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을 통해서 전해 받은 바에 의하면 이렇다.
게이트 내부에서 어떤 충돌이 생겼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각국의 정상들이 회의를 해야 하니 그동안은 접근을 불허한다. 이는 정부 윗선에서 직통으로 내려온 것이라 회사의 로비 등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충돌이라니? 무슨 충돌이요?”
나만 그렇게 물은 게 아니다.
연락받고 회의실로 갔을 때 이미 남규가 그리 묻고 있었다. 서율이나 서연의 모습도 보였다. 목소리가 높은 게 다들 놀란 모양새였다.
“나도 자세한 상황은 몰라. 애리조나주에 있는 게이트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 충돌이라고만 말을 하는데, 그 대상은 절대로 가르쳐 주지를 않더군.”
“혹시 게이트 너머의 생명체와 조우 한 게 아닐까요?”
“글쎄. 가능성은 있지.”
“아니면, 타국의 개척자와 만났다든지.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지 않나요?”
회의는 활발했다.
나는 조금 멍 한 머리로 소파에 엉덩이를 걸쳤다. 나란히 앉은 서율이가 물을 건네주었다. 벌컥벌컥 넘기고 나니 조금 개운해 지는 기분이었다.
“다들 일단 진정 해. 회담을 거치고 난 다음에 결정 사항을 전해 준다고 했으니, 그 동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그 동안 회사 수익은요? 이렇게 마음대로 막아도 되는 건가요?”
“아쉽지만 계약에 명시된 부분이야. 이상 현상이 나타났을 때, 국가가 개입하여 통제한다. 소통 안 하는 정부가 답답하기는 하지만, 밀고 들어가 봐야 피곤한건 우리야. 지금은 가만히 결과를 기다리자.”
“하지만……”
“남규야 그만. 언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서연이 남규를 진정시켰다.
장내의 인물 중 정부 측과 연락하는 건 소향이 유일하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 한다는 것은 이미 시도가 있었다는 의미다. 하늘사랑이 거대 기업도 아니고, 이런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항의하기는 어렵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며 물었다.
“게이트 관련 일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같아요. 스케줄을 조금 조정해야겠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거 같네요. 지금의 상황이 오래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럴 분위기는 아니에요. 일 하나 내렸다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다른 쪽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비슷해요. 힘 좀 쓰는 기획사도 연줄을 당겨보는 거 같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 한가지라고 하더군요. 아마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모양이에요.”
“그러니 더욱 궁금하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통째로 접근을 금지하는 건지……”
곤란하다.
쿤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 상태가 오래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상적으로 연결이 끊긴 것도 불안해서 접속을 서둘렀는데, 이번에는 불의의 사고로 튕겼다. 남겨진 쿤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여튼 그리 됐으니 다들 당황하지 말고 평소와 같이 움직여 주세요.”
짝짝.
소향이 박수를 치며 상황을 정리했다.
머릿속에서 많은 말이 맴돌았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 신축한 사무실로 걸음을 옮기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어쩌지?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
게이트 금지 명령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첫 명령이 떨어진 이후로 벌써 보름째였다. 쇼 프로그램 출현이나, CF. 화보 잡지 등의 일로 서율이는 여전히 바빴지만 게이트에 관련된 것은 여전히 불통이었다. 소향이 열심히 연줄을 당겨서 소식을 알아보려고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도 무언가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아차렸다.
특히 언론에서 냄새를 맡고 접근을 했다. 평소와 같이 게이트 활동이 없으니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인터뷰가 쇄도하고, 자극적인 기사들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외계인 조우설. 게이트 폭발설. 천국 발견설.
온갖 소문들이 팽배해졌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마뜩치 않았다. 괜히 소문만 부풀렸을 뿐이다.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서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말만 나돌고 있었다. 덕분에 정부 지지율은 급락하고, 이를 반대 정당에서 음모론과 엮어서 무기로 휘둘렀다.
아주 개판이었다.
“푸후.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군.”
“으~채널을 돌려도 이 얘기뿐이에요. 학교에서도 둘만 모이면 아주 멱살 잡고 싸운다니까요?”
“우리 딸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늘어진 자세로 묻자, 미소가 쪼르륵 다가왔다.
얼굴에 녹차 팩을 덮고 있다. 아빠가 젊어지니 자기도 관리를 해야 한다나 뭐라나. 그러면서 내 얼굴에는 왜 덮어주는 건지. 뭐, 싫은 건 아니지만.
“그냥 사고라 치기에는 기간이 너무 길어요. 세계 정상들도 판단하기 힘든 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요?”
“예를 들면?”
