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241화 (241/249)

#241

침입(2)

줄줄줄-

인간들이 흘린 피는 한 줄기 내가 되어 흐르고 마수들이 먹다 남은 시체의 잔해는 뿔뿔이 흩어져 있다.

두 세계가 하나가 됨에 따라 벌어진 일.

통로 근처에 있던 마을은 이미 성한 곳이 없다.

온통 쑥대밭이 되어 버린 마을.

마수들이 온통 휩쓸고 간 턱에 다 부서졌다.

아예 무너져 버리다시피 한 집의 잔해들.

망가졌다.

말 그대로 마수들이 쓸고 지나간 자리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하나가 되어 가는 그 곳에서는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 많은 환수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였다.

하긴 수백, 수천 년을 웅크리고 있던 환수들이니 그 수는 오죽하겠는가.

그렇게 인간계는 파도처럼 밀고 들어오는 마수들에 의해 망가져 갔다.

마수 사냥꾼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

헉헉헉-

헉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인간들.

무장이 꽤나 잘 되어있는 반면에 복장이 자유로운 걸로 봐서는 마수 사냥꾼들로 보인다.

이들은 통로 근처를 지나가던 마수 사냥꾼들.

재수없게? 그래 재수없게 여기에 말려버린 이들이었다.

요 근래 마정석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버린 탓이다.

헌데 그때 마침 눈에 딱 들어온 마수 세 마리.

그것도 C급의 마수였다.

이런 횡재수!

아침부터 어쩐지 재수가 좋더라니.

신이 나 버린 자신들은 말 그대로 불타올랐다.

아예 마수를 난도질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손에 넣은 마정석 세 개에 잔해물.

그게 다였으면 좋았으련만...

아니 거기에서 그 정도의 수확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오늘 하루는 최고의 하루가 되었었겠지만...

지금 상황.

하나를 얻고 전부를 잃게 생겼다.

"야! 거기는 어때!!!"

"......"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젠장.

황급히 고개를 획 돌리는 무리의 대장 빈센트.

휴...

살아있구나.

자신들의 동료.

8명으로 구성된 나름 실력 있는 녀석들로 구성된 마수 사냥단이다.

물론 자신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헌데 이 마수들.

갑자기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것이야???

지금까지는 눈 씻고 찾아봐도 마수 단 한 마리 찾는 것도 그렇게나 힘들더니.

크르릉-

그때 들려오는 낮은 울음소리.

자신의 정면에서부터 들려오는 듯하다.

돌렸던 고개를 다시 천천히 제자리로 가져가는 빈센트.

'허. 저거......'

자신이 역시 잘못 들은 게 아니다.

울음소리에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

빈센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A급 마수 아머메어다.

저 온 몸을 둘러싼 갑옷처럼 보이는 시커먼 갑각.

웬만한 힘으로는 저 갑각은 절대 뚫을 수 없다.

환수계에서도 순수 방어력 만으로는 거의 최상급이라 불리는 아머메어였다.

그렇기에 인간계 내에서 저 아머메어의 갑각을 이용한 방어구를 가진 자라면 딱 둘 중에 하나.

돈이 썩어 넘칠 정도이거나 실력이 완전 극상이거나 딱 그런 부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음습하고 축축한 곳을 좋아하는 터라 인간계에서는 보기 드문 마수이건만 저런 마수까지 넘어오다니.

두려움을 떠나 빈센트의 두 눈에는 탐욕이 흐르는 듯했으나 그것도 잠시.

그는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였다.

크아아아악-!!!

"사... 살ㄹ...으아아아아악!!!"

자신이 잘 아는 목소리들이다.

이미 동료들 중 몇몇은 당한 듯하다.

'...이거 도망을 가야 하나...'

하지만 그것도 의문이다.

한 번의 공격을 막아내고 살아남아 도망을 가려고 시도하면 뭐하나.

사방 천지가 마수로 가득 차 있는데.

그리고 또 하나.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A급 마수가 주는 위압감이랄까.

마치 무서움에 몸 자체가 경직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 사이에도 마수들은 계속 꾸역꾸역 앞으로 밀고 전진하는 중이었다.

마치 뒤에서부터 타의에 의해 몸이 떠밀리는 듯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마수들.

도대체 저 마수들의 행렬에 끝이 어디인가 물어보고 싶을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였다.

그때.

빈센트와 대치 중이던 아머메어가 자신의 4다리를 이용해 힘껏 도약했다.

샤아아아아-

도약한 상태로 펼쳐지는 등 부분의 갑각.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갑각 부분에 파묻혀 있던 투명한 날개.

쌔애애애액-

빠른 속도로 빈센트에게 돌진하는 마수.

'으어어어어어!!!!!! 죽는다아아아아아아아!!!!!!'

그만 눈을 질끈 감아 버리는 빈센트.

제대로 도망조차 치지 못한 빈센트의 얼굴에 어둠이 깔려갔다.

****

퍼어어어어어어어억-!!!

엄청난 충돌음.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빈센트가 슬며시 한쪽 눈을 떴다.

'주... 죽었나...?'

죽었겠지.

반항조차 제대로 못 한 자신이었으니.

허나 생각은 현실과 정 반대였다.

자신의 앞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널찍한 등판의 한 사내였다.

허억-

꽤나 상당한 덩치의 한 남자.

...저 뒷 모습은.

"뭐하냐!!! 너도 마수 사냥꾼이면 정신을 차려라!"

빈센트를 꾸짖는 듯한 커다란 호통소리.

"다...당신은...?"

일면식이 있는 남자다.

자신에게 호통을 친 남자는 바로 랭커 중 한 명인 심슨.

그리고 심슨의 앞에는 튕겨져 나간 아머메어가 자신의 두꺼운 동체를 다시 일으키는 중이었다.

그 자가 어째서 이 곳에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그 자는 여기 자신의 앞에 서있고 심슨 덕분에 자신이 살았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죽을 셈이냐!!! 얼른 몸을 빼라!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일 뿐이다!"

"아. 예. 예예예."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빈센트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 심슨은 다시 자신의 무기를 움켜쥔 채 사방에서 밀려드는 마수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얼른 이 상황을 모든 곳에 알려라! 내가 최대한 저지해 보겠다!"

말이 되지 않는다.

저 상황에서 도대체 자신이 어떻게 버틴다는 말인가.

그와 함께 온 마수 사냥꾼들이 합류해 준 덕분에 더 이상 동료들의 희생은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봤자 단지 약간의 시간 벌기에 불과할 뿐이다.

"다... 당신도 얼른 도망을 가야 하지 않습니까?"

"내 몸 하나 빼는 건 어렵지 않다. 너희들이 여기에 남아있는 게 더 힘들 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제야 심슨의 말을 이해한 빈센트가 자신의 동료들에게 퇴각 신호를 날리며 재빨리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

젠장-

이를 꽉 깨문 심슨.

이미 통로의 존재는 알려졌다.

그리고 마수들의 세계인 환수계의 존재 또한 말이다.

그가 이 곳에 나타난 이유.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통로를 찾기 위함이었다.

이미 여러 경로로 나뉘어진 랭커와 왕국의 기사들.

그러던 와중 이렇게 밀물처럼 밀고 들어오는 마수들을 만나게 되었고 곤경에 처한 마수 사냥꾼들을 보게 된 것이었다.

후우우우욱...

"이놈들..."

심슨이 정면에서 밀고 들어오는 마수들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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