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205화 (205/249)

#205

이니아(2)

쾅-

쾅-

콰앙-

콰아앙-!!!

연이어 들려오는 충격음.

거대한 발이 땅을 내려찍을 때마다 들려오는 굉음.

그와 더불어 땅에 깊이 패이는 페실린의 족적.

이익......

그리고 이니아는 그걸 피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찰랑~

한 번의 움직임마다 들려오는 장신구들의 마찰음.

찰랑~

그때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마찰음.

또 한 번 느끼지만 전장과는 유난히 어울리지 않는 맑은 소리였다.

하지만 말이 저렇지 이니아는 죽을 맛이었다.

'...젠장...'

그녀의 두터운 턱살을 따라 뚝뚝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

하지만 땀을 훔쳐낼 시간조차 없다.

부우우우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

다시 한 번 빠르게 휘둘러지는 페실린의 발이었다.

"몇 번이고 그런 단순한 공격이 통할 것 같냐?"

이니아가 쏟아지는 발을 보며 슬쩍 중얼거렸다.

몹시도 파괴적이다.

하지만그 파괴력에 비해 아쉬운 속도.

아까처럼 재빨리 몸을 요리조리 움직여가며 페실린의 발을 피하는 그녀.

이니아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계속 그랬듯이 방향만 바꾸면 되니까.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했지.

지금처럼.

탁-

그녀의 몸이 멈춰져 버렸다.

에?

순간 당혹감이 퍼진 이니아의 얼굴.

그녀가 갑자기 멈춰선 이유.

그것은 그녀의 등 뒤에 있는 기둥 하나.

굵은 허리통 만한 기둥이었다.

마치 뚱뚱한 그녀의 몸을 지탱이라도 해 줄 기세인 양 이니아의 등을 떡 하니 받치고 있는 기둥.

"...이... 젠장..."

...기둥 하나.

유난히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였기에 캉고르단이 있던 곳의 모든 것들은 굵고 화려했다.

자신의 경로를 가로막은 이 기둥처럼 말이다.

빠르게 이동을 하며 페실린의 공격을 피하다 보니 그런 기둥이 장애물이 되리라는 것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탓이었다.

쌔애애애애애액-

칫.

피하기에는 늦었나.

그래도 뭐 13위에게 터질 정도는 아니지.

여전히 페실린의 발은 허공을 가로지르며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진 이니아.

짤랑-

이니아의 열 손가락에 끼인 반지들에서부터 맑고 청아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정확히는 둘.

****

콰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충돌음.

그리고 피어난 먼지 틈 사이로 보이는 두 명의 인영.

그녀의 아들들.

제프와 시프였다.

"엄마! 빨리 잡자!"

제프의 외마디 외침.

보아하니 전력은 저 랭커 녀석이 최고인 듯했다.

처음에 밀린 건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란 탓이었을 뿐 세 명이 제 실력을 보인다면 저 정도는 씹어 먹고도 남지.

그리고 자신의 아들들이 커다란 발을 막아내는 모습에 감동을 먹은 듯한 이니아의 얼굴.

순간 그녀의 탁한 눈동자가 더욱 탁해졌다.

안구에 습기라도 찬 듯 그득 차오른 눈물.

'언제 이 아이들이 이렇게나 커서.'

대견스러웠다.

아직 제 품에 자식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이 엄마. 아직 죽지 않았다. 이 녀석은 내가 처리하마."

아이들을 옆으로 슬쩍 밀어내는 그녀.

짜라라라랑-

짜라라라랑-

그녀의 손이 격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막 발을 거둬들인 페실린.

"이거 내 공격을 막아내다니 칭찬을 해줘야겠군."

하나가 셋이 된다 한들 어차피 시간 문제.

모든 건 자신의 선에서 정리가 될 터이다.

하지만 지금 페실린이 모르는 것 그리고 실수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캉고르단의 저력.

그리고 킹고르단은 곧 이니아라는 것을.

거기에 따른 도를 방심.

아니나 다를까 위기는 곧 찾아왔다.

장신구들이 부딪히는 소리.

맑고 아름다운 소리였다.

자신의 고막을 두드리는 청아한 마찰음에 페실린이 미소를 짓는 찰나.

윽-

갑자기 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고막에 직격으로 와닿는 그 소리.

생각지도 못한 고통에 페실린의 허리가 반으로 접혀버렸다.

재빨리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 막는 페실린.

하지만 무슨 장난질을 친 것인지 손을 뚫고 들어오는 이니아의 공격이었다.

점점 쌓여가는 소리.

그리고 오롯이 페실린에게 집중이 된 이니아의 공격.

소리의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페실린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져갔다.

'...저 손을 막아야...'

재빨리 발을 들어 그녀의 소리를 멈추려 했으나 시도를 하기도 전에 다시 멈춰버리는 페실린의 움직임이었다.

젠장.

문득 어금니가 아파온다.

자신도 모르게 세게 깨문 탓이겠지.

주룩-

그의 귀에서부터 흘러 나오는 한 줄기 피.

고막 어디가 상한 듯했다.

이제는 뇌까지 둥둥 울리는 것 같은데...

젠장맞을 거.

괜히 선발대로 자원했나...?

후회가 막급했다.

털썩-

그만 무릎을 꿇어버리는 페실린.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겨우 기운을 둘러 더 이상은 그녀의 공격이 통하지 않게끔 하고 있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일 듯하다.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던 게 패착이라면 패착이겠지.

"그러게 그렇게 나대면 그 꼴이 나는 것이지. 어디 죽어서 저승에라도 가게 되면 캉고르단의 이니아에게 혼이 잔뜩 났다고 전해라!!!"

이니아가 자신의 입을 양껏 벌렸다.

마무리를 할 심산인 듯 보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음파에 음파가 쌓이며 공간의 층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쌓여진 음파들은 정확하게 페실린을 향해 퍼부어졌다.

그녀의 공격을 두 팔을 교차시킨 채 온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는 페실린.

쿠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그리고 음파의 파도가 이내 페실린의 온 몸을 사정없이 삼켜갔다.

****

처음 의견은 분분했다.

누가 어디를 가야 하며 언제 어떻게 칠 것인지.

협회장의 부재가 이렇게나 뼈 아프게 다가올 줄은 아무도 몰랐었다.

하지만 이미 죽은 자를 어디서 어떻게 살려온단 말인가.

그 방법은 실현 불가능한 일.

그렇다면 그들 만의 회의로 모든 것을 결론지어야 했다.

같이 갈 것이냐?

아니면 따로따로 전력을 분산시켜 갈 것이냐.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워 회의를 한 결과.

그들의 결론은 2갈래로 팀을 나누는 것이었다.

한 쪽은 오픈도어를 향해.

한 쪽은 캉고르단을 몽땅 잡아들인 후 오픈도어 쪽으로 합류하는 걸로.

아무래도 그들이 보기에 캉고르단은 오픈도어의 하부조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게 된 캉고르단의 본거지.

헌데 선발대를 보내놓은 페실린이 곧이라도 죽게 생겼지 않나.

다행히 지척이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꾸물거렸으면 이 쪽 일부터 틀어질 뻔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랭커 중 한 명.

아직은 끝나지 않은 것 같으니.

그는 자신의 무기를 꼬나들었다.

그리고 힘찬 고함과 함께 자신의 무기를 냅다 던져버렸다.

쌔애애애애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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