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93화 (93/240)

“딸이라. 잘 되었으면 좋겠군.”

쿤에게서 깨어나고 든 가장 첫 번째 생각이다.

내게 미소가 있듯이 세이혼에게는 란이 있다.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항상 같다. 잘 해결되어 가족이 합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신이니 뭐다 하는 이야기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 주변의 일이다. 세계평화 다 지키고 가족이 산산조각난 비운의 영웅은 싫어한다. 이기적이라 할 수 있지만, 주변의 것들을 잘 지키는 소박한 영웅이 더 좋으니까.

뭐, 그와는 다르지만 나도 내 주변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아도란을 통해서 보석을 들여오고 있지만, 그래도 직업에 맞게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스케줄에 적힌 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끼익.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건물 위로 올라갔다.

번듯한 건물 안으로 이미 꽤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관계자 통로로 들어갔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과하는 모습이 살짝 멋있는 거 같다.

“준경 씨.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그만.”

소향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 다가왔다.

오늘 이 장소는 일전에 진행하던 게이트 프로그램의 제작 발표회가 열리는 곳이다. 이미 입소문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상황에서 제대로 홍보를 할 모양이다. 주연인 서율이는 이미 한참이나 먼저 갔고, 나는 발표가 끝나고 진행할 인터뷰 때문에 참석하게 됐다.

사실 프로그램의 특성 상 이렇게 발표회까지 열 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청률은 나는 새도 쏘아서 떨어뜨린다 하던가. 사전에 공개한 영상의 반응이 워낙 좋다보니 이렇게 대규모로 행사를 열게 된 것이다.

참여 인사만 해도 상당하다.

각종 매체에서 몰려든 이들만 수십이고, 잡다한 언론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가 몇 배는 된다. 초대받아서 자리를 선점한 스타들도 왕왕 눈에 띠었다. 일만 아니라면 사인을 받고 싶은 사람도 꽤 있다.

“이쪽으로 와요. 메이크업부터 받아요.”

“저도요? 인터뷰만 짧게 딸 건데 꼭 그래야 하나요?”“예정이 바뀌었어요. 취재진 쪽에서 준경 씨를 너무 많이 찾아요. 2부에서라도 같이 올려야 할 거 같아요.”

“억.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사전에 들은 것도 아닌데.”

“준경 씨가 좀 봐 줘요. 마냥 무시 할 수가 없어서 그래요.”

“끄응.”

사전에 없던 이야기라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소향이 워낙 간곡하게 부탁하니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올라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질문에 답 하고, 플래시에 얼굴 던지는 게 전부. 노동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내 인기라는 거.

금방 사그라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여전한가 보다. 기껏해야 나이보다 좀 젊어 보이는 사람일 뿐인데, 무슨 관심이 그렇게 많은지. 대중이라는 존재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자, 이쪽으로.”

또 다시 얼굴에 무언가를 치덕치덕 발라야 하는 건가.

메이크업이라는 거. 받던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 매우 불편하다. 가면을 하나 뒤집어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간지러워도 함부로 긁지 못하고,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어머, 준경씨 왔네.”

“후후. 오늘도 실력발휘 좀 해 볼까?”

하지만 즐거워하며 웃는 이분들을 보면, 그럴 확률은 없어 보인다.

다가오는 그림자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자, 그럼 다음 분으로는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 준경 씨를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2부가 시작되고 게스트를 부르는 형태로 내가 등장했다.

소극장 형태의 무대 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걷는데, 영 불편했다. 조명도 뜨겁고 주변의 시선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태연스럽게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참 존경스럽다.

“오……정말로 젊어 보이는군요!? 대단한 동안이십니다.”

“하하. 다 화장 빨입니다. 조명아래에 있으니까 저도 제 얼굴을 못 알아보겠군요.”

“오오. 말주변도 좋네요. 이거, 남자인 저도 반하겠습니다?”

“사양하고 싶네요.”

시답지 않은 말을 주고받으며 서율이 옆에 앉았다.

행사의 목적은 곧 방송할 프로그램을 알리고자 하는 것. 하지만 지금 대화의 포커스는 출연진들 하나하나에 맞춰져 있었다.

