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를 가거나 법원을 찾아 내 정보를 조회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반면에 뉴스에 나온 삼곡 아파트는 집과 가깝다. 계속 올라오는 내용을 확인하니, 김서율을 비롯한 특정 인사들이 게이트에 접근하기 위해서 오고 있다고 한다.
그녀를 만나면 뭔가 알지 않을까?
쿤 타이와 2년 6개월의 공백. 사고 장소에 있던 김서율이 유체화 가능한 능력자가 된 것. 몇 번을 곱씹어 생각을 해 봐도 무언가 관련이 있으리란 의심만 든다.
“야, 보이냐!? 보여!?”
“아, 썅!! 무슨 바리케이드를 이렇게 멀리까지 쳐 놨어!? 이래서 얼굴이나 보이겠어?”
“우리도 게이트를 확인 할 권리가 있다!!”
“옳소! 옳소!!”
집에 도착해 삼곡 아파트로 발걸음을 옮기니 이미 사람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었다.
취재진과 인근 주민. 그리고 피켓을 들고 있는 시위자들까지. 주변을 막고 있는 전경과 군부대 병력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수백 명은 넘게 모여 있는 것 같다.
“저기, 혹시 김서율이라는 여자가 이쪽으로 지나갔습니까?”
“김서율? 마담 김서율 말 하는 거요?”
“마담은 모르겠고, 이 여자 말입니다.”
기사에서 저장해 둔 김서율의 사진을 보여주자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빠 죽겠는데 장난하는 거요?”
“아닙니다. 그녀가 이곳으로 오는 게 맞나요? 꼭 만나봐야 해서요.”
“하이고, 만나시겠다? 그쪽도 어딘가 팬클럽에서 나온 모양인데, 이 안쪽으로는 일반인 출입 금지에요. 조금 있다 차타고 지나 갈 테니 그때 얼굴이나 한 번 봐 두슈. 적어도 손은 흔들어 줄 테니까.”
그리 말 하고 남자는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시선을 두다, 전경들이 막고 있는 쪽 건너편을 바라봤다. 높으신 분 올 때난 만들 법 한 인의 장막을 치고 있었다. 구경하는 이들과 방송국 직원들의 시선 역시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외에에엥~!
조금 지나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군용차량 몇 대가 연이어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곧이어 고급스러운 차량 한 대가 뒤를 따라왔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게이트 개방을 요구하는 시위자들의 목소리와 김서율의 이름을 환호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불협화음을 이루며 주변을 돛대기 시장마냥 만들고 있었다.
귀를 손으로 막은 채 가장 늦게 들어온 차량을 살폈다.
김서율은 저곳에 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분위기에서 내가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무작정 다가가다가는 그대로 총을 맞을 것 같았다.
끼익.
그때, 무리 사이를 지나가던 차량이 멈춰 섰다.
그리고 삼엄한 경계 아래에서 사람이 밖으로 내렸다. 남자 둘과 여자 둘.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낼 때 마다 주변의 환호성은 커져갔다. 그것은 마지막 사람이 내리는 순간 어마어마한 소리로 증폭되어 터져 나왔다. 아이돌 콘서트에서나 들을 법 한 소리였다.
“미스 김……”
그 사람은 바로 김서율이었다.
2년 6개월 전 같이 회사를 다녔던 동료. 사고가 나는 순간 나와 함께 있었던 바로 그 여성이다. 옅은 미소를 띤 채 주변을 향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금은 작위적인 행동이지만, 그 당시 보았던 청초한 모습은 여전했다.
“아……!”
그리고 그때, 우연인지 나와 김서율의 시선이 한 순간 딱 교차했다.
살짝 몸을 떠는 모습도 보였다. 먼 거리였지만 분명했다. 나를 알아 본 것일까? 혹시 지금 앞으로 튀어나가 아는 척을 하면 잠시라도 시간을 내줄까? 생각이 삽시간에 지나갔다.
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기도 전에 김서율을 포함한 넷은 다시 차에 올라타서는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잦아들었다.
“……”
역시 이 상황에서 만나는 건 무리였을까.
아쉬움에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
“따라오라는 말씀이신가요?”
