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52화 (52/240)

쿤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경비대장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검문 할 때부터 이미 눈치를 챘다는 말이다. 창을 푹 찔러 넣은 것도 아마 연기. 다만, 그 자리에서 잡지 않고 이런 번거로운 일을 벌인 것은 상당히 의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다.

연계 된 이들이 경비대의 일부라면 시선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을 확률이 있으니까. 정식으로 체포를 하면 상급 기관으로 이송되고,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것을 고려하여 움직였다면 말이 된다.

‘하지만 어째서 죽이려 하는 거지? 납치가 목적 아니었나?’

마을 검문에서는 분명 1남 2녀의 행적을 찾는 것으로 명령이 내려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없애고 있다. 융 등의 계획과, 마을로 내려온 명령. 그리고 지금 경비대 대장이 하는 행동이 다르게 흘러간다.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곳에서 죽어 줘야겠다. 모든 건 공화국을 위하여.”

하지만 더 이상 생각 할 틈은 없었다.

경비대장이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기 때문.

쿤이 업고 있던 란을 라라에게 넘긴 뒤 허리춤에 메어 두었던 단검을 뽑아 양 손에 나눠 들었다.

“우습군. 그런 잔재주는……”

검을 뽑은 경비대장이 날을 앞으로 내밀었다.

흔들리던 기세가 하나로 서고, 쿤을 압박했다. 예리하다. 아무렇게나 생각 할 수 있는 그런 기도가 아니었다.

“저세상에서나 부리거라!”

그리고 폭발적으로 돌진했다.

무릎이 쭉 펴지는 순간, 그의 몸이 쿤의 눈앞에 당도해 있었다. 상대를 속이기 위한 페인트 모션이나 견제를 위한 동작도 없었다. 단순한 돌격. 하지만 그만큼 빠르고 파괴적이었다.

쿤이 경시하지 못하고, 단검을 교차해서 떨어지는 검세의 선을 막아냈다.

쩌엉―!!!

무겁다.

쿤의 몸이 뒤로 쭉 밀려났다. 교차했던 단검 두 자루 중 하나가 금이 가 부서졌다. 일격을 막았을 뿐인데, 이 지경. 실력의 고하를 떠나, 장비의 차이가 심했다. 흐려지는 안색. 이를 보며 경비대장이 가볍게 웃었다.

“부질없는 짓이다.”

“……입으로 싸우나?”

“도발은 하수에게나 통하는 법이다.”

슬쩍 긁어 보았으나 통하지 않았다.

대신 묵직한 검격이 다시 날아왔다.

이번에는 횡 베기. 몸이 탄력적으로 움직이며 허공에 하나의 선을 그어냈다.

쿤이 막는 걸 포기하고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뒷걸음질 치는 속도보다 상대의 검격이 훨씬 빨랐다. 가슴 부근이 쩍 갈라지고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크윽……!!”

“벨포드 씨!!”

“다가오지 마!”

다급한 비명에 외침으로 답을 하며, 쿤이 단검을 바닥에 푹 찍었다.

상처는? 깊다. 하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호흡도 아직 바르고, 근육에도 이상은 없다. 난감한 상황에서도 냉정한 사고는 빠르게 정신을 수습해 주었다.

‘정면승부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용병이 숱한 의뢰에서 살아나며 배우는 첫 번째는 상대와 자신의 역량 차이를 읽는 법이다. 경비대의 대장은 명백히 쿤 자신보다 강하다. 힘과 속도. 기술과 무기 수준. 이길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싸움은 실력만으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하급 상처 치유의 축복, 인고의 시간.’

하나의 축복과 하나의 스킬을 동시에 사용했다.

푸른빛이 가슴 언저리에 맺히고 쩍 벌어졌던 상처를 아물게 해 주었다. 피가 멈추고 통증이 가라앉았다. 효과는 대단했다.

“무슨……?”

게다가 상대에게 일말의 의구심을 심어주었다.

신관의 신성력과 마법사의 마법. 갖은 이적은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생소한 공포를 불러오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항상 어려운 법이니까.

‘저 놈 때문이다. 저 놈 때문이다.’

동시에 쿤이 자신의 마음을 한 쪽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슈엥카의 얼굴이 떠오르고 평화로웠던 마을 전경이 생각났다. 그 모든 것이 화마에 휩쓸려 파괴되고 있다. 그 원흉이 눈앞에 있는 남자. 모든 죄책감과 분노를 끌어 모아 상대에게 투영하였다.

