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메이커-41화 (41/240)

미소는 그길로 집으로 데려왔다.

지금 살고 있는 저택보다 훨씬 좁고 낡은 장소이지만, 구관이 명관이다. 현관에 발을 뒤부터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낡은 탁자와 빛바랜 식탁보. 하나하나 손끝으로 훑으며 추억을 상기했다.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 짐은 그쪽이랑 얘기해서 부치도록 할 테니까.”

“내일은 강의가 없고, 그 다음 날은 토요일이니까 괜찮기는 한데……”

“이틀이면 충분 해. 담판 짓고 보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있어. 옷이나 필요한 가구 등은 새로 사자. 방 안에 쓰던 침대가 있기는 한데, 다른 건 옮겨 갔더라.”

“처음에는 가지고 갔었는데, 안 어울린다고 전부 버렸어요.”

“……고약하기는. 아빠가 더 좋은 걸로 사 줄 테니까 걱정 마.”

조금 유치한 말이지만, 그게 나쁘지는 않은가 보다.

미소가 실실 웃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꽤나 먼 기억 속에 이런 장면이 있었기는 하다. 아마 중학교 졸업 할 당시 선물이라고 원피스를 사 줬을 때였나? 그 뒤로 처음이니 오랫동안 무심한 아빠였나 싶다.

슬쩍 고개를 들어 시계를 살폈다.

11시. 꽤나 늦은 시간이다. 하지만 굳이 차일피일 일을 미루고 싶지는 않았다. 어깨에 기댄 미소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게요?”

“네 엄마랑 담판을 지으려고.”

“지금요? 너무 늦지 않았어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 아빠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이건 아빠 카드 번호니까, 옥션이나 뭐 그런데 들어가서 필요 한 거 주문 해 둬.”

번호를 적어 미소에게 건네주었다.

생필품이야 편의점 가서 사도된다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필요 할 것이다. 한창 나이이니 화장품도 있을 거고, 잠옷이나 속옷은 내가 터치하기 민감한 부분이다. 상대 쪽 집안과 얘기를 해서 짐을 받아낼 생각이지만, 혹시 모르니 준비 할 필요가 있었다.

“아빠.”

그렇게 나갈 채비를 마친 내게 미소가 말을 붙여왔다.

조금은 걱정스러운. 그리고 망설이는 기색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잘 타일러서 서로 다치는 일 없도록 할 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아무리 못되고 사람이 덜 된 인간이라고 해도 미소의 엄마다.

그 사실은 천지가 뒤집혀도 변하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천길만길 찢어서 죽이고 싶지만, 미소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는 못 한다.

다만, 그래서야 속고 산 내가 억울하지 않은가.

깊이 자리한 생각을 잘 숨겨 포장 하고는 미소에게 웃음을 보였다.

“다녀올게.”

가식 일만 퍼센트의 웃음을.

#

차에 올라타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두 번 보이스메일로 넘어가고 세 번째가 돼서야 받았다. 목소리가 조금 흐트러져 있다. 자고 있었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거나. 사진으로 보았던 행색을 보건데, 후자에 힘이 더 실린다.

무감각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나와. 할 말이 있어.”

“……지금 몇 신 줄 알아? 사람이 왜 이렇게 경우가 없지?”

“네게 경우 따지고 싶지 않다. 위치를 말 하면 그쪽으로 가지.”

“흥. 오늘은 늦었어. 그리고 우리는 이제 남남이야. 잊었어?”

정확하게는 아직 남남이 아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법원에서 확인만 했을 뿐이다. 숙려기간을 거쳐야 정식으로 남남이 된다. 물론, 심적으로야 일찌감치 갈라져 있었지만.

“당장 안 나오면 당신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인간인지를 만천하에 알려주지.”

“……무슨 소리야?”

“보험금과 합의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더군? 장인어른의 사업이 실패 했다는 걸 속이고, 그 빚을 갚는데 모조리 사용했어. 아무리 내가 의사결정권이 없던 시기라 해도, 깨어나고 난 뒤에는 말을 했어야지. 아무 말 없이 입 닦는 건 사기 아닌가?”

“그, 그걸 어떻게 당신이!?”

“궁금해? 궁금하면 지금 만나. 아니면 잘 정리해서 터뜨려 줄 테니까. 어차피 나는 잃을 게 없는 몸이야. 같이 시궁창에서 굴러보는 건 어때?”

