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94화 (194/249)

#194

막시멈(2)

"에헤헤헤. 님은 무슨 님이에요. 그냥 배코라 불러도 돼요. 막시멈 님이 절 배코 님이라 부르면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걸요?"

여전히 천연덕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배코.

괜히 중간에 끼인 자만 어색해진 상황이었다.

명색이 주인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허나 막시멈의 표정에 딱히 변화는 없었다.

"그래서 본론만 말해. 무슨 일 때문에 온 거야? 설마 그 일 때문이냐?"

"네, 맞아요. 열쇠가 만들어진 건 아시죠?"

"알지. 딱 봐도 뭐."

"하긴. 에헹. 그런데 제가 아는 건 열쇠가 관여자의 성향에 따라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 정도거든요? 그 뒤는 어떻게 되는 건지도 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걸 알고 싶어서 막시멈 님을 찾아왔죠. 막시멈 님이 모르는 건 아무 것도 없잖아요. 에헤헤."

막시멈이 배코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맹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

순수하게 지식을 탐구하는 듯한 눈빛을 한 배코다.

가만히 쳐다보다가는 어느 순간 영혼을 탈곡 당할 것만 같은 저 눈빛.

"어휴... 그 눈빛. 그때보다 더 영글어졌네. 눈만 봐도 녹겠는걸."

배코의 무기이자 그가 가진 힘.

막시멈의 얘기에 배코가 몸을 배배 꼬았다.

그는 주인이다.

주인인 만큼 그 누구도 그가 가진 힘에 대해서는 의심을 할 여지가 없다.

허나 주인들 만의 고유 능력.

각자 주인들에게는 각자의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배코 만이 가진 능력.

그것이 지금 그의 눈을 통해 발현이 되는 중이었다.

허나 다른 주인들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아니 지나치게 변화가 없다고 해야 할까.

가령 하르무를 보면 그가 가진 능력은 몸의 변화.

그는 순식간에 몸을 늘려 자신의 힘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 고유 능력이었다.

여기 그의 눈.

저 상대를 빨아 당길 것만 같은 눈빛.

그가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본능적으로 발현되는 이 능력.

상대방을 현혹시켜 정신적으로 아예 무너뜨리거나 혹은 현혹시켜버리는 그의 힘.

그것이 바로 배코가 가진 힘이자 능력이었다.

발현시키는 데에는 딱히 본인의 의지도 필요 없다.

바라보는 순간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능력이었기에.

하지만.

"나한테까지 그 능력을 쓸 참이냐?"

또렷한 눈망울로 되레 배코를 바라보는 막시멈.

"그럴 리가요~ 이건 선천적인 거라 저도 어쩔 수 없다구요. 뻔히 아시면서~ 제가 온 이유는 하나라구요. 열쇠.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해 기록하는 자 막시멈 님께 물어보기 위해서."

"흠... 뭐 어차피 나에게 네 능력은 통하지 않으니 그거야 그렇지만... 내가 가르쳐 줄 게 딱히 없는 것 같은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 막시멈.

물론 좀더 알고 있기는 했다.

괜히 기록하는 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자신의 손을 넘어버린 것.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지켜보는 것 밖에 없었다.

자신의 존재 이유는 기록이기에.

글쎄...

이걸 어째야 하냐는 표정으로 제멋대로 자란 수염을 쓰다듬는 막시멈.

"너 어차피 하르무와 한통속 아니냐? 뭐 굳이 내가 가르쳐 줄 것도 없어 보이는데. 그리고 가르쳐 주면 더 난리나는 것 아니냐?"

아하하하하-

그의 말에 명랑한 웃음을 터뜨리는 배코.

"뭐 주인들끼리 그렇게 서로 의견이 다르기는 하지만 제가 굳이 또 그렇게 하르무와 한통속이거나 그렇진 않거든요? 그거야말로 착각이에요. 아하하하하. 전 순수하게 지식 탐구를 원하는 것 뿐이에요."

"그러냐? 네 그 순진한 표정에 숨어 있는 그 음흉함이 난 더 무서운 걸?"

그때 이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자.

****

쾅-

테이블에 자신의 두 팔을 내리치는 남자.

한참 배코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남자였다.

"잠깐. 잠깐. 배애애애코오오오오오???"

"아~ 그렇지. 너라면 처음 보겠구나. 이 녀석이 배코지. 다섯 주인들 중 한 명."

"맙소사..."

모든 주인들 중 제일 알려지지 않은 자 배코.

그는 지극히 폐쇄적인 주인.

자신의 지역에서조차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워낙 유명한 주인이었다.

그러니 그가 놀란 눈으로 저렇게 배코를 쳐다볼 수 밖에.

그리고 둘의 눈이 마주 쳤다.

5초.

10초.

시간이 더해지고.

1분이 채 안 된 짧은 시간.

순간.

몽롱하게 풀려가는 눈.

아...

나지막한 탄성.

정신이 아득해지고 그의 몸이 풀려가기 시작했다.

"이 자는 누구죠?"

"에이그...쯧쯧. 못난 놈."

처~~~얼썩.

막시멈이 손바닥을 이용해 그의 등을 세차게 내리쳤다.

악!!!!!!!!!

비명과 함께 제 모습으로 돌아온 그의 눈.

순간 그 자의 몸에서 살기 등등한 기세가 화악 터져 나왔다.

뭔가 자신의 몸에 위해가 가해졌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무슨 짓을!"

하지만 배코는 그저 싱글벙글.

그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 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

끌끌끌...

그때 혀를 차는 소리.

"서로 인사해라.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겠지만 뭐... 배코야 워낙 유명하니 잘 알 것이고 이 녀석은 보자...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하나?"

막시멈이 관자놀이 부근을 긁적였다.

"이 녀석은 말이지. 그 왜 너 알고 있지 않냐? 하르무 하는 일마다 훼방을 놓는 녀석들. 달란트. 너네 명칭이 뭐냐?"

"뭐 딱히 명칭은 없지만... 스로크아일이라고 부르긴 하더라구요."

"아! 그 머저... 헙."

찌릿-

순간 달란트라 불린 자에게서부터 쏟아지는 살기 어린 눈빛.

허나 배코는 긴장이라고는 단 1도 없는 모습이었다.

"에이~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달란트라고 했죠? 강하네요."

"아 뭐 내가 좀 강하긴 하지."

누그러뜨려지는 달란트의 눈빛.

역시 강한 자는 강한 자를 알아보는 법이긴 하지.

험험-

괜시리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달란트였다.

"하지만 이상하다. 그때 죽었다고 들었는데? 분명히 하르무 쪽에서 그렇게 들려왔는데."

"누... 누가 죽었다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당황한 달란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제 정보가 잘못 되었나 보죠. 여하튼 막시멈 님. 또 다시 올게요. 궁금한 건 하나도 해결이 안 되긴 했지만 곧 다시 올게요."

"오지마! 귀찮아. 나의 이 공간이 너무 방해를 받잖냐, 벌써 아주 그냥...에휴..."

자신의 공간이 방해를 받는 게 너무나도 싫은 막시멈.

좀처럼 방문객이 없는 이 곳에 뭐 이렇게 방해꾼들이 많이도 오는지 원.

"저기 봐라. 또 왔다. 또 왔어. 평소에는 개뿔 아무도 오지 않더니."

짜증이 확 난 막시멈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는 오두막 바깥을 향해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

문이 벌컥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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