“저라면 외계인 설에 한 표 던질 거 같네요. 게이트 너머에는 다른 세계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곳에 사는 사람과 만난다고 해서 이상 할 거 같지는 않은데요?”
“외계인이라……”
콧구멍을 막아서는 팩을 살짝 떼어내며 중얼거렸다.
내 생각에도 그게 가장 유력해 보인다. 제국이나 공화국. 아니면 다른 왕국의 인물과 게이트 너머에서 조우를 한 것이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세계의 인물. 만날 건지 말 건지. 만나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아마 쉽게 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런 일이 있다면 화끈하게 공개를 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편이 좋잖아요. 만날 숨기고 시간만 질질 끌고. 그러니까 다들 못 믿는다고 궁시렁 거리죠.”
“아아. 아빠는 못 들은 거다.”
“피~정부와 계약한 회사라 이거죠?”
“밥줄은 중요한 거라서 말이야.”
“와와! 아빠가 현실과 타협했다!”
농성하는 반란군의 얼굴을 보며 주방으로 도망쳤다.
뒤에서 팩은 떼고 가요! 라며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우리 딸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어.
우우웅. 우웅.
딸의 협박에 굴복하여 팩을 떼어내고 나자 주머니에 넣어 둔 폰이 울렸다. 오늘은 스케줄이 없는 날. 연락 한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소향]. 의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무슨 일일까 잠시 생각하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준경 씨, 회사로 잠깐 올 수 있을까요?]
통화를 하자마자 들려온 내용이다.
회사로? 무슨 이유인가 싶어서 물었지만 오면 알려준다는 말로 긴 대화를 피했다. 전화로 하기에는 곤란한 내용인가 싶다. 오붓한 시간을 방해받은 기분이라 딱히 좋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상사. 거부 하기는 곤란했다.
금방 간다는 말을 건네고 통화를 끝냈다.
“딸, 아빠 좀 나갔다 와야 할 거 같은데.”
“회사에요?”
“응. 급한 일이 있나 본데?”
“늦어요? 오늘 저녁에는 힘 좀 써 볼까 했는데……”
아쉬움이 역력한 말투다.
나만 오늘을 기대한 게 아닌가 싶어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팩을 덮은 채 티비에 시선을 두고 있는 미소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주고는 답을 했다.
“금방 올 거야. 기대해도 되겠지?”
“훗. 훗. 기대하시라. 그 동안 연마했다는 거 아닙니까?”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또 사와야 하는 건 아니고?”
“이익! 이번에는 아니라고요!”
툴툴 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자꾸 놀리게 된다.
한 바탕 웃은 뒤, 외투를 찾아 위에 걸쳤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저녁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소향의 용건이 긴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집을 나섰다.
#
도착하니 소향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모여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단순한 회의 같지는 않았다. 눈인사를 한 뒤 비어있는 곳에 앉았다.
“다 왔군요.”
소향이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앉은 자세로 옆을 살폈다. 먼저 들은 게 없나 싶었는데, 눈빛들을 보아하니 다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같았다.
“게이트 건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불렀어요.”
“아! 드디어 금지령이 풀렸나요?”
“아직 아니다. 하지만 곧 풀릴 거야.”
아니라는 말에 남규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다 뒷말에 눈빛을 달리했다.
그건 그만이 아니었다. 무언가 새로운 소식이 있다는 말. 몸을 앞으로 뺀 재 소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일단 이 영상부터 보도록 하죠.”
그녀가 노트북을 열어 영상 하나를 화면에 띄웠다.
게이트 건너편에서 촬영 된 영상 인 것 같았다. 화려한 복색의 남녀가 나란히 서 있고, 뒤쪽으로 상당한 크기의 트레일러와 군용 장비들이 위치해 있었다.
“이건 그냥 촬영본 아닌가요? 이걸 왜……?”
“조금 더 기다려 봐. 중요한 건 지금 부터니까.”
동식이의 물음을 소향이 일축했다.
모두가 입을 닫고 화면에 집중했다. 화면 속 남녀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대충 이해하기로는 그날의 업무와 탐사 범위의 확인. 이 정도의 내용이었다. 게이트 너머의 개척자들이 하는 평범한 업무 중 하나였다.
“어?”
그러다 어느 한 시점부터, 뒤편 숲속에서 무언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서율이가 먼저 발견했다. 조금 지나자 그림자가 앞으로 다가왔다. 두 팔에 두 다리. 머리를 달고 있는 생명체였다. 얼핏 보기에는 인간과 거의 흡사했다. 하지만 허리가 구부정하고 눈이 붉고 코가 없었다. 기괴하기 그지없는 모습. 게다가 전신이 붉은 색 각질로 이루어져 카메라의 빛을 다각도로 반사시키고 있었다.