“지, 지금 나갈게! 나가면 되잖아! 30분 뒤에 세오뇽에서 봐.”

띡. 통화가 끊겼다.

세오뇽은 외곽에 있는 작은 바다. 사장과도 친분이 있다. 늦은 시간에 대화하기에는 괜찮은 장소. 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핸들을 돌렸다.

#

도착하니, 미소 엄마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굳은 얼굴로 손톱을 물어뜯는 게 보였다. 처녀 적 습관이었는데, 그게 다시 나타날 정도면 꽤나 초조한 모양이다. 사장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안쪽 구석진 테이블로 향했다.

나를 발견했는지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앉아.”

“당신……이야?”

“앉아. 군소리 하게 하지 말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다 자리에 앉았다.

달라진 외관에 적응을 못 하는 모양이다. 재킷을 벗어 의자 위에 걸쳐 두고, 주문 받으러 온 종업원에게 독한 술을 한 병 시켰다. 꽤 비싼 거 같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신 맞지?”

“놀랐나?”

“……뭐야 그게? 덜 자란 어린애도 아니고, 이제 와서 반항기라고 외칠 생각이야?”

“덜 자란 게 누구인지는 따져보면 알겠지. 너는 비싼 장신구로 몸을 치장하는데, 나라고 그렇게 하지 말란 법이 있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낯설다. 아마 같은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겠지. 경악과 당혹감. 눈동자에 비치는 감정이 즐겁다. 한 번도 그녀 앞에서 누려보지 못한 기분. 왠지 모르게 어깨가 펴졌다.

이내, 주문했던 술이 나오고 말없이 따라, 잔을 건넸다.

갈색 액체가 찰랑거렸다. 돌아가는 길에는 택시를 타야 할 거 같다. 시선을 앞으로 고정 한 채 그대로 쭉 들이켰다. 가슴부터 콧구멍까지 뜨거운 기운이 확 하고 올라왔다. 예전 같으면 눈물이 찔끔 나왔을 거 같은 도수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짜릿함이 기분 좋다. 툭 내려놓고는 빈 잔을 채웠다.

“……뭐하자는 거야? 불렀으면 용건을 말 하라고.”

“그래야지. 다만 너도 마셔두는 게 좋을 거야. 맨 정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지 모르니까.”

“흥!”

그녀가 지기 싫은 듯 코웃음을 치고는 술을 들이켰다.

앞서 말했지만 도수가 높다. 얼굴이 시뻘게 져서는 콜록거리며 기침을 했다. 내가 멀쩡한 걸 보고 낮은 도수라 여겼던 모양이다. 결혼 전에 데이트를 할 때면 먼저 뻗어서 실려 가는 건 나였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지만.

속으로 웃고는 빈 잔을 채웠다.

“그럼 쓸데없는 사족 빼고 얘기를 하지.”

“후우. 얼마나 대단한 얘기인지 들어나 보겠어.”

“내가 받았어야 할 돈은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미소를 놔 줘.”

“……무슨 소리야?”

“미소가 원하는 결혼 생활이 아니야. 이혼 시키고,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만들어 줄 거야. 그러니, 네 너절한 삶 때문에 그 아이를 구속하지 마.”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입술을 깨물며 나를 똑바로 응시하려 해 보지만, 쉬이 그러지를 못한다. 지금 내 얼굴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하물며 나는 사람을 몇이나 죽여 본 쿤과 한 몸이다. 동화되기 시작한 그 기세를 일반인이 받을 수 있을까?

파르르 떨리는 눈썹이 이를 증명한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미소는 잘 살고 있어. L그룹 자식과 결혼해서 팔자 폈으면 최고로 좋은 거 아니야?”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미소가 결혼해서 팔자 핀 건 너 아니던가? 부잣집 사모님 취급에, 고급 모피. 우아한 드레스가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나? 둘 도 없는 딸아이를 그렇게 팔아버릴 정도로?”

“무슨 소리야!? 누가 누굴 팔았다고!?”

“양심이 있으면 똑바로 대답을 해. 장인어른 쪽으로 흘러간 자금 중에 L그룹에서 빌린 돈도 있음은 이미 알고 왔으니까.”

“……!!”

그녀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이건 모르겠지. 라는 생각이었나 보다. 어리석기는. 독기 품고 찾아온 사람한테 그따위 마음가짐으로 대했다는 건가?