김서율을 비롯한 사람들이 지나가고 난 뒤, 얼마나 지났을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누군가 붙잡았다. 키가 크고 분위기가 무거운 남자였다. 대끔 옆으로 다가와서 팔을 잡더니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김서율이 나를 데리고 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
“주변 시선이 있으니 조용히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역시 시선이 교차했던 게 맞다.
이곳에 온 이유가 그녀와 얘기하기 위함이니 거절 할 이유가 없다. 남자를 따라 게이트 주변 바리케이드를 빙 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검게 코팅된 차는 검문 없이 안으로 향할 수 있었다.
게이트 주변에는 임시로 건설된 막사가 여러 채 서 있었다.
남자는 그 중 하나로 나를 안내했다. 입구 부근에 ‘김서율’이라는 이름 석 자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이곳은 오직 그녀만을 위해서 마련된 공간. 가림 막을 걷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서율과 맞닥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했다.
청초한 미모와 변하지 않은 분위기. 2년 6개월이라는 공백이 너무 많은 것을 앗아가서 그런지 변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꽤나 기쁘게 다가왔다.
“아……!”
그러다 그녀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눈을 떴다.
나를 발견하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앞에 있는 내가 믿기지 않는지 큰 눈을 몇 번이가 감았다 떴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와 내 앞에 섰다.
“서 과장님……”
“이제는 과장도 뭣도 아니야.”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죠?”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내 얼굴을 매만졌다.
이마, 코, 입. 정말로 사실인지를 확인하듯 꼼꼼히 손으로 만지며 느꼈다. 그리고는 갑자기 와락 안겨 들었다.
“아……”
“과장님!! 흐윽! 흑!”
내가 뭔가를 하기도 전이다. 꽉 안고 우는 그녀는 알던 나이보다도 훨씬 어려 보였다.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그냥 가만히 등을 다독여 주었다.
울고 울고. 그녀는 꽤 한참이나 울었다.
가슴팍이 젖어서 축축해졌을 정도로.
“훌쩍……”
그러다 천천히 떨어지며 손끝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입가에 가볍게 달린 미소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다시 깨어나고 난 뒤 처음으로 보는 진실 된 웃음이었으니까.
“죄송해요. 너무 기뻐서 그랬어요.”
“괜찮아. 나를 보고 반겨주는 사람은 미스 김밖에 없었는데 뭐.”
“그냥 서율이라고 부르세요.”
“너도 과장님은 빼. 더 이상 과장도 아닌데.”
“그럼 삼촌이라고 부를게요.”
“으, 응.”
오빠를 기대하기에는 확실히 나이가 많은가 보다.
그녀가 웃으며 손을 잡아끌었다. 막사 안쪽은 완전히 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탁탁 치는 소파 위로 엉덩이를 걸쳤다.
그녀는 내 얼굴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볼을 긁적이며 일단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다 뭐야? 보니까 마담이라고 부르던데.”
“으아. 그 별칭은 말 하지 마세요. 들을 때 마다 부끄러워서 숨고 싶을 정도라고요.”
“하하. 직접 지은 건 아니었어?”
“설마요. 아무리 얼굴이 두꺼워도 그렇게 불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요.”
시작은 부드러웠다.
목소리도 태도도 여전했다. 무언가 콱 막힌 듯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거 같았다. 경직됐던 몸을 풀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깨어나 보니 너무 많은 게 바뀌어 있었어. 내 주변도, 세상도.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네 얼굴이 기사에 뜬 걸 봤어. 마침 근처라 찾아와 봤던 건데 운이 좋았나 보네.”
“찾아와 주셔서 고마워요. 안 그랬다면 깨어났다고는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사고가 난 뒤에 몇 번이고 면회를 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병원에서 찾을 수가 없더군요. 사모님께 위치를 물어도 알려주지를 않고……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저도 결국 찾는 걸 포기하고 말았어요. 못됐죠? 저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던 건데.”
“그런 소리 하지 마. 사고는 사고일 뿐이야. 누가 잘못도 없어.”
그녀를 구한 건 내 판단이다.
없던 용기가지 내어서 행동했다. 2년 6개월이라는 시간 후의 결과가 이처럼 비참하지만 않았어도 나는 그 용기를 칭찬했을 것이다. 그 사고에서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음주운전으로 스포츠카를 몰아서 날 치어버린 그 놈을 제외하고.
