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91화 (191/249)

#191

복수(4)

까드드드득-

몹시도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쇠붙이들의 마찰음.

질끈 눈을 감았던 겔리온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여기가 지옥인가 현실인가 싶어하는 그의 눈초리.

그리고 현실임을 자각하게 하는 자신의 앞에 선 자.

시커멓게 드리운 그림자.

뭔가가 자신의 앞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건 바로 디오스의 널찍한 등.

후하......

십년감수했다.

가슴이 터져라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겔리온.

꼼짝없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때.

힘겹게 막아내던 디오스의 한 마디.

"야..."

"...어...어...?"

"...힘들다... 얼른 안 돕냐...?"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겔리온이 자신의 대검을 찾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반토막이 난 자신의 검.

"아... 젠장 맞을 거."

참으로 지랄 맞은 상황이었다.

****

자신을 막아선 자를 쳐다보는 자.

체스의 눈길이 자신의 정면에 검을 맞대고 서있는 디오스에게 향해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디오스의 검.

교차된 그의 검 또한 어떻게든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고는 있으나...

곧이라도 자세가 풀릴 듯한 디오스였다.

허나 지금 이 힘을 푼다면 뒷일은 아마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겠지.

그렇기에 구슬땀을 흘리며 체스의 검을 막고 있는 디오스였다.

씨익-

체스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까드드득-

그가 한쪽 손목을 슬쩍 감아돌렸다.

그러자 얽혀 있는 디오스의 팔이 함께 말려간다.

어어어...?

잠시 당혹감이 퍼진 디오스의 얼굴.

하압-

큰 기합소리와 함께 체스가 그의 검을 쳐냈다.

순간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한 디오스.

그의 몸이 몇 발자국 뒤로 퉁 퉁 밀려났다.

"이... 이 놈이..."

그리고 순간 한 걸음 크게 도움닫기를 하는 체스.

꾸엑-

체스의 발에 가슴팍을 세게 밟혀 버린 겔리온이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딴 건 전혀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체스.

그는 자신의 대검을 들어 겔리온을 내려찍은 후 그대로 디오스에게 돌진을 감행했다.

거리를 벌려야 한다.

한 번의 부딪힘으로 알았다.

지금 이대로라면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디오스의 빠른 결정.

그는 싸우기보다는 도망을 택했다.

타다닥- 타다닥-

빠른 속도로 몸을 뒤로 빼는 그.

그래도 속도라면 따라오지 못하겠지.

라는생각을 하는 순간.

터엉-

그의 몸이 무형의 막에 부딪혔다.

"응??? 뭐야... 이게..."

분명히 밖의 풍경은 그대로인데 자신이 모르는 무형의 막이 쳐져 있다.

손을 들어 더듬어 보니 확실히 뭔가가 있기는 있었다.

그 사이.

어느 새 자신에게로 다가온 체스.

부우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

헙-

온 몸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살기를 느낀 디오스가 손을 거두고 황급히 체스의 검을 막아갔다.

콰아앙-!!!

격렬한 충돌음.

디오스의 몸이 또다시 무형의 막에 부딪히며 앞으로 튕겨져 나왔다.

허나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체스의 공격.

별다른 기교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결도 없고 그냥 이건 바람 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검일 뿐이다.

이런 방식은 마치 뭐랄까...

본능적인 싸움?

오히려 마수와의 전투에나 어울릴 법한 그런 전투방식이었다.

헌데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되레 밀리는 건 쏟아지는 공격 사이에서 틈만 노리던 디오스의 몸.

방법이 없었다.

촤아아악-

순간 디오스의 팔을 훑고 가는 체스의 대검.

크으...

일순 100만 분의 1초 정도의 미묘한 속도로 디오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리고 그 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전광석화처럼 내리 꽂히는 체스의 검.

스걱-

무언가 베어져 나가는 소리.

정확하게 팔 한 짝이었다.

체스의 대검에 잘려 날아가는 디오스의 한 쪽 팔.

끄아아아아-!!!!!!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툭.

바닥에 힘 없이 떨어지는 디오스의 팔 한 쪽.

어깻죽지부터 베여져 나간 상처 부위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또 한 번.

나머지 팔 한 쪽마저도 체스의 예리한 공격에 그대로 잘려져 나갔다.

순식간에 양팔을 몽땅 잃어버린 디오스.

"이... 이런 젠장."

뭐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곧 랭커가 될 수 있는 자신이었는데...

그때 들려오는 체스의 목소리.

"자. 이제 마지막이다."

마치 사신과도 같은 공포스러운 체스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버린 디오스.

"사... 살려다오. 날 죽여서 무엇 할래? 이미 양팔도 잃어 버렸고 그저 조용히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아 가겠다.응?"

두손을 들어 싹싹 빌래야 양팔이 없어진 디오스였다.

그저 자신의 얼굴을 이용해 애걸복걸하는데 정신이 없는 디오스,

"고작 그거냐? 이럴려고 그렇게 날 등처먹고 그렇게 살았나? 아니. 정말 네가 맞긴 한 거냐???"

이 자가 한때 그렇게나 오금을 지리게 만들던 그 자가 맞단 말인가?

체스의 미간이 일순 찌푸러졌다.

그 사이에도 쉬지 않고 나불대는 그의 주둥아리.

여전히 뭐라 씨불씨불거리고는 있으나 그가 어떤 소리를 내뱉어도 귀에 들어오질 않는체스였다.

스윽-

체스가 자신의 대검을 위로 힘껏 치켜들었다.

그의 모습에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디오스.

그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려갔다.

애처로운 표정으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디오스.

그 와중에도 천천히 밑으로 내려오는 체스의 대검.

탁-

그의 검이 디오스의 가슴에 닿았다.

"...제발..."

간절한 듯 들려오는 디오스의 목소리.

허나 자비는 없었다.

컥-

커억-

그르르르르륵-

체스의 대검이 디오스의 가슴팍 깊이 파고들 때마다 점점 들려오는 가래 끓는 소리.

체스는 자신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중이었다.

단지 좀더 느리게 좀더 고통을 느낄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검이 디오스의 몸을 뚫고 나왔을 때.

디오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툭 떨구어지는 고개.

그렇게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몹시도 재수없게 하필이면 오늘.

여기에서 체스를 만나서 말이다.

****

-편하냐?

멀뚱히 서서 디오스의 시체를 바라보는 체스에게 헬캣이 다가왔다.

아직 결계는 남아있는 상태.

체스가 처리한 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직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흠... 글쎄요. 영 기분이 더럽네요."

자신의 복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 개운치 않은 표정의 체스.

젠장.

젠장.

젠장.

늘 마음 한 켠 가지고 있던 복수심.

언제나 꼭 이런 상황이 들이닥친다면 반드시 되갚아 주겠노라 생각했지 않은가.

헌데 이런 젠장맞을 기분.

오히려 마음 속 한 켠의 복수심이라는 감정이 진창에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체스가 자신의 감정에 휩쓸려 있을 때.

헬캣이 입을 열었다.

-이 자식들. 전부 그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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