픽 웃고는 다시 술을 들이켰다.

“발뺌 할 생각 따위는 하지 마. 이미 충분히 다 조사를 해서, 증거도 가지고 있으니까.”

물론, 탐정이 알아온 것들은 증거가 되지 못할 거다.

척 봐도 불법적인 루트로 챙겨 온 거 같으니까. 하지만 집안일 하다가, 헛바람 든 여자 하나 몰아넣기에는 충분한 수단이 된다.

그녀는 목이 타는지 마른 침을 삼키고는 진정되지 않는 눈으로 나를 봤다.

“어, 어떻게 알았어?”

“지금 그게 중요한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단 한 점의 반성도 없어? 미소를 억지로 결혼시켜 돈을 빌려놓고, 자신은 호화롭게 지낸다고? 미친 거야? 당신이 그러고도 미소 엄마라고 할 수 있어!?”

진정하려고 하지만 내 목소리도 점차 높아져 간다.

가게 안 몇 없는 손님들이 슬쩍슬쩍 바라보고 있다.

“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래!? 돈? 그래! 돈 빌렸어! 아빠가 사업 넘어간다고 사정사정 하는데, 그럼 어떻게 안 빌려 줘? 당신 보험금이고 합의금이고 몽땅 부었어. 그런데도 모자라더라. 그래서 더 빌렸어. 어차피 미소도 결혼했으니 한 가족 아니야? 돈 좀 빌리는 게 무슨 잘못인데!?”

“미쳤군. 이딴 걸 좋다고 결혼 한 내가 맛이 간 놈이지.”

“흥! 자기는 얼마나 잘난 아빠였다고 나한테 그러는 건데? 지금까지 우리한테 뭐 하나 제대로 해 준 게 있어? 집이냐고는 코딱지 만 한 거. 그것도 사실 우리 아빠가 돈을 보태서 구할 수 있었던 거잖아. 당신이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할 처지가 돼?”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니 도리어 침착해졌다.

악 쓰는 그녀의 얼굴을 봤다. 추악하고 더럽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 질 수 있는가 싶다. 티비에서 가끔 악에 바친 사람들이 나와서 진상 부릴 때면 왜 저럴까 라고 생각을 했었다. 연출이나, 조작된 상황.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까지 할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보니 어떤가? 사람은 이렇게도 떨어 질 수 있는 법이다.

빈 잔에 술을 채우고 넘겼다.

“당신 아버지가 해 주었다는 집. 잊었나 본데, 이사 올 때 빚진 건 전부 갚았어. 우리가 살던 집은 내 이름으로 대출을 해서 구입한 거야. 여기에 당신 아버지 돈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어. 그리고 뭐? 해 준 게 뭐냐고? 지금껏 당신이 먹고 자고 입은 건 뭔데? 미소를 키우며 들어가는 돈은 다 어디서 나온 건데? 밖에 나가서 일만 하니, 내가 무슨 기계정도로 생각이 됐나?”

“그게……”

“닥쳐. 말 안 끝났으니 마저 들어. 집안일. 가사일. 뭐라고 불러도 좋아. 노력을 폄훼하지는 않아. 미소를 키우고 내조를 했다고 치면 되니까. 하지만 그 결과가 배신으로 오면 앞의 것들에 의미가 있나? 남편이 식물인간이 되니, 그 합의금 받아서 친정으로 몽땅 넘겨? 그래놓고, 딸 아이 담보로 던져놓은 채 부족한 돈을 땡겨? 그게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니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여자가 인두겁을 쓴 짐승에 불과한가? 직접 벗겨 보면 알 수 있으려나?”

“……!”

눈앞에 겁을 집어먹은 초식 동물이 보인다.

만약 안주를 시켜서 포크나 나이프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미쳐 날뛰는 사람보다 냉정하게 돌아버린 인간이 위험한 법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얼굴을 갈라서 껍데기를 벗겨내고 싶었다. 그 살점에 소금을 뿌리고, 울부짖는 입을 가로로 찢어버리고 싶었다. 버둥거리면 손을 하나씩 자르고, 힘줄을 가닥가닥 끊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넝마가 된 얼굴 앞에서 웃고 싶었다.

준경아……

얼굴을 손으로 감싼 뒤 잠시 눈을 감았다.