“그보다 언제 깨어나신 거예요? 그동안은 어디에 계셨어요?”
“깨어난 지는 며칠 안 됐어. 그럭저럭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적응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사모님은요? 같이 안 오셨어요?”
“아……”
농담으로 웃어넘기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쉽지 않았다.
서율이의 표정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머리가 나쁘지 않다. 2년 6개월이나 잠들어 있던 환자와 아내. 말 못 할 사연이라면 누구나 사정을 짐작 할 수 있다. 굳이 더 이상 묻지는 않은 채 그냥 내 손을 살짝 잡아주었을 뿐이다.
“그런 얘기는 됐어. 사실 그보다 이 게이트에 대해서 알고 싶어. 듣자하니 정확하게 내가 사고를 당한 날 이게 나타났다면서.”
“아, 맞아요. 정확히 삼촌이 사고를 당하는 순간 전 세계적으로 게이트가 등장했죠. 과학자들이 여러 가지 이론을 내 놓으며 이를 설명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분명한 건 없어요. 그냥 나타났으며 그것이 다른 세계로의 연결 통로라는 것 뿐.”
“공교롭네. 난 식물인간에 빠졌는데, 세계는 다른 세계로의 문을 찾다니.”
생각해보면 꽤나 쓰린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 정말로 어떤 연관성이 있다 한들, 그것을 좋게 받아들일 마음은 없다. 난 크게 바라는 것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부와 명예를 원하지도 않았고, 그저 평범한 삶 속에 작은 여유 하나 정도를 찾고자 한 소시민에 불과하다.
날아가 버린 2년 6개월의 삶은 무엇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넌 그 마담? 그런 사람이 된 거야?”
“으. 그 별명은 됐다니까요. 저처럼 유체화가 가능한 사람을 개척자라고 불러요. 다른 세계를 개척한다나 뭐라나. 영어권에서는 패스파인더라고 부르죠.”
“개척자라. 그럼 정말로 게이트 너머에는 다른 세계가 있는 거야?”
“넵.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분명 세계라 할 만 한 것들이 있어요. 나무도 있고, 들도 있고 각종 동물도 있어요. 처음에는 꽤나 당황을 했었지만 지금은 모험 한다는 느낌으로 다닐 수 있죠.”
조금은 들뜬 어조로 서율이 말을 했다.
모험이라. 게이트를 통과하는 세계는 그다지 험한 곳이 아니란 말일까? 어쩌면 쿤으로 연결되는 세계와는 다른 곳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애초에 가정했던 것들을 모두 바꿔야 한다. 머리가 조금 복잡했다.
“그 유체화라는 건 뭐야? 인터넷으로 보니까 게임 캐릭터 만드는 것하고 비슷하던데. 그럼 막 스텟도 있고 그러나?”
“네? 아하하하. 삼촌 게임 좋아하는 건 여전하네요. 아쉽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뭐라고 해야 할까……자각몽? 그게 제일 비슷해요. 꿈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데로 모습도 막 바꾸고 그렇잖아요. 처음에 게이트를 통과하면 그것을 정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상태로 너머의 세계를 활보 할 수 있죠.”
“아……무섭지는 않아? 들짐승 같은 것들도 나온다고 하던데? 혹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어?”
“아, 하긴 삼촌은 잘 모르시겠구나. 게이트 너머에서 당한 상처는 이곳으로 이어지지 않아요. 죽어도 다음번에 연결하면 다시 살아나 있죠. 정말로 게임하고 비슷하죠? 인벤토리나 스킬 같은 것만 있었다면 딱일 텐데.”
그녀가 아쉽다는 투로 말을 했다.
스텟은 없고 게이트 너머의 세계는 이곳과 완전히 이어지지 않는다. 죽어도 상처 입어도 상관없는 세계. 전쟁 같은 걸 겪어 본 일이 없을 서율이가 별 다른 걱정 없이 게이트를 이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근데 삼촌, 게이트에 꽤나 관심이 많네요?”
“아, 뭐. 들어 본 적도 없는 생소한 일이잖아. 게다가 사고 나는 그 시간에 발생했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그렇지. 듣자하니, 게이트 너머에서 별의 별 물자들을 다 캐온다며?”
대충 둘러 답을 하고는 화제를 다시 돌렸다.
