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61화 (61/240)

쿤은 재빠르게 상대의 주변을 살폈다.

혼자서 떨어져 나온 건지 뒤따르는 병사는 없었다. 무리의 리더라면 사람을 인솔하여 움직이는 게 정석. 홀로 나온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 이유야 어떻든 이것이 기회 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유인책이라니.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였나?”

“혼자 돌격하는 모습을 보니, 그리 잘난 것 같지도 않은데? 일전에 머리통 깨진 게 아직 덜 아물었나?”

“입만 살았군. 잘 저며서 개 먹이로 주마.”

부정이 없다.

정말로 혼자 이곳까지 추격해 들어왔다는 이야기.

‘추가 병력이 오기 전에 쓰러뜨린다.’

일전의 싸움으로 상대의 역량은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다.

힘과 속도. 기본적인 능력은 쿤 자신보다 강할 테지만, 그에게는 상대에게는 없는 것이 존재한다.

‘인고의 시간. 분노.’

전과 같은 패턴으로 능력을 증가시켰다.

억지로 쥐어짜는 분노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쫓기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쌓인 분노가 상당했다. 생각과 동시에 불같이 치솟아 몸을 달궜다.

“건방진 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

“그 날 목을 따고 왔었어야 했는데 말이야. 개처럼 긴 주제에 아직 입은 살아있군.”

“버러지 같은 놈이……!”

쉬이익……!!

말에 탄 경비대장이 놀라운 속도로 화살을 튕겼다.

일반 장궁보다 크기가 약간 작고, 곡률이 컸다. 부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 하지만 팽팽하게 당긴 시위가 탄력을 토해낼 때의 울림은 마치 발리스타와 같이 강렬했다.

‘전용 무기인가?’

생각과 움직임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쿤이 궤적을 향해 단검을 세로로 그었다. 촉과 검면이 닿아 짧게 반짝였다. 힘을 잃은 화살이 위로 튀어 올랐다. 아름다운 움직임. 하지만 실린 힘이 굉장해, 반격의 타이밍은 잡을 수 없었다. 단검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쉬이익!!!

그 사이, 화살을 잰 경비대장이 두 대를 더 날렸다.

검만 잘 쓰는 것이 아니었다. 놀라운 속사 실력. 두 대의 화살이 큰 차이 없이 쿤의 가슴팍을 노렸다.

‘옆으로……아니, 그렇게는 피할 수 없어. 차라리 틈으로!’

반사적인 생각을 감각이 거부했다.

쏘아진 화살을 눈으로 보고 궤적을 머릿속에서 그렸다. 땅을 디딘 발, 몸의 상태, 날아오는 속도. 감각으로 전해지는 정보가 [집중 사고]를 빌려 순식간에 연산되었다. 단검으로 치며 몸을 흘리는 동작은 두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사이로 뛰어들어 동작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낫다.

치익……!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찰나였다.

화살 사이로 뛰어 들어간 쿤이 하나를 튕겨내고, 다른 하나를 몸으로 받았다. 볼이 찢어지며 피를 토해냈다. 붉게 퍼져가는 실타래가 망막에 새겨졌다.

파바박.

화살을 쏜 경비대장은 등 뒤에 찬 화살 통으로 손을 올리고 있다.

거리는 예닐곱 걸음. 전력으로 달려도 시위를 걸기 전에 당도하는 건 무리. 그렇다면 기마의 높은 시야를 활용한다.

“놈……!”

바닥을 기듯이 뛰는 쿤의 자세에 경비대장이 인상을 구겼다.

기마의 장점은 기동성과 병사 일인분 이상의 전투력을 지닌 말. 하지만 말 머리에 가려지는 적의 기동은 장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상대가 좌우로 몸을 흔들어 달려오고 있다면 더더욱.

‘만약 내가 경비대장이라면.’

“계속 와 봐라!!”

타깃을 놓친 경비대장이 시위를 라라쪽으로 돌렸다.

궤적에 들어오지 않으니, 상대가 나오게 하려는 수. 그것은 냉정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그 만큼 쿤 역시 쉽게 예상 할 수 있었다.

쿤이 달리는 자세 그대로 단검을 앞으로 던졌다.

정확하게 경비대장과 라라 등이 서 있는 것의 중간. 화살은 꼬리를 흔들기도 전에 단검에 막혀 옆으로 튕겨나갔다.

그야말로 기예.

허나, 이를 시도하는 쿤은 성공 할 자신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느낌이구나!’

세이혼에게 수련을 받을 당시 그는 이런 말을 했었다.

감각수련에 잘 적응하여 전투를 치르게 되면, 지금까지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일차원적으로 보던 세계가 확장되어, 자신을 멀리서 지켜 볼 수 있는 경험. 이를 노련하게 사용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적과 만나도 쉬이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느끼는 것이 딱 그러했다.