몇 번 호흡을 가다듬자 진정이 되었다.

“다, 당신 대체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라. 아주 큰 일이 있었지. 지나온 내 삶을 후회하는 일. 앞으로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각오도 있었지. 그러니 똑바로 들어.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내 말을 허투로 듣고 가벼이 여긴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그 어떤 결말보다 비극적인 것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끄덕끄덕.

겁먹은 짐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기 하급 위압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인고의 시간이 생성되었습니다.]

익숙한 알림 음이 귓가를 때렸다.

반갑지만 지금은 잠시 들어가 있어라. 가볍게 무시하고는 눈앞에 앉은 짐승을 바라봤다. 아직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벙 찐 얼굴의 미소 엄마를 보며 입술을 핥았다.

상대적 우월감 때문인지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분노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는 눈앞에 포크나 나이프가 있어도 살인 미수 정도로 끝날 거 같다.

흘러내린 안경을 쓱 올리며 말을 이었다.

“처먹은 돈 가지고 친정으로 꺼져. 미소는 내가 이혼시킬 테니까. 그리고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마. 그게 내 조건이다.”

“이, 이혼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어차피 무늬만 부부 아니던가? 조건만 맞춰 준다면 그쪽에서도 굳이 거부 할 이유가 없지. 소란 피워 소송 건다 뭐다 하면 피곤 한 건 그쪽 이니까.”

그녀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렇게 겁을 집어 먹었으면서도 자신의 생활이 끝난다는 생각에서는 머리통이 돌아가는 모양이다. 참 질기기도 하다. 내가 하는 제안은 정말로 후한 거다. 마음대로 사용한 돈은 전부 안 받을 테니, 그냥 꺼지라는 제안. 미소만 아니었다면, 나도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조건이다.

그런 와중에도 머리를 굴리다니……

“그, 그쪽 집안에서 빚을 갚으라고 할 텐데……!”

“내가 알아서 한다. 어차피 빚이라고 해 봐야 그쪽에서는 푼돈. 결혼 때문에 묶어두기 위해 돈을 푼 모양이지만, 이쪽이 물러난다고 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 할 수 있다.”

이건 장담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혼을 쉽게 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도 확신 할 수 없고. 하지만 굳이 그걸 다 드러낼 필요는 없다. 주도권을 쥔 것은 나다. 흔드는 것도 나다.

게다가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 할 필요가 있다.

눈앞에 있는 썩은 생선이 과연 그냥 물러 날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

“꼭……그렇게 이혼 시켜야겠어? 미소의 장래를 생각해 보라고. L그룹의 며느리라고. 다른 걸 해서 그보다 좋은 미래가 있을 거 같아?”

눈깔을 그냥 팍 뽑아 버릴까?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도 아직 이런 말이나 하고 있다. 잠잠해진 분기가 다시 치솟는 느낌이다. 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이번에만 쓴 맛 만이 혀끝을 감돌았다.

“자식의 미래를 부모가 정하던가? 그 아이는 하고 싶은 일은? 되고 싶은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 네 잘난 모피와 화장품 때문에 그런 걸 전부 다 막겠다는 거야? 조금이라도 예전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은 거냐?”

“나, 나는……”

눈동자가 또륵또륵 굴러갔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래, 그렇게라도 부끄러움을 좀 느껴라.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수치심을 가지란 말이다.

“어차피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다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네가 꿈꾸던 삶이 이런 건지는 모르겠지만……이제 깨어나야 할 때다.”

“꼭 이렇게 해야겠어……?”

“그 질문은 네게 하고 싶군. 내게 그렇게 까지 해야했나?”

“……”

굳은 얼굴의 미소 엄마를 한 번 본 뒤, 남은 술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말은 끝났다.

알아먹었는지 아닌지는 아마 시간이 흐르면 나올 것이다.

“마지막이니 계산은 내가 해 두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내가 생각한 복수의 결말이 보일 것이다.

어느 방향이든.

※작가의 말

나올 댓글을 예상해 봅시다.

1. 돈 갚아 주다니 저런 호구!!

2. 실망이네요! 주인공이 너무 멍청해요!!

3. 마지막한자님 너무 잘생겼어요!

* 안 갚아줍니다. 네. 안 갚아줘요.

* 제가 리립을 다는 것이 댓글라시코를 더욱 활성화 시키는 걸까요? 친구가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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