서율이가 입술에 손을 대고 생각하더니 몇 가지 예를 들어 주었다.
“온갖 자원들이 길에서 굴러다닌다고 해야 할까요? 다이아몬드나 금. 지구상에서는 구하기 힘든 희귀 광석들이 그냥 막 발에 채여요. 아직은 준비 단계에 불과하지만, 게이트 너머 쪽의 상황이 안정화되면 제대로 채굴이 시작되겠죠. 세계 굴지의 학자들도 그 수량과 재화 가치를 측정하지 못한다고 해요. 어떤 사람은 메말라가는 지구가 새로운 길을 터 주었다고도 말을 해요.”
“엄청나군. 그럼 너는 넘어가서 그런 것들을 가지고 오는 거야?”
“지금은 베이스캠프 차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맞아요. 건너 올 때 마다 한 트럭씩 실어오죠. 솔직히 요즘은 금을 봐도 금 같지가 않다니까요?”
그야말로 보물창고.
하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자원이 희소가치는 말 그대로 희소하기 때문에 매겨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갑자기 수많은 재화가 풀려버리면 시장이 요동쳐서 세계 경제가 일시에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알 바는 아니잖아?
내 코가 석자인데 세계 경제를 생각 할 여유는 없다.
그냥 생각 너머로 흘려버렸다.
“아, 삼촌. 그런데 어쩌죠? 저, 조금 있으면 게이트로 가 봐야 할 거 같은데.”
“음……서율아. 혹시 그 게이트 말이다. 가까이서 한 번 볼 수 있을까?”
“네? 게이트는 왜요?”
“그냥 늙은이의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사고가 난 날 생겼다고 하니까 어째서 남일 같지도 않고. 그냥 가까이서 한 번 보고 싶은데. 혹시 무리인 일이라면 거절해도 괜찮아. 강권하지는 않을게.”
“으음. 제 경호원이라 하면 괜찮을 거 같아요. 이 시간이면 보조팀 분들도 다 물러갔을 테니, 딱히 막아서는 사람도 없겠네요."
이야기로 들어서는 안 풀리는 것들이 많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봐야 무언가 납득이 될 거 같다.
다행히도 서울이가 그 길을 열어주고 있다.
조금은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손을 잡아서 일으켰다.
“그럼 이 모자를 쓰시고. 조용히 따라오세요.”
그녀의 뒤를 쫒아 조심스레 걸었다.
전경과 군부대. 그리고 특수한 복장을 착용한 사람들이 주변에 잔뜩 모여 있었다. 그녀와 마주칠 때면 하나같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했다. 회사 다닐 때도 그랬지만 서율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야 할까. 그것은 장소가 달라졌어도 같은 방식으로 통용되는 모양이다.
“삼촌, 다 왔어요.”
천막으로 가려져 있는 게이트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군부대에서 처리한 모양이다. 천막이 국방색이었다.
살짝 트인 곳으로 밀고 들어갔다.
“이것이 게이트……”
높이는 대충 아파트 3층 정도. 바로 앞에서 보니 꽤나 커다랬다. 몸을 찍어 누르는 압박감도 상당했다. 구조물이 가진 묘한 분위기와 게이트 중앙에 서린 희미한 안개에서 오는 특이한 느낌이 이를 배가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아, 이것은 지구의 것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거세게 받을 수 있었다.
“대단하죠. 저도 처음 봤을 대 그랬어요. 막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 끌려가는 거 같았죠. 지금은 꽤나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이 사이로 통과하는 건가?”
“네. 하지만 개척자가 아니면 그냥 통과될 뿐이에요.”
“개척자라.”
가만히 보다 조금 걸어 게이트에 바짝 다가섰다.
옅은 열기가 게이트 틈으로 전달되었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 대충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삼촌, 이제 그만 가야 할 거 같은데요.”
“……”
“삼촌?”
서율이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은 눈앞의 것에만 집중을 했다.
게이트. 정말로 이것은 나와 관련이 없는 것일까. 내 2년 6개월의 공백은 단순한 사고의 결과였을까. 어쩌면 인정하기 싫은 걸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사고로 인해서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서율아 미안.”
“사, 삼촌!?”
그렇다면 확인해 보자.
모자를 벗어 던지며 일렁이는 게이트 속으로 뛰어들었다.
※작가의 말
쩜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