눈으로 상대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화살을 쏘아내는 궤적이 읽혔다. 그 사이로 단검을 투척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 손에 맞춘 듯 착착 풀려가는 상황이 즐겁기까지 했다.

히이이이잉~!!!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다.

쿤이 경비대장 곁에 도달하는 순간, 그가 탄 말이 앞발을 세게 굴렀다. 공화국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 같이 품종이 좋다. 특히, 전투용으로 사용하는 전마는 타 지역의 말보다 한 배 반은 덩치가 큰 것들이라 성난 맹수도 피해 갈 정도로 위력적이다.

찍히면 아프다,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쿠웅. 쿤이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다.

옆으로 떨어지는 앞발에 땅이 갈라졌다. 습기 먹은 흙 위로 솟은 돌이었는데 그대로 부서졌다. 단검으로 막거나 힘으로 어찌 해보는 건 말이 안 된다. 돌아서는 자세 그대로 옆구리에 남은 단검을 그었다.

히이잉!!

하지만 그 순간 말이 앞발을 차고 뛰어 올라서는 머리로 냅다 쿤을 찍었다. 번개 같은 속도. 쿤이 감히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감각으로 미리 읽었음에도 그리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화살……!’

한 바퀴 구른 쿤의 뒷목이 서늘해졌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

인마일체의 기병이 무서운 부분이다. 발 구름을 피한다 해서 공격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위 튕기는 소리와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피하기는 무리. 몸을 돌리며 왼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푸욱. 살을 관통하는 감각이 오싹하다.

인고의 시간으로 고통은 없으나, 몸이 상했다는 느낌은 들었다.

‘말을 먼저……’

훈련된 전마는 기사 이상으로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더군다나 쿤은 전마를 제대로 상대 해 본 경험이 없다. 무기도 단병. 그대로 둔 채 상대한다는 것은 자살과 같다.

팔을 관통한 화살을 이로 물어 부러뜨린 뒤 앞으로 몸을 날렸다.

파바박!!

두 대의 화살이 있던 자리로 틀어박혔다.

눈앞으로 말의 뒷다리가 들어왔다. 기척을 느끼고 말이 발을 굴렀다. 머리를 쪼갤 듯 거대한 중량이 아래로 떨어졌다.

‘작게……!’

큰 거리를 두고 피하면 결국 반격의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다.

머리가 쪼개 질 것 같은 공포가 있다 해도 최소한으로 움직여야 한다.

망막에 새겨지는 말발굽이 마치 신벌과도 같다. 두려움에 오금이 저려오고 털이 쭈뼛 섰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눈을 감지 않고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이를 피해냈다.

콰콰쾅!!!

떨어진 양 발이 노릴 수 있는 최선의 수.

몸을 말아 뒤로 뒤집으며 단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깊게 베이는 감촉과 함께 붉은 물감이 눈앞에서 흩날렸다.

이히히힝!!

고통스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말의 동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뒷다리의 근육이 당했으니 체중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거대한 중량이 무너지며 흙과 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그 위로 튕겨 나왔다.

“후우……!”

놓치지 않는다.

쿤이 숨을 머금고 무너진 말의 몸을 밟으며 뛰어 올랐다. 활을 버리고 장검을 뽑아 든 경비대장의 모습이 눈앞에 잡혔다. 채 몸을 돌리기 전. 당황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일개 여행자 주제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엉켜들었다.

단검이 경비대장의 어깨를 파고 들어갔다. 반사적으로 휘두른 그의 장검은 쿤의 옆구리를 베었다. 피 냄새가 둘 사이를 짙게 물들였다.

“뒈지면 다 같은 시체란다, 아가야!”

“건방떨지 마라!! 네놈 따위가 어찌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다!!”

경비대장이 왼 손을 뻗었다.

쿤이 황급히 막았지만, 화살이 박힌 팔이다. 제대로 막지 못해 얼굴이 눌렸다. 코가 일그러지고 눈앞에 일렁였다. 감각의 반응을 활용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짧았다. 아직 이 거리에 대응하기에는 쿤의 속도가 부족했다.

“제국의 귀족이나 공화정의 쓰레기나!!”

하지만 앞이 안 보이는 것을 감각으로 대체 할 수는 있었다.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상대의 공격을 회피 한 뒤 턱을 이마로 받았다. 쩍. 하고 울리는 소리가 경쾌했다.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것이 제대로 먹힌 것 같다. 물러나는 경비대장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휘어잡은 뒤 이마에 단검을 찍었다.

“굴락이시여!!!”

그 순간, 뭉개진 발음으로 경비대장이 소리쳤다.

죽기 전의 기도라도 하려는 생각인가. 쿤이 귓등으로 흘리며 그대로 단검을 찍어 눌렀다. 피부가 찢기고, 핏물이 튀어 오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화아악—!!!