“뭐야 저게!?”
“외계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악을 담아 외쳤다.
나도 쿵 하고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대체 저건 뭐란 말인가? 제국의 사람도, 공화국의 사람도 아니다. 하물며 쿤이 기억하는 옛 종족의 모습 중에도 저런 건 없었다. 설마 내가 있는 곳과 게이트 너머의 세계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는 걸까?
한 순간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갔다.
“어……어어!!”
“저거 뭐야!? 꺄악!”
그리고 조금 지나자 화면 속에 나온 기괴한 생명체들과 개척자들이 조우를 했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놀라다 이내, 전투가 시작되었다. 기괴한 모습의 생명체는 매우 공격적이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개척자들을 공격하고 주변 기기들을 마구 때려 부쉈다. 들짐승을 대비하여 갖춘 장비가 있기는 했으나 개척자들은 의외의 공격에 매우 쉽사리 당했다.
그 상태는 한 동안 이어졌다.
개척자 중 하나의 얼굴이 카메라 앞으로 넘어가고, 붉은 눈의 생명체가 그 위를 타고 넘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재생이 종료 된 화면이 계속 이어짐에도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소향이 잠시 기다리다 전원을 끄고는 입을 열었다.
“이게 얼마 전에 일어난 충돌의 전모입니다. 당시 넘어갔던 두 사람은 모두 무사하게 돌아왔지만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입원해 있는 상황이죠.”
“……파악 된 것은 없습니까?”
“상대가 지적 생명체인지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공격을 대비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그럼 우리도?”
“네. 위험이 발견되었다 해서 게이트 사업은 포기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정부에서는 군을 중심으로 개척자들의 군사 교육을 진행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소향의 마지막 말에 서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들었다.
개척자가 군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즉, 그녀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동화 장비나 이런 것도 넘어가지 않았어요? 굳이 개척자가 군사교육까지 받아야 하나요?”
“자동화 장비라 해도, 그걸 다루어야 하는 건 결국 인간이지. 개척자들 중 엔지니어도 몇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은 민간인이야. 사태가 터지고 나니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걸 깨달은 거지.”
“하지만 개척자는 당해도 피해가 없지 않아요?”
“일단은. 하지만 군도, 정부도. 다른 나라의 정상들도 한 가지를 더 걱정하고 있어.”
“침공……”
“네.”
짧은 말에 소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게이트는 단방향이었다. 우리가 아바타를 만들어 게이트 너머로 진출을 하고, 그곳의 물자를 챙겨왔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 쪽의 생명체가 이곳으로 넘어 온다면? 그것도 우리와 같은 방식이라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최선은 그 기점이 되는 게이트를 선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력으로 거점을 확보 할 능력을 지녀야 한다.
“하……! 확실히 꽁꽁 숨긴 채 말을 아낄 만 했네요.”
“언니, 이 내용은 정식으로 발표 된 게 아니죠?”
“아직은. 아마 몇 시간 후에 정식으로 발표가 될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입 닫고 있어. 이렇게 미리 보는 것도 꽤나 힘들게 한 거니까.”
“정부에서 우리가 본 내용을 전부 공개하기로 한 겁니까?”
쉽게 이해가 안 되어 다시 물었다.
이 정도 내용이면 큰 충격을 불러 올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아는 정부라는 집단은 숨기는 것을 우선시 하는 조직. 대대적으로 공개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영상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측 기업에서 공개를 결정했기 때문에, 다른 쪽에서는 선택권을 가지지 못했죠. 한 쪽이 공개를 하는 마당에 부정을 하면 어찌 보일지는 뻔하죠.”
“잘도 그런 선택을 했네요.”
“듣기로는 게이트 너머의 존재로 위험성을 불러와 자신들의 가치를 불리려고 한다나 봐요. 유일한 해결책은 우리다……이런 식으로.”
“돈이군요.”
“돈이죠.”
어찌 보면 간단한 이야기다.
혼란이고 뭐고 기업에서는 돈을 버는 것이 우선. 이를 공개하여 개척자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중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설득하면 그 가치는 올라간다. 주판을 튕겨 보지 않아도 전 세계적인 규모를 고려해 보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할 터. 그 돈의 가치를 이기지 못하면 결국 압박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그럼 게이트 오픈은 언제 하는 겁니까?”
“내일 발표가 끝나고, 아마 정식으로 공문으로 내려 올 겁니다. 다만, 예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겠죠.”
“아 뜨거워라 하신 분들이 병력을 때려 박겠군요.”