[분노]

몸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억지로 끌어온 것이지만, 내면에 차 있던 분노는 사실. 눈에 핏발이 서고 단검을 쥔 손에 핏줄이 두두둑 올라왔다.

“죽여주마!!”

“……!!”

분노를 터뜨리며 일격!

대신, 바닥에 찍어 넣었던 단검을 위로 튕기며 흙을 경비대장에게 뿌렸다. 긴장하며 공격을 대비하던 그의 동작이 한 순간 흔들렸다. 작은 틈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서진 단검을 앞으로 던지며 바닥을 기다시며 튕겨나가 상대의 발목을 손으로 잡았다.

“큭!”

상대의 반응은 기민했다.

허리를 틀어 단검을 피하고, 발을 내주는 순간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즉시 검을 돌려 아래를 찍었다. 뱀처럼 휘감아 도는 쿤의 어깨 부근이 이에 스쳐 뼈를 드러냈다. 힘이 들어가야 할 중간지점이 다치니 팔이 잠시 풀렸다. 그때를 노리고 몸을 돌리며 쿤의 안면을 걷어찼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이 가지는 특징은 고통을 완벽하게 무시 할 수 있게 해 준다. 발을 잡은 손에 힘이 풀리기는 했으나 다음 동작으로의 연결에는 무리가 없었다. 돌아서 차는 경비대장의 발을 흘리며 다른 손에 쥐고 있던 단검으로 발등을 찍었다.

푹 소리와 함께 단검이 손잡이 부근까지 파고들었다.

“네놈이……!!”

경비대장이 분노하며 검을 횡으로 찍어 내렸다.

단검을 찍고 난 쿤의 허리 부근이었다. 깊게 파고 든 만큼 피하기 어려운 상황. 다만, 이 공격 역시 쿤이 예상하고 있던 것들 중 하나였다.

단병기를 사용하는 이들은 거리를 제압하지 못하면 상대를 이기지 못한다. 그가 단검술을 배울 때 가장 중점적으로 익힌 게 바로 이 거리에 대한 이해였다. 단검을 이용한 찌르기는 한 뼘의 거리만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베기 위해 사용하는 검은 위력을 내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가 필요하다.

그 거리를 제압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터억……!

쿤의 어깨에 경비대장의 검이 틀어박혔다.

완벽하게 베어내지 못했다. 손가락 마디 정도. 사람의 몸이라면 손쉽게 베어 낼 검격이었음에도 거리를 제압당한 상태에서는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잔재주를……!”

“이것도 기술이다, 머저리!”

단검 쓰는 이들을 도적이나 건달 정도로 여기는 것은 안다.

하지만 생사가 달린 일에 단검으로 찔러 죽이나 성검으로 목을 베나 결과는 같다. 잔재주라 폄하하는 상대를 비웃으며 쿤이 손을 뻗어 허리춤을 잡았다. 더 이상 손에 무기는 없다. 발을 찔러 기동력을 빼앗고, 어깨를 내주어 무기를 제압했다. 여기부터는 순수하게 육체간의 대화.

꾸욱. 힘과 힘이 충돌했다. 분노와 인고의 시간으로 증폭 된 힘이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뚜렷하게 밀어내는 모습은 없었다. 증가된 쿤의 힘만큼 상대의 힘 역시 강했기 때문이다. 발등에 단검이 박혀 온전하게 힘을 쓰지 못함에도 말이다.

“어림없다!!”

비틀. 쿤의 몸이 옆으로 휘청거렸다.

괴력이다. 두 배 분 가까운 힘을 쓰고 있음에도 그걸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밀리다가는 수를 빼앗기게 된다. 쿤이 속으로 생각하며 허리를 잡은 손을 유지한 채 몸을 옆으로 돌렸다. 어깨에 박힌 검이 쓸리며 피를 토해냈다. 상처가 더욱 깊어졌지만 고통은 없었다.

“끄으응!!!”

경비대장의 얼굴위로 핏발이 섰다.

힘을 쥐어짜는 통에 중심을 앗아가려던 쿤의 몸이 덜컥 서 버렸다. 그는 제국 씨름의 기술을 응용해서 밀쳐내려 했으나, 상대도 비슷한 싸움법을 알고 있었다. 눌린 검과 허리를 잡은 손으로 이를 버텨 내고는 되레 역공을 했다.

‘젠장! 무슨 힘이……!!’

쿤의 발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한 손으로. 그것도 불편한 자세에서 팔 힘만으로 성인 남성을 들어 올린 것이다. 말 그대로 괴력. 근접전으로 이끌어 가 상대를 괴롭히려던 쿤의 생각이 처음으로 어긋난 순간이었다.

