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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84화 (184/249)

#184

조우(5)

"호오. 바글바글하구만? 여기에 숨어 있다니."

마치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무너진 결계.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곳.

열쇠가 만들어지는 곳이었다.

"쥐새끼 같은 녀석들. 이렇게 장난질을 쳐놓으니 찾을 수가 없지."

'공주도 분명히 여기에 있겠지.'

생각보다 많은 수였다.

각기 다른 등급의 마수들과 틈틈이 끼여 있는 인간들.

각양각색의 눈동자가 결계 밖의 인간들을 쳐다본다.

우드득-

우드득-

손가락의 관절을 풀어가며 전방으로 시선을 고정한 데프트.

파직-

오롯이 모아진 시선들.

모아진 시선들로부터 마치 정전기가 튀는 듯한 살벌한 긴장감이었다.

그때.

누구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순간 달아오른 그들.

행여나 뒤질세라 앞을 향해 전력으로 맹렬히 돌격하는 두 집단이었다.

그리고 맞붙었다.

두 집단이.

****

그들이 맞붙기 조금 전.

'보자.'

데프트의 반달 같은 눈이 빠르게 전방을 훑었다.

딱 봐도 견적이 나왔다.

'이것들. 강한 놈들은 안쪽에 있겠군.'

이 정도 마수들.

하찮을 뿐이다.

안쪽에서 강한 기운이 새어 나오는 걸로 봐서는 아마 진짜는 저 안쪽에 있는 것이겠지.

게다가 저 안쪽을 감싼 기운.

언뜻 보기에는 성스럽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몹시도 안 좋은 예감이 느껴진다.

"빠르게 쓸어버려야겠군."

먼저 움직인 건 데프트의 몸.

몇몇 밖에 알아차리지 못한 데프트의 움직임이었다.

슬쩍 앞으로 한 발자국 밀어내듯 전진 자세를 취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동글 말려진 그의 짧고 굵은 몸통.

퉁- 퉁-

마치 작은 북을 두들기듯 땅에 발을 구르는 소리.

튕김이 더해짐에 따라 그의 종아리는 거의 팔뚝 만큼 굵어져갔다.

그리고.

이내 불이 붙었다.

쌔애애애액-

힘껏 앞으로 쏘아지는 데프트.

두어 번 도움닫기를 통해 가속도를 붙인 금빛으로 빛나는 그의 몸은 보는 바와 같이  흉기에 진배없었다.

허공을 가르는 금빛 공.

시위를 떠난 화살 마냥 쏜살 같은 속도로 전방을 향해 쏘아지는 데프트였다.

순간 결계 안의 진영을 어그러뜨리는 데프트.

퍼어어어억-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마수.

허공을 가른 그의 몸은 그대로 마수 하나의 몸을 박살내어 버렸다.

허나 빠르게 굴러가는 그의 몸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더더욱 가속도를 붙여가는 데프트.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마수 사냥꾼들.

"질 수 없지!"

브로드 또한 마수 사냥꾼들과 함께 앞으로 쇄도해 가기 시작했다.

칫-

하지만 이미 데프트가 휩쓸고 간 자리.

나머지 인원들은 그저 설거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남아 있는 마수들이며 인간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마수의 발톱에 찢겨나가는 건 순식간.

목숨이 열 개 정도 되지 않는 이상 방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에밀리! 뒤에서 엄호를 부탁한다!"

그의 외침에 앞으로 달려 나가려던 그녀의 몸이 멈칫거렸다.

"쳇. 간만에 몸을 좀 쓰는가 싶었더니."

이런 때는 꼭 자신을 써먹으려 하는 브로드였다.

허나 그녀도 프로.

왜 자신을 브로드가 불렀는지 너무나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그녀였다.

눈을 지그시 감은 그녀.

그녀의 매력적인 얼굴에 평온함이 사락 내려앉았다.

