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부자(3)
아...빠...??????
아아아아아빠아아아아아아...??????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누가 봐도 둘을 보는 순간 피가 연결되어 있다고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똑 닮은 모습이니.
허나.
부자 관계라니.
특히나 막시멈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이... 이 자식. 끝까지 독신을 유지하자고 한 녀석이 이딴 뒤통수를 쳐...? 이이이익......"
"아니 뭐. 살 사람은 살고 해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고리타분하게 그럴 거요? 그리고 나도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서 이렇게 되었던 것이지 노리고 그랬던 건 아니라."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하는 달란트.
환수에게도 가족이라는 개념은 존재했다.
물론 개개의 종족들 별로 가정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여하튼 인간들처럼 교배를 하고 그 뒤에 세대를 만든다는 것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그런 것에 관심이 없던 자가 바로 달란트.
그가 추구하는 것은 주인들과 같은 선상에 서는 것.
그것 만이 그의 목표였고 지향하는 바였다.
그런 그가 가정이라니.
게다가 아들이라니.
"이... 배신자 새... 아니 녀석... 언제 그렇게 새끼를..."
배신감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막시멈.
아무리 생각해도 지독한 배신감에 몸서리가 처진다.
"거 영감이 사랑을 아우? 사랑이란 다 그런 거유."
무의식 중에 상체를 한껏 앞으로 내밀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달란트였다.
****
하지만 누가 충격을 받던 간에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여기 체스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한껏 치켜 올라간 양 눈썹.
이이이.........익......
"...엄마가... 내 빚이... 너이씨......"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리는 체스.
-응? 뭐라고?
순간 체스의 몸이 쏘아졌다.
앞으로 양껏.
타다닥-
쌔애애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체스의 몸이 활을 떠난 시위 마냥 빠르게 뛰어간다.
순식간에 그와의 거리를 좁히는 체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어느 새 지척까지 다가온 체스의 얼굴이 달란트 그의 얼굴과 맞닿았다.
슈욱-
순간 허리춤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체스의 주먹.
뻐어어어어어억-
허공을 가르며 힘껏 뻗은 그의 주먹은 달란트의 얼굴에 정확하게 꽂혔다.
흐억-
쿠당탕탕탕-
거친 소리와 함께 바닥을 놔뒹구는 달란트.
"아이고... 집 다 부서지네."
이걸 어쩌나 부서진 집기를 걱정하는 막시멈.
허나 딱히 말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자고로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는 건 열 살 아이도 아는 사실.
말과는 다르게 흥미진진한 얼굴로 둘을 쳐다보고 있는 그였다.
****
"아이고오오오오... 아프잖냐?"
냅다 한 방을 두들겨 맞은 달란트가 턱을 문지르며 몸을 어정쩡하게 일으켰다.
"뭐??? 아파??? 그게 지금 당신이 고작 할 말이야!!!??????"
고함을 지르는 체스.
그의 얼굴은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게다가 저 말투하며 태도.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고 우리 불쌍한 엄마.
엄마가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간 것은 알고 있는지.
양심에 가책이라고는 단 일말의 것도 없는지.
그리고 왜 그딴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 떠났는지.
또 정말 아무런 책임감 없이 떠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다.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 한들.
설령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움켜쥘 정도의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언젠가 아빠라는 작자를 만나게 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었다.
예전부터 늘 물어보고 싶었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라도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체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이해를 하려 해보았다.
단지 아버지라는 이유로.
그리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라는 이유로.
하지만 이해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선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이건 자신의 선 안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짓이었다.
적어도 사람이고 부모라면 말이다.
"왜! 왜 그랬어!"
분노라는 감정에 휩싸여버린 체스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그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어 대는 체스.
어느 새 달란트의 멱살을 부여잡은 체스의 팔에는 힘줄이 솟아날 정도로 힘이 잔뜩 실려 있었다.
켁- 켁- 켁-
"...이거 좀 놓고 이야기하면 안 될까? 아들."
"이런 개... 누가 누굴 보고 아들이래!!!"
"...치... 침 튄다. 이 놈아."
뻔뻔하기 그지 없는 얼굴.
체스의 얼굴은 분노를 넘어 황당하다는 표정이 깔렸다.
파르르 떨리는 체스의 눈썹.
그리고 이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주먹을 다시 위로 치켜 올리는 그였다.
그때.
"잠깐만."
불쑥 끼어드는 자.
"그러지 말고 둘 다 진정하고 앉아서 이야기해라."
입을 연 자는 막시멈.
그 와중에 헬캣에게 대충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였다.
들어본 바에 의하면...
이거 옹호해 주기도 좀 애매하기도 하고 말이지.
게다가 저 녀석이 한 짓.
그것만 따지고 보면 쓰레기 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
허나...
뭔가 사정이 있었을 터.
저 녀석이 보기에는 좀 저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책임감이 없거나 그런 녀석은 또 아니니.
아무도 모를 사정이 있었겠지.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말린 보람이라도 있지...
우선 일단은 서로의 이야기가 먼저라 생각한 막시멈이었다.
****
"아이고오오... 아들. 턱이야. 주먹이 왜 이렇게 매워졌지? 그 고사리 같던 손은 도대체 어딜 가고 솥뚜껑 만한 손만 남은 거냐?"
턱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자신의 얼굴에 흠집이 난 건 없는지 살펴보는 달란트.
"... 당신은 나에게 그렇게 부를 자격은 단 1도 없어. 알아??????"
"흠. 뭐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지. 그건 나도 인정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말이지."
"뭐가 어쩌고 어째??? 그걸 인정하는 인간이 지금에 와서야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고?????? 이런 개 같은!"
드르륵-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를 뒤로 튕기듯이 밀어 젖히며 일어나는 체스였다.
"자자~ 앉아라. 앉아. 뭘 젊은 아이가 그렇게 열을 내고 그래. 안 그러냐? 헬캣아."
-열을 낼 만도 하죠. 저 같아도 우리 부모가 그랬으면 아마 화병에 죽었겠죠.
"아마 제 분을 못 참았겠지. 낄낄낄."
그 새를 못 참고 바뀌어 버리는 분위기.
뭐 분위기 전환을 좀 해보려는 막시멈 나름의 시도이긴 했다.
하지만 딱히 먹히지는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울그락불그락 화를 채 이기지 못한 듯한 체스의 얼굴.
그때.
드디어 달란트가 제대로 입을 열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