‘이대로 떨어지면 죽는다.’

명백하다.

상대는 발 하나지만, 쿤은 왼쪽 어깨와 팔이 전부 상했다. 상대가 자신 할 수 있는 거리를 내주게 된다면 같은 수법은 통용되지 않는다.

으득.

“크아아악!!”

쿤이 냅다 상대의 가슴팍을 물었다.

살점이 씹히고 핏물이 넘어왔다. 비리고 역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당한다. 밑바닥에서 살아 온 경험이 말 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이놈!!”

분개한 경비대장이 들어 올리던 손을 놓고는 쿤의 머리채를 잡았다.

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살점이 뜯겨나가고 피로 범벅 된 얼굴이 뒤로 젖혀졌다. 악귀 같은 면상. 그가 짐승같이 울면서 손으로 광대를 틀어쥐었다. 우둑우둑. 하며 뼈가 우그러졌다. 아귀힘이 괴물과 같았다.

쿤도 지지 않았다.

상대 허리춤을 잡았던 손을 아래로 내려 중요한 물건을 틀어쥔 것이다. 보통이라면 쉽게 내어 줄 급소가 아니지만, 분노로 자세가 흐트러진 상황이라 가능했다.

“……!!”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경비대장이 몸을 떨었다.

하얗게 질려가는 얼굴이 그의 고통을 대변했다. 반면, 쿤은 멀쩡했다. 얼굴에 금이 가는 와중에도 온전히 자신의 공격에만 몰두 할 수 있었다. 인고의 시간이 그의 고통을 한시적으로 무시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전투가 끝난 뒤에는 그 고통이 한 번에 밀려오겠지만, 적어도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푸숙……!!

그때, 숲속에서 날아온 화살 한 대가 쿤의 등판에 꽂혔다.

싸움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반응도 하지 못했다. 고통은 없지만 근육에 이상이 간 모양. 팔에 힘이 쭉 빠지고 잡았던 승기를 단숨에 내주게 되었다.

“잡아라!!!”

“대장을 구해!!”

뒤늦게 합류한 적의 응원군이다.

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겨우 기세를 잡아가던 차. 이대로 적의 증원이 오면 이길 수 없다.

“네놈, 죽여 버리겠다!!!”

게다가 바로 앞에서 경비 대장이 악귀처럼 외치고 있다.

물건을 잡혔던 고통이 생각보다 심했던 모양이다. 단단한 기사의 얼굴이 잔혹한 폭군의 그것처럼 변해 있었다.

퍼억……!!

하지만 그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비 대장의 몸이 비스듬히 쓰러졌다.

쿤이 깜짝 놀랐다. 대체 누가? 상대의 증원이 오발을 쏴 맞췄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설마 세이혼이 돌아온 것일까?

“……너?”

아니었다. 쓰러지는 경비대장 뒤로 나타난 것은 세이혼의 모습이 아니었다.

“으, 으으……”

하얗게 질린 얼굴과 덜덜 떨리는 손.

피로 물든 나뭇가지를 든 채 멍하니 서 있는 건 라라였다.

“벨포드 씨!!”

“아……!”

잠시의 정적. 그 사이로 루루의 비명 소리가 끼어들었다.

쿤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라라를 당겨 안으며 몸을 옆으로 굴렸다. 어깨에 박혔던 검이 빠져 나가며 피를 토해냈다. 구른 바닥으로는 화살이 연달아 틀어박혔다.

적의 수장을 처리했다고 전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증원으로 도착하던 적의 무리가 이미 지근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뛰어! 이쪽으로 도망친다!”

방향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은 이 장소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 쿤이 쏟아지는 화살 사이를 달리며 소리쳤다. 어깨와 등 쪽에 몇 발이 더 꽂힌 거 같다.

하지만 일단은 살아 있다.

달리고 달렸다. 적의 고함 소리가 작아 질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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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수뇌의 부재로 잠시 허덕거릴 때, 쿤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주변을 살폈다. 다시 마을 쪽으로 내려 온 건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연기가 뭉클거리는 것이 보였다. 즉, 포위망의 안쪽으로 돌아온 격이 됐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방금은 방향이고 뭐고 판단 할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하아……하아.”

“라, 란. 괜찮니?”

“괜찮아요. 언니는요?”

“나도 일단은……”

다른 이들은 딱히 다친 곳이 없었다.