순간 잠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

험험-

주변이 시끄럽건 말건 혼자 만의 사색에 잠시 빠졌던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

그녀가 이렇게 하는 이유.

그녀의 본디 직업은 탐색조의 대장.

그녀를 그 자리에 앉힌 이유.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상황 판단과 민첩한 움직임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녀의 진정한 능력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사자후라고 해야 하나?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로 음파를 이용한 것.

다수를 상대할 때 최적의 효과를 발휘하는 수 있는 그녀 만의 능력이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움푹 들어간 그녀의 볼이 주변의 공기를 후욱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우우우웁-

그리고 순간 위아래로 벌려지는 그녀의 입.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청이 찢어질 것만 같은 고음.

일순 강하게 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강력한 음파가 터져 나왔다.

마수들과 적에게 집중되어지는 그녀의 공격.

순간 그녀의 주변에 있던 이들의 얼굴이 잔뜩 찡그러졌다.

윽-

그녀의 주위에 있던 이들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

허나 그렇게 대비를 했음에도 고막을 뚫고 훅 밀려 들어오는 그녀의 사자후였다.

그래도 효과는 만점.

마수들의 움직임이 일순 경직되었다.

심지어 약한 존재들은 쓰러지기까지 할 정도.

그 모습을 본 에밀리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맺히고.

"아직 쓸 만하지. 암."

그리고는 냅다 앞으로 내달리는 그녀였다.

****

한편.

그녀의 사자후가 끝난 후.

기합을 잔뜩 넣은 브로드가 왼팔에 달린 클링어를 날렸다.

피융-

그가 목표로 삼은 마수는 남은 것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놈.

A급의 마수였다.

마수의 두꺼운 가죽을 그대로 뚫고 파고 드는 브로드의 클링어.

브로드는 왼팔에 달린 클링어를 회수해 갔다.

그의 노림수.

클링어를 지지대 삼아 마수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타악-

의도한 대로 브로드의 발이 마수의 등에 가볍게 착지했다.

그 순간.

팔뚝에 불끈 솟아오르는 힘줄.

그리고는 그의 무기가 바람을 양분하며 가르더니 마수를 그대로 찍어 눌러버렸다.

꾸에에에엥-

마지막 단발마와 함께 사정없이 터져 버리는 마수의 머리.

뇌수가 튀고 피가 사방으로 터져 나온다.

사방팔방 튀는 마수의 피.

하지만 브로드는 멈추지 않았다.

온 몸에 피칠갑을 한 채 마수를 스윽 짓이겨 나가는 그의 손속에 자비 따위는 없었다.

"모두 죽지 마라!"

단 한 마디의 말이었다.

허나 짧은 말 몇 마디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사기를 올릴 수 있는 말이 또 있으랴?

마수 사냥꾼들의 무기를 든 손에는 힘이 가득 실리고 그들 또한 브로드의 뒤를 따라 걸음을 빨리 이어갔다.

****

"밖이 소란스럽군."

"결계가 깨졌네요."

당연한 소리를 왜하냐는 듯 다시 한 번 자라이에게 상기시켜 주는 어글리불.

"알아. 그런데 넌 왜 아직도 나가지 않고 내 옆에 있는 것이지?"

"에??? 저도 나가야 하나요? 결계를 만든 걸로 부족한가요?"

자신에게 한 말이 맞냐며 자라이에게 되묻는 어글리불.

결계를 만드느라 생노가다까지 했으면 좀 쉬게 해줄 법도 한데...

그래도 나가라는 말이 한 켠으로는 즐겁기도 했다.

자라이의 기운도 꽤나 부담스러웠고 이 자리가 불편하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호옹~"

하지만 자라이의 표정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인간들... 오픈도어라 했나? 그들과 나머지 환수들을 이끌고 막아라. 모두가 죽더라도 우리는 열쇠만 만들어 내면 된다."

다시 한 번 차가운 목소리가 자라이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다른 반문이나 말대답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라이 만의 표현방식이었다.

"그리고."

자라이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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