잘 생기고 집안까지 빵빵한 차 남혁.

예쁜 얼굴에 몸매까지 좋은 김 서율.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은 얼굴로 새롭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나, 서 준경 까지.

직접 설명하는 게 조금 우습지만, 발표회 진행 순서와 상관없이 날아오는 질문들은 셋의 개인적인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차피 PD역시 이 점을 노린 거겠지. 아주 난감한 질문이 아니라면 커트 없이 전부 내보냈다.

지겹군.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건지……

남들이라면 방송에 흥분해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불편함과 부담은 있을지언정 두근거림은 없다. 마법과 괴물. 환상의 조우와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는 쿤의 삶을 경험하는 내게 이런 건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라고 하던데. 준경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음? 방금 뭐라고 하셨죠?”

“하하. 역시 방송에 익숙하지 않군요. 긴장하셨나 봅니다.”

방청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지겨워서 한 눈 판 거다, 긴장한 게 아니라.

어쨌든 다시 눈짓을 하며 진행자에게 물었다.

“질문이 뭐였죠?”

“게이트에 근접해서 일을 하는데, 무섭지는 않은가 하고 물었습니다. 사실, 일전의 영상 공개건 이후로 세간에서는 게이트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거든요. 과연 이를 민간에 맡겨서 진행해도 되는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고요.”

“흠. 확실히 일리 있는 질문이군요.”

슬쩍 눈치로 소향과 PD쪽을 바라봤다.

생각해야 할 질문은 사전 협의를 하여 준비하는 게 보통이다. 즉석에서 말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건가?

PD가 손가락을 빙빙 돌리고 있다.

계속 진행하라는 의미. 옆에 선 소향은 난감한 얼굴로 PD에게 무언가를 계속 말 하고 있는 중이다. 둘의 의견이 안 맞고 있는 모양이다.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영상에서 나온 존재. 적대적일 수도, 우호적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밝혀 진 것은 아무것도 없죠. 그곳이 상대의 땅이라 할 때 불쑥 침범한 자들에게 거칠게 나왔다고 이를 적대적이라 단정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 알아내고 대처하면 되는 거죠. 그 일은 개척자 분들께서 하실 테니, 저는 옆에서 숟가락 하나 얹어야겠습니다.”

앞쪽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뭐, 이 정도면 대답은 충분했겠지. 다음으로 넘어가라는 의미로 눈짓을 했다. 하지만 진행자는 그 대신에 다른 질문을 내게 던졌다.

“그렇다면 게이트를 관리하는 형태가 지금 이대로 유지되어도 괜찮다는 의미인가요?”

이 인간이 왜 이러는 거지?

아무리 나를 궁금해 한 사람이 많다고 해도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게다가 나는 보조 팀의 일원. 이 문제들은 내게 물어 볼 만 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슬쩍 눈을 돌려 PD쪽을 보니, 붉어진 얼굴의 소향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녀는 막으려 하는 것 같으나, 그쪽에서 억지로 진행을 하는 거 같다.

저 새끼가 미친 걸까?

어쨌든 자리를 박차고 나갈 건 아니니 대답은 하기로 마음먹었다.

“게이트 관리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없군요. 저는 어디까지나 조연에 불과하니까요. 조연이 세트장에 너무 관여하면 감독님이 싫어합니다.”

다시 한 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하지만 조연도 의견은 있지 않습니까? 이왕 말을 꺼낸 김에 답을 듣고 싶은데요.”

하지만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PD와 마찬가지로 이놈도 좀 이상하다. 나한테 이런 걸 물으라고 누군가 돈이라도 먹인 건가? 예를 들어……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 제가 대신 해도 될까요?”

차남혁 같은.

“아, 그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기회라도 잡았다는 듯 사회자가 차남혁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이를 받아서는 답을 하기 시작했다. 일전에 소향에게 말 했던 것과 흡사한 내용. 다만 조금은 유하게 각색을 해 두었다.

현재의 상태는 효율적이지 않다.

중간과정이 너무 많고, 관련 부서가 흩어져 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기 어렵다. 차라리 이를 공매하여, 기업이 임대를 하여 다스리는 것이 좋은 방식이다. 국가와 기업의 거래를 통한 것은 지금과 같지만, 거쳐 가는 단계는 훨씬 줄어드니 효율성은 증가한다.