자잘한 부상에 숲길을 뛰면서 몸이 조금 지친 것 정도. 문제는 쿤이었다. 인고의 시간 덕분에 지금은 고통을 못 느끼고 있지만, 시간이 끝나면 한꺼번에 몰려오게 될 것이다.

‘세이혼은 우리를 찾고 있는 걸까?’

적을 유인하기 위해서 반대편으로 달렸었다.

그의 능력이라는 것이 범상치 않음은 알고 있지만 사방이 적이다. 만에 하나 고립되어 싸움이 벌어진다면 무사하기 어렵다. 지금은 손 하나도 아쉬운 상황. 그다지 달가운 상상이 아니었다.

“베, 벨포드 씨! 등에 화살이……!”

“허억! 세상에 이게 다 뭐에요!? 이러고 달려왔어요!?”

뒤늦게 쿤을 확인한 라라와 루루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쿤의 몸은 말 그대로 넝마였다. 전신은 피투성이에 등과 허벅지 등에는 화살이 다섯 발이 박혀 있었다. 어깨는 쩍 갈라져 뼈까지 보이는 상황. 이 상태로 아무 말 없이 달렸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

“라라. 화살을 뽑아야겠다. 할 수 있겠어?”

“지금 뽑으면 출혈이……”

“신께 빌어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으니 일단 뽑기만 해. 할 수 있겠어?”

“전……”

“제가 할게요.”

루루가 나섰다.

비장한 얼굴. 천진하게 굴거나 겁먹는 모습만 보였었는데, 지금은 차라리 그녀가 더 당차다. 쿤이 고개를 끄덕인 뒤 등을 내 보였다. 깊게 박힌 화살이 핏물에 가린 채 흔들렸다.

생각보다 상태가 처참하다. 그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어서. 머뭇거릴 틈이 없다.”

“아, 아파도 참아요!”

그 아픔을 면하기 위해서 서두르는 것이다.

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으으!!’ 힘쓰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살점을 뜯어내며 화살이 뽑혀 나왔다. 뽑기 힘들게끔 촉이 말려 있는 형태였다. 루루가 솟구치는 핏물을 그대로 뒤집어썼다.

“신이여……!”

쿤이 하급 상처 치료의 축복을 사용했다.

빛이 몸을 타고 흘러 상처로 스며들었다. 완벽한 치유는 아니었지만 추가 출혈을 막고 부가적 감염을 예방하기에는 충분했다. 하나의 상처에 두 번씩. 그리고 어깨의 상처에는 다섯 번의 축복을 사용하였다. 도합 750의 신성점수가 날아갔다. 아깝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사용하지 않으면 출혈만으로 죽었을 테니까.

‘문제는……’

쿤이 옷을 찢어 돌돌 만 뒤 입에 물었다.

그리고 뭔가 싶어 바라보는 라라와 루루. 란에게 손짓하여 떨어지게끔 하였다. 속으로 셈 해 본 결과, 스킬이 끝날 시간이 다 됐다.

욱씬—!!

생각이 끝나는 순간, 고통이 해일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으, 으……으으.”

발끝부터 머리까지 개미가 하나씩 갉아 먹는 듯 한 감각이었다.

머리가 하얗게 표백되고 손과 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턱에 힘이 들어가 돌려 만 옷을 마구 씹었다. 하지 않았다면 이빨이 부러졌을 것이다.

“으으으으으!!!!!”

몸이 오그라들고 펴지기를 반복됐다.

표현 할 수 없는 고통이 전신을 휩쓸어갔다. 눈이 까무룩 뒤집어지고, 나무를 쥐어뜯는 손톱은 다 부러져 마구 튕겨나갔다.

라라와 루루. 란은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다가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특히 두 소녀의 감상은 더욱 진했다. 너무나 처절한 모습에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저 고통, 저 괴로움. 그 모든 게 자신 탓이라 생각하는지 일그러진 얼굴을 피지 못하였다.

“그……으으으으으으!!!!”

그때, 쿤의 몸이 번개라도 맞은 듯 갑자기 쭉 펴졌다.

동시에 간당간당하던 눈이 완전히 넘어가고, 떨리던 몸이 축 늘어졌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몸이 그대로 정신을 놓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의 세계 역시.

세계가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작가의 말

팅~

접속이 해지되었습니다.

* 세이혼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피칠갑은 적의 피를 표현한 거였습니다.

* 왜 공주를 죽이려 드느냐. 의문에 대한 답은 차후 나올 예정입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융 등과 공화국 내부의 사람들은 목적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죠.

* 한 가지 더. 공화국이 수립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 재밌게 보고 가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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