“그 말 대로에요. 한 동안은 흉흉한 분위기에서 일을 해야겠어요.”
“근무 환경이 날로 안 좋아 지는군요.”
“그래도 월급은 꼬박꼬박 주잖아요.”
농담 섞인 소향의 말에 그냥 웃고 말았다.
게이트 너머의 세계. 그리고 생소한 생명체. 모든 것에 반응하기에는 내 신경이 그리 굵지 못했다.
하하. 어딘가 비어있는 웃음으로 대꾸했다.
#
정확하게 하루 뒤에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한 바탕 뒤집어졌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게이트 너머의 생명체. 그 뚜렷한 증거에 온갖 말들이 다 튀어 나왔다. 핵을 게이트 너머로 쏘아야 된다는 이들도 있었고, 문화 교류를 위해서 사절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그래도 이 정도는 나은 편.
신의 은혜를 전도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영상을 개척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종교 그룹들은 아주 볼썽사나운 예 중 하나였다.
그렇게 세계가 이 이야기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나는 그 중심지이자 일터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삼엄한 경비와 무장한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서율이의 사용할 임시 막사를 꾸리고, 안을 정돈했다.
전에 쓰던 곳이 있었지만, 새 뜻은 새 터에 심어야 한다는 의미로 다 갈아엎었다. 군에서 스타를 단 사람이 와서 ‘저 산이 마음에 안 든다.’라고 말 하는 기분이었다. 동식이와 나란히 욕을 하면서 일했다.
어쨌든 그렇게 일단의 일이 끝났을 무렵, 게이트 인근 지역까지 접근 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서 상황을 살피고 싶었지만 소향이 만류했다. 일전의 발작 건으로 유예를 두자는 것이다. 안 그래도 된다고 설득을 했지만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보조팀의 보조로 밀려 동식이와 함께 선 밖에서 구경하는 처지가 되었다.
“서율이 누나 긴장 한 거 같네요.”
“나 같아도 무장한 군인들이 주변에 있으면 긴장 할 거다.”
“앞으로 계속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까요?”
“글쎄.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 만약 그 생명체들이 정말로 위협적인 존재라면……그럴 테고, 그게 아니라면 곧 해제 될 거야. 도심에 군부대가 와서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좋아 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건 그렇죠. 아, 시작하네요.”
동식이의 말에 시선을 멀리 던졌다.
게이트 앞에 서율이가 서고, 그 양 옆으로 남규와 서연이가 위치했다. 둘 다 꽤나 긴장한 기색이었다. 기기를 연결하여 신호를 체크하는 연구원들의 표정도 딱딱했다.
윙……
그때, 서율이가 천천히 걸음을 내딛어 게이트에 접촉을 했다.
몇 번이고 봐 왔던 것처럼 그녀의 몸 주변으로 하얀 빛이 서리고 이내 전부를 집어 삼켰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빛. 잠시 그렇게 머무르다 그녀의 몸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사라졌다.
윙……
하지만 묘한 진동은 빛이 가라앉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바닥에 던져 둔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처럼 낮은 울림이 어디선가 계속 느껴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의 시선은 게이트로 고정되어 있었다.
“……”
가슴을 툭 쳤다.
진동은 다른 곳에서 전해지는 게 아니었다. 가슴 안쪽에 넣어 두었던 검은 돌. 정체를 밝혀내겠다면서 항상 들고 다니던 그것이 작게 울리던 것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게이트와 나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살짝 품을 열어 돌을 살폈다.
역시 하얗게 발광하고 있었다. 그대로 들어 올리면 섬광탄이라 소리치며 주변 병사들이 사격을 할 것 같았다. 몸을 조심스레 숙인 뒤 손가락으로 이를 툭 쳐 봤다.
지익……
그리고 그때.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이 노이즈 간 오래된 필름 영화처럼 흐려지기 시작했다. 초점이 잡히지 않는 것 같아 눈을 비볐다. 하지만 노이즈는 가라앉지 않았다. 더욱 심해져, 하늘과 땅도 뒤덮었다.
흐려지고 흐려지고. 세상 모든 것들이 내 시선에서 멀어져 갔다.
설마 나 지금 기절하는 걸까. 의문과 걱정을 반반 섞어서 생각하고 있는 찰나.
세계가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작가의 말
아니 왜 이렇게 길게 쓴 거지?
헐...쓰고나서 놀랐음.
* 떡밥 파이어 인더 홀~
* 검은 돌에 대해서 추측하신 분들. 굿잡.
* 댓글 소통. 저도 하고 싶습니다. 근질근질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