하지만……

아찔한 충격과 함께 쿤의 몸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마치 몽둥이에라도 얻어맞은 듯 얼얼한 느낌이 몸을 누볐다. 인고의 시간이 아니었다면 어떤 고통이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황급히 자세를 잡은 뒤 앞을 봤다.

“……뭐?”

그곳에 있는 건 붉은 색 기묘한 외피로 몸을 두르고 있는 괴물이었다. 경비대장. 그가 서 있던 곳임에도 말이다. 같은 존재인가? 쿤은 순간 답을 내리지 못했다. 입은 복색과 들고 있는 검. 모두 경비대장이라는 증거였지만, 기묘하게 변해버린 모습은 답 내리는 것을 망설이게 하였다.

붉은 눈은 밤의 악마와 닮아 있고, 잘게 갈라진 붉은 피부는 짐승의 것과 흡사했다. 용병 일을 하며 인외의 것을 몇 번 보기는 했으나, 이런 생김새는 처음이었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크르르……설마하니, 축문을 사용하게 될 줄이야.”

우득. 우득. 괴물로 변한 경비대장이 목을 꺾으며 중얼거렸다.

짐승과 같은 숨결이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변한 것은 단지 겉모습만이 아닌 것 같았다. 구부정하게 서 있는 자세는 인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크르르르. 시끄럽다 하등한 것. 신의 일면을 본 것을 영광으로 알고 죽어라.”

“신의 일면? 굴락이라는 것이 신의 이름이었는가?”

“네 시체 위에서 답을 해 주지.”

앗 하는 사이에 경비대장이 달려들었다.

허리를 숙이고 손으로 지면을 훔쳤다. 네 발 달린 짐승의 움직임과 흡사했다. 지면이 팍 튀고, 흙먼지에 모습이 가려지는 순간 이미 붉은 궤적이 시야에 잡히고 있었다.

‘빠르다……!’

늑대나 여우. 혹은 맹금류의 짐승보다도 더 빠른 듯 보였다.

감각으로 전해지는 상대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반응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못했다. 그대로 있으면 치명타. 몸을 숙여,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으득. 왼쪽 어깨가 부서졌다.

살점이 뜯겨지고 피와 하얀 뼈의 단면이 외부로 노출되었다.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면 충격으로 실신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찔하다.

이건 정말로 위험했다.

“죽어라!!”

단말마의 외침과 함께, 붉은 궤적이 시야를 채워갔다.

피한다? 감각으로 전해지는 정보가 냉정하게 상황을 비교해 주었다. 지금의 네 몸으로는 무리. 이렇게 말 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피해도 목숨을 부지 할 수 없었다. 무지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이런 곳에서 느끼고 있었다.

빠득……!

그때, 경비대장이 차고 나간 지면이 모로 부서졌다.

앞서 말이 밟았던 곳. 부서졌던 돌이 박차고 나가는 힘에 부서진 것이다. 덕분에 경비대장의 몸이 살짝 흔들리고, 없던 가능성이 솟아올랐다.

쿤이 망설이지 않고 몸을 뒤로 뉘였다.

늑대의 앞발을 닮은 손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옷이 찢겨지고 핏물이 궤적을 따라 번졌다. 깊다. 스친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번에 절명 할 상처 역시 아니었다.

그대로 바닥을 손으로 치며 자세를 반전했다.

균형이 무너진 경비 대장이 기우뚱한 모습으로 몸을 세우고 있었다.

‘위, 아래?’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촌각의 다툼에 망설임은 독이다. 감각과 본능. 이성의 줄다리기에 위에서 선택의 춤사위를 펼쳤다.

단검을 앞으로 던지고 반격을 예상하여 몸을 앞으로 굴렸다.

타앙!

귓가로 들려오는 금속 소리.

돌아선 상대가 단검을 쳐낸 것이다. 이제 들고 있는 무기는 없다. 맨몸으로 붙어 상대의 급소를 뜯는 것이 최선. 구르던 동작 그대로 지면을 짚은 뒤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크하! 그럴 줄 알았다.”

“……!!”

횡으로 돌며 단검을 튕겨낸 줄 알았던 경비대장이 그대로 몸을 띄워 오히려 한 단을 높이 선점한 것이다. 감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빠른 동작이었다. 상대의 머리를 노린 동작이 오히려 위를 내어주게 된 것. 게다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는 어찌 피할 도리조차 없다.

쩌억—!!

아찔한 소리.

튀어 올랐던 쿤이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했다.

비명조차 없이. 흙과 돌이 튀어 그의 몸 위를 덮었다.

“아악……!”

“안 돼!!”

초조하게 지켜보던 라라와 루루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여객선에서 도망치고 지금까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우뚝 서 있던 쿤이다. 그가 넝마가 된 상태로 지면에 처박혀서 미동조차 안 하고 있다.