임대이후, 독점으로 기업이 다루게 된다는 이야기는 빼 놓았다.

일부는 이를 파악하겠지만 대다수는 세금 대신 기업이 나서서 처리해 준다는 말에 호응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청중의 상당수가 그의 말에 환호하고 있다.

마치 깨어있는 사회 지도층과 같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참된 재벌 2세의 표본과 같은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던 나와는 대조적으로.

아, 그래 이 새끼가 이젠 별 수를 다 쓰는구나.

“하지만 조금 걱정스럽군요. 시장경제에 맡겨서 게이트와 개척자의 관리를 진행하면 결국 독과점이 등장 할 거 같아서요.”

얄밉게 서 있는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아서 질문을 던졌다.

차남혁이 고개를 돌려서 나를 봤다.

가소롭다는 듯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가 있다. 참 재수가 없구나. 단검이라도 하나 있으면 냉큼 저 입을 찢어버리고 싶다.

“독과점을 염려한다는 것은 게이트의 문제를 단순한 수익시장 문제로 치부한다는 것 아닌가요?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효율을 높이자는 이야기에서 말이죠.”

“기업이 나서는 일에 수익을 배제 할 수는 없죠. 설마하니 자선단체라고 말 하는 건 아니겠죠? 아무리 좋은 말을 앞에 둔다 해도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입니다.”

“꼭 기업인처럼 얘기하는군요. 뭐, 인정합니다. 당연히 이득을 추구해야죠. 하지만 이런 사회적 문제에서 나서는 것을 두고 돈독 오른 장사치처럼 매도하는 것은 불편하군요.”

“매도가 아니라 의문의 제기입니다. 찔리는 거라도 있나요?”

어디서 물을 타 새끼가.

볼 살이 꿈틀꿈틀. 그래, 어디 얼마나 말을 잘 하나 두고 보자.

“……독과점은 시장의 흐름이 처리 할 문제입니다. 아무리 특정 기업의 힘이 강하다 해도 그런 게 가능하겠습니까?”

“흐름에 맡긴다. 굉장히 무책임하군요. 골목상권의 일을 단지 소비자의 선택에만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책임 없는 일인지 모르는 건가요?”

“여기서 골목상권이 왜 나옵니까?”

“같은 맥락이니까요. 거대 기업이 큰 규모의 이득을 행사하는 것처럼, 소상인들도 자신들만의 이득을 추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게이트의 공매로 특정 기업이 이를 독점하여 다루게 된다면 이에 쓸려가기 싫은 작은 집단은 말 할 창구를 잃게 됩니다. 자식이 개척자가 되어 부모가 이를 지키고자 하는데, 큰 집단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나가라. 이분법적 상황만 존재한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큰 기업에 들어가라.

쉽게 말 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단편적 이득에 손을 들어주게 되면, 다시금 그들이 다른 요구를 했을 때 말 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경쟁이 사라진 사회의 폐단은 말로 하기 힘들다. 단순히 합리적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처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크흐흠. 이거 의외의 곳에서 논쟁이 붙었군요. 두 분은 잠시 진정하시고,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분위기가 뜨거워지자 사회자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아래쪽을 보니 PD도 손 흔들고 난리가 났다. 그러니까 누가 이딴 짓 하래? 지금 이 대화가 어떤 식으로 기사가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여파는 니들이 알아서 처리해라. 난 모르는 일이니까.

뜨끔. 뜨끔.

얼굴 뚫리겠다. 그만 째려봐라, 차남혁.

이런 장소에서 수작질하고 시비 건 건 너 아닌가? 설마 내가 머리통 빈 머저리처럼 가만히 발판이 돼 주리라 생각 한 거냐? 그런 거면 사람 잘못 봤다.

이래봬도 다른 세계에서는 신이라 불리는 몸이다.

#

“아! 미안해요. 고생했죠?”

촬영이 끝나고 대기실로 가자, 소향이 찾아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라가 달라고 부탁한 것이 그녀였으니까 미안한 모양이다. 사실 조금 짜증나기는 하지만 그녀도 PD가 이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나도 당면하기 전까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으니까.

