

“정령사. 씨앗을 품고. 근원과 대화.”

이해 할 수 없는 말의 연속.

하지만 루루는 그것으로 무언가를 납득 한 거 같다. 손을 허공의 한 부분으로 뻗더니,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황한 라라가 다급히 다가갔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막히고 말았다.

“아……!”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루루의 떨림이 멈췄다. 눈을 깜빡깜빡. 달라진 것은 없었다. 라라가 다시 달려가 그녀를 살폈다. 이번에는 그녀를 막아서는 막이 존재하지 않았다.

“루루야,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아, 응. 없어. 괜찮아. 그냥 조금 어지러울 뿐이야.”

“아도란,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정령사. 그녀 통과. 불의 씨앗 안착.”

“정령사가 된 거라고? 루루가? 그게 정말인가?”

쿤이 뒷말을 잡아서 묻자 아도란이 끄덕였다.

미친 마법사에 네크로맨서까지 봤으니 정령사가 나온다고 뭐가 이상하겠는가. 다만, 그 대상이 루루라는 것이 의아했다. 철없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소녀. 정령사라는 것과 접점이 될 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불은. 좋아해. 순수한 존재.”

“아니, 순수하다고 다 정령사가 될 거였다면 시골 처자들은 전부다 불을 쏘고 있게?”

“물론, 혈통. 나도 의문.”

“라라. 가계 중에 정령사가 있다는 얘기 들어 본 적 있어?”

“아뇨, 전혀. 애초에 저희는 혈통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요.”

“하기야……”

황제의 손녀임을 숨긴 채 보호를 받았으니, 알 턱이 없다.

쿤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정령사의 혈통. 제국 황가의 핏줄이라는 것은 워낙 신비스러운 구석이 있으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하나.

‘정령사라는 게 안전한 걸까?’

미친 마법사와 네크로맨서인 베사미어를 보듯이, 신비에 몸 담은 자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지금은 거의 동화속의 이야기로 치부되는 정령사라면? 그 힘을 루루가 제대로 다룰 수 있을 지 걱정이 된다.

“쿤, 오빠 이거 봐요.”

화르륵.

루루가 손가락 위로 작은 불꽃 하나를 만들었다.

미약하지만 너무 분명한 힘.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더욱 근심이 깊어진다. 가뜩이나 철없는 소녀한테 너무 휘두르기 쉬운 힘을 쥐어 준 게 아닐까 하는 걱정.

“와아!! 하나도 안 뜨거워요!!”

아무래도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 할 거 같다.

#

정령사가 된 루루는 두 가지의 능력을 다룰 수 있게 됐다.

하나는 불꽃의 제어. 최대한 키워 봐야 손바닥 만 한 크기지만 그녀는 불꽃을 자유롭게 제어 할 수 있었다. 아도란의 말을 따르자면 불의 정령이 남긴 씨앗. 그것이 그녀의 몸 안에 안착하여 힘의 일부를 발현한다는 것이다. 씨앗이 성장함에 따라서 다루는 불꽃의 크기 역시 늘어 날 거라 설명하였다.

두 번째 능력은 육체의 활기.

씨앗이 몸 안에 자리 잡힌 것 때문인지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모두 상승했다. 체력도 전보다 늘고, 힘과 민첩성도 노련한 용병 수준에 다다랐다. 제대로 무기만 다룰 수 있다면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덕분에 그녀는 쿤과 함께 세이혼의 수련을 받게 됐다.

“흐아으아. 너무 힘들어요.”

“일어나라. 끝났다고 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으으. 조금만 살살 하면 안 될까요?”

“그 조금이 생사를 가른다. 우연히 얻은 힘이라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나? 정말로 도움이 되고 싶다면 힘을 주고 일어나라.”

“끄으응. 힘낸다고요, 힘!”

행렬이 멈추고 야영지를 꾸릴 때나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 한 시간 가량 연습하는 수준이지만, 루루는 열심히 임했다. 투덜거리면서도 세이혼의 거친 수련을 따라간 것이다. 쿤 조차 지쳐서 헐떡거릴 때가 있을 정도니 그녀가 굉장히 노력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루루야, 이거 마시고 해.”

“응! 고마워.”

물론, 라라가 만들어 주는 체력 회복 물약의 도움이 있기야 하지만.

벌컥벌컥 마신 물약을 다 모아 두면 아마 드럼통 하나는 충분히 나올지도 모르겠다.

“루루야, 힘들지 않아? 굳이 네가 그렇게 싸울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헤헤. 괜찮아. 다들 뭔가 하나씩 하는데, 나도 힘이 돼야지. 더 이상 신세만 지고 있는 건 싫어.”

“그래도……”

“에이, 걱정도. 그리고 이 정령의 힘이라는 거……굉장해. 매일같이 단련을 할수록 안에서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만약 그 씨앗에서 싹이 나고 열매를 맺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라도 포기 할 수 없어.”

루루는 의외로 건실하게 답을 했다.

철없다 여기던 쿤 조차 슬쩍 눈빛을 달리했을 정도. 씨앗의 힘일까, 아니면 세이혼의 수련 덕분일까. 어느 쪽이든 함께 힘을 모아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일행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잠시 얘기 할 수 있겠나?”

그때, 쿤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반백의 신사. 아이린에게 부탁을 받아 일행을 책임지고 있는 사내다. 지금껏 무리의 다른 사람들과 쿤 일행이 충돌하지 않도록 중재를 해 왔다. 수완이 좋고 머리가 명석해서, 쿤 일행도 별 탈 없이 대열에서 지낼 수 있었다.

“하루를 더 가면 관문이 나오네. 그 이후로 갈라설 거라 선민관께서는 말하시던데.”

“맞습니다. 그곳까지만 안내를 해 주시면 됩니다.”

“음. 그런가.”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겁니까?”

태도가 조금 미심쩍자 쿤이 다시 물었다.

남자가 턱밑에 희끗하게 난 수염을 쓰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안내만 하고 갈라서면 그만인 일이지만, 그대들이 선민관을 도와서 요새의 일을 처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네. 그냥 보내는 건 경우가 아닐까 싶어 말을 해 둬야겠네.”

“경청하겠습니다.”

“상인들 사이에 도는 이야기인데, 공화국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곧 전쟁이 날 거 같다는 이야기가 있네.”

“전쟁? 정말입니까?”

“글쎄. 확신은 할 수 없지. 하지만 분위기라는 것은 무시 할 수 없는 부분이야. 만약 자네들이 공화국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타국으로 잠시 몸 피하는 것을 권유하겠네.”

전쟁. 상인의 말은 무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각지를 떠돌아다니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듣는다. 전쟁의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것은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날 조짐.

‘어쩌면 라라와 루루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계획이 틀어졌다.

계속 라라와 루루를 찾기 위해서만 전력을 동원할까? 아니면 홧김에 일을 저지를까? 반대 세력은? 과연 가만히 있을 건가? 무엇하나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 분위기가 전쟁으로 읽힌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결국 결정은 자네들이 하는 거겠지. 그럼 곧 출발 할 테니 준비하게나.”

“알겠습니다.”

남자가 말을 마무리 짓고 멀어져 갔다.

어쨌든 신경 써 준 것이니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지금 공화국을 떠날 수는 없어. 게다가 당분간은 숨죽이고 있어야 할 때. 정국의 변화를 살피면서 있는 것이 적당 할 거 같군.’

창립 기념일까지 남은 기간은 약 2달.

그 동안은 쥐 죽은 듯 몸을 숙일 생각이다.

변화의 바람 속에서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

※작가의 말

[루루]가 정령사로 전직했습니다.

네크로맨시. 익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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