죽음.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 할 수는 없었다.

그의 죽음은 태풍 앞에 볏짚을 두고 선 것과 같다. 턱 밑에 들어온 칼. 하얗게 변한 안색이 둘의 생각을 대변했다.

“……뭐지?”

“어?”

“응?”

“엇!?”

그때,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쿤이 흙먼지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나 태연한 동작. 라라와 루루가 얼빠진 소리를 내고, 경비 대장마저 괴물과 같은 모습이 안 어울리게 힘 빠진 목소리를 흘렸다.

“크르르……! 어떻게 무사한 거냐!?”

“글쎄다.”

쿤이 멍하게 답을 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방금 전의 타격은 말 그대로 죽어 마땅한 공격. 타점이 잘 안 맞았다고 해도, 이렇게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없다.

아니, 이건 멀쩡한 수준이 아니다.

“뭐, 뭐야 그 빛은!?”

쿤의 몸 주변이 하얀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실타래 같은 선이 몸 위로 너울거리는 느낌. 조금씩 그 세를 불려가며 빛의 존재를 외부로 피력했다. 광휘.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의 후광과 같았다.

‘손등에서……’

빛은 한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바로 쿤의 손등. 피부 위로 새겨진 문양에서 하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쿤이 멍하니 그 빛을 눈으로 따라가다 자연스레 그 위를 두드렸다.

[이단에 대한 징벌이 진행됩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한 문장이 스쳐갔다.

이단에 대한 징벌. 전신에서 힘이 샘솟기 시작했다. 온몸에 나 있던 상처들이 아물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의 힘이다. 이견은 있을 수 없다. 이단에 대한 징치.

쿤이 고개를 들어 경비대장을 바라봤다.

“굴락이라고 했나?”

“크르르……! 네놈 따위가 입에 담을 이름이 아니다!”

“어쩌지? 아무리 봐도 내가 모시는 분이 그쪽 신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뭐?”

“뭐긴……”

쿵. 쿤이 지면을 크게 밟으며 뛰어나갔다.

멍하니 있던 경비대장이 반사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예리한 궤적이 달려가는 쿤 앞에서 그어졌다. 적절한 타이밍. 하지만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쿤은 가볍게 땅을 차 그의 몸을 타 넘었다.

눈 아래로 들어오는 상대의 목덜미.

양 손을 넘겨 턱 아래를 잡은 뒤 그대로 당겨서 넘겼다.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중량감이 등 뒤를 타 넘어 바닥에 처박혔다. 거대하게 울리는 소리는 뼈와 내장이 한꺼번에 일그러지는 처참한 비명과 같았다.

“커르르……”

목이 부러지고 허리가 아작 났다.

피거품을 입에 문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눈을 데굴데굴 굴려 쿤을 노려보지만 몸이 접혀서 움직일 방법이 없다. 한 번. 가지고 놀던 상대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이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쿤이 그 앞에 선 채 눈을 마주했다.

“신의 이름을 빌려서 네놈을 박살낸다는 의미지.”

“커르르륵……!!”

앞선 물음에 답을 하며 그대로 목을 밟았다.

뼈가 단번에 부서지고, 흐리게 남아있던 초점이 꺼졌다. 축 늘어지는 모습에는 산 자의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붉게 변모했던 피부가 본래의 것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붉은 기운이 허공에 돌돌 말리더니 쿤의 손등으로 스며들었다.

[이단 심판관. 칭호를 획득 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주르륵 들려오는 알람 소리.

“쿤 씨!!”

“쿤 오빠!!”

“꺅!”

그와 함께 쿤이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작가의 말

*고인이 되신 경비대장께 묵념

* 보스 격파와 템 드랍.

* 이번편 겁나 깁니다!

엄청난 댓글...쿨럭.

간단히 설명을 남겨 둘게요 ^^;

1. 쿤은 첫 장면에서 단검으로 화살을 쪼개지 않았습니다. 작중 묘사에서 검면과 촉이 닿았다고 돼 있어용. 화살의 궤적을 읽고 옆으로 튕긴 거죠. 다만 힘 잃은 화살이 갈라졌다는 것이 오해를 불러 온 거 같네요. 그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2. 쿤이 화살을 손으로 막은 부분은 전마의 공격을 피해서 한 바퀴 구른 뒤. 작중 묘사에서 귓목이 서늘하다는 것이 말 그대로 뒤에서 타깃팅을 당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바로 뒤에 몸을 돌려 팔로 막았다고 나오죠. 육체의 한계로 그 이상은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정보 교류, 설정 지적, 따듯한 의견의 나눔. 모두 환영입니다.

다만 너무 격해질 거 같으면 제게 쪽지를 남겨 주세요 ^^; 간혹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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