“괜찮아요. 그 쥐새끼 같은 차남혁이 장난질을 친 거 뿐이니까요”

“남혁 씨가? 삼촌, 진짜에요?”

“보면 알 수 있지. 예정에 없던 질문으로 날 흔들고, 명석한 대답으로 이미지를 사려 한 모양이다. 그런 분위기라면 은근슬쩍 문제가 될 만 한 발언도 넘어 갈 수 있으니까. 게이트 관련 방침이 바뀌기 전에 미리 선점을 하려는 거겠지.”

“아……!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한 거군요?”

“흥. 제작 발표회에서 나올 질문이냐, 그게? 티 나는 수작이지. 뭐, 힘껏 난장질 쳐 두었으니 속셈대로 쓰지는 못할 거다. 편집을 한다고 해도 취재진의 눈을 전부 가리지는 못하겠지.”

문제는 그놈의 잘난 L그룹. 대놓고 언론에 손쓰면 내 발언이 이상하게 왜곡되어 나갈 위험성이 있다. 예정에도 없는 일까지 했는데, 그런 손해까지 볼 수는 없지.

둘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는 전화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준경 씨? 무슨 일이에요?]

죠엘에게 연락을 했다.

아직 서로를 다 믿고 협력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부분에서는 협조를 구할 만하다. 나보다 사회적인 힘이 많은 건 그녀니까. 사정을 설명하고 언론 쪽에 힘 써 주기를 요구했다.

[괜찮네요. 어차피 라이오스는 견제를 해야 했으니,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요. 그럼 연락을 돌려 볼 테니, 전화기 꺼지지 않게 잘 관리해 주세요.]

그녀는 반짝이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적절한 기회라 여기는 거 같다. 장외 경기라 해야 할까. 무엇을 말 하든 포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법이다. L그룹과 그녀의 힘이 여기에서 판가름 나겠지.

“재미있네요. 남혁이가 그렇게 열 받아 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음?”

통화를 마치고 다시 대기실로 들어가려는 찰나.

코너 부근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키가 굉장히 크고 눈매가 날카로웠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중 몇이 그를 발견하고는 수군거렸다.

“이진혁이잖아?”

“배우 이진혁? 와아! 키 진짜 크다.”

“실물이 훨씬 잘 생겼네. 근데, 여기는 무슨 일이래?”

배우, 이진혁.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나야 2년 반이 삭제당한 이후로는 딱히 영화 같은 걸 안 봐서 잘 모르겠다. 그냥 크고 잘 생긴 총각 하나 정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차남혁을 언급한 부분이다.

“용무라도 있는 건가요?”

“인사나 할까 해서 왔어요. 남혁이가 웬 아저씨와 다툰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리려고 왔는데……결과는 예상외네요. 말도 잘 하고, 마스크도 좋아요. 남혁이만 아니면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요?”

“서로가 예의만 다한다면 그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하하. 젠틀맨 컨셉인가요? 그것도 나름 마음에 드네요. 아차차. 이름. 이진혁이라고 합니다. 배우로 일하고 있죠.”

하얗게 웃어 보인 그가 손을 내밀었다.

차남혁을 언급해서 또 다른 짜증 시리즈 중 하나인가 싶었는데, 말 하는 투는 나쁘지 않다. 웃는 것도 시원하고.

악수 정도야. 망설이지 않고 손을 잡았다.

윙……!

하지만 그 순간.

아찔할 정도의 혐오감이 몸을 때리고 지나갔다.

이건……익숙하다.

이단을 감지했을 때 느껴지는 감각.

어디서? 이진혁이라는 인물 자체가 이단이라서?

“왜 그러세요? 몸이 안 좋아요?”

“……괜찮아요. 방송이 체질이 아닌지 가끔 이러네요.”

어색하게 웃으며 답을 했다.

그리고 그의 손을 확인했다. 나와 악수를 한 그의 오른 손. 은색 테에 검은 돌이 박힌 반지가 예쁘게 반짝이고 있다.

검은 돌과 이단의 힘.

현실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작가의 말

어제는 그만 잠들어 버렸다는...쿨럭;

어쨌든 그런고로 2편을 바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말빨 서준경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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